절벽 위 푸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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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은(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 책의 총서 (82)
작가정보

·1947년 전남 진도 출생
·《문학공간》 시 부문 당선
·글나라백일장 우수상
·경복궁 문학상 대상
·김해 선면 시화전 문학상 작품상
·시집 『사랑의 전설 안고 피어나라』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ㆍ한실문예창작ㆍ향그런 문학회 회원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수료
·진도군청ㆍ광주광역시청 근무
·광주광역시 경열사 관리사무소 근무
·광주광역시 북구청 근무
·북구청 경제문화국장으로 정년 퇴임
·(전)광주과학고등학교 운영위원장
·(전)사단법인 한국간건강협회 광주시 지부장
·(전)광주광역시 북구 행정동우회장
·(전)국민생활체육회 북구 트레킹 연합회장
·(전)광주원예농업협동조합 사외이사
·(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광주광역시 북구지회장
·(현)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원 자문위원
목차
- 시인의 말
축시/ 박덕은
제1부
산천재
억새
산책
화도
사랑길
승선교
장도
부부송
가을이 오면
추억 속 고향
쪽박섬
탱자
구봉도 낙조 전망대
짝사랑
누에섬 전망대
전곡항
백미항
궁평항
마안산
제2부
평택호
쌀조개섬
음성포구
꽃은 울고 있다
필경사
도비도
왜목마을
삼길포항
서산 구도항
이원방조제 희망 벽화
청산리 나루터
천리포 수목원
국사봉
뭍닭섬
만리포해수욕장
태안 가의도
어은돌 해변
파도리 해변
통게항
제3부
안흥진성
연포 해변
태안 청산수목원
몽산포해수욕장
간월도
무창포 해변
대천해수욕장
숲
맥문동
가을비
김인전공원
군산 내항
월명공원
은파호수공원
군산 호수
만경강
고마 저수지
세창이 다리
제4부
매창공원
장마
시인 거리
동호해수욕장
사랑의 낙조 공원
모내기 추억
구시포 해변
숲쟁이
새벽에 출발한다
노을 종
천일 염전
설도항
백바위
칠산타워
도리포항
퍼플교
짱뚱어 다리
태평염전
갯벌
평설/ 박덕은
책 속으로
산천재
경남 산청 덕천 강가
지리산 천황봉 막힘없이 펼쳐지고
남명 낙향 학문 닦고 연구하며
10제자 애국 충절 기리던 곳
앞뜰 가득 자리한 남명매南冥梅
기품 있는 모습 마당 가득 아름답다
경의검 예리한 칼날 왜놈 애간장 녹이고
성성자惺惺子* 방울 소리 선비 정신 이어진다
지리산 자락 둘레길
조식 선생 발자취 영원히 살아 있다.
✽성성자惺惺子 : 남명(南冥 曺植 1501~1572)이 몸에 달고 다니던 방울.
억새
천관산 정상의 원탑 머리에 이고
길게 늘어선 능선 흰 꽃 춤춘다
한여름 지루한 폭염 속 녹색 치마
흐르는 세월 노란 단풍으로 치장하고
가을 부름에 긴 목 하얗게 단장하고
작은 꽃 미소 모아 너른 광장 물결친다
작은 꽃송이 나비 되어 하늘로 비상하고
산의 연인들 짙은 숲속 몸 숨기며 사랑 속삭인다.
산책
갈바람 사뿐사뿐 다가온
이 한적한 숲길
홀로 흥얼거리며 건강 심장 만든다
낙엽 하나둘 머리 위에 꽂히고
단풍 필 때 마음결 설렌다
중절모에 빨간 스카프
이젠 낯설지 않은
미소 띤 얼굴 앞서가고
이쁜 나뭇잎 한 손 가득
아름다운 입술로
외로운 발걸음 달래 주는
감미로운 동행자
호젓한 꽃길 속
흔들 그네 편안하고
그늘진 언덕 언저리에서
마주치는 길
오늘도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소리 가득
익어 가는 가을 하늘
아름다운 꽃길 달린다.
화도
신안군 증도면 작은 섬 일출 일몰을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곳
국내 제일 넓은 갯벌 밀물로 넘실대면
섬은 수면 위의 연꽃 된다
텅 빈 갯벌 간지러움 주며 들어오는 맑은 물
뻘이 내뿜는 먹물에 시커먼 바닷물 출렁출렁
작은 섬 만조 되어 섬의 허리까지 잠기고
섬은 물속에 숨어들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주변 소나무는 초록의 꽃잎
숲속 빨간 카페 암술 사랑 전해 주는 꽃섬
한낮 밀물 때 뻘 속에서 농게들과 놀고
숲속에 자리 펴고 즐거운 시간 즐기다 눈 돌리면
노을 섬의 진풍경 붉은 태양 바닷속에 숨고
폭염에 지쳐 데워진 몸들 붉은빛 받으며 환호한다
해 지고 미련 품고 잠든 사이
지구는 쉼 없이 돌고 돌아 유달산에 돌아오고
일출 종소리에 잠 털고 뛰쳐나와 합장하고 기도하면
동녘 하늘 빨간 구름 바람 타고 검붉은 명경된다
지는 해 노을을 온몸에 휘감고
아침의 밝은 빛 확산하는 명소
작은 섬 꽃과 빛의 조화 세계문화유산 명소
모세의 기적 길 찾아 명품 섬 아름다움에 환성 터진다.
사랑길
동촌마을 둘레 숲속
주민 건강 선물하는 황톳길
부드러운 가을바람에 낙엽들 춤추고
한가로운 초저녁 운동으로 하나된다
맨발로 터벅터벅 간지러움 즐기며
오가는 이웃 정겨운 미소 나누고
하루 일에 지친 몸
붉은 흙 안고 기쁨으로 마감한다
한 세월 걸어온 저 달달 떠는 걸음
맨바닥으로 건강 과시하고
걷고 뛰고 진흙탕 속에서 서로의 멋 자랑
모든 이의 쉼터 사랑으로 피어난다.
출판사 서평
평설
조규칠 시인의 제2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조규칠 시인은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용호리에서 1947년 12월 6일 5남매의 막내로 출생했다.
그는 보배의 섬 진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작스레 아버지를 잃고, 이후 편모슬하에서 자라났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에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진도에서 농사일을 했다. 이를 안쓰럽게 여긴 어머니는 큰아들을 설득해 다시 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도와주었다.
광주로 올라온 그는 광주 조선대학교 앞 딸기밭 가에 있는 작은 방 하나를 얻어 놓고, 자취생활을 하며 공부를 하여, 광주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한 그는 월남전에 지원했다. 월남전 참전 후 귀국하여,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공무원 시험에 거뜬히 합격한 그는 고향인 진도로 내려가 군청에서 근무를 했다. 얼마 후, 광주시청으로 근무지를 옮긴 그는 시사업소, 경열사 관리사무소, 북구청 등의 근무지에서 공무원의 소임을 다했다.
39년이라는 긴 공직생활을 하면서, 그는 마을마다 선도 농가육성과 운정동 화훼단지 유통시설까지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농촌 지역에서 우수 공무원으로 인정받았다.
광주시 북구청 경제문화국장으로 있을 때 정년 퇴직한 그는, 이후 직업학교를 다니며 자격증도 준비하고, 봉사 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순회 겸 건강관리를 위한 산행을 시작했다. 전국 100대 명산 산행에 도전하며 건강도 챙기고 사회 견문도 넓혀 나갔다. 그와 동시에 사회 봉사, 일반 사회단체의 임원, 광주시 북구 행정동우회 회장, 광주원예농업협동조합의 사외이사로서의 직책도 성실히 수행했다.
무엇보다도, 100대 명산 산행기를 쓰기 시작한 게 동기가 되어, 한실문예창작(지도 교수 박덕은) 향그런 문학회로 들어가, 시 창작 수업을 받게 되었다. 이후 꾸준히 시를 창작하여, 220여 편의 시를 썼다.
어느 날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저에게 문우들의 격려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촉매제로 하나하나 다듬어 오면서 포기는 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던 나다. 다행으로 저는 중도 포기는 없다는 나의 꿈이 있었고, 한실문예창작 향그런 문학반 지도 교수인 박덕은 문학박사님과 문우님들의 절대적 지지와 협조가 있었기에, 2020년 10월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이에 나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었다. 나는 2021년 내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시집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모든 행운을 갖게 만들어 준 우리 문우님들과 지도 교수님께 진정한 감사를 드린다. 또한 아직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로서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 나의 노후 생활에 여유를 갖고자,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글나라백일장 우수상, 경복궁 문학상 대상, 김해 선면 시화전 문학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1시집 『사랑의 전설 안고 피어나라』를 출간한 바 있다.
광주과학고등학교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한국간건강협회 광주시지부장, 광주광역시 북구 행정동우회장, 국민생활체육회 북구 트레킹 연합회장, 광주원예농업협동조합 사외이사를 역임한 조규칠 시인은 현재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광주광역시 북구지회장,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 회원, 한꿈 문학회 회장, 향그런 문학회 회장, 한실문예창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조규칠 시인의 시 세계로 탐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천관산 정상의 원탑 머리에 이고
길게 늘어선 능선 흰 꽃 춤춘다
한여름 지루한 폭염 속 녹색 치마
흐르는 세월 노란 단풍으로 치장하고
가을 부름에 긴 목 하얗게 단장하고
작은 꽃 미소 모아 너른 광장 물결친다
작은 꽃송이 나비 되어 하늘로 비상하고
산의 연인들 짙은 숲속 몸 숨기며 사랑 속삭인다.
- 「억새」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천관산 억새를 관찰하고 있다. 천관산은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에 걸쳐 있는 산을 말한다. 가끔 흰 연기와 같은 이상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이라고도 한다. 그 신비스런 산에 흰 꽃이 춤춘다. “천관산 정상의 원탑 머리에 이고” 춤을 춘다. 저 춤은 신산을 더 신비스럽게 해주고 있다. 뭉텅뭉텅 꽃피며 추는 억새의 춤이 어떤 몽환의 집을 짓게 한다. 저 춤은 새벽 여명에 붉은 문양으로 몸을 바꿔 미몽처럼 다가올 것이다. 또 해 질 녘이면 다시 한번 어스름을 부르며 미몽처럼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을 것이다. 어쩌면 억새의 그 아름다움을 보려고 가을이면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머리에 이고”라는 표현이 멋지다. 이를 통해 원탑과 억새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서 있는 위치를 가늠해 본다. “가을 부름에 긴 목 하얗게 단장”한 억새. 가을을 향한 억새의 기다림이 엿보인다. 가을이 어디만큼 왔나, 가을이 언제 부르나, 그 모든 게 궁금한 억새는 목을 길게 빼고 허공의 담장 너머로 눈길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가을이 불렀으니 억새는 기뻤을 것이다. 이제 억새는 기쁨으로 하얗게 단장한다. “작은 꽃 미소 모아 너른 광장 물결친”다. 1연의 “흰 꽃 춤춘다”와 연결이 되면서 기쁨을 증폭시키고 있다.
길게 늘어선 능선 흰 꽃들, 흐르는 세월을 노란 단풍으로 치장한 정경, 긴 목 하얗게 단장하고 너른 광장에 물결치는 모습, 하늘로 비상하는 작은 꽃송이, 사랑 속삭이는 산의 연인들 등이 억새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지고 있다. 관찰만으로도 시적 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갈바람 사뿐사뿐 다가온
이 한적한 숲길
홀로 흥얼거리며 건강 심장 만든다
낙엽 하나둘 머리 위에 꽂히고
단풍 필 때 마음결 설렌다
중절모에 빨간 스카프
이젠 낯설지 않은
저 미소 띤 얼굴 앞서가고
이쁜 나뭇잎 한 손 가득
아름다운 입술로
외로운 발걸음 달래 주는
이 감미로운 동행자
호젓한 꽃길 속
흔들 그네 편안하고
그늘진 언덕 언저리에서
마주치는 길
오늘도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소리 가득
익어 가는 가을 하늘
아름다운 꽃길 달린다.
- 「산책」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고 있다. 산책은 입말이 다듬어지지 않는 갈바람이 따라붙어 지루하지 않다. 걸음 걸음마다 등장하는 수다스런 잎들과 함께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고 내리막을 내려오기도 한다. 간혹 나비가 오후의 이마에 앉았다가 날아오른다. 내가 나비를 좇기도 하고 나비가 나를 좇기도 한다. 나비가 날아오르면 길도 날고 나도 나는 것 같아 오후의 발랄함이 가득하다. 그렇게 걷다 보면 “이 한적한 숲길/ 홀로 흥얼거리며 건강 심장 만든”다. “낙엽 하나둘 머리 위에 꽂히고/ 단풍 필 때 마음결 설렌”다. 붉게 물든 단풍이 나인지, 내가 단풍인지 가을이 마냥 설렌다. 웅크린 일상에서 만개한 가을 산책이다. 어쩌면 가을은 붉은 단풍, 그 꽃길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삶에 찌든 영혼을 다독여주기 위해 꽃길을 만든 것이다. 누구라도 이 숲길에서 흥얼거리면 상처를 치유받고 꽃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다. 시적 화자는 이제 숲길에서 마음이 열려 “이젠 낯설지 않은/ 저 미소 띤 얼굴”을 만난다. 산책의 묘미가 느껴진다. 나의 마음이 열렸기에 상대는 이제 나와 무관한 타인이 아니다. 낯설지 않는 얼굴인 것이다. “이쁜 나뭇잎 한 손 가득/ 아름다운 입술로/ 외로운 발걸음 달래 주는/ 이 감미로운 동행자”가 된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자연은 우리의 동행자, 그것도 감미로운 동행자인 것이다.
홀로 흥얼거리며, 설레는 마음결, 아름다운 발걸음, 호젓한 꽃길 속 흔들 그네, 그늘진 언덕 언저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익어 가는 가을 하늘 등이 다소곳이 펼쳐져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한가로운 산책을 즐기는 듯하다. 삶 속에 발견되는 여유와 여백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여, 독자의 눈길과 마음이 평온하다.
지리산 남원의 깊은 계곡
신선길 따라 와운교 옆
엄마 품 떠난 솔방울 외톨 알
얄미운 바람 바위 틈새 자리
부드러운 흙 목마른 가슴 조아리며
뿌리에 이슬 감아 나날이 인내하며
한 잎 한 잎 키워 돌 뚫고 자란 가지
초록 옷으로 단장한 싱그러움
옆 소나무 지켜보며 손 내밀어 인연 맺고
소나무 바위 치장한 안식처
신비스레
스치는 인연마다 사랑 미소 가득하다.
- 「부부송」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지리산 남원의 깊은 계곡에서 부부송을 만난다. 지리산 뱀사골 와운마을로 가는 길에 와운교가 있다. 와운교 옆에 부부송이 있다. 흙 한 줌 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도 잎이 푸르다. 소나무의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한 그루의 소나무가 또 있다. 그 또한 바위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느 한쪽이 외롭지 않게 다른 한쪽이 그 곁을 지켜주고 있다. 한쪽이 아프면 슬그머니 다가와 부축여주는 그 마음. 그래서일까, 그 두 그루의 소나무를 부부송이라고 부른다. “목마른 가슴 조아리며/ 뿌리에 이슬 감아 나날이 인내하며” 희망을 키웠을 것이다. 흙 한줌 없는 바위 같은 세상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꿈이라는 초록을 틔웠을 것이다. “초록 옷으로 단장한 싱그러움” 같은 내일을 바라보며 기뻐했을 것이다. “바위 틈새 자리”라는 공통 분모가 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졌을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던 어느 날, 부부가 되기를 약속했을 것이다. 참 아름다운 인연이다. 저 부부송처럼 우리는 곁에 있는 가족을 이해하고 손잡아 주는가, 자문해 본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와운교 옆 바위 틈새에서 돌 뚫고 자란 소나무, 초록 옷의 싱그러움, 스치는 인연마다 사랑 미소 보내는 소나무가 멋스럽다. 나날의 인내가 빚어낸 숭고함, 역경을 이겨낸 정신도 함께하는 듯하여,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이 경건해진다. 묵묵히 관찰하여 시적 형상화를 이뤄내는 솜씨가 세련되어 있다.
가을 들녘 끝자락
아리랑 가락 정겨운 일몰 반기고
등에 진 지게 볏단이 출렁출렁
지게 다리 두들겨 풍요 맞이하던 어머니
앞들 두 마지기 논 누런 벼 베어 눕히고
논두렁 크고 작은 콩 수확 일꾼 마당으로 불러
벼 베기에 만족한 듯
마당에 술상 차려 수고했다 기뻐하던 미소
풋고추 오이 조각 올려놓고
술 양판 툭시발 한잔 술로 고추 한입
곡식 창고 가득 차곡차곡
한 해의 풍년 만끽하던 어머니.
- 「추억 속 고향」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추억 속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가을 들녘은 햇살과 달빛 내려앉게 온통 황금빛 방석 깔아놓고 있다. 낭만과 풍요가 가득하다. 황금빛 물결을 위해 봄부터 초록 농사를 지은 어머니. “가을 들녘 끝자락/ 아리랑 가락 정겨운 일몰 반”기고 있다. 풍년의 느낌을 “아리랑 가락 정겨운 일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적 형상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렇듯 시는 일상의 언어를 동원하되 낯설게 하기를 하면 빛을 발하는 법이다. 풍년의 기쁨은 “등에 진 지게 볏단이 출렁출렁/ 지게 다리 두들겨 풍요 맞이하”고 있다. 볏단을 지고 가는 발걸음이 통통 튀어오를 듯 발랄하다. 황금빛 들녘에서 달빛이 몸을 풀고 햇살이 다정하게 아침을 빗질했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흐뭇한 미소. 어머니는 수고해 준 일꾼을 마당으로 불러 “술상 차려 수고했다 기뻐하던 미소/ 풋고추 오이 조각 올려놓고/ 술 양판 툭시발 한잔 술로 고추 한입” 한다. 가을 소식 중에 풍년이라는 소식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가을 들녘엔 정겨운 일몰, 볏단 가득한 지게, 누런 벼 두 마지기, 논두렁엔 콩 수확, 벼 베기 후 차려진 마당의 술상, 툭시발 한잔 술에 고추 한입, 곡식 가득한 창고, 풍년 만끽하던 어머니 등으로 이어진 추억 속에 펼쳐진 고향 정경들이 정겹다. 정겹고 그립고 행복하던 시절의 추억이 시적 화자의 삶 속에 닳지 않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진도 여귀산 자락 고향집
앞뒤 용호천 작은 동산 추억 살아 있는 곳
냇가 돌 뒤집어 줍던 다슬기
하얀 꽃 짙은 향기 간지러움 그리워진다
콩알만 한 탱글탱글 푸른 열매
허리 굽은 할머니 바구니 가득 담아
잘게 썰어 멍석 위에 말리고 선반 위에 올려
수많은 배앓이 약 무명 한의사 되어
장작불에 푹 고아 주던 봉산댁 할머니
지금도 숲속에서 웃고 계실까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 둥근 달덩이
어린 시절 귀한 보약
비에 젖고 눈에 젖어
바람 타고 흔들흔들 혼자 울고 있다.
- 「탱자」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진도 여귀산 자락 고향집에 있는 탱자를 떠올리고 있다. 어느 날, 가시를 잔뜩 세운 탱자가 그리워진다. 그 가시에 무던히도 찔리고 상처났을 텐데, 탱자는 그리움의 가시를 세우며 다가온다. 추억 속의 어떤 그리움은 그 가시에 찔려 “바람 타고 흔들흔들 혼자 울고 있”다. “하얀 꽃 짙은 향기 간지러움 그리워진”다. “간지러움 그리워진다”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유년 시절의 깔깔거림이 간지럽고, 배앓이할 때의 아픔이 간지럽고, 봉산댁 할머니의 웃음이 간지럽다. 그 모든 간지러움이 “노랗게 익어 둥근 달덩이”로 둥싯 떠오른다. 저 둥근 달은 시적 화자의 상처와 기쁨과 희망을 곁에서 지켜봤을 것이다. 불면의 밤을 건너는 화자의 아픔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곁을 지켜줬을 것이다. 노랗게 익은 둥근 달덩이의 힘으로 배앓이가 낫고 상처가 치유됐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혀끝에 씹히는 그 향이 그리워 고향집의 그 시절을 추억한다. 하지만 “비에 젖고 눈에 젖어/ 바람 타고 흔들흔들 혼자 울고 있”다. 혀끝을 굴리면 아직도 탱자향이 그윽한데.
하얀 꽃 짙은 향기, 탱글탱글 푸른 열매, 잘게 썰어 멍석 위에 말린 탱자, 장작불에 푹 고아 주던 봉산댁 할머니, 가을의 노란 달덩이, 어린 시절 귀한 보약이던 탱자, 그게 비와 눈에 젖어 바람 타고 흔들흔들 혼자 울고 있다. 마무리가 독자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향수에 푹 젖게 만드는 솜씨가 남다르다.
걸음에 지친 이 나른한 몸
조잘거리는 산새 소리 어깨에 메고
솔가지 어우러져
강한 빛 숨죽이며 속삭인다
풀꽃 위에 드러누운 넓적돌
낭만 안아 품고
졸졸졸 흐르는 계곡에
나비 날개 흥 더해 나르고
가을바람 손짓에 춤추는 단풍잎
깊은 시름 잠재우는 행복 나른다.
- 「숲」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산행길에 만나는 숲을 잘 그려놓고 있다.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숲을 찾는다. 숲이라는 의자에 앉아 쉬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도시로부터 멀수록 숲은 치유의 힘이 있다. 도시의 소문과 상처가 깃들지 않는 곳이 숲이다. 바람이 태곳적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과 신화를 실어 나르느라 잎이 팔랑거리고 가지가 흔들린다. 먼 데서 날아든 새소리가 그 전설에 후렴구를 달며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그 숲의 품에 안겨 우리는 아늑한 위로를 받는다. “조잘거리는 산새 소리 어깨에 메고” 걷다 보면 “강한 빛 숨죽이며 속삭인”다. 태양은 내리쬐는데 “솔가지 어우러져/ 강한 빛 숨죽이”며 무언가를 속삭인다. 햇빛도 숲으로 오면 자신의 무게를 내려놓는지 “숨죽이며 속삭인다”고 말하고 있다. 착상이 신선하다. 햇빛도 숲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다니. 숲의 어떤 신비스런 힘이 느껴진다. “풀꽃 위에 드러누운 넓적돌/ 낭만 안아 품고” 있다. 그 낭만이 좋아 사람들은 넓적돌에 몸을 기대며 쉰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에/ 나비 날개 흥 더해 나르”고 있다. 재밌는 표현이다. 졸졸졸과 나비 날개 흥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산새 소리 어깨에 메고, 숨죽이며 속삭이는 빛, 풀꽃 위에 드러누운 넓적돌, 졸졸졸 흐르는 계곡, 흥겹게 날으는 나비, 가을바람에 춤추는 단풍잎 등이 깊은 시름 잠재우는 행복을 나르고 있다. 이렇듯 정 깊게 숲이 가슴속으로 서서히 다가오도록 시적 형상화 해놓고 있다. 자연스레 숲을 관찰하여, 그 이미지가 숲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놓고 있다. 현란하게 꾸미지 않아도, 시의 세계가 독자의 가슴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기법, 멋스럽다.
장대비가
톡톡 우당탕 주룩주룩
마른 대지에 내려앉는다
산 황토는 와르르 토하고
강물은 만삭으로 손 내밀고
먹구름은 마구 퍼붓는다
한겨울 긴 가뭄
동복호 갈라지고
식수 부족 애타던 가슴
달래 주려나
천둥 번개 장대비가
아픔으로 빛나는 하늘 향해
추억 담아 기도한다.
- 「장마」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장대비를 그려놓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반갑다. “톡톡 우당탕 주룩주룩/ 마른 대지에 내려앉는” 장대비의 젖은 몸이 이쁘기만 하다. 장대비에 대한 기쁨을 시적 화자는 “톡톡 우당탕 주룩주룩”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멜로디처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빗소리다. 허공과 마른 대지를 적시는 물의 얼굴이 이쁘다. “강물은 만삭으로 손 내밀고” 있어 보기만 해도 좋다. 만삭의 강물을 마주한 지가 얼마나 됐을까. 가뭄은 계속되어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불안했을 것이다. 메마른 강물을 볼 때마다 물의 빈방이 많아 걱정했을 것이다. 먼지만 날리는 물의 빈방에 물의 세입자가 들어와 찰랑이는 물의 아이들로 가득차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물의 세입자를 이끌고 와글와글 장마가 오고 있으니 이제 강물은 걱정할 것이 없다. 물의 빈방은 다시 물의 아이들로 가득차 있다. 강물은 어느덧 만삭이다. “식수 부족 애타던 가슴/ 달래”줄 것이다. “만삭으로 손 내밀고”라는 표현이 멋지다. 가뭄 끝에 오는 장마에 대한 기쁨과 물의 소중함과 강줄기의 고마움이 느껴진다.
주룩주룩 마른 대지에 내려앉는 비, 산 황토를 와르르 토하고, 강물을 만삭으로 손 내밀게 하고, 동복호의 가뭄 해소해 주고, 식수 부족도 채워 주고, 아픔으로 빛나는 하늘 향해 추억 담아 기도하게 하는 비, 장대비의 세계가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 어떠한 자연도 사물도 시적 형상화 해내는 솜씨가 좋다.
산속 깊은 계곡 다락논
온종일 물 품어 가두고
이랴 저랴 소 몰아 쟁기질
써레질로 논 골라
품앗이 아줌마 못줄 앞에 일렬로
논둑 줄잡이 여, 자 소리
손에 들린 어린 모
땅속 깊이 꽂던 모내기
허리 펼 여유도 없이
뒷걸음질 속에 풍년 가을 기원한다
논두렁에는 보리밥에 풋나물 점심
감나무 이파리에 담겨 차려지고
등에 업힌 젖떼기 갓난아이
젖가슴 내놓고 젖 먹이며 먹던 끼니
시골의 정겨운 모습 아련하고
이앙기 소리만 메아리친다.
- 「모내기 추억」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릴 적 모내기 추억을 불러내고 있다. 다락논은 비탈진 산골짜기에 여러 층으로 겹겹이 만든 좁고 작은 논을 말한다. 그 논이 온종일 물을 품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있었을까. “이랴 저랴 소 몰아 쟁기질/ 써레질로 논 골”라 모내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비탈진 산으로 소를 몰고 올라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아버지는 써레질로 아픔 많은 마음을 잘게 부수고 마음의 밑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일을 해 질 녘까지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의 바닥에 자식들의 내일을 심고 희망을 주며 힘겨운 하룻길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품앗이 아줌마 못줄 앞에 일렬로/ 논둑 줄잡이 여, 자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하룻길이 어둡고 힘들어도 동네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며 품앗이를 한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구성진 육자배기 가락이 몇 번 울려 퍼지면 어느덧 새참 때가 다가온다. 오월의 햇살은 어린 모와 함께 물 속에서 첨벙이고 등에 업힌 갓난아이는 젖을 빨고 있다.
산속 깊은 계곡에 있는 다락논, 소 몰아 쟁기질, 써레질로 논 골라 놓으면, 품앗이 아줌마들 일렬로 서서 모심기, 허리 펼 여유도 없이 땅속 깊이 꽂는 모, 논두렁에는 보리밥에 풋나물 점심, 젖떼기 갓난아이 젖 먹이며 먹던 식사, 시골의 정겨운 모습이 아련하다. 이미지만으로도 시골 모내기 정경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추억 속으로 빨려드는 향수가 가슴 시리게 그립다.
은하빛 숨기고
무등산 그림자 희미한 고요
꿈속 헤매이다
무거운 눈꺼풀 들어 올린다
어두운 적막 속
고양이도 기척 없고
동행하는 이조차 없는 마음
괜스레 바시락거린다
지친 몸 달콤한 잠 달래며
보따리 등에 지고 희망의 길 찾아
국토 종단 둘레길
발자국마다 행복꽃 피운다.
- 「새벽에 출발한다」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국토 종단 둘레길에 나선다. 그것도 새벽에 출발한다. 시제도 “새벽에 출발한다”이다. 시적 화자는 ‘새벽’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듯하다. 새벽은 동이 트기 전이다. 어둠과 적막의 지층이 쌓여 있어 선뜻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새벽은 떨림과 열림으로 가는 첫걸음인 것이다. 그 첫걸음을 떼야 열림의 문을 열 수 있다. “꿈속 헤매이다/ 무거운 눈꺼풀 들어 올”리며 첫걸음을 뗀다. “어두운 적막 속/ 고양이도 기척 없”다. 그만큼 고요하다. 그만큼 하루의 눈은 아직 감겨 있다. 그 감긴 하루의 눈을 시적 화자는 눈꺼풀 들어 올리며 눈뜨게 한다. “보따리 등에 지고 희망의 길 찾아” 떠나고 싶어 서두른다. 국토 종단을 향한 들뜬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국토 종단 둘레길/ 발자국마다 행복꽃 피”어나고 있다. 그 걸음들이 모아져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문을 또 열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출발이 새벽인 것이다.
꿈속 헤매다 깨어나, 무등산 그림자의 고요를 안고, 어두운 적막 속에서 동행하는 이조차 없이, 홀로 바시락거리며, 오로지 희망의 길 찾아, 발자국마다 행복꽃 피우며 걷는다. 국토 종단 둘레길에 오른 시적 화자의 설렘과 굳은 결의와 힘찬 발걸음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두 해도 아니고, 여러 해를 여러 둘레길을 다니며 국토 종단을 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져 있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내면의 고뇌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영광 백수 드넓은 평야
태양과 바람 가득한 바둑판
영롱한 빛 바닷물 걸러
안개꽃 피어 아른거리고
영양 넘치는 염기
은빛으로 살아난 소금 알갱이
물위에 떠 있는 하늘 구름
당그래질 염부의 한숨 소리.
- 「천일 염전」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영광 백수의 바둑판 같은 염전을 그려내고 있다. 염전에 흰빛의 투명한 언어, 그 소금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맑은 언어는 오후 3~4시 사이에 온다고 한다. 염전의 물이 말라가고 소금 결정으로 만들어진 것을 염부들은 소금이 온다고 한다. 태양이 내리쬐어 대지의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바로 그때 소금은 온다. 세상을 다 태워 버릴 것 같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그 타오르는 적막 속에서 소금은 온다. 시적 화자는 염전을 “태양과 바람 가득한 바둑판”에 “안개꽃 피어 아른거”린다고 말하고 있다. 안개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염전에서 싹틔운 자식의 미래일까, 맹렬히 타오르는 불볕 아래 그 뜨거운 적막일까,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3시의 햇볕일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염부의 가슴에 핀 희망일 것이다. 그 안개꽃이 피어 아른거리고 있어 염전은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가장 좋은 소금은 바람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 온다. 바람 때문에 염전의 물이 흔들리면 소금의 입자는 불안정해진다. 또 햇볕이 충분하지 않으면 불순물이 남아 쓴맛이 난다. “물위에 떠 있는 하늘 구름/ 당그래질 염부의 한숨 소리”를 낸다. 구름이 끼어 햇볕이 충분치 않아 염부는 걱정한다.
영롱한 빛 바닷물 걸러 안개꽃 피어 아른거리는 곳, 은빛으로 살아난 소금 알갱이, 물위에 떠 있는 하늘 구름, 당그래질하는 염부의 한숨 소리까지 담겨져 있다. 염전의 정경이 담겨 있어 이채롭고, 힘든 염부의 일상이 읽혀져 안쓰럽고, 영양 넘치는 천일염을 만날 수 있어 마음 뿌듯하다. 다채로운 사물, 다채로운 감성을 만나게 해주는 시라서 더욱 마음이 흡족하다.
춤추던 바닷물 깊은 잠 코 골면
검은 광장 빛 발하는 우전 해변
물속 어두움에
숨도 참아온 진흙 생기
이마에 빨간 머리카락 황금초
물새들 유혹하고
길쭉한 눈썹 위에
짱뚱어 힘 자랑한다
편편한 얼굴 높이 솟은 코
둥그런 가슴 조개 우수 즐기고
짓눌린 수압 참아온 숨구멍
칠게 일광욕 소금 한 짐 지고 있다
갈 곳 없는 조각배
님 기다리며 졸고 있고
모래알 수 세월 안아
수많은 보금자리 빛난다.
- 「갯벌」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갯벌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바다와 뭍을 오고가는 억겁의 몸짓이 개흙이 되고 갯벌이 되었을까. 갯벌에 가면 그 신비스러움에 눈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갯벌은 누군가에게는 관광지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삶을 위한 생계의 바닥이다. 개흙에 코를 박는 호미질이 있고 몇 평의 갯바닥에서 캐온 어머니의 수고로움이 있다. “물속 어두움에/ 숨도 참아온 진흙 생기”가 있어 갯벌은 더 아름답다. 저 생기에 힘입어 갯것들은 달이 차고 기울어도 눈 껌벅거리며 갯바닥을 달린다. “짓눌린 수압 참아온 숨구멍”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계절을 연명한다. 바다와 어둠을 뒤집어쓰며 다시 억겁의 몸짓을 써 내려가는 갯것들. 그 억겁의 몸짓이 “길쭉한 눈썹 위에/ 짱뚱어 힘 자랑”한다. 갯벌의 근력이 검게 빛나 짱짱하다.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검은 광장 우전 해변, 물속 어두움에 숨 참아온 진흙 생기, 길쭉한 눈썹 위에는 힘 자랑하는 짱뚱어, 우수 즐기는 가슴 조개, 일광욕 즐기는 칠게, 님 기다리다 졸고 있는 조각배, 빛나는 보금자리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갯벌을 빚어내고 있다. 섬세한 시선으로 갯벌의 다채로움을 포착하는 솜씨가 세련되어 있다. 시에서의 관찰과 이미지 구현은 시의 특질 중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경남 산청 덕천 강가
지리산 천황봉 막힘없이 펼쳐지고
남명 낙향 학문 닦고 연구하며
10제자 애국 충절 기리던 곳
앞뜰 가득 자리한 남명매
기품 있는 모습 마당 가득 아름답다
경의검 예리한 칼날 왜놈 애간장 녹이고
성성자 방울 소리 선비 정신 이어진다
지리산 자락 둘레길
조식 선생 발자취 영원히 살아 있다.
- 「산천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산천재山天齊를 예찬하고 있다. 남명 조식(1501~1572)은 퇴계 이황(1501~1570)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산천재는 1561년 남명이 지리산 아래 덕산으로 와서 지은 건물이다. 남명의 거처이자 강학하던 곳이다. 남명은 제자들에게 “왜적을 막아낼 방책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론에 매달리지 말고 실제적인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등 남명의 제자 50여 명이 의병장이 된 것은 바로 남명의 실천 유학 때문이다. 그 의병정신의 산실이 바로 산천재다. “앞뜰 가득 자리한 남명매/ 기품 있는 모습 마당 가득 아름답”다. 시적 화자는 의병정신의 모태가 되어 준 남명사상을 남명매로 표현하고 있다. “기품 있는 모습 마당 가득”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자들은 올곧음을 꽃피우는 저 남명매를 보며 마음의 중심을 다잡았을 것이다. 남명매는 산천재를 지으면서 남명이 손수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령 4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매화나무다. 저 앞에 서면 남명의 정신과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킨 의병정신이 가슴을 먹먹하게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성성자 방울 소리 선비 정신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맞다. “조식 선생 발자취 영원히 살아 있”다.
시적 화자는 경남 덕천 강가, 애국 충절 기리던 곳, 앞뜰 자리한 남명매, 경의검 칼날, 성성자 방울 소리 등으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충절과 선비 정신이 한자리에 모여, 가슴을 서늘하게 해주는 듯하다. 높은 학문, 고매한 인품, 향긋한 발자취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여, 마음이 숙연해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처럼, 조규칠 시인의 시적 형상화는 늘 이미지 구현과 손잡고 있다. 다채로운 사물의 시적 형상화, 서두르지 않고 또 현란하지 않는 이미지 구현, 만나는 감성들과의 소박한 속삭임,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 사물과 정경에 대한 정겨운 관찰, 의미 있는 추억에 대한 회상, 향수에 대한 다양한 접근, 고향과 한몸이 된 듯한 그리움, 둘레길 산책과 산행에 대한 감동적인 느낌, 인생을 초연한 듯 바라보는 시야, 행복의 비결을 터득한 듯한 관조, 다채로운 감성에 대한 너그러운 포용 등이 조규칠 시인의 시 속에 자리하고 있어, 경이롭다. 무엇보다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를 통한 시적 형상화가 시의 특질을 이루고 있어, 시를 읽어 가는 맛이 좋다. 세련미와 감동의 전율이 함께하여, 시를 감상하는 동안 행복감이 넘쳐 흐른다.
앞으로도, 시 창작 할 때마다, 시의 특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이미지가 살아 있고, 새로운 해석이 깔려 있어 신선하고, 시마다 감동의 전율이 깔려 있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길 소망한다.
부디, 제3, 제4시집도 독자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집으로 사랑받게 되기를 바란다. 여생 동안, 명산 산행과 둘레길 산책을 하며, 시 창작과 기행문 쓰기를 작품집으로 열매 맺어갔으면 좋겠다.
- 가을 단풍이 행복한 마음을 이끌어내는 계절에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시인 (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소설가, 동화작가, 시조시인, 화가, 사진작가, 박덕은 미술관 관장, 노벨재단 이사장, 대한시협 부회장)
기본정보
ISBN | 9788956657547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20일 | ||
쪽수 | 134쪽 | ||
크기 |
130 * 211
* 13
mm
/ 33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오늘의 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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