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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 2024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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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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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가부장제 종교가 훼손한 여성성을 회복시킬, 우주만물 상징의 힘!”
페미니스트 연구자의 금광이자 일반 독자들의 기쁨 창고

이 책은 1988년 초판이 출간된 바버라 G. 워커의 방대하고 전설적인 저작 Woman’s Dictionary of Symbols and Sacred Objects를 주제별로 총 4권으로 나누어 번역한 책으로 이번에 1, 2권을 먼저 출간한 것이다. 1권은 원형, 선형, 삼각형, 사각형, 다각형 등의 모양을 다루고 있고, 2권은 신성한 사물들, 일상적인 물건들, 의례들, 신적인 존재들,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다룬다. (3, 4권은 2025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으로 3권은 자연, 인체, 동물, 곤충 등의 내용을 다루고 4권은 꽃, 나무, 풀 등의 식물과 광물을 다루고 있다.) 또 이 책은 또 다른 주요 저작인 『여성 신화 사전(Woman’s Encyclopedia of Myths and Secrets)』와도 연결되는 책으로 『여성 신화 사전』은 2026년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5년간 모든 언어권의 민담과 설화, 신화, 전설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하나하나의 항목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가부장제가 왜곡해온 여성적 종교의 운명이 기록되어 있다. 바버라 워커가 제공한 자유롭고 합리적인 시각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지배적인 종교와 문화적 전통 속에 녹아 있는 믿음이나 계율의 논리들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별 뜻 없는 것처럼 보이는 관습의 의미가 하나하나가 다 포착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저자에게 다양한 상을 안겨주었으며 30년 동안 여러 차례 개정되고 전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는 100쇄 이상 찍으며 아직도 읽히고 있는 『흑설 공주 이야기』로 잘 알려진 바버라 워커의 주요 저작이 이제야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는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상징의 의미와 효과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오히려 시의적절한 측면도 있다.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었을 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페미니스트 연구자의 금광이자 일반 독자들의 기쁨 창고”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엄청난 학자적 노력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자, 방대하고 엄선된 최고의 기록물”이라고 썼다. 이런 찬사들은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당신이 역사, 인류학, 비교종교학, 토속종교 등의 분야를 독자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며, 가부장적 종교 제도와의 투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온갖 방법론이 총체적으로 활용된 이 매력적인 책은 모든 신화와 전설, 문화를 지탱하고 있는 여성적 근원, 토대를 강조한다. 이 방대한 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애호가들과 전문적인 독자들 모두에게 커다란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글/그림 바버라 G. 워커

(Barbara G. Walker)
1930년생. 세계적으로 저명한 여성학자. 작가. 신화, 민담 전문가. 세계 종교 연구자. 치유자. 댄서. 타로이스트. 뜨개질 패턴 연구자. 워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워싱턴 DC의 《워싱턴 스타》에서 기자로 일했다. 동시에 지역에서 학대받는 여성과 임신한 10대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핫라인 활동을 지속했다. 1970~1980년대 내내 개인적으로 비교종교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했다. 모리스 미술관 광물학회 회원이자 뉴저지 지구과학협회의 트레일사이드 광물 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했고, 40여 종의 책을 썼다. 『여성을 위한 상징 사전』과 『여성을 위한 신화 사전』은 그중에서도 대표작으로 1986년 첫 출간 당시 영미권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그 후 3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개정되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미국 휴머니즘협회에서 '올해의 여성 휴머니스트'로 선정되었고, 199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부터 '역사를 만든 여성들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도합 100쇄를 넘게 찍으며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흑설공주 이야기』 1, 2권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94세로 정정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번역 여성 상징 번역 모임

ㆍ 황선애
독일 뮌휀에서 독일 현대문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다수의 한국 소설과 동화를 영어로 옮겼고, 그 외 독일어와 영어 번역 일을 해왔다.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에서 함께 공부하며 번역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공저), 옮긴 책으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진보』와 『비판적 에코페미니즘』(공역) 등이 있다.

ㆍ 박재연
서울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파리에서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공부했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자리에서 예술의 의미와 쓸모에 대해 쓰고 말하고 나누는 일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 『모던 빠리』, 『돌봄과 작업』(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패신저 파리』,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공역), 『빛의 아틀리에』 등이 있다.

ㆍ 김희진
대학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편집자로 24년째 일하고 있다. 2017년부터 독학으로 상징 공부를 해왔다. 지은 책으로 『돌봄과 작업』(공저), 『사회과학책 만드는 법』, 『돌봄 인문학 수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공역) 등이 있다.

ㆍ 최리외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악인의 서사』(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벌들의 음악』,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Y/N』 등이 있다.

ㆍ 이미숙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공저), 옮긴 책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신』(공역) 등이 있다.

ㆍ 박유진
미술기획자. 지은 책으로 『점(占) : 아시아, 참여, 예술』(공저)이 있다.

목차

  • ㆍ 추천의 말
    ㆍ 편집자의 소개글
    ㆍ 일러두기
    ㆍ 서문
    ㆍ 1 원과 타원
    ㆍ 2 선 모양
    ㆍ 3 삼각 모양
    ㆍ 4 사각 모양
    ㆍ 5 다각형 모양
    ㆍ 주
    ㆍ 참고문헌
    ㆍ 2권 차례
    ㆍ 이후에 출간될 책들(3,4권)

추천사

  • 바버라 워커가 거의 30년의 세월을 들여 연구하여 펼쳐낸 이 사전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장 온전한 영성이라는 보물을 찾아가는 지도,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일생 신학자이자 종교학자로 살아온 나도 바버라 워커의 사전에서 놀랍고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었다. 타로 연구, 꿈 분석, 신화 연구, 영적인 글쓰기, 자아초월 심리 상담을 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의 많은 여성들, 자신 안의 여성성과 만나고 싶은 남성들, 삶의 통과의례에 관심 있는 모든 남녀노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다른 어떤 설명보다 상징 자체에 대한 설명이 가장 해방적이었다. 신, 영혼, 악마를 포함해 어떤 대상이나 상징도 그 자체의 고유한 성질 때문에 신성하거나 불길한 것이 아니라는 것.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태도로 인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 그러자 불결하다고, 위험하다고, 상스럽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버라 워커는 가부장제로 인해 오염된 여성 상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 세계에는 죄책감과 엄숙함, 공포 대신 기쁨과 관능, 위트가 흘러넘친다. 그곳에 나의 영혼을 보내 안식을 취하게 하고 싶다.

  • 가부장의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상징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 책은 상징의 뿌리를 점거하고 권력에 시위한다. 독점된 상징(국기와 대기업의 심벌과 아버지 하나님과 그 아들의 십자가)을 모두의 신비로 되돌려 놓는다. 이 책은 가부장 권력의 허상을 불태우는 의례이고 경전이다. 상징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권력의 허상을 낱낱이 불태우고 새로운 우주관으로 안내한다. 잊힌 유산을 끝내 기록하고 공유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책 속으로

성 베드로(페트로스)의 십자가 Saint Peter’s Cross
거의 2000년 동안 로마 교회는 그 창시자로 알려진 성 페트로스(베드로)가 “틀림없이” 자신의 요청에 따라 거꾸로 뒤집힌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가르쳐왔다. 그래서 페트로스의 상징은 거꾸로 된 라틴 십자가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가톨릭 연구자들조차도 이 십자가에 못 박힌 이야기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인정한다. 이는 교회의 오랜 교리 중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 현대의 가톨릭 학자들이 늘 사용하는 표현이다.
사실 성 페트로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심지어 그의 실존 여부조차도 아무도 모른다. 페트로스가 상징적인 열쇠를 얻었다는 「마태오의 복음서」의 구절(16:13~20)은 3세기에 정치적 이유로 위조되어 삽입된 것이다. 애초부터 교황이나 로마 주교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고, 초기 교황들은 대부분 허구였다.페트로스의 행적에 대한 『신약 성경』의 기록과 그의 이름을 딴 서신들조차 외경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거꾸로 된 십자가의 상징은 중세 시대에 흥미로운 방향으로 발전했다. 페트로스 전설에 나오는 거룩한 기운을 간직하는 대신 불경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교회 권력은 마녀들이 십자가를 거꾸로 뒤집어 경멸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마녀들은 그리스도를 부인했는데, 중세 종교재판관들(이단심문관들)은 이를 화형에 처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끔찍한 범죄로 간주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것은 페트로스도 하룻밤에 세 번이나 했던 일이다.(「요한복음」 18:17~27) 이는 부끄러운 이야기임에도 그리스도의 용서의 능력을 널리 보여주는 일화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페트로스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교회는 이 같은 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다.(4장, 사각 모양)

출판사 서평

* 여성과 관련된 상징의 역사를 망하라는 이 매력적인 안내서의 구성
1. 독특하지만 핵심을 꿰뚫는 21개의 섹션으로 구성
2. 매 섹션 앞에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별도의 해설(각 장의 서문)
3. 753개의 방대한 표제어(항목)와 찾기 쉬운 상호참조 표시
4. 저자가 직접 그린 636개의 독특하고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

“물론 이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분들이 종교인들뿐인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인류의 마음(정신)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지적인 호기심을 지닌 모든 독자들에게도 무척 유용합니다.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고대인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신화와 상징을 재료로 수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모든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이 책에서 영감을 듬뿍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특정한 상징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될 때 우리의 무의식이 반응하는지(기뻐하는지) 이해한다면, 우리는 상징의 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들, 인류의 모든 마음의 역사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편집자의 소개글」 중에서)

종교가 무너진 시대,
개인과 공동체의 영혼을 돌볼 자원은 상징에서 나온다

종교의 일차적 목적은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의 영혼과 몸과 마음, 생각을 돌볼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감정과 사고, 실천(행위)은 가장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종교는 개인을 공동체, 세계와 연결하고 인간을 자연과 연결하며 산 자를 죽은 자와 연결한다. 이러한 연결이나 통합 없이 인간의 영혼, 몸과 마음은 본연의 기능을 건강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늘날 개인과 공동체가 종교를 영적 돌봄의 도구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큰 장애물은 기득권화한 종교 권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 아닌 혐오에, 또 영적인 성장이 아닌 부귀영화를 누리는 일에 모범을 보이는 종교 지도층을 보면서 종교기관에 애정과 신뢰를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극우 집회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는 종교 지도자들,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신도들을 혐오 집회로 이끄는 교회의 행태는 종교를 구태적인 사회악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여성들, 어린이들, 소수자들은 이런 보수적이고 권력적인 종교 제도로 인해 더 많이 소외되고 더 많이 고통받아 왔다.
바버라 G. 워커가 상식적인 현대인들을 위해 쓴 이 책은, 인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종교적·인문학적·예술적 도구상자(금광)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신론자인 바버라 워커에 따르면 상징이란 인간의(인체의) 피드백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 시각적, 관념적, 심리적 실체로 무의식을 통해 전 인류가 공유하고 언어이기도 하다. ‘상징’은 이미 비교종교학이나 심층심리학에서 많은 연구와 기록이 이루어진 주제이다. 카를 융, 마리아 폰 프란츠, 조지프 캠벨 등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또 신화학의 관점에서 고대인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동서고금의 신화와 종교 서사에 반영되어 있으며 또 개인의 꿈과 환상을 통해 매일 반복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융 학파에 따르면 무의식의 언어이자 인민이 바로 상징이여, 의사소통의 수단이 바로 꿈인 것이다.”(『인간과 상징』 머리말 중에서, 존 프리먼) 이 책에는 인류의 종교적 열망과 함께 시작된, 1만 년에 가까운 상징의 역사가 겹겹이, 층층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오랜 상징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여성적 영성의 맥락을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가부장제의 종교적·정치적 지배 권력은 늘 상징들을 독점하고, 그를 통해 대중의 마음을 통제하고자 해왔지만 늘 실패했다. 이 역사를 살피는 것은 가장 깊은 내면에서부터 우리를 억압하거나 북돋우는 힘을 알아차리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은 상징 언어를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통상의 종교 상징이 태곳적 여성 중심 사회 시스템에서 도난당해 가부장적인 맥락 속에서 재해석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 수천 년 이어져온 가부장제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은 여성적인 상징들을 회복하고 이를 여성들의 관심사에 알맞게 재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령 삼각형은 그리스도교의 성부, 성자, 성신의 삼위일체처럼 태초의 처녀, 어머니, 노파(지혜로운 할머니)의 삼위일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연대적으로 훨씬 더 앞선다는 점에서 후자의 해석이 좀 더 매력적이다.”(「서문」 중에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가부장적 사고의 어리석음을 깨닫기 시작한 오늘날, 상징의 세계에는 오래된 개념들이 여전히 남아 재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원형은 우리가 민주적이라고 여기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여기에는 머리와 꼬리도, 높고 낮음도 없다. 항상 남근주의적 함의를 갖는 십자가와 달리 원형 상징들에는 지위를 나눌 수 있는 단서가 없다. 위, 아래, 왼쪽, 오른쪽은 전체론적인 이상 안에서 탄생과 죽음, 빛과 어둠, 천국과 지옥을 연결하면서 깨지지 않은 연속체 속의 부분들로만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오래된 여성적 비전이다.”(1권 1장 「원형과 타원형」 중에서)

여성주의적 관점부터 생태주의적 관점까지,
토속종교에서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

이 책은 종교가 권력화되기 이전, 토속종교의 가르침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제도화된 종교의 교리와 차별화되는 토속종교의 특징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먼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깊은 경외를 들 수 있다. 저자는 많은 상징들이 섹슈얼리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성은 항상 인간의 강렬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상징들은 대체로 인간이 영원히 근심하고 몰두해야 하는 주제들을 다루는데, 건강, 부, 다산, 권력,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힘, 식량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그런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언어가 생존을 위해 사람들과 원활히 소통하려는 어린아이의 욕구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상징은 인간의 욕구와 소망에서 끓어오른다.” 특히 여성의 성적 욕구와 능력은 인간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고대인들은 이를 가장 위대한 창조성으로, 모든 신성의 가장 기초가 되는 힘으로 여겼다. 특히 여성들의 생리혈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숭배되고 여성 생식기관을 도식화한 삼각형은 가장 신성한 형태로 여겨졌다. 요니 문양, 물고기 부레(베시카 피스키스) 같은 또다른 여성 생식기 모양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여러 문화권에서 신성한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또 희생제의 전통에서 구세주(희생양)의 피를 흘리는 것이 부활과 재생의 상징이 된 것이나 핏빛(자주색/보라색)이 후대의 종교에서까지 신성한 색깔로 여겨진 것도 이러한 사고방식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둘기다. 그리스도교에서 평화와 순수와 창조적 로고스, 성령의 상징으로 채택되었지만 고대 힌두교의 파르바티와 ‘어머니 아프로디테’ 토템 신앙에서 비둘기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나타냈다. 이것이 모든 창조적 행위의 선결 조건이라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가부장제가 도래하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부정하는 문화가 생기자 이 상징은 악마화되거나, 혹은 성적인 의미를 박탈당한 채 새로운 의미를 담고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되었다.”(「서문」 중에서)

“여신은 원래 삼위일체다. 여신의 가장 오래된 모습이 처녀Virgin, 어머니Mother, 노파Crone의 세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성의 삶이 세 가지 상태 또는 페르소나(인격위)를 모두 거치지만 그 여성은 한 사람이듯 이 세 가지 측면은 같은 하나였다. 이 삼각형 여신은 초기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자들에게까지 받아들여졌는데 이들은 그 여신을 ‘여성적인 프로테노이아’라고 부르며, ‘홀로 존재하지만’ 세 이름을 갖는 존재이자 ‘완전한’ 존재로서 숭배했다.”(1권 3장 「삼각형」 중에서)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일상적인 살림 및 돌봄 노동과 그로 인해 여성들이 지니게 된 삶의 지혜에 대한 깊은 존중이다. 태곳적에도 여성들은 집이나, 그릇, 항아리 등의 도구들을 소유했고 그 물건들의 주인으로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을 정성껏 수행했다. 아이를 받고 보살피는 일, 실을 잣고 옷을 만드는 일, 집안의 화로를 보살피는 일, 삶의 중요한 단계인 통과의례를 챙기는 일, 음식을 하고 집안을 깨끗이 하는 일들이 정성껏 반복되면서 살림 및 돌봄 노동은 신성한 의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 사람의 탄생, 결혼, 죽음과 관련된 중요한 의식들을 종교 기관이 장악해, 토속신앙의 일부였던 의식들은 이제 사소한 오락이나 상업적인 장사판이 되었다. 카니발, 오월제, 밸런타인, 핼러윈, 부활절 달걀 찾기, 한여름의 모닥불 축제, 추수감사 축제, 율(동지) 의례, 새해 전야제 등등이 그 예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흔적들을 잘 살펴 고대의 어머니-여사제들이 일상을 어떻게 신성하게 만들었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적인 물건을 신성하게 사용했던 옛 전통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상징과 다양한 생활방식을 기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종류의 의미로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그렇다. 가부장 사회에서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여성들은 집에서 늘 의례와 관련된 행동에 애정을 쏟기 때문이다. 옛날 옛적 여성의 일은 끝도 없이 이어졌겠지만, 그럼에도 그 일들은 신성한 재료들과 신성한 행동들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기억하자.”(2권 7장 「일상에서 사용되는 신성한 물건들」 중에서)

“남성에게 신성한 여왕과의 결혼이 통치권의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은 여성이 토지와 집을 소유하고 남성은 결혼을 통해서만 재산을 관리할 자격이 주어졌던 시대로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다. 사막 유목민들 사이에서도 천막은 여자들의 소유였다. 이슬람 이전의 아라비아 여성들은 천막의 배치를 바꿈으로써 남편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표현했다. 아내가 문이 서쪽을 향하도록 천막을 돌려놓으면 남편은 쫓겨나 출입이 금지되었다. 성경에 기록된 노아가 ‘천막 안에 이불을 덮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도 원래는 ‘그녀의 천막 안에’라고 명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천막이 노아 아내의 소유였기 때문이다.(2권 8장 ‘신성한 결혼’ 중에서)

이 책에 따르면 아기에게 세례를 주는 것도, 원래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어머니의 특권과 모성에 중심을 둔 의식이었다. 어머니들은 아기를 낳으면 가슴에서 젖을 짜내면서 아기의 이름을 불렀다. 이런 관습을 확장하여 유럽 토속신앙에서는 무생물에게조차도 이름을 지을 때 젖이나 우유로 세례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를 모방한 어른들의 세례 의식은 항상 상징적 차원에서 자궁에 다시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이는 양수를 통과해 새로운 탄생에 도달하는 일이었는데, 종종 새로운 의식용 이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세례가 어머니들이 아닌 사제들의 일이 되면서, 사제들의 세례를 받지 않은 아이들은 악마적인 “어둠의 아이들”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그래서 임신부들은 모성을 축복받는 대신 악마의 소굴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와 반대로 토속신앙에서는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은 프라우 홀다(헬) 여신이나 페레타 여신이 돌봐준다고 믿었다.

“오스트리아 농민들은 계속해서 교회 세례의 마법보다는 마녀 산파의 마법을 믿었다. 제사장이 유아에게 세례식을 거행할 때조차 그들은 한편에서 나이든 현명한 여인(크론)들이 특별한 역할을 담당해 주기를 바랐다. 이 노파들은 죽음을 뜻하는 검은 색의 끈을 빼내고 빨간색과 흰색의 끈을 엮어 만든 전통적인 ‘생명의 실’을 붙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나이든 현명한 산파는 비밀리에 조산사 역할을 하면서도, 매듭과 줄의 마법으로 여성 삼위일체를 불러내 아기를 보호하는 고대 여사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신성한 색깔 참고) 실제로 정확히 “목욕 의례를 거행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밥테스’라는 명칭은 원래 코티토라는 트라키아식 이름을 가진 여신을 섬기는 제사장의 칭호였는데, 코티토는 노파(크론, 하그)의 또 다른 버전이다.“(2권 8장 「의례」 ‘세례’ 중에서)

마지막으로 특히 기후위기의 시대 더 주목해야 할 토속종교의 중요한 관점은 삶과 죽음의 연결,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연결이다. 자연은 늘 풍요롭거나 늘 파괴적이지만은 않기에 토속종교에서는 그 두 가지 과정을 모두 담고 있는 전체로서의 자연을 존중하고 경외한다. 선과 악을 근본적으로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커다란 전체를 이루는 각각 다른 국면이자 측면임을 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발달시켜온 종교는(특히 그리스도교는) 빛을 숭상하고 어둠을 멸시하는 극단적인 이원론으로 치우치게 되었다. 지나치게 밝은 빛만 좇는 현대의 종교들은 그만큼 큰 어둠을 그림자로 지니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토속종교의 여신들은 창조자인만큼 파괴자로서도 기능하며 통합적인 면모를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다. 가령 현대의 대중문화에서 종종 못생긴 늙은 마녀로 그려지는 하그는 이러한 파괴자 여신의 측면을 지닌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하그(하기아)는 그리스도교 이전 유럽의 여성 샤먼 또는 모계 족장으로서 자연, 치유, 점술, 기술과 예술, 여신의 전통에 박식한 ‘거룩한 여인’ 혹은 지혜로운 여성을 뜻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악마화되고 경멸적인 의미로 폄훼되었지만, 이전에 이들이 지녔던 영적 권위의 흔적은 계속 이어졌다. 가령 16세기 영어 문헌에서 ‘하그’는 ‘요정’과 동의어였고, 새해 축제는 ‘하그메나(하그의 달)’라고 불리기도 했다. 크론(지혜로운 노파)이라는 말처럼, 하그 역시 한때는 여신의 영혼을 품은 노년 여성을 뜻했다. 완경 후 몸 안에 남은 “지혜로운 피”가 위대한 지혜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던 것이다.

“인도의 위대한 여신 칼리의 명상 표식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모성에 대한 두 가지 상징을 포함한다. 배경에는 네 방향과 네 바람, (태고의) 네 강 등을 지닌 세계를 나타내는 사각 기호가 자리 잡고 있다. 여신 칼리의 기호 안에 있는 꽃잎 여덟 장 달린 연꽃은 사랑과 영양을 주는 여신의 측면을 표현한다. 한편 검은 오브(구체)는 그녀가 파괴자, 어두운 밤 어머니(끝내 모든 것을 자신의 비존재 혹은 우주 틈새 혼돈의 자궁 속으로 집어삼켜 버리는)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아래를 향하는 삼각형 요니 얀트라가 있는데 여기에는 빈두(점)라고 불리는 새로운 생명의 불꽃이 진주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영원한 여성적 원리를 따라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생명의 세계가 태어날 것을 약속한다는 의미다.”(2권 9장 「신적인 존재」 ‘칼리 얀트라’ 중에서)

또 세계 각지에서 동지, 율, 크리스마스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의례는 모두 다 북반구의 혹독한 겨울을 맞아 삭막해진 주변 풍경이 다시 봄의 생기를 되찾게 되리라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고 있는 의례이다. 아득한 태고의 동지제의 자취를 담고 있는 이 크리스마스(율 축제)에도 이러한 죽음과 재생의 연결이라는 상징체계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이 상징체계에 정동적으로 반응해 한겨울에 태어난 작은 아기 예수의 거룩한 탄생 신화에 감명을 받는다. 예수라는 구세주, 구속주는 오시리즈, 탐무즈,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거룩하게 탄생하고 영광을 누리다가 죽음을 당하고 마침내 죽음에서 재생한다. 이 이야기는 원래는 순환적인 종교에 속하며 이 순환적인 종교에서 신-왕의 죽음과 부활은 영원히 반복하는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 예수가 부활하여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다고 주장하더라도 우리는 이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의례에서 탄생과 죽음과 부활의 순환이라는 태곳적 믿음의 흔적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8850225
발행(출시)일자 2024년 12월 13일
쪽수 228쪽
크기
153 * 210 * 22 mm / 52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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