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2010년대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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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방탄소년단, 어용 언론 운동, 탁현민, 캠프 공화국
이 책의 시리즈 (5)
작가정보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MBC의 흑역사』, 『공감의 비극』, 『정치 무당 김어준』, 『퇴마 정치』, 『정치적 올바름』, 『좀비 정치』,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부족국가 대한민국』,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8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등 300권이 넘는다.
목차
- 제1부 2016년
제1장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중단
“대통령이 더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나” · 17 “‘헌법보다 의리’라는 친박(親朴)들” · 19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 · 20 “‘대책 없는’ 정부의 개성공단 손실 보전 대책” · 22
제2장 박근혜의 ‘국회 심판’과 ‘배신자 응징’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 · 26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공천 학살’” · 28 박근혜의 집요한 ‘유승민 죽이기’ · 30 북한의 ‘백두혈통’, 남한의 ‘친박 타령’ · 33
역사 산책 1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 35
제3장 박근혜를 심판한 4·13 총선
문재인, “호남 지지 못 받으면 대선 불출마·정계 은퇴” · 38 더민주 123석, 새누리 122석, 국민의당 38석 · 41 “박근혜와 친박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 · 42 김종인에게 읍소했던 문재인의 배신인가? · 44 “‘싸가지 없는’ 친박, 보수 시민의 역적됐다” · 47
제4장 새누리당 쇄신의 기회를 망친 ‘친박 패권주의’
“청와대가 세월호 반대 집회 열라고 지시했다” · 49 ‘어버이연합·청와대·국정원·전경련’ 4각 커넥션 · 51 “KBS 보도 검열한 KBS 사장, 간섭한 홍보수석” · 53 새누리당, 쇄신의 기회는 있었건만 · 56
역사 산책 2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 60
제5장 국내에서 더 격렬했던 ‘사드 갈등’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촉발한 사드 배치 · 63 경북 성주로 결정된 사드 배치 지역 · 66 박근혜,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 · 67 ‘사드 반대 성주 군민 촛불집회’의 괴담송 · 69 중국의 전방위적 ‘사드 보복’ · 72
제6장 언론이 열어젖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서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연 TV조선 · 75 ‘우병우 구하기 사태’ 후폭풍 · 77 『조선일보』 주필 송희영 사건 · 79 언론에 처음 등장한 ‘최순실’이란 이름 · 81 정동춘은 ‘최순실 마사지사’였는가? · 84 “TV조선 덕분에 『한겨레』 특종이 가능했다” · 86 “부모를 잘 둔 것도 능력”이란 말의 파장 · 88 어버이연합 “TV조선 시청 거부, 하지만 사랑한다” · 92 언론과 멀어진 것에 대한 박근혜의 후회 · 94
역사 산책 3 온라인 당원이 결정한 민주당 전당대회 · 97
역사 산책 4 한진해운 청산, 어리석은 오판 · 100
제7장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의 충격
“봉건시대에나 있을 일”이라고 했는데 · 102 JTBC 보도에 자극받은 『한겨레』의 ‘오버’ · 105 ‘최초로 박근혜 하야를 주장한 대권 주자’? · 107 5%로 곤두박질친 박근혜 지지도 · 109 ‘김영한 비망록’ 정국의 개막 · 112 KBS·MBC 기자들이 촛불집회에서 당한 수난 · 113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뉴스의 시대’ · 116 왜 이재명은 트럼프·두테르테를 긍정했는가? · 119 문재인의 ‘사이다 시도’와 ‘고구마 인터뷰’ · 121 “박근혜의 무덤을 파, 박정희의 유해 곁으로 보내주자” · 123
역사 산책 5 교통방송은 박원순·김어준에게 전리품이었는가? · 127
제8장 박근혜 탄핵안 국회 통과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 129 박근혜 탄핵소추안 찬성 234표 · 131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 · 133 문재인·이재명의 ‘사이다 경쟁’ · 135 “언론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136 촛불집회 누적 참여자 1,000만 명 돌파 · 138
제9장 소라넷과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소라넷 16년간 무엇을 하고 있었나?” · 141 “살女(려)주세요, 살아男(남)았다” · 143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 · 146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 성폭력 사건’ · 148 메갈리아를 보는 ‘남성 메갈리안’의 시각 · 151 “소녀들은 왕자님이 필요없다” · 152 정의당마저 굴복시킨 반(反)메갈리아 분노 · 155
제10장 ‘K’를 지워가는 K-팝의 세계화
‘한류의 중국화’인가? · 157 ‘쯔위 청천백일만지홍기 사건’의 경고 · 160 ‘다국적 아이돌’ 시스템에 대한 의문 · 162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을 재현한 〈태양의 후예〉 · 164 “미디어 공룡 CJ E&M의 그늘” · 167 방탄소년단의 등장 · 170 ‘BTS is not K-pop’ 논쟁 · 172 탈북 유도하는 ‘북한의 한류’ · 175
제2부 2017년
제1장 박근혜, “날 끌어내리려 오래전부터 기획된 느낌”
“국민 분노에 불 지른 대통령 신년 간담회” · 181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는 박근혜 대리인단 · 183 “대통령이 수석들 모아놓고 거짓말 모의했다니” · 185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구속 · 187 “‘경제 공동체’는 엮어도 너무 엮은 것” · 189 “관제 데모는 정치공작이나 다름없다” · 190
제2장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정치 팬덤 전쟁
이재명 “TV조선 반드시 폐간시킬 것” · 193 “주한미군 철수 각오하고 자주국방정책 수립해야” · 196 문재인의 ‘문자 폭탄 팬덤 정치’ · 199 이재명의 ‘문자 폭탄 내로남불’ · 201 “지난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 · 202 문재인 비리 의혹과 이재명의 공격 · 205 이재명의 ‘기득권 타도’ 대선 출마 선언 · 208 ‘혜경궁 김씨’의 문재인 인신공격 논란 · 211 이승만·박정희 묘역은 방문하지 않은 이유 · 213
제3장 특검과 탄핵심판을 둘러싼 살벌한 풍경
“최순실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았다” · 215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구속 · 217 김평우,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 219 박영수 특별검사팀, 90일간의 활동 종결 · 221
역사 산책 6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사건 · 223
제4장 헌법재판소, “대통령을 파면한다”
김평우 “쓰레기 소추장”, 조갑제 “쓰레기 언론” · 226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대통령을 파면한다” · 229 역사는 ‘3·10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인가? · 232 박근혜 “왜 더러운 사람 만드냐” · 233 세월호 인양, 박근혜 구속 · 235
역사 산책 7 문재인의 “미안하다 고맙다” 사건 · 238
제5장 문재인과 이재명의 살벌한 경쟁
토론하자는 이재명, 피해 다니는 문재인 · 240 “박근혜 탄핵 기각 시 승복할 수 없다” · 243 “A를 물으면 A를 답해야지, 왜 B를 말합니까” · 245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정치적 내분(內紛) · 246 문재인의 ‘묻지 마 식 영입’을 비판한 이재명 · 249 문재인 캠프의 ‘부산 대통령’ 논란 · 252 문준용의 취업 특혜 의혹 제기한 이재명 · 254 호남 경선장 분위기를 압도한 손가혁 · 257
제6장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어용 언론’ 운동
문자 폭탄과 악플은 ‘양념’이라는 문재인 · 260 ‘도덕적 우월감’으로 인한 ‘역지사지’ 결여 · 263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 선언 · 265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 267 “나는 어용 국민으로 살 거다” · 270 순식간에 2,000명의 독자를 잃은 『한겨레21』· 273 “한경오는 지나치게 친(親)민주당이어서 문제다” · 275
역사 산책 8 홍준표의 ‘돼지 흥분제’ 사건 · 277
제7장 왜 문재인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는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미지 정치’ · 280 경제를 도덕으로 다루어도 되는가? · 282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 285 비정규직 없앤다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 · 287 강한 충격부터 먼저 준 최저임금 정책 · 289 시민이 결정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운명 · 292
제8장 왜 문재인은 그토록 간절히 탁현민을 원했을까?
문재인 정권의 ‘얼굴패권주의’·‘외모패권주의’ · 295 『남자 마음 설명서』 사건 · 297 문성근과 김미화의 탁현민 옹호 · 299 “해일이 밀려오는 데 조개나 줍고 있느냐” · 300 탁현민을 둘러싼 ‘설문조사 전쟁’ · 302 “진영 논리는 성(性) 무뢰한의 마지막 도피처” · 304 “대한민국은 야만의 시대”이긴 한데 · 306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가 가능한가” · 308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남자들’” · 310 “문재인의 성공이 너무 절박하기에 미치겠다” · 312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해임 운동 · 314 “‘베스트 청원’이라는 슬픈 광기” · 317
제9장 문재인의 외교, 대북정책, 적폐청산
시진핑,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 · 320 문재인, “김정은의 핵개발은 방어용” · 322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캠프 공화국’ · 324 “공공기관 가실 분~ 회신바랍니다” · 326 문재인 정권과 검찰의 살벌한 적폐청산 수사 · 328 서울고검 검사 변창훈의 자살 · 330 문재인의 중국 방문과 지나친 저자세 · 332
역사 산책 9 삼성 장충기 문자 청탁 사건 · 336
제10장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을 폐기한 문재인
MBC PD 최승호의 다큐 영화 〈공범자들〉 · 338 경영진 교체를 위한 MBC·KBS의 동시 파업 · 340 72일간에 걸친 파업 종료 · 342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 잔혹사’ · 343 문재인의 이해할 수 없는 일탈 · 346
역사 산책 10 수능을 일주일 연기시킨 포항 지진 · 350
제11장 한류의 새로운 문법은 팬덤과 소통
“한류는 국가적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는 미신 · 352 독립PD에게 ‘앵벌이’를 강요하는 착취 · 355 한류를 키운 ‘중국 한한령의 축복’ · 357 BTS의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수상 · 359 한국어를 알 필요는 없지만 배우고 싶다 · 362 ‘한류의 새로운 문법’은 팬덤과 소통 · 364 이제 한류의 중심은 SNS의 상호성이다 · 365
주 · 369
책 속으로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월 10일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이날 오후 5시 통일부 장관 홍용표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더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용표는 “남북한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명 발표에 맞춰 북쪽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보했다. 「제1부 제1장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중단」(본문 20~21쪽)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우선 당장 가시적으로 거세게 드러난 건 국내의 지역적·정치적 반발과 갈등이었다. 야당은 한미 군 당국이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 발표한 데 대해 “졸속 결정”, “안보 도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당 대변인 이재경은 구두 논평에서 “사드 배치 결정부터 부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졸속”이라며 “왜 이렇게 졸속적으로 급하게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 21명은 경북 성주로 사드 배치 지역이 결정되자 입지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당한 보상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반발했다. 「제1부 제5장 국내에서 더 격렬했던 ‘사드 갈등’」(본문 66~67쪽)
‘애국보수’ 논객 조갑제는 12월 23일 출간한 『언론의 난: 마녀사냥·인민재판·촛불우상화·졸속탄핵·오보와 왜곡』에서 “한국 언론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최순실 마녀사냥, 대통령 인민재판, 촛불우상화를 주도한 것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주류 언론이었다. 신문과 종편TV를 입체적으로 동원한 폭로성 집중 보도는 감정적이고 적대적이며 주관적이었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한 선동 일변도였다. 오보나 왜곡으로 밝혀져도 바로잡지 않았다. 한국 언론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반면, KBS 15년차 이상 기자 104명과 29기 이상의 중견 PD 251명은 12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쓰고 있는 이 거대한 탄핵 정국에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 영향력·신뢰도 1위’라는 KBS는 아무 존재 가치를 드러내지 못한 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국민은 KBS도 탄핵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해결책은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는 것이다. 고대영 사장 퇴진만이 답이다”고 촉구했다. 「제1부 제8장 박근혜 탄핵안 국회 통과」(본문 137쪽)
2017년 2월 22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변론에서 박근혜 측 변호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內亂)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도 했다. 이날 박근혜 측 변호인단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포함한 재판부와 국회 소추위원단을 향해 “(서로) 편을 먹었다”는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국회 측 소추위원단을 향해서는 “북한식 정치 탄압”, “국회가 야쿠자”라는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제2부 제3장 특검과 탄핵심판을 향한 살벌한 풍경」(본문 219쪽)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론’은 그가 2002년에 역설했던 “해일이 일고 있는데 겨우 조개나 줍고 있냐”는 ‘조개론’ 또는 ‘조직보위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이는 성폭력 등과 같은 페미니즘, 아니 인권 의제들도 문재인 정부의 이해득실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론’은 사실 진보언론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7년 전인 2010년 6월 해학과 풍자를 담는 「한홍구-서해성의 직설」난에 쓰인 ‘놈현 관 장사’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한겨레』 절독’으로 압박하면서 『한겨레』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게 하는 데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언론을 압박해 ‘어용 언론’ 역할에 충실하게끔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제2부 제6장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어용 언론’ 운동」(본문 266~267쪽)
문재인 정권은 이전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았던 최승호가 MBC 사장이 된 건 방송민주화의 승리요 업적이라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방송노조를 정치화해 민주당의 동맹 세력으로 묶어두는 효과를 낸 것으로 공영방송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 그건 금태섭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방해한 부분을 그때 수사를 방해받았다는 검사들이 바로 다시 수사하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것처럼, 복수 또는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위험성을 내장한 것이었다. 문재인의 이해할 수 없는 일탈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정권 출범 전 당론으로 채택한 이른바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을 무산시켰다.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은 여당이 이사회를 독식하거나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모처럼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개혁 조치였다. 「제2부 제10장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을 폐기한 문재인」(본문 346~347쪽)
출판사 서평
지난 10년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그 모든 것은 어떻게 달려왔는가?
우리가 살아왔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현대사는 역사의 출발점이자 결승점이다. 끊임없는 선택 속에 지금 내가 살아가야 하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는 역사학계에서 찬밥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민감한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강준만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면서도 그 나름의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참여의 마당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독보적이다. 지금의 ‘나’를 이룬,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한국인의 ‘보물창고’와 같다.
1945년 8월 15일 정오부터 봉준호의 〈기생충〉까지 75년의 역사를 촘촘히 담아낸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대중문화·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현대 한국인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삶과 역사의 무대를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이를 위해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방대한 주석에 당시의 현장을 포착한 사진, ‘역사 산책’ 코너 등을 통해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恨)과 욕망의 폭발’(1940년대), ‘극단의 시대’(1950년대), ‘기회주의 공화국의 탄생’(1960년대), ‘수출의 국가종교화’(1970년대),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1980년대), ‘분열은 우리의 운명, 연대는 나의 운명’(1990년대), ‘노무현 시대의 명암’(2000년대), ‘증오와 혐오의 시대’(2010년대) 등 각 시대를 지배했던 정서와 구조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주제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진보’의 이름으로 새로운 가치를 선점할 수 있듯이 극단과 궁핍의 시대를 살아남아야 했던 과거 세대의 ‘아픔’도 함께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준만은 한국 현대사가 ‘인간’을 배제했던 역사라고 간파하며 ‘인간’의 복원,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이념과 세대의 새로운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증오와 혐오의 시대’였던 2010년대
2010년대는 ‘증오와 혐오의 시대’였다. 즉, 2010년대는 열정은 들끓고 눈에는 핏발이 선 시절이었다. 서로 마주 보며 적대감을 발산하면서 오직 자기편만이 옳다고 부르짖었다. 정치 팬덤이나 정치·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 어떤 숭고한 뜻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그 뜻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나 세력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먹고산다. 다시 말해 이들은 반대편이 증오를 필요로 하는 대상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한 ‘악마화’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증오와 혐오를 정당화했다. 이들의 경쟁력은 누가 더 증오와 혐오를 잘 부추겨 사람들을 광기의 수준으로 몰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들의 증오는 오직 우리 편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에 의해서만 활성화될 뿐이다. 그러니 증오와 혐오를 발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와 더 화끈한 콘텐츠를 제공해달라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타급 정치군수업자들은 돈도 벌면서 소비자의 사랑과 존경까지 누리는 정신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2010년대의 메인 테마인 ‘증오와 혐오의 시대’는 2020년대까지 이어졌으며, 이제는 아예 한국 정치의 구조적 속성으로까지 자리 잡을 기세다. 증오와 혐오가 아예 없는 세상은 가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증오와 혐오가 정치의 근본적 동력이자 일용할 양식이 되는 세상을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0년대를 지배했던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은 하나같이 관용과 자제는 없었다. 관용과 자제가 없었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뜨거운 촛불 민심에 의해 세워진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관용과 자제는 없었다. 당시 야권 정당들이 문재인 정권을 ‘연성 독재’라고 부르는 것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2022년 윤석열이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집권 후에도 계속 실천했다면, 증오와 혐오의 열기는 가라앉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을 능가하는 내로남불의 화신처럼 행세함으로써 오히려 증오와 혐오의 열기를 뜨겁게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
『한국 현대사 산책 2010년대』는 모두 5권으로 구성되었다. 제1권은 2010년과 2011년, 제2권은 2012년과 2013년, 제3권은 2014년과 2015년, 제4권은 2016년과 2017년, 제5권은 2018년과 2019년의 역사를 담아냈다. 강준만은 이 책이 역사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지향하는 ‘편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좌우나 진보·보수 가운데 어느 한쪽을 편드는 편향성 대신 화이부동과 역지사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2010년대는 과거 그 어느 때 못지않게 ‘정치의 최소화’가 아닌 ‘최대화’와 ‘극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였다. 그만큼 진영 논리에 따라, 어느 편이냐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이 극단적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리 스토커는 “정치는 진실을 추구하거나 누가 옳은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건설적 방법이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증오와 혐오가 없는 ‘냉정’이다. 더불어 우리 편과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2010년대를 지나온 우리가 알아야 하는 교훈이자 이념이다.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의 충격
박근혜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뜬금없이 개헌을 하겠다고 발표한 그날 저녁 JTBC는 최순실이 박근혜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첨삭했다는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를 했다. 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명백한’ 물증이 나타난 첫 장면이었다. 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 “연설문을 고쳐놓고 문제가 생기면 애먼 사람을 불러다 혼낸다”는 증언까지 쏟아졌다. 다음 날 아침 박근혜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으며, 개헌 이야기는 하루도 안 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박근혜의 개헌 카드는 JTBC 보도를 감지하고 부랴부랴 던진 것이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들에서 800억 원 상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혐의 등으로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구속수감되었다.
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최순실·박근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권을 챙기려 한 최순실 조카 장시호와 이를 지원한 혐의를 받은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종이 구속되었다. 전 새누리당 의원 정두언은 “최태민, 최순실, 박근혜 드라마는 앞으로 50년 후, 100년 후, 1000년 후, 2000년 후 계속 연속극 드라마의 주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 청문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4%로 떨어지고 국민의 80%가 탄핵을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었고, 국회의장 정세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 없는 세상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했다. 이른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34세의 남자가 23세의 여자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20대 여성을 향한 추모 열기가 강남역 10번 출구를 거점으로 시작되었다. 주요 추모 형식은 추모자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부착이었다. ‘살女(려)주세요, 살아男(남)았다’, ‘여자라서 죽었다’ 등 쉽게 잠재적 범행 대상으로 지목되는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표출되었다. 이 사건은 대표적인 ‘여성 혐오’ 살인사건이었다.
서울을 포함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부천, 울산, 청주, 전주 등 전국 곳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붙은 포스트잇은 5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약 4만 장에 이르렀다. 서울 신촌 거리에서는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각인 새벽 1시까지 8시간 동안 릴레이로 발언을 한 42명의 연설자는 성폭행·성추행·성희롱 경험, 뿌리 깊은 가정 내 (성)폭력, 대중교통과 공공장소 등에서 겪는 일상적 성폭력, 외모 압박, 여성 비하적 발언 등에 얽힌 경험담을 쏟아냈다. 강남역에 모인 많은 여성은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말했지만, 신촌에 모인 42명의 연설자는 “나는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사실 죽어가고 있다”며 “반드시 함께 살아남자”고 말했다.
문재인의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미지 정치’
문재인은 대통령 취임 3일 만에 첫 대외 활동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어왔던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공공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먼저 할 테니 기업들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인천공항공사 이벤트’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이벤트는 문재인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유족을 가만히 껴안아주던 모습이었다. 문재인이 집권 기간 내내 펼쳐 보일 화려한 ‘이미지 정치’가 시작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권 홍보용 쇼에 불과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문재인 정부는 전반적인 공공부문 성과를 강조했지만 정작 나라 전체의 정규직화 현황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악화했다는 주장이 2021년에 제기된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였다. 그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면서 비정규직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게끔 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과도한 임금 격차를 ‘능력주의’로 포장해 당연시하면서 방치했다. ‘모든 노동자의 대기업 노동자화’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목표를 진보적인 것이라고 내세우면서 언제 실현될지도 모를 기약 없는 ‘희망 고문’에만 매달렸다. 문재인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을 당시 국가 경영을 맡은 지도자라기보다는 정규직은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선악 이분법을 설파하는 도덕적 설교자였다. 이런 ‘도덕 정치’의 분위기가 전국을 휩쓸었다. 길거리 여기저기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진보 진영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총집결한 것처럼 보였다.
왜 문재인은 그토록 간절히 탁현민을 원했을까?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는 취임 이틀 만인 5월 11일에 첫선을 보였다. 문재인, 임종석, 조국 등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들이 와이셔츠 바람으로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거니는 모습이 언론을 장식했다. 정청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산책 사진을 게시하면서 ‘증세없는안구복지!’란 제목을 붙였다. 탁현민의 존재는 처음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5월 24일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이 설치될 때 기자 눈에 띄어 알려졌다. 언론은 당시 주목을 받은 터치스크린 현황판도 그의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대국민 보고 대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할 만했다. 어떤 질문자가 무슨 질문을 하고 누가 어떤 답변을 할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탁현민이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 기획을 총괄했던 것이다.
하지만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 사건이 터졌다.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와 『상상력에 권력을』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문재인 정부는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 강화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비판했고, ‘탁현민 즉각 퇴출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정현백은 국회 여성가족위 회의에서 ‘탁 행정관의 해임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 요구에 “앞으로도 다양한 통로를 통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재인 지지자들은 “정 장관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문재인을 지키는 탁현민은 무조건 의인이었고, 그가 주도하는 ‘이미지 정치’도 의로운 것이었다. 결국 탁현민을 지키는 데엔 문재인의 못 말리는 고집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후 심화되는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가 과연 문재인에게 득이 되었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59067824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10일 |
쪽수 | 400쪽 |
크기 |
153 * 226
* 26
mm
/ 71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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