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첩의 삶과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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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시대의 다양한 역사적 현장과 인물 속에 숨어 있는 사례들을 하나하나 발굴하여 재구성해 소개한다. 당시 사람들의 일상 속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그간 덜 알려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를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한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자료가 아닌 민간에서 생산한 기록물을 통해 내용을 재현하는 만큼 각 지역의 살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매년 해당 분야 전문가를 집필자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원고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 총서를 통해 생활사, 미시사, 신문화사의 붐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한다.
가족이지만 제도와 이념에 의해 주변화된 첩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할까. 양반의 첩이 되는 경우는 대개 양반의 서녀로 태어나 운명적으로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일 따름이다. 그래서 서녀의 경우는 제도나 이념 등의 공식적인 위치에서 포착되기보다 첩으로 가는 과정적 존재로 언급되는 정도이다. 따라서 첩의 자기 인식이란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자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서녀로 태어나 성장하여 혼인에 이르는 과정의 파편적인 기록을 통해 첩의 자기 인식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첩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과 분투의 기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첩에 관한 연구는 주로 그 소생인 서얼(庶孼)을 중심으로 가족사, 사회사, 법제사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졌고,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첩과 서녀를 규명한 시도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첩 또는 처첩 담론의 기원과 역사에 주목하였다.
이 책의 총서 (40)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가족과 여성의 연구 시각으로 조선시대 사상사를 읽고 쓰는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유교경전의 여성사상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
학술원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고, 여러 대학에서 동양철학 및 한국철학을 강의해 왔다.
지은 책으로 『유교와 여성, 근대를 만나다』, 『또 하나의 조선』, 『신사임당』, 『정절의 역사』, 『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열녀전』, 『여사서』, 『오륜행실도』 등이 있다.
기획 한국국학진흥원
목차
- _차 례
책머리에
들어가는 말
1. 첩의 문화적 기원: 고대 경전 속의 처첩
2. 조선 전기 첩의 이념과 제도화
다처제에서 유교적 처첩제로
적첩 쟁송의 사례들
3. 조선 후기 첩 예론과 담론
예론을 통해 본 첩의 지위
첩을 둘러싼 이야기들
4. 세 유형의 첩
아들을 얻기 위해
생활의 관리와 수발
성애(性愛)의 대상
5. 주어진 삶, 도전하는 의식
서녀로 태어나 첩이 되다
첩의 자기 인식과 도전
나오는 말
주석
참고문헌
책 속으로
다시 말해 처첩제(妻妾制)는 정치 혼인과 애정 혼인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한 남성 측 요구의 제도이다. 처첩제는 인간 재생산과 생물학적 욕구 실현이라는 혼인의 두 가지 큰 의미를 남성에게만 허용한 것이다. 남성에게 있어서 처의 존재는 가족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는 측면에서, 첩의 존재는 생물학적 욕구를 실현시켜 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_24쪽
왕은 이 상소를 조정의 논의에 붙였다. 대신들은 ‘첩을 처로 삼지 말라’는 경전의 말이나 ‘종과 주인은 부부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씨의 처 논정을 거부한다. 왕명을 받은 정창손·한명회·심회·윤사흔·한계희·권감 등의 조정 대신들의 논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_56쪽
한편 서모의 묘를 이장하며 쓴 만사(輓詞)에서 택당 이식(1584-1647)은 생전에 자신에게 어머니로서의 사랑을 베푼 서모를 기렸다. 이식의 서모는 곧 아버지의 첩이다. 첩의 가족 내 역할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적자녀들의 유모 역할, 훌륭한 자질로서 남편에게 총애받는 여인,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가사 관리인, 게다가 타향살이 가족의 어려움을 한 몸으로 살아 낸 여인이다. 아버지의 첩인 서모는 어머니 윤씨와 남편의 사랑을 다투거나 나눠야 할 존재이지만 이식에게는 아버지의 배필로서 자신을 사랑으로 보살펴 준 여자 어른일 뿐이다.
_81-82쪽
첩을 얻는 것은 국법으로 용인된 것이지만 ‘욕망 절제[節慾]’라는 유학 지식인의 정체성에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유희춘(1513-1577)은 지인의 혼사에 참석했다가 신랑신부를 위해 촛불을 밝혀 줄 것을 부탁받고는 사양하는데, 그날 일기에 그 이유를 썼다. “나는 첩을 둔 사람이라 사양했다[余辭以有妾].” 이처럼 성애의 대상으로 첩을 들인 경우 떳떳하지 못했는지 자기 합리화나 자기 변명이 뒤따랐다. 첩을 들이는 양반이 근대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주자학적 이념에 의한 부정적 인식과 양반의 경제력 약화를 들고 있다. 축첩이 성애와 결부된 경우를 말한 것이다.
_106쪽
물건과 인간의 경계인(境界人)에서 여자 인간 최고의 자리 정경부인에 오르기까지 격동의 60년을 보낸 정난정. 그녀를 잡아다 법정에 세우라는 아우성을 뒤로한 채 자살로 삶을 마감한 최후의 순간에 정난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난정이 열어 준 서얼허통은 잠시뿐 강상 윤리의 기치를 내건 ‘적처들’의 반격으로 무산되었다. 천민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 정난정의 성공 신화를 누구라서 비웃을 것인가.
_131쪽
출판사 서평
※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또 양반들의 삶 역시도, 중앙정치에서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히 이야기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가 편찬한 관찬 기록에서는 이들의 일상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그러한 식자층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면서 주변의 이야기도 남겨 왔기에, 우리는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주변인으로 배치되었고, 여필종부나 남존여비와 같은 유교적 가치가 이를 뒷받침했다. 여성은 남편에게만 복종해야 했으나 남편은 여러 아내를 두는 것이 가능했다. 아내는 처와 첩으로 나뉘었다. 처는 명분상 남편과 지위가 동등했지만 첩은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었으며 남편뿐 아니라 남편의 처에게도 종속된 존재였다. 첩은 가족의 일부로 인정되었지만 계보나 권리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되었다. 첩은 양첩과 천첩으로 구분되었는데, 양첩의 자식은 서자녀, 천첩의 자식은 얼자녀가 되었다. “유교 가부장제는 가족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는 측면에서 처의 존재를, 생물학적 욕구를 실현시켜 주는 측면에서 첩의 존재를 배치했다. 이러한 유교 종법제의 처첩 구도가 조선시대 첩의 삶과 담론의 이념적 안내 역할을 한다.” 조선의 양반들이 첩을 두는 목적은 아들을 얻기 위한 것, 가사 관리와 수발을 위한 것,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나뉘었다. 정실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을 경우 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후사가 있는 경우에도 첩을 두는 경우가 있었다. “첩은 가족과 신분이 중층으로 얽혀 있는 여성 존재이면서 조선시대 여성 삶의 한 유형이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첩을 다각도로 읽어 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6843785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02일 | ||
쪽수 | 148쪽 | ||
크기 |
141 * 201
* 13
mm
/ 36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생활사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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