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곡, 춘궁기의 식량과 세금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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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시대의 다양한 역사적 현장과 인물 속에 숨어 있는 사례들을 하나하나 발굴하여 재구성해 소개한다. 당시 사람들의 일상 속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그간 덜 알려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를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한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자료가 아닌 민간에서 생산한 기록물을 통해 내용을 재현하는 만큼 각 지역의 살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매년 해당 분야 전문가를 집필자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원고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 총서를 통해 생활사, 미시사, 신문화사의 붐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한다.
조선의 360여 개 고을에서 항상 정직하고 깨끗하게 환곡제도가 운영될 수는 없었다. 부정부패는 어느 시기에나 존재한다. 법으로 통제를 하려고 하지만 운용하는 사람들은 교묘히 법망을 피해서 부정을 저지른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관을 파직하고,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감찰하고 새로운 지방관을 파견한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발생하는가,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적은 사례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상적으로 순기능을 하는 환곡에 대한 기사는 많지 않다. 그런 상황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은 뉴스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환곡 자료에서 그 이면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뉴스가 보도하지 않는 그 이면을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이 책의 총서 (40)
작가정보
전 전주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선후기 진정과 환곡운영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 논저로 『조선후기 진정과 환곡 운영』이 있다. 여지도서 『강도부』와 『추안급국안』 22-25권(숙종 1-6년)을 번역했다.
기획 한국국학진흥원
목차
- 책머리에
1. 환곡을 바라보는 시각
2. 환곡을 나누어 줄 때의 모습
흉년의 구세주 환곡, 무상 분급의 재원
농민의 절박한 현실과 운용자의 부정과 재원확보: 가분(加分)의 두 얼굴
양반과 아전·하인만이 받을 수 있는 환곡, 별환(別還)
환곡을 출납할 때 잡인을 물리쳐라
3. 환곡을 거두어들일 때의 모습
흉년이 들면 환곡 징수에서 벌어지는 일, 대봉(代捧)
환곡을 납부하지 못하면 양반도 당하는 매질과 죽음
지방관의 자리가 걸린 환곡 징수 임무
4. 잡곡, 쌀 이외의 곡식
보리가 풍작이면 곤란해
흉년이면 찾게 되는 메밀
산골짜기에서 잘 자라는 귀리, 함경도의 주식
5. 환곡의 위기가 깊어 가다
밀린 환곡을 탕감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
친척에게 대신 징수한 환곡이 살인을 부르다
향리 횡령의 두 모습
참고문헌
책 속으로
이처럼 환곡의 이자는 지방재정의 주요 재원으로 기능하고 있었으나, 국가재정이 부족해지자 조선 정부에서는 이를 국가재정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였다. 17세기 전반에 호조 환곡 이자의 10%를 국가재정문서에 기록하였다. 환곡 이자의 10%를 국가재정에 기록했다는 말은 이제까지 지방관이 자유롭게 사용하던 환곡 이자 가운데 10%를 국가가 사용하고, 나머지 90%만을 지방관이 사용한다는 말이다.
_21-22쪽
환곡을 나누어 주는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환곡의 징수도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곡은 크게 두 차례 분급과 징수가 이루어진다. 봄과 여름에 환곡의 분급이 이루어지고, 여름과 추수 후에 징수를 한다. 여름에 수확하는 곡식과 가을에 수확하는 곡식이 환곡으로 운용되었기 때문이다.
_73-74쪽
흉년에 들었을 때 다른 곡물로 대신 징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할 여지는 항상 존재했다. 한 제도가 좋은 의미로 시작했지만 시행 과정에서 관리자와 실무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관리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져야겠지만 또 다른 행위의 부정 행위가 지속된다면, 거시적인 제도의 개선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_94쪽
조선시대 밭농사의 경우, 1년에 2번 농사를 짓고 있어서 흉년이 들었어도 세금을 감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지세가 높고 기후가 추워서 곡식이라고는 귀리뿐인데, 때로는 7월에 서리가 내려서 이것마저 전혀 수확하지 못할 적도 있어, 식생활의 어려움은 함경도 다른 지역보다도 크다고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_151쪽
19세기에 들어서 환곡 총량의 감소가 진행되어 환곡 이자를 재원으로 활용하던 각 기관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환곡의 징수를 강화해 나갔다. 환곡 징수의 강화는 환곡의 징수를 연기해 주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1830년대 후반 이후에는 당해 연도에 새로 분급한 환곡은 징수 유예를 허락하지 않으려 하였으며, 1840년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새로 분급한 환곡은 징수를 연기해 주지 않았다. 환곡의 징수가 강화된다는 의미는 족징과 인징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19세기 중엽에 들어서는 환곡제도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_180쪽
출판사 서평
※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또 양반들의 삶 역시도, 중앙정치에서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히 이야기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가 편찬한 관찬 기록에서는 이들의 일상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그러한 식자층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면서 주변의 이야기도 남겨 왔기에, 우리는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환곡이란 국가가 춘궁기에 농민들에게 곡식을 대여해 주고, 추수 후에 상환받는 제도이다. 고구려 진대법에서 시작한 것이 고려의 흑창과 의창, 조선시대의 환곡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갑오개혁 때까지 운영되었다. 환곡은 농민 보호와 경제 안정에 기여했으며 흉년에는 무상으로 곡식을 나누어 주는 진휼의 기능을 수행했다. 다만 한계도 엄연히 존재했는데 환곡제도의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부패한 관리들에 의한 과도한 이자 징수와 부정행위이다. 18세기 후반 재정 충당을 목적으로 한 환곡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점차 농민을 보호하는 환곡은 줄어들고 이자를 통한 수익으로 기관의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환곡이 늘어났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들은 환곡 운영의 부정적 사례를 고발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환곡제도는 본래의 진휼 기능을 점차 잃어 갔고 19세기 중반 이후 심화된 폐단은 임술민란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삼정문란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이는 일반인들이 환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농민을 보호했던 환곡의 순기능을 도외시하는 것은 환곡을 올바로 이해하는 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환곡의 순기능과 아울러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66843716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02일 | ||
쪽수 | 196쪽 | ||
크기 |
142 * 201
* 15
mm
/ 43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생활사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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