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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꽃밭에서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상 기념시집
샘문시선 1056
고욱향 저자(글)
샘문 · 2024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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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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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시선 1056권. 고욱향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고욱향 시인은 이 시집에서 심전 가꾸기에 더욱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남도의 지리산이 보이는 구례에 살면서 바쁘고 긴장되는 도시 생활을 떠나서 자연과 벗을 하면서 자신의 꽃밭을 소박하게 가꾸는 그녀에게 종교적인 수행의 자세라고까지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그녀의 자세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지극히 겸손하고 소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간이 얼마나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았는지, 이 우주와 더불어 지복을 누렸음에도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의 노예가 되고 자연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스스로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기에 꽃을 찬탄하고 전원생활의 기쁨을 메말라가는 도시인들에게 말하여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욱향

전남 구례군 거주
한국문인협회 구례지부 감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자문위원
(사)샘문그룹문인협회 자문위원
(사)문학그룹샘문 자문위원
(사)한용운문학 회원(샘문)
(주)한국문학 회원(샘문)
(사)샘문뉴스 회원
이정록문학관 회원
지율문학 회원
구례문인협회 회원
한울문학 회원

〈수상〉
한용운문학상 우수상(샘문)
샘문학상 시 등단(샘문)
한울문학 신인상

〈저서〉
높이 나는 새야(샘문시선)
향기에 젖어들다

〈공저〉
태양의 하녀, 꽃 외 다수
〈컨버전스시선집/ 샘문시선〉

목차

  • 고욱향 제3시집

    여는 글 / 4

    제1부 : 내 마음 꽃밭에서
    해당화 / 26
    하얀 목련 / 27
    수양 홍도화 / 28
    장수풍뎅이 / 29
    향기 별꽃 / 30
    내 마음 꽃밭에서 / 31
    어깨동무 / 32
    에키네시아 / 33
    들꽃마루 / 34
    뚱딴지꽃 / 35
    석류 / 36
    자주괴불주머니 / 37
    하늘타리꽃 / 38
    연꽃 / 40
    물레나물꽃 / 41
    파랑새 / 42
    장끼와 까투리 / 43
    탱자 / 44

    제2부 : 노을빛 그리움
    노을빛 그리움 / 46
    노을 / 47
    겸손한 사치 / 48
    유월의 청보리밭 / 49
    할아버지와 리어카 / 50
    엄마 수첩 / 51
    엄마의 마당 / 52
    노랑꽃 창포 어머니 / 53
    누름돌 사랑 / 55
    심장의 노래 / 56
    올챙이 가족 / 57
    대봉감을 깎다 / 58
    겨울 바다 / 59
    청개구리 / 60
    모든 것은 때가 있다 / 61
    덕분에 / 62
    징검다리 / 63
    로또복권 / 64
    지금 몇 시 / 65
    중심 / 67
    어느 할머니의 슬픈 사랑 이야기 / 68

    제3부 : 그리다 만 그림
    그리다 만 그림 / 70
    달개비 여인 / 71
    그리움이 타는 밤 / 72
    고백 / 73
    이별 / 74
    사랑 / 75
    불타는 사랑 / 76
    사랑해 / 77
    지울 수 없는 사랑 / 78
    미련한 사랑 / 79
    봉선화 연정 / 80
    못 잊을 사랑 / 81
    그대여 / 82
    바다 너를 사랑했다 / 83
    애련 / 84
    눈 위에 쓴 편지 / 85
    이끼의 파란 눈물 / 86
    여름 강 / 87
    겨울 연서 / 88
    무지개 / 89
    선물 같은 오늘 / 90

    제4부 : 바람이 전해 주는 말
    소낙비 / 92
    술 한 잔 / 93
    행복한 얼굴 / 94
    중독 / 95
    통증 / 96
    모두가 기쁨입니다 / 97
    거미줄 / 98
    때죽나무 / 99
    오리가족 나들이 / 100
    바람이 전해주는 말 / 101
    고통 / 103
    상처 / 104
    목숨 / 105
    바다의 침묵 / 106
    직박구리 / 107
    입영열차 / 108
    기억을 맞이하는 봄 / 109
    하늘 바람 소리 / 110
    손수건 사랑 / 111
    나는 자유롭다 / 112

    제5부 : 허수아비 축제
    멍에 / 114
    소금 / 115
    이쁜 거짓말 / 116
    버려진 우산 / 117
    달걀 / 118
    천상운집 / 119
    그루터기 / 120
    바보 / 121
    자연 공책 / 122
    갈매기 / 123
    꼬막의 향기 / 124
    코뚜레 / 125
    달팽이처럼 그렇게 / 126
    허수아비 축제 / 127
    땅따먹기 / 128
    사마귀 / 129
    논 물꼬 싸움 / 130
    도담삼봉 / 131
    도토리 한 알 / 132
    흑두루미 / 133

책 속으로

〈여는 글〉

살아온 세월만큼 할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한 문장 한 문장 시편으로 내놓으며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았던 모든 이야기 쏟아내었으나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꽃피우는 시인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편들을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보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형제자매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문단의 문인 여러분, 꽃송이를 사랑하면서 꽃 같은 마음으로 꽃길을 걸어가는 지인님들과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항상 지도편달 해주시고 본 시집을 윤문 감수를 해주신 저의 스승님이신 샘터 이정록 교수님, 회장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또한 샘문시선 출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 문화예술복지재단에 예술인 등재를 도와주시고, 시집 출판지원 업무를 도와주신 담당자님들과 기획, 교정, 교열, 편집, 인쇄, 제본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주신 에디터 등 직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제3시집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보았습니다. 시는 쓰면 쓸수록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모든 분들게 행복을 선물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07일

고운 단풍이 든 지리산자락에서
시인 고욱향 드림

출판사 서평

〈평설〉

비움의 시학에 맺힌 여성성의 빛

- 심종숙(시인, 교수,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1]
시는 마음의 밭에서 시심을 길어 올린다. 그 밭은 처음에는 무無였다. 그러나 인간이 성장해 감에 따라 그 밭은 온갖 것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바른 것이든 바르지 않는 것이든지, 한 인간이 살아오면서 욕망하던 모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욕망의 그늘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도 타인들과도 길항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욕망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이도저도 아닌 것이든 우리 안에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생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것 자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밭 그 자체가 무였으나 그것이 묵정밭이 될 수도 있고 비옥한 옥토가 될 수도 있고 잡초가 수북이 나 있는 밭이거나 좋은 씨앗이 발아하여 성장하고 열매가 맺는 밭일수도 있다. 우리 마음에 뿌려진 씨앗을 어떻게 자라게 하고 가꾸는가는 그 밭의 주인이 하기 나름이다.

고욱향 시인은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을 내면서 이 시집에서는 심전心田 가꾸기에 더욱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남도의 지리산이 보이는 구례에 살면서 바쁘고 긴장되는 도시 생활을 떠나서 자연과 벗을 하면서 자신의 꽃밭을 소박하게 가꾸는 그녀에게 종교적인 수행의 자세라고까지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그녀의 자세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지극히 겸손하고 소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간이 얼마나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았는지, 이 우주와 더불어 지복을 누렸음에도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의 노예가 되고 자연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스스로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기에 꽃을 찬탄하고 전원생활의 기쁨을 메말라가는 도시인들에게 말하여준다.

어쨌든 고욱향 시인은 평범한 삶 가운데서 고운 글의 빛줄기를 잡아서 한 편 한 편 빛의 올을 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시는 읽기에 어렵지도 않고 시법의 기교를 특별히 부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흘러나오는 대로 쓰여진 것 같다. 현대 시가 점점 더 난해해져서 시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중들에게 공감을 주기 어려운 실정에서 고욱향 시인의 시풍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쉽게 이해되면서도 공감과 소통을 하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점도 장점일 것이다.

그녀의 시들은 특별히 시법이나 기교 등의 시학을 공부하여 거기에 맞추어 쓰려고 하지 않았기에 일면 쉬운 듯도 하나 중요한 것은 시의 언어 표현에 있어 그 시인이 살아온 삶의 경험들 속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의식이나 방법이 결국 시편의 중요한 핵을 이룬다는 것, 그것이 그 시인만의 독창성과 창조성으로 이어진다는 필자의 시와 시인을 바로 보는 주안점에는 늘 변함이 없다.

[2]
고욱향 시인의 제3시집 〈내 마음의 꽃밭에서는〉 시집의 구성이 모두 5부로, 제1부 내 마음의 꽃밭에서, 제2부 노을빛 그리움, 제3부 그리다 만 그림, 제4부 바람이 전해주는 말, 제5부 허수아비 축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많은 시편들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시적 에스프리는 첫째 자유와 해방이다. 상처의 치유와 어려웠던 삶에 대한 회고이기도 하고 유년기의 추억을 돌아보기도 한다.(「장수풍뎅이」「징검다리」) 그러니까 기억과 치유가 두 번째 요소이다. 그리고 안빈낙도의 전원생활과 자연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찬탄, 내면에서 올라오는 여성으로서의 생과 사랑에 대한 희구, 죽음을 직면하는 암 환자 병동인 호스피스 병동 봉사활동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은 듯한 낮아짐과 탈욕에서 오는 소박한 시미詩味의 창조(「대봉감을 깍다」「어깨동무」「파랑새」「노을」「겸손한 사치」「할아버지와 리어카」「하늘타리꽃」) 등이다. 이 모든 요소를 감싸고 있는 것은 바로 강한 여성성이며 그것은 자신과 같은 여성인 그녀의 어머니와 이어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한 여성의 사랑이 겹쳐 흐른다.

숲길을 오르다 산에 오르다 보면
알알이 영근 도토리 발밑으로 떨어져
도르르 구른다

바람이 나에게 주는 선물
여기저기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다 보니 다람쥐
양식까지 줍고 말았구나

다람쥐 몰래 도루 내려놓고 나니
그제야 홀가분한 마음
다람쥐 날으는 날쌘 모습에
저 높은 곳에 남은 도토리
빛나는 양식으로 남게 하소서

손에 쥔 도토리 한 알
넘치는 사랑으로 던져준다

- 「도토리 한 알」 전문

이 시는 시인의 일상에서 맞이한 산속 산책길에서 우연히 가을의 열매 도토리를 줍게 되었고 다람쥐의 양식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주운 것을 모두 내려놓는다. 바람과 자연이 주는 선물인 도토리, 그러나 그것은 다람쥐의 양식이 되어야 함을 알고 주운 것을 내려놓는 시인의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남은 한 알의 도토리마저 다람쥐의 것으로 멀리 던져준다. 그 사랑의 한 알을 던지는 시인의 행동은 무욕에 이른 자세를 보여준다. 이 시는 일상의 경험을 통하여 무욕의 삶을 살고있는 시인의 일상을 엿보게 한다. “저 높은 곳에 남은 도토리/ 빛나는 양식으로 남게 하소서”라는 시인의 기원은 천상을 지향하는 이의 천상에 대한 겸허함과 외경감을 드러낸다.

‘양식’은 이 시에서는 도토리의 생을 위한 음식이지만 시를 읽는 이들에게는 영혼의 양식이다. 음식의 양식과 영혼의 양식 이 두 가지를 인간이나 동식물은 먹고 자라고 성장하여 결실을 맺어간다. 생을 위한 양식은 바로 영혼의 양식이기도 하다. 무욕의 마음은 바로 영혼의 양식을 많이 먹은 이가 도달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이익을 구치 않고 남을 위해서 나누어주는 것은 무욕의 영혼을 지닌 나눔 실천을 하는 인간이 보여 주는 태도이다. 이 한 편의 시는 자연과 인간, 자연과 동물,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시이다. 다음으로 「눈 위에 쓴편지」에 나타난 시인의 사랑에 대한 의식을 살펴보자.

하얀 달빛에 날리는 꽃 한 송이
소복소복 쌓이네, 그리움처럼
파란 솔잎 속에 묻혀 나를 사랑하게 해주오
하얀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눈 위에 사랑을 쓰고 싶습니다
사랑의 꽃씨를 심고 싶어요
하얀 눈 위에 쓰는 편지는
햇님이 눈물을 흘리면
모든 하얀 눈들이 녹아 없어질지라도
가난한 내 영혼을 위하여
하얀 설원 편지지에
사랑을 쓰고 싶어요

- 「눈 위에 쓴 편지」 전문

「도토리 한 알」이 무욕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였다면 「눈 위에 쓴 편지」에는 무욕으로 가난해진 나의 마음으로 인해 사랑을 갈구하는 시인의 영혼을 표출하고 있다. 이 시의 세계는 매우 깊고 오묘하다. 동심에 가까우면서도 경지에 이른 어른의 심성이 녹아나 있다. 내리는 눈의 알갱이를 달빛에 날리는 꽃 한 송이에 비유하여 특정화 하고 있다. 수많은 알갱이의 눈이 내리겠지만 그 한 알갱이의 눈꽃을 한 송이의 꽃으로 비유하여 특정화하는 것은 바로 시인 자신이 홀로임을 말한다. 단독자로서 자신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시인의 영혼이 가난해진 것은 절대자나 천상의 세계를 외경하기에 그 대상에 대해 자신은 단독자로 홀로있는 것이다. 그것은 영혼의 상태가 그렇다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비워지고 고독을 스스로 지닌 가난해진 영혼은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랑은 단순히 남성을 그리워하는 여성의 사랑(「장끼와 까투리」「도담삼봉」)과 같은 에로스의 사랑을 넘어서 절대자의 사랑을 구하고 있다.

그 근거는 제2행 “파란 솔잎 속에 묻혀 나를 사랑하게 해주오”라는 기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랑은 상록수인 소나무의 솔잎으로 비유되는 절개와 영원성을 지닌 존재에 대해 사랑을 하려는 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리고 자신이 희구하는 그 사랑이 소나무 잎처럼 영원하길 기원하고 있다. 인간은 사랑하기가 힘이 든다. 아니 인간의 사랑은 조건의 사랑에 가깝기에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에 이르기는 어렵다. 인간이 사랑 그 자체의 존재는 아니지만 사랑 그 자체인 조물주의 피조물이기에 닮아 있어서 사랑의 존재로 거듭날 때야말로 행복에 이르고 생명에 이른다. 사랑 그 자체인 절대적 존재와 완전한 합일, 완전한 닮은꼴에 이른다.

이 과정은 매우 지난하고 자신을 깎아가는 과정이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표현은 참으로 고욱향 시인이 아니라면 표현해내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은 하나의 열렬한 그리움이다. 사랑 그 자체인 존재에 대한 희구이자 영속성을 지닌 그리움이다. 그 존재는 절대자이다. 그다음 부분은 시적 화자 나의 욕망을 드러내는 ‘--싶어요’라는 표현이다. 이것은 3행에 걸쳐 호소한다. 하얀 세상을 보고 싶다는 것과 눈 위에 사랑을 쓰고 싶다는 것, 그리고 사랑의 꽃씨를 심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 가난한 자신의 영혼을 위하여 하얀 설원 편지지에 사랑을 쓰고 싶다고 다시 한번 반복을 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다짐과 더불어 반복을 하여 강조 효과를 높이고 있다.

하얀 세상의 반대는 까맣고 어두운 세상일 것이다. 하얀 세상은 정결한 세상, 욕망에 물들지 않고 염결한 세상이어서 바로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시인은 사랑을 쓰고자 한다. 속된 세상을 이탈하여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인간의 어둠을 보기보다 인간과 삼라만상을 밝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싶다는 바램이 깃들어 있다. 눈 위에 사랑을 쓰고싶다에서 설원은 시인이 건너가야 할 이 세상의 시간이라고 한다면 그녀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며 거래하는 사랑이 아니라 참사랑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쓴다는 행위는 시인인 그녀에게 끊임없이 하는 시 창작이겠지만 사람들에게 따듯함과 평안함, 깨달음과 비움의 사랑을 글로 쓰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비움의 사랑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창조 작업에 자신의 꿈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랑의 꽃씨를 이 세상에 심어서 자라게 할 책무가 시인 자신에게 있음을 잘 인식하고 이 시를 쓰게 된 것이 바로 사랑의 꽃씨를 뿌리는 행위이다. 고욱향 시인에게 시는 사랑이다. 시 쓰기는 사랑의 행위이다. 설원은 그녀가 채워야 할 원고지이다. 시는 언어예술이다. 시의 언어가 사랑의 언어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시의 말은 사랑의 꽃씨일 터 꽃씨는 생명을 품고 있고, 변화한다. 사랑의 꽃씨는 흙 속에서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서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해야 한다. 사랑의 꽃씨는 어디에서 자라는가. 바로 대지의 어머니 흙이 품는다. 그녀는 전원생활 속에서 땅을 어머니의 품으로 보고 그것은 사랑이며 여성이며 육친의 어머니와도 맥이 닿아있다.

석양빛에 불살라 가는 여인들의 마음
구름 속으로 숨어들어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을 그리네
그리움은 하늘 속에서
상상화 날개가 되어 늘 타들어 가는
황홀한 사랑 빛으로
근심 걱정 지울세라
태양 빛에 눈이 부셔
쳐다볼 수 없는 고귀한 사랑
그대 오시는 길 비춰드리리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바쁘게
넘어가는 것은 하루의 지친 마음
쉬려고 함이니
꿈속에서 아름다운 세상이어라

- 「노을빛 그리움」 전문

“석양빛에 불살라 가는 여인들의 마음”은 세상 근심 걱정으로 수고로웠지만 “쳐다볼 수 없는 고귀한 사랑”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결혼 전에는 가부장제도 아래 아버지에게 순종하였고 가정을 가진 후에는 남편을 따랐다. 그 후 아들을 따르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던 것은 유교주의적 색채가 짙었던 오리엔트 사회에서 전통적인 여성들의 삶이었다. 그러나 모던걸과 신여성들은 직업을 지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았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질서가 짙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가정생활 속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런 사랑은 어머니 때부터 이어져 왔으며 태양 빛에 눈이 부셔 쳐다볼 수조차도 없는 고귀한 사랑이었음을 시인은 알고 있다.

시인 역시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정 안에서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을 마치 노을빛처럼 불살라 가면서 어머니가 되어 갔다. 그런 여성들에게 ‘그대’는 어떤 존재일 것인가. 이 시에서는 꿈속에서라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 시는 노을의 핏빛을 가슴에 지니고 살아갔던 이 땅의 여성들, 그리고 어머니들을 위한 시인 것 같다. 이 시에서의 그리움이 단순히 이성에 대한 희구의 그리움이라면 이 시는 연애 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의 그대는 그런 여성들과 어머니들에게 한 줄기 빛을 가져다줄 ‘님’이 아닐런가 한다.

긴 삶의 터널에서 순간마다 마주하는 고통 속에서도 순간순간 오시는 그대는 마치 노을을 불살라 살았던 그 어머니들에게 황홀한 사랑으로 하루의 지침으로부터 안식과 위안을 주는, 다시 다가올 하루를 살아갈 삶의 에너지를 주는 그런 ‘그대’일 것이다. 그 때에는 그 어머니들이 세상살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마음에도 붉고도 노란 등불처럼 타오르는 노을빛으로 충만했으리라. 인생의 반 고비를 넘기고 황혼기를 맞이하는 여심을 노래한 시(「해당화」「유월의 청보리밭」「에키네시아」)라 생각된다. 그런 여인네들은 「코뚜레」에서 어린 송아지가 성장해가는 역사를 노래한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어린 송아지
코뚜레를 뚫었습니다
하늘도 울고 소도 울고 쳐다보는
나도 울었습니다

코를 뚫는 것도 가혹합니다
인생길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
굽이굽이 세찬 비바람을 이기고 살아가야 합니다

집안의 악귀를 쫓는다는
코뚜레 장식으로 집을 지키는 수호신
천방지축 날뛰는 송아지 길들일려고
두 콧구멍 뚫었습니다
아이는 아프겠지만 꾹 참는 연습을 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면서 어른이 되어 갑니다
여자의 일생 노래 가사처럼
괴로움을 슬픔을 안고서
어린 송아지는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합니다

- 「코뚜레」 전문

코뚜레는 송아지 때에 뚫어서 소를 몰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끝이 날카로운 나무를 불에 그을려 둥그렇게 휘게 하여 모양을 만들고 송아지의 오른쪽 코와 왼쪽 코 사이를 꿰는 일이다. 그렇게 꿰어야 송아지가 성장해가는 데에 따라 부릴 수 있게 된다. 날카로운 나무 끝이 통과한 코에서 피를 흘리는 아픔을 겪으면서 상처가 아물고 코뚜레는 자리를 잡는다. 송아지는 그렇게 하여 점점 더 자라서 소가 되는 것이다. 그것처럼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 가는 과정도 이와 같은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어린 송아지의 괴로움과 슬픔을 여자의 일생 노래 가사에 비유한 것은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 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린 송아지가 겪는 고통과 슬픔이 등가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멍에」「누름돌 사랑」에서도 표현되어 있다. 소가 코뚜레에 평생동안 자신의 생을 끌려다니듯이 여성의 어머니로서의 삶이 그것과 동일함을 시인은 깊이 인식하기에 그런 여성들에게 구원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자유와 해방일 것일 터이다. 그녀가 시를 꿈꾸고 쓰는 것도 자유와 해방의 몸짓이지 않겠는가! 코뚜레의 삶을 시가 구원하여 주는 것은 시인의 삶이기에 하얀 설원에 사랑의 시를 쓰고 사랑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욕망은 시적 주체에게 생명감과 구원, 자유와 해방으로 얻어지는 상처 치유의 길이 되어주고 있다. 시업을 하는 길은 바로 치유의 길이요 자유와 해방의 길이다. 코뚜레의 삶을 버릴 수 있는 것이 소와는 다른 인간의 삶이다. 소는 코뚜레의 삶에 인종으로 익숙한 삶이 되었겠지만, 여성의 삶은 그와 비슷하지만, 인간이기에 출구를 찾을 수가 있다.

시를 쓰는 일, 고독에 머무는 일, 절대자와 만나듯이 내면의 자기를 만나는 일은 시인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초록빛 속삭임을 보았습니다
녹색의 한숨 소리 느끼면서
바윗덩어리 꼭 붙들고서 뜨거운 여름날
폭염 밑에서 죽는 시늉을 하다가
겨울에는 꽁꽁 얼었다가
풀어졌다가 새봄 새날이 찾아오니
녹물 들면서 고통 속에서 뒹굴거리는
촉촉이 젖은 눈물방울을 보았습니다
초록 이끼의 느림의 미학을 보았습니다

이끼꽃 피어날 때
환희의 기쁨을 짜릿짜릿한 충동질에
눈을 떠보니 고추보다 더 맵고 매운
울 어무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끼는 파란 눈물 흘리면서
바위를 초록 바위로 탄생시키는
초록빛을 그리는 화가였습니다

-「이끼의 파란 눈물」 전문

인종의 시간은 느리고 더디기만 하다. 이끼를 바라보면서 시인이 한 관찰력이 돋보이게 하는 시이다. 이 시는 이끼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끼가 지니는 생태의 특성을 가지고 고향욱 시인 자신과 어머니의 삶을 오버 랩 시키고 있다. 그리고 미학적으로 상당한 높이와 깊이를 지닌 이 시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있다. 이 고백은 진솔하고 이 땅의 여성들이 걸어왔던 삶과 다름이 없기에 공감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초록 이끼가 초록 바위로, 초록빛을 그리는 화가로 점층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은 이끼의 생태나 사람의 생태가 이와 다름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시인 자신과 어머니의 삶이 초록 이끼의 생태에 있었다는 이 시는 참으로 사물을 통한 예리한 통찰인데 거기에는 자연의 동식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인의 공감 능력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끼를 사람으로 의인법을 써서 이끼, 시적 회자 나, 시인, 어머니는 공통의 삶의 경험을 지니고 고통의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이것은 또한 시인과 독자 간의 공감대로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신은 하늘 높은 곳에 계시지만
꽃밭에 피는 꽃은 그대 사랑입니다
꽃을 보면서 감성을 키우시고 인내하셨던
당신은 위대합니다
수국 꽃길만 걸으십시오

그대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달빛으로 별빛으로 내려오셔서
엄마의 마당을 산책하십시오
당신의 끈을 놓치않으려고
씨앗을 뿌리고 꽃을 가꾸면서
그대를 그립니다

꽃 속에서 환하게 웃는
그대 꽃을 보았습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합니다
꽃술에서 그대의 눈물을 만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엄마의 마당입니다

-「엄마의 마당」 전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엄마의 마당이라고 하는 시인은 뼈저린 희생이 있었기에, 절절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어머니로서의 삶은(「그루터기」) 고귀한 사랑이었으며 빛나는 사랑이었음을 노래한다. 이 시는 그렇게 살았던 어머니들을 위로하고 상찬하고 있다. 여성 필자에 의한 여성성의 상찬은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여성이 가정의 중심이며(「중심」), 올챙이 가족의 비유에서처럼 가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매김한다. (「올챙이 가족」) 어머니 마당은 곧 고욱향 시인의 설원과 동일하다.

그녀에게 시 쓰는 원고지인 여백, 어머니 마당은 그녀가 독자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어머니의 넓은 품이다. 그 품에서 독자들은 어머니의 넓고 깊은 사랑을 그녀의 올올이 짠 빛줄기를 통해서 체험할 것이다. 어머니 마당에는 사계절 마다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꽃이 피고 향내를 낸다. 그 어머니의 마당은 언제나 넉넉하고 넓고 깊다. 이시에서 당신과 그대는 많은 대상을 함축하고 있다. 당신은 외경의 대상이거나 절대자이거나 하늘나라의 어머니일 것이며 그대는 어머니의 마당으로 초대하는 모든 사람일 것같다. 어머니 마당은 지상의 천국일 수도 있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머물러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바로 대지이고 땅이기도 하다. 대지는 흙이라는 여성성의 이미지로 되어 있고 거기에는 생명을 품고 싹을 틔우는 곳이다. 그리고 지상의 축제를 벌이는 곳으로서 풍성한 가을의 결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허수아비 축제」) 고욱향 시인의 시집 속에 벌여놓은 시의 향연은 곧 그곳으로 초대받은 자들이 소통과 공감을 하는 공간이며 축제의 장이다. 그것은 엄연히 언어예술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결실이 가득하면서도 비움의 마음인 상반 되면서도 하나인 공간이 될 것이다.

끝으로 고욱향 시인의 제3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문운이 창대하시길 기원드린다.
감수 -시인 이정록 교수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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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4325864
발행(출시)일자 2024년 11월 07일
쪽수 136쪽
크기
130 * 211 * 13 mm / 325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샘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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