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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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도 맑은 날도 새와 함께여서 행복했던
새를 향한 애정으로 써 내려간 탐조의 나날。
새를 향한 마음이 크다 보니 책에 담긴 저자 특유의 잔잔한 어조가 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만 하면 (아주 조금) 방정맞아진다. 그만큼 글에는 ‘최애’인 새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난다. 이런 모습은 이래서 예쁘고 저런 모습은 저래서 예쁜, 새에 한해서만큼은 푼수기가 느껴질 만큼 애정으로 점철된 저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와 비슷한 시선으로 새를 바라보고, 이름 모를 새가 ‘직박구리’로, ‘흰눈썹황금새’로, ‘큰고니’로 변하는 신기한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길을 걷다가 새를 발견하면 ‘어? 저 새 이름은 뭐지?’ 하고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작가정보
다년간 사진을 찍다가 모 잡지 편집부에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했다. 어느 날 우연히 전시 취재를 나가 ‘탐조’에 대해 알게 된 후, 일종의 덕통사고를 당했다. 동네 공원과 하천, 호수 등에선 가벼운 탐조를, 지방의 도래지에선 조난 위험을 무릅쓰고 철새들을 관찰했다. 이 책은 지난 3년여의 시간 동안 탐조를 하며 기록한 에피소드를 엮은 것이다. 최애의 최애인 저어새는 허당미가 가득한 귀여움 덩어리였고, 해 질 녘 기러기 떼 비행은 감동의 눈물이 흐르게 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는 탐조를 알기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
목차
- 프롤로그
새로운 봄에 새를 보다 …10
chapter 1 봄
동의를 구할 수는 없지만 …22
은밀한 폴더명의, 비명을 지르는 새 …27
왕송호수에서 만난 물닭 …32
왜가리라 쓰고 킹가리라 읽는다 …38
시베리아 툰드라에서 호주, 뉴질랜드까지 …42
chapter 2 여름
다 같은 오리가 아니었어? …52
Bird 나무의 하얀 쇠백로 …57
최애의 최애가 나의 최애가 될 때 …62
한여름 날의 개개비 찾기 …68
후투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73
책등에 그려진 의문의 새 …76
chapter 3 가을
뉴요커가 반한 ‘K-아름다움’ …86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 또 만나기를 …91
곡식은 익어가고 새들은 통통해지지 …96
멋쟁이를 찾아서, 그런데 TMI를 곁들인 …102
언제까지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 …108
chapter 4 겨울
을숙도를 떠나, 다시 을숙도로 …118
독수리식당에서 만난 초대형 맹금류 …127
첫 크리스마스 탐조, 근데 조복은요? …133
1월 1일, 새해 첫 탐조는 흑두루미 …138
작은 너의 날갯짓 소리 …146
chapter 5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156
더 이상 방관하는 어른이고 싶지 않으니까 …160
함께 공(共)이 빌 공(空)으로 바뀌기 전에 …165
에필로그
닭띠도 아닌데 조복을 타고났나 …170
이 책에 함께한 새들 …172
참고 자료 …175
책 속으로
만조가 다가오니 시끄럽게 울어대던 새들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이윽고 쉬이이익 하는 날갯짓 소리가 귓가에 들리더니 눈앞에서 군무가 펼쳐졌다. 저게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니! 주변이 고요해지고 바람과 같은 날갯짓 소리만 들려서 소름이 끼쳤다. 작은 민물도요 무리는 먼바다에 나가 있던 다른 개체들이 조금씩 합류해 거대한 띠를 형성했고, 이내 얇은 줄과 타원형 형태로 하늘을 휘저으며 이곳저곳을 오갔다. 새들이 보여주는 몸짓이 너무 아름다워서 순간 눈물이 났다. _47쪽
그날 이후, 쭉 최애 작가님의 최애를 만나기를 고대했던 나는 멈춰 있는 사진이 아닌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저어새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그 마음에 미약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저어새는 강렬했고, 뜨거웠다. 한여름 뜨거운 햇빛 사이로 한차례 분 바람에 흩날리던 단발머리, 주걱 부리 끝에 맺힌 물방울, 서로를 만져주던 연대의 몸짓, 그날의 공기와 온도, 습도, 바람까지. 내 마음과 저어새 사이에도 무성하게 우거진 초록 불꽃이 튄 게 분명하다. _67쪽
놀라운 점은 또 있다. 다치거나 지쳐 대열에서 이탈하는 개체가 생기면 그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같이 쉬면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오늘 벌어 내일 살 만큼 각박한 현실을 버티는 나로서는 목숨을 걸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뒤따르는 친구를 위한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모른다. 그저 올해도 이들이 무사히 날아와줬다는 것에 감사할 뿐. _93~95쪽
자연 속에 늘 새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정한 사이클에 맞게 생명을 틔워내고 이내 지는 경관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여름철 무성히 자라난 습지에 바람이 스쳐 일렁이는 물결이 어찌나 감동이던지. 가을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 들녘과 반짝이는 벼는 또 어떻고. 겨울철 얼어붙은 호수 위 고요하게 쌓이는 눈은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새를 보기 위해 출발한 길에서 나는 새들로 인해 항상 위로를 받았다. _138~139쪽
저녁을 먹고 들어와 잠깐만 누웠다가 씻는다는 게 깜빡 졸았다. (…) 그 짧은 새에 꿈을 꾸었고, 흑두루미가 나왔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보던 남편은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흑두루미로 변하더니 “내일 만나!”라는 말을 남기고는 긴 다리로 총총총 걸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게 뭐지? 탐조하는 꿈을 여러 번 꾸긴 했어도 직접적으로 새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인데 꿈속의 흑두루미는 너무도 생생했다. 도감에서 봤던 것처럼 빨간 눈망울을 가졌고 목은 하얗고 몸부터 꼬리 깃털까지는 짙은 회색빛이었다. 아무래도 내일은 일찍 나서야겠다. 이건 계시임이 틀림없어. _142~143쪽
그날 이후 나는 카메라에서 셔터음을 꺼버렸다. (…) 조금이라도 새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 사진을 찍지 않고 조용히 눈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들과 나와의 거리가 5m가 채 되지 않는 환경이면 쌍안경조차 필요 없어서 맨눈으로 탐조가 가능했다. 찍는 행위를 자제하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저 새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깃털의 상태는 어떤지와 같은 생김새가 더욱 생생히 다가왔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새들의 모습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_158~159쪽
정미소 근처로 쭉 이어지는 무논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여러 새들이 몰려들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백로와 황로는 트랙터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느릿느릿 함께 움직이더니 이따금씩 튀어 오르는 민물고기와 개구리를 재빠르게 낚아채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 이 모습이 오래전부터 이어진 듯 참 익숙해 보였다. 농부는 새를 쫓지 않고, 새는 이맘때쯤 오면 먹을 것이 풍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래도록 보고 싶은 풍경인데, 논 반대편 강둑에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사가 오늘도 한창이다. _168쪽
출판사 서평
어서 와, 탐조는 처음이지?
약간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새’, ‘봄’。
독서, 음식, 식물 등과는 달리 ‘탐조’라는 주제를 가진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새의 동그란 눈이 무서울 테고, 어떤 이는 새가 푸다닥 날갯짓하는 모습에 놀랄 테고, 또 어떤 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새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새’와 ‘우리’의 거리는 제법 멀다. 그래서 더 ‘탐조’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하지만 탐조는 생각보다 어렵거나 무섭거나 낯선 활동이 아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사람이 없는 오지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또한 오해다(물론 본격적으로 탐조를 하는 이들은 단단히 무장하고 어디든지 달려가겠지만).
탐조의 시작은 집 근처에 흐르는 작은 하천이어도 괜찮다. 저자 또한 집 근처에서 탐조를 하곤 한다. 그는 집 근처에 흐르는, 길이가 대략 8km 정도 되는 작은 하천에서 은밀한 폴더명으로 곧잘 쓰이는 ‘직박구리’를 만난다. 짙은 회색에 가까운 깃털 색, 연지 곤지 같은 두 뺨의 붉은 털, 똘망똘망한 눈,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꽤나 우렁찬 빼애애액- 울음소리. 그렇게 집 근처에서 만난 새 한 마리가 그에게로 날아가 ‘직박구리’가 되었다. 탐조를 할 때 처음부터 좋은 카메라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겠고, 또 어떤 이는 새를 만난 순간을 눈으로 관찰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새를 단순히 피사체로 여기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탐조를 하는 저자의 다정하고도 따스한 시선은 새에 문외한인 이들도 자연스럽게 새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그 부름을 따라 시간이 날 때, 산책을 할 때 새를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 ‘새’, ‘봄’은 약간 어색할 수 있지만 낯설지는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의외로 탐조인의 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빌 공(空)이 되기 전에 함께 공(共)을 찾을 수 있기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애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을 하면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좀 더 해주고 싶고, 상대가 좀 더 평안하도록 지켜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온 신경을 쏟게 되고 마음이 간다. 책에 나오는 새를 향한 저자의 모습도 그렇다. 원래도 N사와 D사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고 환경보호단체 정기후원을 이어오고는 있었지만, 새에 덕통사고를 당한 뒤로는 점점 더 확실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띈 새의 서식지가 어디인지, 먹이는 무엇인지, 번식기는 언제인지 알아보는 것에서 생태계와 지구환경으로, 알아감의 반경도 넓어져간다. 그러다 보니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이 차오르고, 자연스레 예쁜 옷보다 재활용 섬유에 눈길이 가며, 배출하는 쓰레기양도 신경이 쓰인다.
저자는 탐조를 하지 않았다면 새와 자연과 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탐조가 그로 하여금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오직 인간만이 향유하는 삶이 아닌 모든 것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덕통사고를 당해서 새를 사랑하게 된 지 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오기까지. 사계가 지나고 또 다가오는 과정 속에 담긴, 그의 새에 대한 애정을 가만히 눈으로 좇고 마음으로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또한 공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 도서는 제8회 경기 히든작가 선정작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56437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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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27일 |
쪽수 | 176쪽 |
크기 |
210 * 29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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