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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자꾸 써 보게 된다

각산마을 시 쓰는 할매들 시집
브로콜리숲 · 2024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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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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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인 줄 알고 속아서 모인 열한 분의 여성들과 3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서 시를 썼다. 처음에는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던 분들이 점점 인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이 분들의 시를 가만히 듣던 나는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엄마도 아빠가 그립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3개월 동안의 시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았으니. 마지막 숙제 검사를 하는 날, 임수현 시인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참 잘했어요. 그게 시예요!”

- 책봄지기 최현주

작가정보

저자(글) 김한순

결혼해 40년을 각산(금리단길)에 살았습니다. 요리연구
회도 나가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 시 모임에 참여하게 되
었습니다. 임수현 선생님의 칭찬에 용기를 얻어 살아온
경험들을 적어 보았답니다.

저자(글) 남주연

구미에 살다 선산으로 시집 갔습니다. 두 아들을 두었고
평소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씨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꽁냥꽁냥’이라는 캘리그라피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자(글) 변영숙

“저는 감자 바우래요.”남편을 만나 강원도 정선에서 구
미로 시집와 살고 있습니다. 피자를 구워 파는 사람입니
다. 취미로 캘리그라피, 그림 그리기 등 손으로 하는 것
을 좋아합니다

저자(글) 서태형

금리단길 아니 각산이라는 이름 속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아침에는 화단에 물 주고 저녁에는 마을 쌈자정원에
신귀애 쌤과 이정 쌤과 같이 물을 줍니다. 바쁜 날도 많
지만 아름다운 꽃과 시 속에서 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저자(글) 손순희

저는 구미에 태어나 줄곧 구미에서 살았습니다. 1남 4녀
중 둘째이고 지금은 원평동에 살고 있습니다. 자녀는 1남
2녀를 뒀습니다. 현재 가정주부이며, 조그만 텃밭 가꾸
고 시도 배우고 도서관 강좌도 들으러 갑니다.

저자(글) 신귀애

금리단길에 오래 살았습니다. 식물을 키우고 하늘 바라
보는 거, 틈만 나면 산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어느 곳에
서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자(글) 이정애

30년을 타국에서 살다가 금오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창
과 문을 꼭꼭 닫고 사람보다 피아노와 더 가깝게 지내며
세상과 담을 쌓아가던 날, 앞집 신귀애 선생님을 만나 문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시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
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글) 이태숙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지만 늦깎이로 시 창작을 배우는
중입니다. 캘리그라피 동아리 ‘꽁냥꽁냥’에서 활동 중입니다.

저자(글) 임귀선

구미 선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1남 2녀 자녀를 두었습니
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뭔가 써 보고 싶었는데
각산 할매 시 수업이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글) 전정미

선산에서 33년째 살고 있으며 취미생활로 파크골프와 탁
구,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습니다. 목공을 즐겨하고 내가
만든 작품을 지인에게 선물도 하고 그냥 주기도 합니다.
주는 걸 좋아합니다.

저자(글) 홍현옥

구미에 사는 공주, 잘 놀아주는 할머니, 내 편에게는 이
쁜 친구,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구미의 에너자이저
입니다.

목차

  • 들어가며

    ▶김한순_사위어질 꽃향기에 다 녹아내려

    여름날 / 강성남 / 단감
    시가 뭔지 알면 좋겠다 / 한순에게
    죽음

    ▶남주연_들판의 초록은 점점 짙어가고

    사진 속 작은어머니 / 너무 쓴 커피
    박근준 / 슬픈 고양이 / 못
    각산 골목길

    ▶변영숙_내 이름을 자꾸 써 보게 된다

    보고 싶은 어머니께 / 첫아들을 낳았다
    첫 손주 / 시인 / 틈 / 못

    ▶서태형_겨울과 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프면 안 된다 / 어떤 날이 찾아왔나요
    이불 한 장 속에 / 달이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 못

    ▶손순희_덩굴 마음껏 타고 올라가서

    고라니 / 여름 / 수세미 덩굴
    못 / 고구마 캐기 / 상처

    ▶신귀애_산길을 끝없이 걷는 것도 좋아해요

    삶 / 비 오는 날 / 부라보콘 세 개
    내가 사랑하는 것들 / 아버지 / 처음

    ▶이정애_살면서 많이 울었고, 쓸쓸했고

    산격동 / 이철우
    나의 죽음에 관한 시 / 먼지
    코스모스 / 못

    ▶이태숙_봉숭아 꽃물 들였던 8월의 손톱은

    나이 안의 그림자 / 골목 주차
    이기록 / 어떤 날이 찾아왔나요
    돌아갈 것을 알지만 / 8월의 여름

    ▶임귀선_매년 사 들고 가는 카네이션 꽃이지만

    카네이션 꽃 / 여름 / 공지사항
    똥이 / 임병균 / 낡은 지갑
    마음

    ▶전정미_호박꽃이 필 무렵이면

    이금순 / 서랍 속 / 못
    번개소리 / 부부 / 나도 모르게

    ▶홍현옥_어서 오세요 옥수수 삶아 놨어요

    국화 한아름 / 노란 병아리 / 조금희
    내 장례식에 부치다 / 아프면 안 된다
    시어머니와의 목욕

    나오며

추천사

  • 물꼬가 트인다고 하지요. 한 분 두 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목이 메였지요. 목이 잠겨 시를 읽다가 끊고 그러다 이어 읽으면 노을 번지듯 여기저기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사는 게 다 시 아이가.”
    그랬습니다. 할머니들은 모두 이미 시인이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묻어둔 채 “예전에 다 가난했지.” 끝끝내 꺼내고 싶지 않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조금은 가뿐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조금 더 무거워졌을지도 모릅니다. 덜어내면서 가득한 마음이 생겼으니까요.

    옆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하면 가장 큰 위로는 함께 울어주는 거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는 함께 울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딱히 뭐라 전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는 정도의 일, 그러다 슬쩍 눈가를 훔치는 일.

    “사는 게 다 그렇지!”
    애써 밀쳐냈던 과거가 한 편 한 편 쌓여가며 사느라 ‘애썼다’로 변해갔습니다. 위로와 회복의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는 쓰는 게 아니고 씌어 지는 것인가 봅니다.
    “무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리면 슬픈 소리가 난다.”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말을 빌려 봅니다.

책 속으로

내 요즘 시 배우러 다닌다

우리 가족 카톡에 올렸더니

어머니 시 쓰세요?
와우! 잘하셨어요

며느리가 어머니 멋지세요! 한다

시를 쓰다 보니 친정 엄마 이야기
아버님 단감 이야기가 들어온다

시를 쓰다 보니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김한순 「시가 뭔지 알면 좋겠다」


유리문 밖에 서성이던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누가 이기나 괜한 오기로 쏘아보는데
더 험한 눈길로 나를 노려보는 녀석

친구가 새끼를 잃어서 날카롭다고
마지막 보았던 이곳을 맴맴 돈다고 해요

그랬구나
나도 잠시 아이를 잃었을 때
정신없이 헤맸는데
그때 나처럼 너도 그렇구나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어디론가 가 버리는 녀석

소리 내 울어보렴
네 소리 들을 수 있게

-남주연 「슬픈 고양이」


나이가 들어보니 좋은 것도 있다
부끄러움이 없어졌다
시를 쓰고 남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이다
예전 같으면 부끄럽고 가슴이
떨려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또 다른 ‘나’로
살게 해 주는 거 같다
금리단길 카페 ‘무이’에서
시를 배우면서
내 이름을 자꾸 써 보게 된다
변 영 숙

-변영숙 「시인」


어떤 날이 찾아 왔나요
오랜만이다! 라는 이 말을 하는 순간
벌써 여름이 다가왔어요

겨울과 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는 사이
찾아왔어요

각산마을 골목마다 곳곳에 장미가 피고 지고
사피니아가 지고 피고
배롱나무꽃이 피었다 지네요

내년에는 또 어떤 날이 찾아올까요

-서태형 「어떤 날이 찾아왔나요」 전문


가족사진 하나 걸려고 큰 망치로 사정없이 내리치니
균형이 잘 안 맞아서 그런지 구부리다 빼고
다른 못 박아 내리치니 또 구부러지다 아예 안 들어간다

아! 이게 다 내 욕심이구나
못도 한꺼번에 들어가기 싫었겠지

살살 다루어서 못을 치니
쏙- 들어간다

뿌듯한 마음에 가족사진 걸어놓고 보니
네모난 액자 속 가족이 웃고 있다

-손순희 「못」


장맛비가 갑자기
세차게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우산을 쓰고
대문 밖을 나서니
긴 골목길 끝에서 젊은 외국인이
우산도 없이 젖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우산을 꺼내 들고 섰다가
쓰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젊은이는 깊게 고개를 숙이고
흰 치아를 하얗게 드러내며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가 뒷모습을 남기고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신귀애 「비 오는 날」


유언장을 쓴다
나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께
유품 정리를 부탁해요
수고스러운 일에 드릴 것은 없고
가장 아끼는 피아노를 드려요

유언장을 쓴다
죽음의 문턱에서 말을 잃어버린 채 통증에 시달리거든
요란한 병원의 소독약에 취해 몽롱한 정신으로 있지 않게 해 주세요
마지막 시간은 조용히 집에 있고 싶어요

유언장을 쓴다
내가 떠난 자리에 흔적일랑 만들지 말아주세요
화장(火葬)을 하고
바람길 따라 뿌려주세요
답답하게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유언장을 쓴다
내가 가는 날 혹시라도
배웅할라거든
검정 옷은 입지 말아주세요
사람들 눈치 본다고 많이 입었잖아요
그러니 그날은 알록달록 예쁜 옷 입으세요

유언장을 쓴다
살면서 많이 울었고, 쓸쓸했고, 고독했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세요
호탕하게 웃으며 잘 살았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유언장을 쓴다
나를 만났던 당신
상처 주고,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용서를 빌어요
부디 행복하세요

-이정애 「나의 죽음에 관한 시」


임대 문의 붙인 곳에
될까?
술병으로 장식된 가게 앞에
될까?
대문 열기에 불편
할까?
장사 준비에 짜증
날까?
언제 가게 문을
열까?

동네를 세 바퀴 돌아도
골목은 자꾸만 좁아지기만 하네

-이태숙 「골목 주차」


아버지 떠나신 올 여름은 폭염 속에서 지냅니다
아버지 계신 곳은 그리 덥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투명한 액체는 눈가를 적시고
닦아도 닦아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두 뺨 위를 타고 내려옵니다

하늘을 봐도 눈물이 나고
두 눈을 꼭 감아도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처럼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땀도 눈물도 닦아보려 합니다

아버지 계신 곳으로 냉면 배달 보내드릴게요

-임귀선 「임병균」


이른 아침 장맛비가 내린다
여름 장마는 끈적끈적
퀘퀘한 냄새 땀방울이 맺히고
땀에 젖은 몸 습기도 많지요
쿵쾅쿵쾅 번개소리
총소리 같기도
번쩍거리는 불꽃 같기도 하고요
칡넝쿨 줄기로
산등성이를 내리치는
번개소리
어른이 되어도 무서워

-전정미 「번개소리」


며느리 다섯을 봐도 목욕탕 같이 오는
며느리는 너밖에 없구나

처음 시어머니와 목욕탕에 갔을 때
어색했던 그 서먹함도 추억이 되었다

야야 너는 젖이 커서 애 젖 먹일 때
애 배 곯지는 않겠다

그때 나는 좀 부끄러워
젖가슴을 가렸는데

나는 내 반도 안 되는 우리 어머니 등을 밀어주면서
이 작은 몸으로 어머니는 육 남매를 키우셨구나
굽어진 등을 바라본다

어머니, 또 목욕같이 해요
제가 시원하게 등 밀어드릴게요

-홍현옥 「시어머니와의 목욕」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9847937
발행(출시)일자 2024년 11월 20일
쪽수 161쪽
크기
127 * 201 * 14 mm / 33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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