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 영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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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디킨슨을 퀴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성의 관습과 통념, 상징체계 바깥으로 스스럼없이 건너가는 이가 퀴어라면 디킨슨 역시 그러고도 남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수잔과 디킨슨, 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던 정동에 완전히 부합하는 단어는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다. 시 속의 문장은 언제나 이미 반쯤은 숨어 있는 문장이며, 무언가를 숨기는 문장이므로. 진술을 유예하며, 읽는 눈을 유인하는 시적 단서에 불과하므로.
어쩌면 디킨슨은 시의 한 모퉁이에 투명한 글씨로 독자의 주소를 써 넣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 전체가 반쯤 열린 채 독자를 향해 무한히 생성되고 영원히 배달되는 편지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 - 영원해!』는 이제 그렇게 수 혹은 수잔이 아닌, 바로 그곳의 당신을 기다린다.
본문에는 번역과 함께 원문인 영문 시를 함께 실었다. 원문 텍스트는 에밀리 디킨슨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는 시인의 필사 원고가 바탕이 되었다. 번역자이자 파시클 대표인 박혜란이 필사 원고를 훑으며 직접 선별, 구성해 편집하고 번역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제목이 없어서 차례에는 각 시의 첫 행을 두었다. 가급적 시인의 단어 선택, 시행 구분, 연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 원문 텍스트를 구성했다. 디킨슨의 필사 원고를 텍스트로 번역했기에 20세기에 출간된 디킨슨 전집들에 기반한 기존 번역들과는 시의 구성과 내용이 다르다. 디킨슨만의 고유하고도 고전적인 시 세계 및 문체를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Emily Dickinson)
1830년 12월 10일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애머스트(Amherst)에서 변호사이자 정치가, 대학 이사였던 아버지 에드워드 디킨슨(Edward Dickinson)과 어머니 에밀리 노크로스(Emily Norcross)의 사이에서 세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애의 대부분을 애머스트에서 살았다.
또한 그녀는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은둔 생활을 했는데, 1872년 이후로는 의사도 집으로 찾아와 약간 열린 문틈으로 걸어 다니는 그녀를 보며 진찰을 해야 했을 정도로 과도한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디킨슨이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것은 그녀의 악화된 시력은 물론, 심한 신경통으로 고생하던 병약한 어머니를 돌보아야 하는 딸로서의 책임감, 종교 문제, 아버지와의 사고방식 차이, 식구들 사이에서의 경쟁의식, 그리고 주 의원으로 활동하던 아버지로 인해 끊임없이 드나들던 손님들을 맞이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무의식적인 거부감 등에서 기인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로, 그녀의 생애에 걸쳐 몇 번 있었던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위기를 들 수 있다. 말하자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바깥세상과 점점 담을 쌓게 된 것이다. 특히 디킨슨을 “북극광처럼 빛나는” 존재로 여기던 로드 판사가 1884년에 죽자 실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다가, 그녀 자신의 건강까지 악화되어 그녀조차 1886년 5월 15일에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녀는 55년 5개월 5일간의 생애를 마치게 된다.
디킨슨은 초등교육 과정을 거친 후, 애머스트 아카데미(Amherst Academy)에서 희망하는 강좌를 선택해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과 문예 창작 훈련을 받았으며, 약 1년간의 신학교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이 밖의 정규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성서보다는 문학작품에 더 많은 흥미를 가졌던 그녀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과 창작에 대한 열의와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깊이 탐독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녀의 삶과 자아 탐색 정신이 세상과 단절된 것으로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지만, 사실 그녀는 실제로 만나 접촉을 하지는 않았어도, 서신을 통해 당대 최고의 지성과 사상을 가진 지식인들과 시를 교류하며 부단한 교우 관계를 가졌다. 그녀는 또한 자선 단체와 어린 시절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시 유명한 작가이던 헬렌 헌트 잭슨(Helen Hunt Jackson)에게 출판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생전에 출판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이를 거부했다.
그녀는 종교의 반항아로서 청교도 신앙에 대해 회의를 품었으며, 구원의 희망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친한 친구를 비롯한 많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일찍부터 기독교의 신에 대해 근본적으로 강한 회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전통의 사고방식과 기존 종교에 대한 불신과 전통적인 시 형식에 대한 반발로 나아가도록 했고, 이러한 사고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의 시에 혁신적인 요소를 불러오며 시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 일찍이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하도록 했다.
그녀 생전에는 그녀의 요구에 의해 그녀의 시가 익명으로 일곱 편밖에 출간되지 못했지만, 그녀 사후에 44개의 시 꾸러미가 여동생 러비니아 노크로스 디킨슨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그녀의 문학 상담 역할을 해왔던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인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Thomas Wentworth Higginson)과 토드 부인(Mrs. Todd)의 주선으로 1775편의 시가 세 권의 시집으로 1890년, 1891년, 1896년에 연속 출간되고, 두 권의 서간집이 1894년에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디킨슨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55년 토머스 존슨(Thomas H. Johnson)에 의해 그녀의 시선집이 출판됨으로써 그녀는 오늘날 위대한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파시클출판사 대표, 영어 번역가.
주요 번역서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파시클, 2020), 『젠더와 민족』(그린비, 2012), 『플롯 찾아 읽기: 내러티브의 설계와 의도』(강, 2011), 『흑설공주 이야기: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동화 1, 2』(뜨인돌, 2002; 2005)가 있다.
목차
- 서로는 서로에게 - 봉인된 교회 -
Each Was To Each - The Sealed Church -
당신과의 결혼을 받아들였으니
여름 가득한 - 어느 하루가 왔다 -
에센셜 오일을 쥐어 짜냈다 -
아이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 낮은 것이라 -
오늘 아침 나와 함께 우리 마음속 교회로 오렴
손님이 있는 영혼은
구세주여! 내겐 달리 말할 사람이 없습니다 -
영혼은 언제나 조금 열려 있어야 한다
수 - 영원해!
Sue - Forevermore!
나는 종종 그 마을을 지나
천국이 각각에게 입혀준
자매 하나 우리 집에 있고 -
나만의 수잔을 갖는다는 건
내게 영원을 보여줘, 그러면 네게 추억을 보여줄게 -
그녀의 가슴에는 진주가 잘 어울리지만
방금 잃었어, 내가 구원받았을 때!
네가 먼저 맛을 본 다음에야, 수
서쪽에서 - 내 신분을 - 차지하기 위해 -
사랑하는 수, 정말이야?
수, 널 그리워하는 게 힘이야
써, 친구야, 쓰라고!
Write, Comrade, Write!
경이로운 이 바다 위를
수지, 힌트를 기억해!
모든 것을 놓친 덕분에 -
감사는 - 어떤 다정한
일단 들어가면 문을 닫아버리는 마음에 대해
설화석고실 안에서 안전하게
웅웅대던 벌 소리는 멈췄으나
The Murmuring Of Bees Has Ceased
한 칼의 파랑 -
쥐는 가장 간결한 소작인
미래가 절대 말하지 않았고 -
더 작은 크기를 제외하면
패배가 - 승리를 벼린다 - 고 그들이 말한다
외로움이 또 있는데
어느 누구도 소유하지 않으려 한 광산이 있다
웅웅대던 벌 소리는 멈췄으나
봄이면 내게 새 한 마리가 있어
그 길은 골목을 거치고 - 가시나무를 거쳐 -
나의 바퀴가 어둠에 묻혀 있어
야망은 그를 찾을 수 없다!
모습에 서린 격통이 -
진 적 없는 이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내 문제에 고개 숙이면 -
파수꾼들이 동쪽을 배회하듯
나는 무릎 꿇고 있어 - 조용히 -
I'm Kneeling - Still -
거리距離는 - 여우의 영역도
절망과 공포
영혼은 스스로에게
아, 테너리프!
“자연”은 우리가 보는 것 -
돈 주고 산 어떤 로맨스로도
죽음을 성취한
꿀의 가치를 빚는 -
살아있는 건 - 힘 -
그러니 당신 안에 태양을 품으세요
그녀에겐 우아함이 전부인데
Her Grace Is All She Has
내가 그녀에게 언덕을 보여줬다
그녀에겐 우아함이 전부인데
우리는 지나가고 - 그녀는 - 머물고 -
아름다움의 정의는
귀뚜라미 노래하고
천국이 아니라면 -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여름이 다 지나 -
수잔의 숭배자가 수잔을 신전에 모십니다
Susan's Idolater Keeps a Shrine for Susan
수잔의 숭배자가
죽음의 서리가 유리창에 서렸다 -
거미가 바느질했다
최고의 마녀 마법은
바람이 풀밭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의심할 것 없어
신용은
널 만나는 게
재빠르고 - 실행력 좋은 새가 어치야 -
우리 자신의 소유물 -
이런 아침이면 - 우린 헤어졌다
Morns Like These - We Parted
이런 아침이면 - 우린 헤어졌다
죽음의 일격이 - 어떤 이들에게는 - 인생의 일격이다 -
두 길이에는 매일의 하루가 있다 -
내 생각에 바람의 뿌리는 물이야
불쌍한 - 찢겨나간 마음 - 너덜너덜해진 마음
이웃과 태양을
내가 소망했을 때 나는 두려웠다 -
죽음의 아주 예리한 기능은
추가 유언은 - 다
옮긴이 후기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몇 가지
시 원문 찾아보기
책 속으로
자매 하나 우리 집에 있고 -
울타리 너머에 한 명 더 있다
기록된 이는 한 명뿐이지만
둘 모두 내게 속한다
하나는 내가 왔던 길로 와 -
내가 작년에 입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
다른 하나는 새처럼 그녀의 둥지를
틀어 우리 마음을 품었다
그녀는 우리처럼 노래하지 않았다 -
곡조도 달랐고 -
유월의 호박벌처럼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음악이었다.
오늘은 결코 유년이 아니지만 -
언덕을 오르내리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면 -
아무리 먼 길도 잠깐이었다 -
그녀의 허밍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나비를 속인다
여전히 그녀의 눈엔
바이올렛이 담겨 있고
수많은 오월은 이렇게 스러져갔다.
나는 이슬을 흘렸지만
아침을 맞았다 -
광활한 밤 무수한 것들 가운데
나는 이 별 하나를 골랐다
수 - 영원해!
***
나만의 수잔을 갖는다는 건
그 자체로 축복 -
어떤 영토를 내가 빼앗겼든, 주여,
내가 이 안에 계속 있게 하소서!
***
죽음을 성취한
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음 -
장엄함은 내게
지상의 장엄한 것들 너머에 -
영혼은 그녀의 “집에 없음”을
육체에 새기고 -
닿음의 희망을 넘어선
그녀의 고운 공중 걸음을 걷는다 -
***
내가 그녀에게 언덕을 보여줬다
그녀는 본 적 없는 언덕 -
내가 말했다 “올라갈까?”
그녀가 말했다 - “별로” -
내가 말했다 - “나랑” -
나랑?
나는 그녀에게 비밀을 보여줬다 -
아침의 둥지 -
밧줄은 밤을
가로질렀고 -
그리고 지금 - “저를 손님으로 맞아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자신의 “그래”를 찾지 못했다 -
그때, 나는 내 인생에
제동을 걸었다 - 그런데 봐봐,
빛이 그녀를 향해,
엄숙하게 빛났고
그녀의 얼굴이 물러설수록
더 크게 빛났다 -
그런데 심지어 그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수잔의 숭배자가
수잔을 신전에 모십니다
***
이런 아침이면 - 우린 헤어졌다.
이런 정오에 - 그녀는 일어나
처음엔 펄럭이다 - 다음에는 더 단단한 -
그녀의 청명한 휴식에 들어간다.
그녀는 그것을 절대 쫑알댄 적 없었는데 -
날 위한 건 아니었다 -
그녀는 이동하느라 말이 없고 -
나는 - 고통 때문에 -
저녁이 가까워질 - 때까지 -
커튼 드리운 어느 저녁 -
휘리릭! 예리한 바스락!
그러고는 홍방울새의 비상!
출판사 서평
디킨슨의 편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수잔!
에밀리 디킨슨의 오랜 친구이자 오빠의 부인이었던 수잔 헌팅턴 길버트 디킨슨(Susan Huntington Gilbert Dickinson, 1830-1913)은 디킨슨의 시를 가장 많이 받았고 가장 먼저 읽었던 독자이기도 했다. 둘은 어린시절부터 지척에 살면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고, 1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았다.
번역자 박혜란에 따르면, 에밀리 디킨슨은 수잔이 여행 중일 때면 어김없이 애머스트의 날씨와 주변 풍경을 전하고 가족의 안부와 사랑을 나누는 매우 다정하고 일상적인 안부 편지를 보냈고, 평소에도 자주 편지와 쪽지로 수잔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현했다.
수, 널 그리워하는 게 힘이야. 아무리 많은 걸 소유해도 상실의 자극 탓에 다 하잘것없구나. 삶은 언제나 지속되지만 사랑은 삶보다 단단하다. 상처받은 마음은 오직 불멸을 넘어 계속 나아갈 뿐이야.
나무들이 온종일 널 위해 집을 지키고 풀들은 한풀 꺾인 듯하다. 조용한 암탉 하나가 미신에 잘 속는 병아리들과 그 자리에 자주 나타나고 - 수탉 하나가 네 바깥문을 두드려. 바라보는 자체가 로맨스야.
수잔과의 실뜨기로 빚어진 시의 버전들
디킨슨은 자신이 쓴 시를 보내고 수잔의 감상을 들은 뒤 기존 시를 대폭 수정해 거의 새로운 시로 발전시켜 나가기도 했다. 즉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신뢰하는 문학적 동료 관계였다고도 할 수 있다. 『수 - 영원해!』는 시 한 편에서 파생된 여러 버전의 시를 모두 실음으로써, 에밀리 디킨슨이 수잔을 통해 어떻게 시를 변형하고 발전시키는지에 대한 과정 또한 담았다.
번역자 박혜란은 이 과정을 시를 수정해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각기 다른 흐름과 정서를 가지게 된 여러 이야기로 본다. 놀이를 통해 태어나는 이야기로 본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시인이 쓴 첫 번째 시라는 실을 가지고 신나는 공동의 실뜨기를 하고, 그 시간을 유영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새로운 버전의 시를 빚어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반쯤 열린 채 독자를 향해 영원히 배달되는 편지
수잔과의 지적이고도 낭만적인 실뜨기와, 오로지 수잔만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사랑과 찬사의 시. 이 같은 장면에 기댄다면 우리는 디킨슨을 퀴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성의 관습과 통념, 상징체계 바깥으로 스스럼없이 건너가는 이가 퀴어라면 디킨슨 역시 그러고도 남는 존재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수잔과 디킨슨, 두 사람의 사이를 채웠던 정동에 완전히 부합하는 단어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시 속의 문장은 언제나 이미 반쯤은 숨어 있는 문장이며, 무언가를 숨기는 문장이므로. 진술을 유예하며, 읽는 눈을 유인하는 시적 단서에 불과하므로.
번역자 박혜란 역시 시를 고르고 옮기고 또 역자 후기를 쓰는 동안, 시에 대한 감상이 시인의 전기적 사실을 캐내는 데 소비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시인의 문장을 무엇 하나로 정의 내리는 대신 “틈새의 언어”이자 “골방에서 다친 상처를 내보이며 깔깔댈 수 있는 속삭임”이자 “산책길에 옷깃에 묻혀 온 우엉 가시”라고 했다.
그렇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반쯤 열린 채 독자를 향해 무한히 생성되고 영원히 배달되는 편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수 - 영원해!』는 이제 그렇게 수 혹은 수잔이 아닌, 바로 그곳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파시클과 번역
‘파시클’은 에밀리 디킨슨이 필사한 자신의 시를 모아 손수 제본한 각각의 책 자체를 가리킨다. 이 이름을 딴 출판사 파시클은 번역문학가 박혜란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고르고 번역해 한 권, 한 권의 시집으로 엮기 위해 만들어졌다. 박혜란은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내러티브 이론을 연구하다가 내러티브와는 전혀 다른 글쓰기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매료된 이후론 페미니즘 시학으로 전공을 바꿔 연구해 왔다.
파시클은 앞서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시리즈로 첫 권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시작으로 시선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림시집 『멜로디의 섬광』, 『어떤 비스듬 빛 하나』, 『바람의 술꾼』, 『장전된 총』, 『아니면 마자린 블루를 입은 - 정오를?』을 펴냈다.
에밀리 디킨슨을 보는 다양한 해석과 시각, 새로운 접근들
19세기 당시 미국 휘그당을 이끌었던 가문에서 태어나 결혼하지 않고 외부 세계와도 교류 없이 살았던 에밀리 디킨슨. 생전 공개하지 않았던 1,800편이 넘는 시가 침대와 옷장에서 발견되었다. 평생 흰옷만 입고 살았다는 이야기들은 일화를 넘어 시인을 묘사하는 데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아서, 그를 더욱 궁금하고 신비롭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를 이상하고 사교성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도록 만들기도 했다.
병원 기록에 의하면, 오래도록 신경쇠약으로 고생했고 1830년 태어나 18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비혼으로 아버지의 저택에서 살았다. 10대를 보낸 애머스트 아카데미에서는 건강 탓에 학교를 쉬는 기간이 많았음에도 매우 총명하고 뛰어난 학생으로, 영어와 고전문학, 식물학, 기하학, 수학, 역사, 철학 등 학업에 열심이었다. 학교에서 수잔 헌팅턴 길버트를 비롯해 평생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친구들에게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수수께끼를 담은 시들을 보내거나 시 쓰기에 대한 애정과 열망을 고백하기도 했다. 가까운 이들에게는 상실과 아픔에 대한 격려와 위로를 담은 쪽지들을 보냈다.
은둔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는 30대 중반 이후 평생 병석에 있던 어머니를 돌보고 가사를 책임지느라 고되었을 테지만, 5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내내 시 쓰기에 충실했다. 한편 디킨슨의 호밀빵은 유기농 레시피로 유명하고 시인의 정원은 정원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식물표본집도 식물학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이들과 사별하며 겪은 상실과 변화가 시인의 언어와 사상의 흔적이 되어 후대 독자들에게 숙제를 남겼다. 시대에 따라 문학이론, 비평 방식이 바뀌고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235696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8일 |
쪽수 | 220쪽 |
크기 |
126 * 205
* 17
mm
/ 4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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