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이벤트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4년 11월 4주 선정
정은기 시집 『우리는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출간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조금 더 멀리까지 사랑하는 일은 달빛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
어둠 속 적막 관찰자의 시선으로−
홀로 서 있지만 ‘연속되는 혼자’라는 상상력 흩뿌려 보기
무려 16년 만이다. 일찍이 등단작을 통해 “곁길로 샐 수 없는 것이 슬프다”(「차창 밖, 풍경의 빈곳」)라고 쓰며 삶의 고단함을 환유했던 정은기 시인. 그의 첫 시집은 그 세월만큼 꾹꾹 눌러쓴 고백으로 울울하다. “이쪽으로 가라고 외치기보단 가만히 서서 방향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당선 소감) 작품을 쓰겠다고 했던 바람처럼, 정은기의 시는 고백의 반복과 지속을 통해 결국 타인의 내면을 마주하는 윤리적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일상의 삶은 치열한 갈등과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시인’이라는 자각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내밀한 고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정한 자기 싸움과 각오 끝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조금 더 멀리까지 사랑하는 일은 달빛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삔이 그랬다」)이라는 씁쓸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이 탄생한다.
해설을 쓴 남승원 평론가는 “정은기에게는 끊임없이 고백이 이어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며, 시 쓰기를 통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형식과 구조를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또한 “거듭되는 고백은, 그의 바람대로, 분리되어 왔던 화자와 청자의 오랜 장벽을 허물고, 타인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공유하는 지점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 시집이 지닌 미덕을 강조한다. 이어 추천사를 쓴 박정대 시인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적막 관찰자’의 시선으로” 정은기의 시가 존재한다고 평하며 “드러냄을 통해 감추고 감춤을 통해 드러내는” 발성법을 통해 그만의 무늬를 펼쳐낸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러나 내려칠 목도 당신도 없구나/사랑은 더더욱 나의 것이 아니구나”(「낫」), “삶과 죽음을 넘어설 만한 상상력이/우리에게는 없다”(「사물의 방향」) 같은 구절은 어쩌면 변명이 될 수도, 처절한 고백이 될 수도 있다. 시가 될 수도 있고 반성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시인은 고백과 반성을 넘어서 상상한다. 세계 속 나는 비록 혼자이지만, 으깨지고 쪼개지면서도 결국엔 ‘연속되는 혼자’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시편이 바로 「혁명의 원리」이다.
“믹서기 속에서 토마토 하나가 분쇄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어떤 사물에 대해 생각하다가 빠르게 회전하는 모터의 원리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략) 우리는 나누어져 남남이 되었다 함께해도 남남, 남남남, 남남남남”(「혁명의 원리」).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존재들이 혁명의 원리로 재탄생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 속에서 이 시집은 쓰여졌다. 정은기의 상상력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현실 변혁의 힘을 가진 채로 ‘이미 뒤섞여 있는(ready-mixed)’ 가능성의 존재들이라는 믿음으로 이 시집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목소리는 바람에 마르지 않는다.
유령처럼 떠돌다가 지구에 쌓인다.
그것이 말인지 생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 년쯤 후면 내 목소리도
지금보다 더
둥글어지거나 평탄해져 있겠지.
방향과 질감만으로
묵독 속에 남아 있기를……
2024년 가을
정은기
목차
- 1부 있다 없다 있다 없다
경각심
누구나 다 하는 생각
캠핑
오전의 아이는 한밤중에 문장이 되고
최댓값
공중 산책
기분 탓
낫
반짝반짝
비슷한 말
불 드 쉬프
침대 중심주의적 생활
단 한 번, 영원히
2부 미간에 잠깐 나타나는 난폭함
변명
녹는점
숲은 간지러운 걸 어떻게 참지
얼룩, 얼굴
사물의 방향
맹견과 애완견
붉은, 겨울, 나무, 눈동자,
혁명의 원리
구체적인 의자
전선들이 엉켜 있는 방에서 엉켜 있는 생각들을 풀어 가며 쓴 글
칫솔의 자세
건너편
바이얼레이션
3부 우울한 구름 색의 얼굴
단지, 분수만 있었던 오후
검은 밤의 운동성과 물질성
오늘 아침 나는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끝내 다 넘어가는 이야기
그런 사이
높이 치솟는 위로
길 위에서 만난 유령과 아직 죽지 않은 시체들의 밤
꼭꼭, 숨어라
감정과 검정
현기증
생각보다 쉬운 이별
나의 폐
쉽게 깨지는 물건
국어사전
4부 깊이 숨겨 놓고 가끔씩 꺼내 읽는 파도
사유지
파란 대문
인터뷰
갑자기 찾아오는 느낌
러시아 소설 같은 밤
공정한 마음
다행스러운 결론
돌멩이
목련꽃이 별처럼 부서져 내리는 밤이었다
삔이 그랬다
버섯수프를 대접받고 까닭 없이 기분이 좋아진 연출가의 마지막 무대
해파리
Hello World!!!
해설
겹쳐 쓴 고백
-남승원(문학평론가)
추천사
-
만약에 ‘시’를 찾아가는 동방 박사가 있다면, ‘시’와 동방 박사의 발걸음 사이 어디쯤 정은기의 시는 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적막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의 시는 존재한다. 르네 샤르와 프랑시스 퐁주 사이 어디쯤.
드러냄을 통해 감추고 감춤을 통해 드러내는 시인의 발성법은, “그림자, 구름, 기도, 아내, 개” 등 강력하게 반복되는 시어들을 통해 현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감춘다. 그러나 어쩌면 행간의 세계, 감춤의 세계에 잠복하고 있는, 현재 그의 시에 등장조차 하지 않은, ‘도래할 말’ 속에 정은기의 시는 있을 것이다. 시인의 은밀하고 무한한 상상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삔이 그랬다」), 그럴까?
“그러니 우리/새로운 말을 하나씩 배우면서/천천히 헤어지는 것이 어떨까?(「Hello World!!!」), 그럴까? 그럴까? 정말?
그러자! 만약에 ‘시’를 찾아가는 동방 박사가 있다면, ‘시’는 그 어디에도 없고 동방 박사가 ‘시’였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으니! 우리는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아니, 적이 되기 전부터 적이 된 이후로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랑을 한다. 정은기가 그러하듯이, 그의 시가 그러하듯이.
시인이여, 무한을 향해 걷자. 이 세계는 시가 적힌 한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
책 속으로
삶이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사람들은 나태해질까
최선을 다해서 살까
이름을 바꾸면 한 번 더 사는 일이 된다는 말을 일단 믿어 보기로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여러 번 죽어서
죽음을 여러 번 기념하며 다시 태어난다면
슬픈 감정은 생기지도 않았을까
사랑도 지금처럼 아찔하지 않았겠지
영원은 아니지만
오직 단 한 번,
왜 매일 밤 일기를 찢었는지
손톱을 물어뜯었는지
나는 왜 그랬는지 알고 있지만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을 지불하듯
이름을 바꾸고
택시에서 내렸다
-「누구나 다 하는 생각」 부분
낫을 하나 주문했다
낫의 단호한 어감이 매력적이었다 기다리는 내내 결의문을 쓰고 읽었다
둥근 곡선을 밖으로 보이며 속으로 칼을 가는 낫의 자세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하여 낫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맹세할 것이다
그러나 내려칠 목도 당신도 없구나
사랑은 더더욱 나의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아니면 너이고
너가 아니면 나라고밖에 할 수 없는 우리
(중략)
나는 너의 뒷모습이고
너는 여전히 나의 얼굴,
우리의 적의는 늘 무엇인가를 향해서 움직인다
-「낫」 부분
한 번도 닫힌 적이 없었던 나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던 나
이렇게 멀리까지 가도 되는 것일까?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저녁처럼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마음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옮겨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단 한 번, 영원히」 부분
머리를 깎는다고 집을 나왔다 담배 한 갑과 아이스커피를 한 잔 사서 나무 그늘에 섰다 먼저 머리를 깎고 관악산을 오를까 목욕을 하고 업체 사람들을 만날까 이력서가 안주머니에 있으니 안도하며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일단 얼음이 녹을 수 있으니 커피를 먼저 마시자 아니 관악산은 언제든 오를 수 있으니 목욕을 하고 업체 사람들을 먼저 만나자 그늘을 따라 자리를 옮기는 동안 관악산이 푸르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얼음은 녹고 있었다 원을 그리며 나무를 돌고 있는 발걸음이 불규칙적이다 계약은 성사될 것이니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관악산으로 가자 이력서는 녹는 일이 없으니 커피를 먼저 마시자 집에는 다림질을 하는 아내가 있고 나는 조용히 현관을 열고 들어가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우면 된다 머리는 단정하게 빗겨져 있을 것이다 업체 사람들은 나를 기다리며 시시덕거리다 퇴근했을 것이다 그러니 먼저 관악산을 오르는 것이 좋겠다 그림자를 따라 돌면서 하루 종일 관악산을 바라보다 이발을 하고 귀가했다
-「변명」 전문
십자가의 뒤편은 얼마나 어두울까
모든 성상에는 방향이 명확하다
십자가 뒤에서 어두운 얼굴로 포도주를 마신다
오늘은 정식으로 고아가 되는 날
(중략)
바람에 날리는 상복과 흰 붕대,
건널목을 건너는 부러진 목, 발
삶과 죽음을 넘어설 만한 상상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돌멩이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죽거나
돌멩이로 태어나서 돌멩이로 죽는다
나무만 방향이 없어서
조금 더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사물의 방향」 부분
밤이
쇼케이스에 칸칸이 진열되고
내가 평생 속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죽기 직전에만 깨달으면 되는 일
지금부터 눈치챈다면
남은 생이 너무 불행할 거야
-「검은 밤의 운동성과 물질성」 부분
두려움은 믿음이 약한 자들의 것이었기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셰퍼드의 목덜미를 쓸어내리곤 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나는 셰퍼드를 만질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수없이 기도했다 어쩌면 내가 신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미국에서 온 셰퍼드를 길들이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산 밑 저수지에서 친구 몇이 빠져 죽었다 얼음이 깨지면서 저수지는 사나워졌다 얼음 밑으로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는 친구는 며칠 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날뛰는 저수지를 길들이지 못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연애를 시작한 형과 누나 들은 더 이상 기도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지만 나에게 그럴 만한 용기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행스러운 결론」 부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고아가 된다 사랑과 이별에도 무기력한 나이가 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지만 꽃은 꽃밭에 대한 기억만으로 만개하지 않는다고 삔이 내게 그랬다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조금 더 멀리까지 사랑하는 일은 달빛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 호수 위로 밤이 새하얗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삔이 그랬다」 부분
기본정보
ISBN | 9791193412596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8일 | ||
쪽수 | 172쪽 | ||
크기 |
126 * 201
* 13
mm
/ 28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걷는사람 시인선
|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1)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
반품/교환방법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
반품/교환 불가 사유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