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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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말을하듯 무작정 써야한다는 피터 엘보의 혁신적인 글쓰기 원리는 학창 시절 글쓰기 문제로 거듭 고통받았던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옥스포드 대학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문학을 전공하게 된다. 당시 그의 지도교수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후손인 조나단 워즈워스였다. 당시 그는 지도교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하지만 냉소적인 성격의 지도교수는 글쓰기에 있어서 늘 엄밀한 사고와 비판적 논증만을 강요했고 피터 엘보는 제대로 된 논문 한편 써내지 못하고 극심한 좌절과 상처를 겪고만다. 결국 지도교수를 교체하고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며 고통스럽게 학업을 이어갔다. 이후 하버드 대학원의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나 또 다시 극심한 글쓰기의 장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만다. 이런 뼈아픈 실패와 방황을 거쳐 그는 다시 브랜다이스 대학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인생의 실패를 곱씹듯이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시 그는 다시 글쓰기의 불안과 치열한 무력감에 시달렸고, 어느 날 그만 절망에 짓눌린 채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타자기에 그 해묵은 불안과 혼란, 그 풀어낼 길 없는 생각과 느낌과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 마구잡이로 토해내듯, 비명을 지르고 하소연하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강박적으로 글을 쓰는 그 절박한 순간, 그는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했지만, 이 글쓰기의 강박이 불러오는 절정의 몰입 상태 속에서 그는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종이 위에 얼룩진 이 모든 생각과 느낌과 감정과 단어와 그 미숙한 문장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바로 글을 쓰는 자신의 진짜 마음에서다. 일체의 생각없이 그리고 계획없이 무질서하게 이어졌던 무작정 쓰기의 순간 그는 자신의 진실한 마음과 만났고 그 마음이 빚어낸 단어와 문장들의 진실한 의미와 만난 것이다. 그가 처음 무작정 쓰기에 입문했던 순간이었다.
피터 엘보의 명저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는 좋은 글이란 글을 쓰는 사람이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고 신체 감각마저 무뎌지면서 자신의 언어와 의미에 충분히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상태에서 작성된 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무작정 쓰기야말로 이런 글쓰기의 몰입 상태와 절정 경험을 불러오는 유일한 방법이며, 과거 위대한 작가들이 흔히 영감(inspiration)이라고 불렀던 그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체험도 사실 무작정쓰기에서 비롯된 특수한 정신경험이라고 한다.
작가정보
엘보 (Peter Elbow) 무작정 쓰기라는 프리라이팅 (free writing)의 원리를 대중화시킨 20세기 최고의 글쓰기 교사이다. 1973년 출간한 도발적인 제목의 저서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에서 무작정 쓰기의 원리를 처음 소개하면서, 누구나 교사나 동료 혹은 그 어떤 권위나 지식의 도움없이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무작정 쓰기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본서『글쓰기를 배우지 않기』의 성공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기존의 글쓰기 교육을 혁신적으로 변모시켰고, 일반 독자들과 작가들은 물론 나탈리 골드버그. 줄리아 카메론과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남겼다.
한편 지난 50년에 걸친 글쓰기 연구를 인정받아 최고의 글쓰기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브래독 상 (the Braddock award)과 작문과 수사학 분야의 최고 연구자를 기념하는 제임스 벌린 상 (the James Berlin award), 그리고 미국 영어교사협회가 탁월한 연구와 공로를 인정하는 제임스 스콰이어 상 (the James Squire award)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 영문학과의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 서문
제2판에 붙여
1. 무작정 쓰기 연습
무작정 쓰기 연습이 도움이 되는 이유
무작정 쓰기, 그리고 쓰레기
무작정 쓰는 일기
무작정 쓰기를 이용하여 글의 주제 찾기
글 한 편 완성하기
2. 글쓰기 과정 - 성장
나의 글쓰기 체험담
실제로 효과가 있다
성장
쓰기 시작해서 멈추지 않고 쓰기
혼돈과 방향상실
서서히 드러나는 무게중심
편집하기
성장과정
3. 글쓰기 과정 - 요리
요리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요리는 여러 아이디어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요리는 단어와 생각의 상호작용이다
요리는 은유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요리는 다양한 형식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요리는 당신과 당신이 쓴 언어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요리가 되지 않을 때
자포자기식 글쓰기
목표는 요리다
요리와 에너지
좋은 점과 나쁜 점
기존의 글쓰기 방식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는 이유
결론
4. 교사 없는 글쓰기 모임
스터디 모임 준비하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 말해주기
독자들을 위한 추가 조언
글쓴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 주의할 점
모임의 진행
5. 교사 없는 글쓰기 모임에 관한 고찰
내가 교사없는 글쓰기 과정을 정립하게 된 배경
뭐라고요?
교사 없는 글쓰기 모임에서 누구나 글을 더 쉽게 쓸 수 있다
교사 없는 글쓰기 모임에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리 뒤죽박죽이라도 우리는 진실에서 배운다
글쓰기 학습의 과정
문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요구르트 모델
근거 없는 헛소리
과정 중심으로 쓰는 복수항목의 일지
부록 에세이
불신전략과 신뢰전략 - 지적 사고의 분석
독주하는 불신전략
의미와 단어에 관한 진실
신비평주의자 일별하기
불신전략은 의미 해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뢰전략의 효과(The Believing Muscle)
우리는 형태를 인식하듯 의미를 파악한다
실험실 쥐의 허구
상호작용하는 신뢰전략과 불신전략
두 가지 변증법
신뢰전략 연습하기: 서둘러 마무리짓지 말아야 한다
두 종류의 전략과 관련 특징
신뢰전략에 대한 두려움
신뢰전략의 역사
결론: 신뢰전략과 불신전략은 상호의존한다
문법, 어법, 철자와 관련한 참고자료
책 속으로
이 책은 실제로 한 편의 글을 써보려는 독자가 읽어야 한다. 단지 이 책을 읽는데 만족하는 독자라면 곤란하다.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좋은 글을 쓰도록 좋은 글의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나쁜 글을 쓰지 않도록 나쁜 글의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이 책은 좋은 구성과 나쁜 구성, 또는 정확한 쓰임과 부정확한 쓰임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좋은 글이나 나쁜 글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해도 내가 글을 잘 쓰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설명을 해준다 해도 그들의 글쓰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의 특징을 설명하는 책을 찾고 있었다면 이 책은 잘못 선택한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칙적으로 무작정 쓰기(freewriting)를 실천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해야 한다. 무작정 쓰기는 때로는 ‘무의식적 글쓰기' '지껄이기’ ‘수다 떨기’ 라고도 한다. 이것은 10분 동안 그냥 쓰는 것이다. (나중에는 15분이나 20분으로 늘려도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면 안 된다. 조급해 하지 말고 그냥 써 내려가면 된다. 앞으로 되돌아가거나, 쓴 것을 지우거나, 맞춤법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거나, 어떤 단어나 생각을 써야 할지 고민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 안 된다. 쓸 단어나 맞춤법이 생각나지 않거든 그냥 물결 표시를 하거나 “생각이 안 난다”라고 쓴다. 그냥 뭔가를 적으라. 가장 쉬운 요령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생각이 꽉 막히면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몇 번이고 쓴다. 아니면 마지막으로 쓴 단어를 반복해서 써도 되고 아무 단어나 써도 좋다. 단 한 가지 철칙은 ‘절대’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작정 쓴 글의 통일성 있는 부분에서는, 다시 말해 당신의 정신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생명력 있는 문장이 나온 부분에서는, 우리가 심사숙고해서 이를 수 있는 수준보다 의미의 통합이 더 정교한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일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쓰다 보면 다른 어느 때보다 조화롭고 명료한 문장이 나온다. 이때는 구상을 해서 한 문장씩 써 나갈 필요가 없다. 그의 마음이 부족함 없이 담기기 때문이다. 문장에 담긴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하게 짜맞춰지고 온전하게 통합된다. 그의 마음이 문장에 작용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문장이 그의 전체적인 자아를 통과하며 걸러졌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런 글에서는 기계적인 조작이 느껴지지 않고 기어가 변속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기어가 바뀔 때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유기적이다. 그것은 마치 각 부분이 희미하게 전체를 포함하는 홀로그램처럼 단어 하나하나에 해당 문장의 의미가 모두 스며들어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아주 간단하다. 평소에 무작정 쓰기를 한다면 그중 많은 글들이 혹은 대부분의 글들이 공들여 쓰고 고친 것들보다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중 좋은 대목들은 우리가 갖은 수단을 써서 써낼 수 있는 글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글쓰기는 말하고 싶은 내용을 언어로 옮기는 2단계 작업이 아니라, 유기적(organic)으로 발달해 가는 과정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게 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라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글은 점차 변화하고 진화한다.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또는 그 내용과 어울리는 단어가 어떤 건지를 알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을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글이 끝날 거라고 예상해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글을 다 썼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통제력과 통일성, 자신의 생각을 파악하는 일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게 아니라 글을 다 썼을 때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쓰기를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발전시키고 요리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글쓰기는 미처 생각해 내지 못했던 뭔가를 생각나게 하는 수단이다. 사실 글쓰기는 언어를 통해 현재의 생각과 느낌과 인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작업이다.
출판사 서평
“글을 잘 쓰고 싶어요.”
모두의 버킷리스트에는 수려한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를 두려워 하면서도 멋진 글을 써내고 싶은 욕망을 대다수의 우리들은 품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지겹고 버거운 그 무언가이면서도 내면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그 어떤 충동이기도 하다. 충동의 순간 우리는 역동하는 생명력을 글자로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한 글자, 한 글자 조합하며 말이 되게끔 만들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보면 자괴감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의 저자 피터 엘보 역시 이를 반복하며 애증의 글쓰기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모두 적어가며 ‘글쓰기’를 연구한다. 자신이 언제 글쓰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지, 언제 교착상태에 빠졌었는지, 도입문을 쓰기도 어려울 때 어떻게 돌파할 수 있었는지, 글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글쓰기 모임은 어떻게 조직하는 것이 유익했는지, 그동안의 글쓰기 교육이 왜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등 글쓰기를 세심하게 분석해 들어간다.
먼저, 피터 엘보는 무작정 쓰기를 제안한다. 10분간 쉬지 않고 떠오르는 것을 무작정 전부 써 내려가는 것이다. 모닝페이지 등에서 설명하는 프리라이팅(freewriting)은 바로 피터 엘보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 피터 엘보는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아무도 읽지 않는다. 쓰레기를 토해내도 상관없다. 자꾸 체계를 잡으려고 하는 우리의 뇌를 의식적으로 풀어놓는 것이다. 체계나 계획 같은 것 없이 그냥 쏟아내보라. 그것도 매일, 규칙적으로.
그리고 한 편의 글을 쓸 때는 그렇게 쏟아낸 후 냉혹하게 편집할 것을 조언한다. 뼈중의 뼈만 남길 것을 조언한다. 한 번을 아주 신중하게 써내는 것이 아닌 네 번을 쓰고 한 번을 가혹할 정도로 편집하는 것이다. 무작정 쓰기와 함께 연습하다보면 우리는 한 편의 수려한 글을 써낼 힘을 키우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219541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1일 |
쪽수 | 288쪽 |
크기 |
134 * 204
* 23
mm
/ 56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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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심히 쓰기 위해서는, 일단 '쓰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뻔한 내용.
그럼에도 이 책이 최고인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설명하기 때문!
진심으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꼭 읽었으면...
책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고, 책의 가장자리 공간이 부족하니, 앞쪽은 왼쪽 페이지 부분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고, 뒷쪽 부분은 오른쪽 페이지가 잘 펼쳐지지 않으니 매우 불편합니다. 스프링 제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이에요.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을 펼쳤을 때, 잘 펴지고 힘을 들이지 않고 글자를 온전히 읽을 수 있게 책 디자인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종이를 너무 아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