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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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이 마침내 완성한 ‘조선 천재 3부작’
『추사』 『초의』 『다산』을 다시 읽는다!
이번에 열림원에서 새롭게 출간된 『다산』은 추사 김정희를 다룬 『추사』, 다산의 제자 초의 스님을 다룬 『초의』에 이은 작품이자, 그가 평생에 걸쳐 좇아온 ‘조선 천재 3부작’의 완결판이다. 김형중 평론가는 이 소설을 두고 “정약용의 일대기와 사상을 소설화”함으로써 “인물소설 쓰기가 하나의 거대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평했다. 『다산』은 정약용이 그랬던 것처럼 글쓰기를 필생의 업으로 삼은 대작가 한승원의 광활하고도 심지 깊은 작품세계와 탄탄한 내공을 집약시킨 결정체이다.
이 책의 시리즈 (3)
작가정보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인 전남 장흥의 율산 마을에서 바다를 시원으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써오고 있다.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내 고향 남쪽 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우리들의 돌탑』 『해일』 『시인의 잠』 『동학제』 『까마』 『아버지를 위하여』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꿈』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흑산도 하늘 길』 『원효』 『추사』 『초의』 『보리 닷되』 『피플 붓다』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사람의 맨발』 『물에 잠긴 아버지』 『달개비꽃 엄마』 『도깨비와 춤을』 『신화의 늪』, 시집 『열애 일기』 『달 긷는 집』 『꽃에 씌어 산다』, 산문집 『바닷가 학교』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산돌 키우기』 등을 출간했다. 한국소설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 황사영 백서
황사영과 정약용을 엮어라
형은 흑산도로 아우는 강진으로
나주 밤나무 골에서의 이별
강진으로 따라온 홍희운의 계략
또 하나의 손님마마
주막집의 곰보 주모
거문고
미행하는 초립동
소년 황상의 병통病痛
한밤에 찾아온 선비
스스로 끊어버린 남근
임금을 비방한 죄
주모의 가슴, 흙의 가슴
주모의 딸
하인이 가져온 참담한 소식
연두색 머리처네
목탁 구멍 속의 어둠처럼
보은산방
『주역』에 달통한 혜장과의 만남
스님의 외고집
심줄 끊어주기
거래
혜장과의 대립
바다 밀행密行
바다 잠행
소흑산도로 가는 밤배
슬픈 천륜의 은밀한 만남
다산 초당으로 이사
홍경래의 반란
백운동
한밤의 불청객
시신의 상투
청혼
통곡하는 신부, 정약용의 외딸
아들 학연의 슬픈 권고
길 잃은 자의 절망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
무단히, 무단히
회오悔悟
누가 둘째 형님을 죽였는가
초의의 어리광
살생하는 스님
대쪽 같은 노인
다시 연두색 머리처네
아내의 치마폭
손가락의 마비
떠나가는 나그네
작가의 말 ‐ 『다산』을 새로이 펴내면서
작가의 말 ‐ 나의 구도 행각 혹은 천지간의 큰 산인 다산 정약용 탐색하기
주요 등장인물
다산 정약용 연보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얼마쯤 뒤 정약용은 들판 한가운데에 이르렀고, 정약전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모퉁이의 굽이에 이르렀다. 서로의 모습은 황새만해졌다. 이제 정약전이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때 두 형제는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향해 피맺힌 목소리로 외쳐 불렀다.
“형니임!”
“아우야아!”
“형니임!”
“미용아아!”
그 피맺힌 목소리 하나는 들판을 건너가다가 하늘로 사위어가고, 그 다른 목소리 하나는 산모퉁이를 돌아가다가 땅으로 스며들었다. 그 목소리들은 거듭 울렸고, 거듭 아득하게 사라져갔다. 두 형제의 가슴 아픈 영영 이별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과 땅은 너무 짙푸르고 드높고 드넓고 아득했다. _35p
‘고통을 잘 비틀어 꼬면 소리가 되고, 그 소리를 잘 내면 빛이 되고, 그 빛은 새가 되어 날아갑니다요.’ (…) ‘그러니까 거문고 소리는 죽어간 누에고치 2만여 마리의 원혼들이 합창을 하는 소리로구나!’
정약용은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소리쳤다.
‘그래, 내 아픈 삶을 비틀어 꼬아 만든 소리로 빛을 만들고, 그 빛이 새가 되어 날아가게 하자. 나는 지금 잠시 어떤 무고로 인해 묶여 들어왔을 터이므로 곧 풀려날 것이다.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풀려나가면 부지런히 해내야 할 사업이나 궁리하자.’ _88~89p
대개의 경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르는 법인데, 그것은 그 도둑이 도둑질의 즐거움에 취해 있는 까닭이고, 취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도둑질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자만에 빠져 있는 까닭이고, 아직 도둑의 도를 터득하지 못한 까닭이고, 그 도둑의 성정이 주정적일 뿐, 이지적이고 창조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도둑은 도둑질의 방법 여기저기에 허술한 점이 많으므로 쉽게 꼬투리가 잡히기 마련이다. _150p
……비단 바른 창[紗窓]은 아직 밝지 않았는데,
꾀꼬리 울음소리 맴을 돌고
향로에 피운 향 불 다 소진했네.
비단 병풍 비단 방장으로 봄추위 가린 잠자리
간밤 삼경에 비가 내렸네.
……수놓은 발에 한가롭게 기대 있는데,
가벼운 버들 솜 바람에 하늘하늘
마음 갈피 못 잡고 눈살을 찌푸리다가,
꽃 꺾어 들고 눈물 씻으며
돌아오는 기러기를 향해,
‘그곳에서 내 님 보았소’, 물어보았네. _185p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물처럼 구름처럼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가뭇없이 사라지게 된다. 사라진다는 것은 허무하다는 것이다. 일단 마음에 걸린 것들을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그것들의 결과 무늬와 색깔을 속속들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산림의 선비는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삶을 살되 그 삶을 기록해야 한다. _211p
혜장이 보내온 차. 다신茶神이 제대로 우러나게 낸 차는 정신도 가볍게 하지만, 무거운 몸도 가뿐하게 한다. 새 힘을 돋게 한다. 차에는 천지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신명이 들어 있다. 그 신명이 다신이다. _213~214p
출판사 서평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한승원이 마침내 완성한 ‘조선 천재 3부작’
『추사』 『초의』 『다산』을 다시 읽는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우리 시대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한 한승원은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하고,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소설가는 흘러 다니는 말이나 기록(역사)의 행간에 서려 있는 숨은 그림 같은 서사, 그 출렁거리는 파도 같은 우주의 율동을 빨아먹고” 산다는 그의 말처럼, 역사 속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소설적 집요함은 한 시대의 공기, 바람과 햇살, 심지어 역사적 인물의 숨결까지 살려내 소설에 담아냈다.
이번에 열림원에서 새롭게 출간된 『다산』은 추사 김정희를 다룬 『추사』, 다산의 제자 초의 스님을 다룬 『초의』에 이은 작품이자, 그가 평생에 걸쳐 좇아온 ‘조선 천재 3부작’의 완결판이다. 김형중 평론가는 이 소설을 두고 “정약용의 일대기와 사상을 소설화”함으로써 “인물소설 쓰기가 하나의 거대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평했다. 『다산』은 정약용이 그랬던 것처럼 글쓰기를 필생의 업으로 삼은 대작가 한승원의 광활하고도 심지 깊은 작품세계와 탄탄한 내공을 집약시킨 결정체이다.
천지간의 영검한 큰 산,
다산茶山 정약용을 오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산에 비유하면, 수많은 준봉들을 푸른 하늘 속에 깊이 묻고 있는 보랏빛의 영검하고 웅대한 산이다. 그러한 산에 잘못 들어가면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할 수도 있다. 나는 초의 스님처럼 다산을 잘 타려고 무진 애를 썼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은 소설의 소재로서 매우 무겁고 방대하다. 그것을 나는 쉽게 풀어 쓰고, 함축하려고 애썼다. 선생의 삶과 정신을 새로이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 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내 속으로 선생을 들어오게 하여, 혼융 일체가 되어야 했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사실에 의거해서 진리를 찾는 ‘실사구시’의 삶을” 살았던 다산 정약용은 “인민의 영혼을 일깨워주는 꼭두새벽의 쇠북 소리”이자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아주는 관개 사업”이었다. 그는 “‘세상을 올바르게 경영하는 지표’, 즉 가장 진실한 예”를 쓰고 싶어 했고 이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실한 의지였다. 남인이었던 정약용을 노론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정조가 승하하자, 정약용은 한때 천주교에 이끌렸던 과거를 빌미로 경상도 장기와 전라도 강진에서 18년간 길고 고통스러운 유배 생활을 보낸다. “‘예가 아니면 말하지 않고 예가 아니면 보지 않고 예가 아니면 듣지 않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 자기 성찰에 투철한 참 선비 학자” 정약용은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귀양살이를 하게 된” “기구하고 신산한 운명을 어떻게 무엇으로 이겨냈을까.” 한승원 작가는 정약용의 지난하고도 치열한 일생의 운명을 따라 짚으며 그에게서 “갇혀 사는 사람의 아프고 슬픈 절대 고독과, 그 고독을 이겨내려는 고귀한 분투와 꿈꾸기와 도학자의 여유”를 깨쳤고 정약용과 하나가 되어 그가 삶에서 품었던 꿈과 우정을 소생시킨다.
“나무를 보면 점이지만, 그것들을 모아 숲으로 보면
천지 우주의 율동이구만이라우.”
다산茶山 속에서 우정과 깨달음을 얻고 간 인연들
다산 정약용은 젊은 시절 선비 학자로서 “인자한 듯하면서도 준엄하고 고독한 군주” 정조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고 “서로 이마가 부딪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앉”아 약주를 함께할 정도로 각별했다. 그는 한 시절 이벽과 이승훈 등을 만나 천주학에 빠져 하느님을 섬겼고 이벽과는 “가슴과 가슴, 마음과 마음, 넋과 넋이 뜨겁게 섞이”는 진실한 우정을 나눴으나, 천주학을 다시는 섬기지 않겠다고 후에 정조에게 고해한다. 그러나 순조가 즉위한 뒤, 노론 강경 세력이 주모한 신유박해로 “거대한 배가 난파되자 거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어가듯” 정약용은 18년간 유배당해 동시에 흑산도로 유배 간 둘째 형 정약전과 가슴에 피맺히는 이별을 해야 했다. 정약전은 “아우 정약용과 자기가 두 몸이면서 사실은 한 몸인 듯싶”었고 두 형제는 “장구처럼 실바람 같은 충격을 받아도 늘 한 몸처럼 동시에 두리둥두리둥 하고 공명”했다. 유배지의 고독에 몸을 맡긴 채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완성했고 승려 초의 의순과 의義를 다졌다. 초의는 다산 속에서 “더욱 웅숭깊어지고 영혼의 체구가 커지고 자유자재의 실사구시적인 선승으로 이름을 드날리게 된” “다산이란 산을 잘 탄 사람”이었다. 18년간의 천신만고 끝에 정약용은 고향으로 살아 돌아가 회혼기념일 잔칫날에 가족과 축하객들에 둘러싸여 세상을 떠난다. 한승원 작가는 “선생의 큰 산속에서 오랫동안 나의 길을 찾기 위해서 헤매”었고 마침내 “나의 인생살이에서 한 개의 거대한 맑은 거울”로서 정약용이라는 산맥을 비춘다.
“정약용은 자기의 무덤이 될 자리에 우뚝 서서 서북편의 운길산을 바라보았다. 초의草衣가, 거대한 치맛자락을 하늘에 펼쳐 걸어놓은 것 같더라고 말한 보랏빛 나는 운길산. (…) 갈매기들이 하류 쪽으로 날아갔다. 참새만 해지더니 나비만 해지고, 그것이 다시 파리만 해지더니 마침내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 새! 고통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고통을 비틀어 꼬면 빛이 된다. 그 빛은 깃털 찬란한 새가 되어 짙푸른 하늘 한복판으로 날아간다.’”
기본정보
ISBN | 9791170403029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0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30 * 188
* 29
mm
/ 48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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