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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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들끓는 섬에 눈처럼 새하얀 토끼를 풀어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토끼들의 섬〉부터, 귀에서 발이 돋아나는 어느 여성의 나날을 기록한 〈스트리크닌〉, 신혼여행지에서 돌연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잇몸〉 등 기묘한 이미지가 넘실거리는 열한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어두운 밤과 같은 영혼”이라는 작품을 향한 수식어에 걸맞게,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매혹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작가정보
Elvira Navarro
1978년 스페인 우엘바에서 태어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07년 십대 소녀 ‘클라라’의 성장통을 그린 《겨울의 도시La ciudad en invierno》를 발표하며 데뷔했고, 기존 성장소설의 틀을 파격적으로 깨뜨렸다는 평을 받으며 같은 해 프낙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 스페인으로 이민 온 중국인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행복한 도시La ciudad feliz》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하엔 소설상과 토르멘타엔운바소 신인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일간지 〈푸블리코〉에서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었다. 2010년에는 영국 문예지 〈그랜타〉에서 선정한 ‘35세 이하 최고의 스페인어권 작가 22인’에 오르는 등 스페인 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이외에도 《일하는 여성La trabajadora》 《아델라이다 가르시아 모랄레스의 마지막 나날Los últimos días de Adelaida García Morales》 《아드리아나의 목소리Las voces de Adriana》 등을 출간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스페인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엘레나는 알고 있다》 《신을 죽인 여자들》, 페르난다 멜초르 《태풍의 계절》, 사만타 슈웨블린 《입속의 새》 《리틀 아이즈》, 마리아나 엔리케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 〈토끼들의 섬〉
〈스트리크닌〉
〈헤라르도의 편지〉
〈역행〉
〈파리 근교〉
〈미오트라구스〉
〈지옥의 건축학을 위한 기록〉
〈꼭대기 방〉
〈비망록〉
〈잇몸〉
〈점술가〉
추천사
-
“《토끼들의 섬》을 ‘사회 악몽 소설’이라 명명해보자. 프란츠 카프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 대가의 걸작이 흘러넘치는 이 장르에서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구별 짓는 요소는 대다수 중심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똑똑하고 강인하지만, 어딘가 깊은 결함을 지닌 여성들. 소설은 결함으로 인해 더욱 입체적 면모를 띄는 인물을 앞세워 그들이 맞닥뜨린 계급 및 자본의 힘과, 그것의 부재로 인한 미칠 듯한 모멸감을 탁월하게 해부해낸다.”
-
“에드거 앨런 포와 니콜라이 고골이 공존하는 듯한 작품. 현실의 틈새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혐오와 매혹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 공간을 탐색한다.”
-
“숨 막히게 아름답고 소름 끼치게 불안하다. 중력을 허물고 표표히 떠도는 이 소설이 마치 생생한 꿈처럼 느껴진다.”
책 속으로
20-21쪽
토끼들은 우선 날카로운 앞니로 새의 목덜미를 공격했다. 그러고 나면 떨리는 주둥이와 가는 수염이 눈 색깔과 똑같이 피로 빨갛게 물들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살점을 다 뜯고 나면, 녀석들은 마른 나뭇가지가 분질러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한동안 뼈를 갉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토끼들은 심지어 부리까지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런 다음, 털이 다시 하얗게 될 때까지 부지런히 몸을 단장했다.
35쪽
이제 발은 여자의 가슴 아래까지 늘어졌다. 한 뼘 정도 더 커진 데다, 작은 입이 달리고 거미처럼 움직이는 발가락도 자라났다.
76-77쪽
그녀는 집이 엘 카날에, 그것도 오래되어 외벽이 거무스름하게 변한 건물에 있어 놀랐다. 하지만 이러한 첫인상은 낡고 곰팡이가 핀 벽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조 대리석 복도 끝에서 본 풍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할머니가 공중에 떠 있었다. 뚱뚱한 편인 데다 구운 가지 냄새를 풍기는 할머니는 거실 한 구석, 커튼 봉 옆에 뜬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158쪽
여자는 자기가 일하는 호텔에서 살았다. 세끼 식사와 마찬가지로 방세 또한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공제되었기에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었다. 지하에 있는 세탁실 옆방에서 기거하는 웨이터 두 명도 여자와 같은 조건이었다. 여자는 창문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더라도 꼭대기 층에 있는 방을 택했다.
243쪽
“그런데 당신한테 할 말이 하나 있어.” 그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통에 뭐냐고 물어볼 틈조차 없었다. “사실 나, 벌레로 변하고 있어.”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스마엘도 따라 웃었지만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내 어금니 위에 자라난 게 그냥 살이 아니야. 정말이야.”
출판사 서평
스페인 문학의 새로운 미래
엘비라 나바로가 선보이는 11편의 환상과 악몽
프낙 신인작가상, 하엔 소설상, 토르멘타엔운바소 신인작가상 등 저명한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스페인 문학계에 돌풍을 일으킨 엘비라 나바로. 발표 직후 “카프카와 보르헤스의 문학적 성취를 이어받은 걸작” “에드거 앨런 포와 니콜라이 고골이 공존하는 듯한 작품”이라 찬사받은 그의 대표작 《토끼들의 섬》이 출간되었다.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도시와 변두리, 기억과 기록 등 경계와 틈새를 넘나드는 열한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새가 우글거리는 섬에 던져진 빨간 눈의 토끼, 역겨운 피 냄새로 가득한 아랍의 좁은 골목, 존재할 수 없는 공간에서 들려오는 귀를 찢는 굉음 등 잔혹하면서 매혹적인 이미지가 오감을 일깨우는 가운데, 허구와 실재가 뒤섞인 몽롱한 서술이 섬찟한 꿈을 꾸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텍스트가 선사하는 상상력의 향연을 만끽하며, 독자의 머릿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환상과 악몽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출간 직후 안달루시아 비평가상 단편소설부문을 수상하고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리베라델두에로 단편소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번역문학부문 후보에 선정되며 젊은 거장의 탄생을 세계에 알렸다.
“외곽, 변두리, 경계… 내 관심사는 언제나
현실을 결정짓는 윤곽이 희미해지는 틈새에 있다.” _엘비라 나바로
《토끼들의 섬》에 수록된 열한 편의 이야기는 작중 배경, 초점 화자, 주제 의식 등 모든 면을 달리하지만, 초현실적 세계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꿰어진다. 〈헤라르도의 편지〉에는 은근한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와 이별을 결심한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남자친구를 향한 공포는 교외 여행지에서 마주한 음험한 숙소, 기괴한 주인, 이상한 숙박객 무리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는, 현실의 언저리에서 끓어오르다가 사라지는 유령 같은 존재로 구현된다. 〈꼭대기 방〉의 젊은 여성은 거주비 절약을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 꼭대기 방에 기거한다. 여성에게 주어진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꿈속으로 침범해오는 타인의 꿈이라는 환상적 기제로 표현된다.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와 허구를 혼합한 〈미오트라구스〉에는 뒤틀린 자의식으로 ‘여자아이 사냥’이라는 끔찍한 놀이를 하는 대공이 등장하는데, 소설은 멸종 동물 ‘미오트라구스’의 책임을 대공에게 묻는 듯한 고발적 시선을 담아내며 가난한 어린 여성을 착취하는 부유한 성인 남성과, 환경을 착취하는 인간의 탐욕을 대구를 이루어 보여준다.
기이하고 불편한 세계를 통해 엘비라 나바로는 젠더, 공간, 계층, 환경, 역사 등에서 거칠게 이분된 관념을 전복하고 무화할 수 있는 지점을 탐구한다. 남성 대 여성, 도시 대 변두리, 자본가 대 노동자, 자연 개발 대 환경 보호, 기록된 정사 대 기록되지 못한 미시 서사 등에서 뒤편으로 밀려난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 이처럼 소외되거나 외면받거나 무시되어온 대상을 서사의 중심 요소로 삼는 행위는 현실의 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려는 시도다. 환상의 표피를 덧입혀 현실을 재구성하는 일은 결국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일일 터. 불문에 부쳐온 절망, 공포, 소외를 이야기해온 엘비라 나바로의 소설을 지금 여기의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다.
■단편소개
〈토끼들의 섬〉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작은 무인도에 정착한 ‘가짜 발명가’.
섬에 들끓는 새를 없애기 위해 빨간 눈의 토끼를 풀어놓는다.
〈스트리크닌〉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아랍의 한 도시. 어느 여인의 귀에서 발이 돋아난다.
여인은 귀를 가릴 만한 히잡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선다.
〈헤라르도의 편지〉
이별을 앞둔 연인이 외딴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음산한 숙소와 이상한 주인, 말라빠진 음식과 벌레가 들러붙은 욕실이 그들을 기다린다.
〈역행〉
타마라는 자기 할머니가 도시 최고의 요리사라고 으스댔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천장에 떠 있는 바로 저 할머니가.
〈파리 근교〉
파리에 더 머물기 위해 장학금을 연장해야 하는 유학생.
복지센터가 있는 근교로 향하지만, 거리와 건물이 미로처럼 펼쳐지며 길을 방해한다.
〈미오트라구스〉
구운 고기 요리를 먹던 손님이 웨이터에게 항의한다.
평생 새끼 염소를 먹어왔지만, 이 고기는 절대로 염소가 아니라는 것.
〈지옥의 건축학을 위한 기록〉
정신병을 앓고 있는 큰형은 언제나 도시가 악마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했다.
건축학도인 ‘나’는 큰형의 말대로 악마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고자 결심한다.
〈꼭대기 방〉
밤마다 호텔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분명 꼭대기 층에 방은 하나뿐이라고 했는데.
〈비망록〉
어느 날, 주인을 알 수 없는 페이스북 계정에서 친구 신청 쪽지가 왔다.
그 계정에 세상을 떠난 엄마와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잇몸〉
신혼여행지에서 어느 날 밤, 이스마엘이 돌연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입에서는 실로 구역질 나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점술가〉
“타로점을 봐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에 점술가의 광고 메시지가 계속해서 도착한다.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 메시지는 여자의 상황과 놀랍게 맞아떨어진다.
기본정보
ISBN | 9788934935469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0월 24일 | ||
쪽수 | 280쪽 | ||
크기 |
129 * 188
* 23
mm
/ 43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La Isla de Los Conejos / Rabbit Island/Navarro, Elvi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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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틈새를 넘나드는 엘비라 나바로의 환상 세계
표제작인 <토끼들의 섬>에서부터 <꼭대기 방>, <미오트라구스>에 이르기까지, 환상과 현실을 섬세하게 교차시키며 독자를 혼란스럽게도, 매혹적으로도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와 틈새를 탐색하고, 그 틈새 속에서 현실의 부조리와 고통을 발견하게 된다.
나바로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기괴함과 폭력성을 끌어내는 데 능하다.
<토끼들의 섬>에서 무인도의 '가짜 발명가'가 새들을 없애기 위해 빨간 눈의 토끼를 풀어놓는 장면을 마주한다. 빨간 눈을 가진 토끼가 새를 사냥하고 잔혹하게 잡아먹는 모습은 자연스러워야 할 생태계 속에서 인간이 개입하며 발생한 일그러진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인간과 환경의 관계로 이끈다. 단순히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토끼가 아니라, 환경을 조작하고 변형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가오는 것.
<스트리크닌>에서는 한 여성의 귀에서 발이 돋아나는 기이한 장면을 묘사한다. 그녀는 이를 가리기 위해 히잡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향하지만, 그 여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은 그 변이를 두려워하거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는 단순한 환상적 설정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로 읽힌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다른 외모,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겪는 차별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며, 나바로는 이를 환상적 설정 속에 숨겨 더욱 인상적으로 전한다.
<헤라르도의 편지>에서는 이별을 앞둔 연인이 외딴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음산한 숙소와 기이한 숙박객들, 그리고 음침한 욕실은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관계의 불안과 공포가 어떤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남자친구를 향한 두려움과 불신은 초자연적 환경 속에서 극대화된다.
<미오트라구스>에서는 허구와 역사가 얽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대공이 벌이는 끔찍한 '놀이'는 단순히 잔혹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자주 소외되는 존재들을 은유하며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초래하는 결과를 경고한다.
<꼭대기 방>에서 주인공은 열악한 호텔 근무 환경 속에서 외로이 버티며, 자신이 지낸 공간이 꿈속의 불안 요소로 자리 잡는 장면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고단한 노동 현실과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나바로는 우리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 현실의 이면을 환상의 틀 안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가 외면하고 지나쳤던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그는 “외곽, 변두리, 경계… 내 관심사는 언제나 현실을 결정짓는 윤곽이 희미해지는 틈새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관심사가 여실히 드러나는 단편소설집.
이 책을 통해 스페인소설을 처음 접해보는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철저한 신분제 계급사회에서 가문의 배경이 없는 미천한 이들이 출세 할 수 있는 길은 성직자 뿐이였고 이 성직자들 중에서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부모에 의해 수도원에 형제들과 들어간 고야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초등교육을 받고 종교재판소 미술검열관이었던 종교화가 호세 루산 이 마르티네스(Jose Luzan y Martinez, 1710-1785)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판화 작업 부터 석고 데생 작업에서 미술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한다.
문하생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고야는 마드리드의 산 페르난도 왕립 아카데미에서 장학금을 받아 스페인 역사를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공부 하기 시작하고 여러 차례 왕립 아카데미의 경연대회에 도전 하지만 낙선하고 만다.
1770년 무작정 떠난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무수히 많은 종교화를 관찰하며 베끼는 작업을 하던 고야는 군주 초상화의 복제화 작업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1775년 부터 마드리드의 산타바르바라의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에서 공예작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고야는 엘 파르도의 궁전 식당을 장식할 태피스트리 밑그림 작업을 의뢰 받는다.
18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부유한 귀족의 하인겸 비서로 일하거나 상업으로 부를 쌓은 벼락 부자를 의미하는 ‘마호’(Majo남자 멋쟁이 )와 마하(Maja; 여자 멋쟁이)를 고야는 그림에 등장 시켜서 춤추고, 술 마시고, 싸우고, 소풍을 즐기고, 카드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고, 연애놀이를 하는 신나게 놀고 먹는 이상적인 모습을 연작 그림 형태로 완성한다.
당시 놀고 먹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였던 귀족들에게 고야의 연작품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고 고야에게 작품 주문이 쇄도 하게 된다.
고야는 밤 낮으로 밀려드는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귀족들의 유흥과 취향을 충족 시켜 주는 그림 위주 작품을 그리는 동안 그의 아이들이 줄줄이 사망을 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삶의 낙을 잃어버린 고야는 천국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귀족들의 모습에 더이상 집중하지 않고 버림 받고 굶주리며 거리를 떠도는 이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시기 부터 고야는 지주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이들이나 거리의 매춘부, 핍박받는 농부들, 부유한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맹인과 정신 지체를 앓는 광대들을 그리며 도시의 빛과 어둠을 기록하듯 동판화로 제작하기 시작한다.
고야가 살던 시기에 마드리드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번화하고 부유한 이들이 몰려 사는 곳이였지만 수시로 칼부림이 일어났고 어디에서든 도적떼가 출몰해서 어떤 식으로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범죄 도시였다.
1778년 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1780년에 완성한 '교수형 당한 남자'라는 판화 작품에서 고야는 머리와 목은 쇠로 만든 목줄로 수직기둥에 고정된 끔찍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 사형수를 마치 순교자처럼 그렸다.
고야가 사형수를 죽음을 맞이한 순교자처럼 그린 이유는 당시 사형을 집행하고 그 임무를 직접 수행했던 이들은 성직자들이였기 때문이였다.
신의 제자라는 이름으로 성직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시민들을 처형 시켰고 수도원 안에서 신의 이름을 더럽힌 성직자들도 목에 밧줄이 감겨서 동료 사제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고야는 1786년 궁정화가로 임명되어 최고 권력자 부터 그 권력에 아부하고 빌어 붙는 이들, 탐욕으로 가득 찬 계층과 사회에 가장 미천한 계급이 이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기법으로 완성해 나갔다.
고야의 경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스페인 땅에서는 혁명과 내전이 터졌고 마녀 재판을 하듯 무고한 시민들은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을 당했다.
영국의 첩자로 의심을 받았던 고야는 생활고를 겪던 중 중병을 앓아 후유증으로 귀가 멀어 버리게 된다.
그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암흑의 시기 동안 성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고귀한 신적인 존재들을 마녀와 마귀, 괴물의 얼굴로 둔갑 시켜 버린다.
사방이 컴컴한 공간에서 한 화가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고 그의 주변으로 스라소니, 고양이, 박쥐떼들, 올빼미 일곱 마리가 모여 있다.
판화집 <변덕>의 43번째 작품인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의 판화를 그리던 시기에 고야는 종교 재판소에서 언젠가 자신을 소환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서 폭력과 광기에 사로잡힌 형상을 스라소니,고양이·올빼미·박쥐들에 투영시켰다.
고야는 낙후된 스페인이 발전하려면 교회에 의존하지 말고 영국과 프랑스의 계몽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야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스페인 땅에는 이성 보다 비합리성, 불안, 폭력, 광기로 무장한 권력자들이 권세를 잡고 피의 전쟁을 벌였다.
마드리드는 공동묘지로 가득했다. 산이시드로 공동묘지, 카라반첼 바호 교구 공동묘지, 다 허물어져가는 건물 뒷편에 둘러싸여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아름다워 보이는 영국인 공동묘지까지 영국인 공동묘지 옆 건물에는 잔디밭도 없고 양로원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화려한 속옷이 거미줄처럼 얽힌 빨랫줄에 항상 널려 있었다.
-엘비라 나바로의 <지옥의 건축학을 위한 기록> 중에서
1980년 시청 도시 계획 담당관으로 일하던 그는 중앙아메리카로 이주 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멕시코로 건너간다.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마약과 미신에 빠져 살다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예전의 일터인 시청으로 돌아가지만 지난 시절 제 정신을 잃고 미쳐 날뛰던 큰형의 환영이 수시로 나타나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온갖 망상에 시달리던 그는 죽은 큰 형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 실체를 보지 못하는 가족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죽은 큰
요즘 초단편 소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오래 기억이 남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표제작인 <토끼들의 섬>은 여러 이유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우선 글의 이미지가 뇌리에 남을만큼 강렬하다. 섬뜩하기도 하지만 참신하고 독특한 서사에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 사실 그 외 작품들도 작가만의 독특함이 잘 묻어있는 편이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새로운 문학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표제작인 <토끼들의 섬>을 비롯해서 이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다. 귀에서 발이 돋아나기 시작한 한 여인의 이야기, 이별을 앞둔 연인의 기묘한 여행기,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형의 말대로 악마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고자 결심한 건축학도,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호텔 옆방의 미스터리, 신혼여행지에서 돌연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자, 휴대전화에 뜬 점술가의 광고 메시지가 이상하게도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걸 알게 된 여자의 사연 등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뭔가 하나가 어긋나고 틀어져버린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다. 다가갈수록 미로처럼 뒤틀리는 거리, 말라빠진 음식과 벌레가 들러붙은 욕실 등 선연하게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자아내는 분위기 또한 작가가 그려내는 환상과 현실 그 어딘가에 있는 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스페인 문단을 이끌어갈 새로운 목소리라 평가받는 작가 엘비라 나바로의 소설집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대표작인 이 작품은 “카프카와 보르헤스의 문학적 성취를 이어받은 걸작”이라 극찬받으며 2021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이야기들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가득한데, 각각의 이야기가 짧은 만큼 더욱 임팩트가 강하다. 단편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라 낯설고, 불편하다는 점 또한 작가가 그려내는 서사에 가산점이 되어 준다. 엘비라 나바로는 '외곽, 변두리, 경계... 내 관심사는 언제나 현실을 결정짓는 윤곽이 희미해지는 틈새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환상 괴담을 만난 듯한 기분이다.
이 작품은 전미도서상 번역문학부문 후보에 오르며 '프란츠 카프카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문학적 성취를 이어받아 유럽 사회가 당면한 불안을 이야기하는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페인어권 작가들의 최고 등용문으로 꼽히는 하엔 소설상을 비롯, 유수의 신인상과 작품상을 연달아 수상하기도 했는데, 현대 스페인 문학의 새로운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책 표지의 어두운 밤의 이미지와 그 속에 보랏빛과 핑크빛으로 선연하게 물든 컬러감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근사하게 재현시켜주고 있다. 자, 스페인의 젊은 작가가 그려내는 환상과 악몽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말해볼까, 분량이 짧은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한다. 비현실적인 환상문학 보다는 현실적인 소재와 서사를 좋아한다.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보다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토끼들의 섬>은 그런 점에서 단 하나도 나의 취향과 맞지 않은 소설이었다. 그래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위의 점들과 취향이 잘 맞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재밌게 읽힐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 애석하게 된 소설이다.
세상에 이미 만들어진 그 어떤 것으로 다른 그 어떤것들을 만들어내는 가짜 발명가, 끔찍한 냄새를 풍기며 천장에 떠서 있는 할머니, 다가갈수록 미로처럼 뒤틀리는 표지판 하나 제대로 없는 거리,정상인 듯 보이나 집착이 강한 남자와 헤어지려는 여자, 한쪽 귀에 발이 생겨서 점점 밑으로 처지기 시작한다는 여자.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비정상적인 성적 집착을 보이는 남자와 새끼 염소 이야기.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옆방(근데 실제 옆방은 존재하지 않은)
스페인 소설을 몇권 읽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이책은 초반 낮설었다. 조금은 다른 듯도 하지만 최근에 읽었던 #나무좀 느낌도 조금 난다. 그중에서도 표제작인 <토끼들의 섬>이 단연 돋보엿도, 지도 난독증이 있는 <파리 근교>,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남자의 엽기적인 행동 <미오트라구스> 밤마다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분명 옆방에는 방이 하나뿐인데 <꼭대기 방> 등은 일상에서 간혹 느끼는 불안들을 돋보기로 확대시킨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lvira Navarro
1978년 스페인 우엘바에서 태어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07년 십대 소녀 ‘클라라’의 성장통을 그린 《겨울의 도시La ciudad en invierno》를 발표하며 데뷔했고, 기존 성장소설의 틀을 파격적으로 깨뜨렸다는 평을 받으며 같은 해 프낙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 스페인으로 이민 온 중국인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행복한 도시La ciudad feliz》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하엔 소설상과 토르멘타엔운바소 신인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일간지 〈푸블리코〉에서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었다. 2010년에는 영국 문예지 〈그랜타〉에서 선정한 ‘35세 이하 최고의 스페인어권 작가 22인’에 오르는 등 스페인 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이외에도 《일하는 여성La trabajadora》 《아델라이다 가르시아 모랄레스의 마지막 나날Los últimos días de Adelaida García Morales》 《아드리아나의 목소리Las voces de Adriana》 등을 출간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스페인 문학에서 요즘 각광받는 작가 엘비라 나바로의 11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스페인 문학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터라 처음엔 나에게 낯섦이 가득한 인상이었다. 환상과 악몽이라는 큰 틀 안에서 11개의 단편이 있기 때문에 하루를 날 잡고 보는 것이 아닌 지하철이나 이동 중에 가볍게 한 편씩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토끼들의 섬'은 도시를 떠나 섬에서 사는 발명가 이야기다. 문제는 진짜 발명가가 아닌 가짜 발명가이고 섬에 새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토끼를 풀어낸다는 이야기가 가장 큰 주제이다. 일단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기괴한 느낌을 잔뜩 주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한눈에 사로잡고 이야기에 푹 빠져 읽기를 강력히 끌어당긴다. 토끼들의 섬 뿐만이 아닌 나머지 단편들도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놀랄 만한 장면들이 충분히 담겨있기도 하다.
단순한 스토리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게 아닌, 환경 등 현재 우리가 처해있고 직면해 있는 사회 문제적 대두에 대해 기꺼이 주제를 끌어와 사용함으로써 그와 얽힌 이야기를 상상력을 가미해 우리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을 읽고 스페인에 대한 문학이 관심 생겼다는 것이 충분히 읽을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하얀색, 갈색, 얼룩 무늬 토끼가
섬을 가득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 표지가 의외로 어둡다.
잘못 짚은건가.......?
* 11편의 단편이 있다는 얘기도 궁금했다.
어떻게 글을 써야만 11편이나 되는 이야기를
한 책에 담을 수 있는걸까?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스페인 문학이라...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몽환의 숲으로 이끌었다.
'나뭇잎은 하늘색, 하늘은 연두색, 눈빛은 보라색,
오감의 현실과는 모든 게 다 정반대지만
너무나 몽롱한 영롱한'
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토끼들의 섬은
생각했던 것 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로 한 섬을 뒤덮은 새를
쫓기 위해서 토끼를 들인 남자.
하지만 세상은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 발이 귀에서부터 내려오는 여자의 이야기는
신비롭다기 보다는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히려 이 여자에게 다른 정신병이 있는건 아닐까?
끝까지 샅샅히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
* 한 남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와
천장에 둥둥 떠서 음식을 만드는 친구 할머니를
기억하는 여자의 이야기,
지도 난독증이 있는 여자와 새끼염소 고기,
사먼과 마약의 관계,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호텔의 옆방,
엄마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 아빠의 페이스북 계정,
신혼 여행 도중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남편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 처음에는 낯설었다. 너무나.
하지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묘하게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문장들,
그러나 절대 대충 읽을 수 없는 단어들까지.
어렵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했다.
철학을 전공한 작가님의 이력 때문인지
자꾸만 그 안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그저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는 문장에서
헉! 하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기도 했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점심 먹은 뒤 쉬는 시간에 잠깐 읽기에도 좋았다.
절대 정신 차리고 읽을 수 없지만
아예 넋 놓고 읽을 수도 없는 책.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몽환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