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의 일기』 집필 80주년 기념 개정판
기존 단축판 대비 약 25퍼센트 늘어난 전체 분량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정식 계약한 국내 유일 무삭제 완전판
4개 언어 번역본을 참고해 안네의 원문을 살린 완역본
가장 최근의 연구를 반영한 페이지 편집
『안네의 일기』는 한 소녀가 쓴 개인적 기록임과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가운데 형성된 권력을 앞세워 자행된 인종주의의 잔혹한 현실을 담은 역사적 기록이다. 전쟁의 폭력성과 아동 인권 침해에 맞선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문학사상이 펴낸 『안네의 일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정식 계약을 맺은 무삭제 완전판이자,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권뿐인 한국어 판본이다. 개정판에서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반영해 일부 페이지를 추가, 수정했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에는 안네가 마지막 일기를 쓴 1944년 8월 1일 이후 은신처 거주자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물론 은신 생활을 하는 2년간 그들을 도왔던 조력자들에 대한 정보도 담았다.
작가정보
(Anne Frank)
1929년 6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오토 프랑크,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세 살 많은 언니 마르고트와 독일에 살다가 히틀러 집권 이후 유대인 차별이 강화되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1940년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하면서 몬테소리 학교에서 유대인 중학교로 전입했다. 열세 살이 되던 1942년 가족들과 함께 은신처로 피신했다.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은신 생활을 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키우며 일기를 썼다. 1944년 8월 4일 은신처가 나치 친위대에 발각되어 체포당한 뒤 강제수용소로 추방되었다. 1945년 3월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사랑하는 키티에게
유대인들의 비밀 은신처
여덟 번째 피신자
공포와 절망의 한가운데
은신처의 생활 시간표
첫사랑
영원히 사라진 과거
내 꿈과 희망, 글쓰기
전쟁은 왜 하는 걸까?
드디어 상륙 작전 시작!
쓰이지 않은 이야기
추천의 말 · 문정희
옮긴이의 말 · 홍경호
안네 프랑크 연보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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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감동적인 기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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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에디션은 안네의 꿈, 짜증, 고난, 열정에 대한 새로운 깊이를 드러낸다. 순수한 악의 앞에서 파괴할 수 없는 정신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안네의 일기』를 다시 읽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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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개인의 이야기. 여전히 놀랍고 고통스럽다.”
책 속으로
유대인은 노란 별표를 달아야 한다. 유대인은 자전거를 관청에 바쳐야 한다. 유대인은 전차를 타서는 안 되며, 자가용이 있어도 차를 써서는 안 된다. (…) 그 밖에도 이와 비슷한 금지령이 산더미처럼 많아서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못 한다는 식으로 모든 게 금지된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마다 살아가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죠. (23쪽)
나와 친했던 친구들이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짐승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것도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106쪽)
그러고 보면 우리는 행복한 거죠. 수백만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요. 여기는 조용하고 안전합니다. 지금은 과거의 재산을 탕진하며 살아가는 거지만, 우리는 형편을 잊고 전쟁 후의 일에 대해 서로 얘기하거나, 새 옷이나 새 구두를 꿈꾸며 설레기도 합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절약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전쟁 후에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애써야 하는데도 말이에요. (119쪽)
엄마가 클라이만 부인에게 부탁해 안과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꺼냈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습니다.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 어른들이 의논하는 동안 나는 벽장에서 회색 코트를 꺼내 입어봤습니다. 너무 작아서 동생 옷을 빌려 입은 꼴이더라고요. 기장은 늘일 대로 늘였고 단추는 채울 수도 없었죠. (153-154쪽)
도대체 왜 인간은 한쪽에서는 더욱 큰 비행기와 대형 폭탄을 만들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살기 위해 조립식 주택을 만드는 걸까요? 매일 전쟁을 위해 수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쓰면서, 의료시설이나 예술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돈은 없다고 하는 건 왜일까요?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먹을 게 남아돌아 썩는 일도 있다는데, 왜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야 하는 걸까요?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요? (380-381쪽)
가끔 하는 생각인데, 이곳에서 숨어 지내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랬다면 벌써 죽었겠지만 이런 비참함은 느끼지 않아도 됐을 거고,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말려들게 하는 일도 없었겠죠. 인생을 사랑하고 자연의 소리를 잊을 수 없는 우리는 불안한 앞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몸이 움츠러듭니다. 우리는 지금도 변함없이 모든 일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415-416쪽)
내가 비판하는 건 여성이 사회를 위해 하는 중요하고도 견고한, 그리고 긴 관점에서 보면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는 역할 그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려 드는 남자들과 전체적인 사회 구조입니다. (431-432쪽)
출판사 서평
폭력과 혐오 속에서도 성장한 안네의 진짜 일기
안네 프랑크는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편지 형식의 일기를 썼다.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오토 프랑크는 딸 안네가 쓴 일기들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표현을 다듬었다. 그는 성에 관한 묘사, 은신처 거주자들이나 엄마의 부정적인 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을 지웠다. 편집된 판본에서는 안네의 감정이나 생각보다는 인종차별과 전쟁에 대한 고발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 때문에 출판 이후 일부 정치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일기의 진위를 의심받기도 했다.
완전판 『안네의 일기』에는 사춘기를 지나며 안네가 느낀 모순적인 감정들, 어른들을 향한 반항심과 솔직한 성적 욕망이 있는 그대로 담겼다. 여성의 몸에 호기심을 가지고 신체 구조와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엄마를 싫어하는 마음이 커져 언젠가 뺨을 때리게 될지도 모른다거나, 언니와 엄마가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과격한 내용까지 가감 없이 적혀 있다. 안네는 2년여의 은신 생활 중 계속해서 일기를 고쳐 썼고, 이전에 쓴 일기들에 그때와 달라진 생각을 덧붙였다. 은신처 어른들을 향해 쏟아부었던 원색적인 비난과 원망의 말들을 부끄러워하며 돌아보는 안네에게서 일기를 쓰는 동안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건너 폭격이 벌어지고 이웃과 친구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안네는 재치를 잃지 않았다. 독일군의 홍수 작전에 대비하는 어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상한 감자의 상태를 질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은신처 사람들이 주고받은 대화를 각색해 유쾌하게 전한 부분은 반복적인 일상과 암울한 현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자기만의 삶’을 위한 글쓰기
일기 구석구석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했던 치열한 흔적들도 엿보인다. 안네는 창밖을 내다보는 것조차 금지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며 삶의 목표를 세웠다. 제약된 생활 안에서 안네가 바라보는 어른은 어머니와 판 단 부인, 오펙타 상회의 직원들뿐이었지만 안네는 그들과 같은 삶을 꿈꾸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처럼 그저 가정주부가 되어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로 남는 대신 스스로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기를 원했다. 저널리스트와 작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답답하고 무서운 은신처에서 기운을 얻어 공부를 이어가는 원동력이었다.
나는 글 쓰는 걸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엄마와 판 단 아주머니, 많은 여성들처럼 매일 집안일만 하다가 어느새 잊힌 존재로 한평생을 보내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나는 꼭 무언가를 얻고 싶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말고도 이 한 몸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무언가를 말이에요. (337쪽)
안네는 전쟁에서 겪은 변화와 혼란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갔다. 틀에 박힌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른들보다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주어진 환경에 수긍하지 않고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구조와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압박에 쫓기듯 약혼한 베프가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안네에게 글쓰기는 취미 활동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1983년 안네 프랑크 재단은 a텍스트와 b텍스트를 대조해 최초의 무삭제판 출간을 진행했다. 1998년에 빠졌던 일기 다섯 페이지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안네의 일기』는 비로소 완전해졌다. 새로 알려진 일기들을 통해 ‘전쟁을 피해 다락방에 숨은 소녀’라는 평면적인 이미지를 넘어 안네 프랑크라는 한 사람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은신처가 발각되었을 때, 오토 프랑크는 자신을 체포한 나치 친위대에게 숨어 지낸 2년이 행복했다고 말하며 그 증거로 안네의 키가 자란 것을 표시해둔 문설주를 가리켰다고 한다. 안네에게 일기장 역시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안네는 끝내 절망하지 않고 삶을 살아냈다. 그 속에는 현재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행복이 있었다.
독일어와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을 참고해
안네의 문장을 원문에 가장 가깝게 살린 완역본
『안네의 일기』는 1947년 6월 25일 네덜란드에서 처음 출판된 후 1950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7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서는 독일어로 번역된 완전판 『안네의 일기(Anne Frank Tagebuch)』를 중심 텍스트로 삼았지만 더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본과 안네 프랑크 재단이 출간한 학술 자료 등도 부지런히 참고해 중역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독과 오역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안네의 표현 성장에 따른 문체 변화와 재능이 엿보이는 문장 감각을 살리기 위해 지나친 의역을 삼가고 원문에 충실히 번역했다. 일기에 나오는 지명이나 인명은 그 이름이 속한 나라의 원어 발음과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정확하게 표기하고자 했다. 그 예로 일기에 등장하는 페터 판 단과 페터르 스히프는 둘 다 ‘peter’로 철자가 같지만 전자는 독일, 후자는 네덜란드 표기를 따랐다. 특히 이전에 한국에서 출판된 『안네의 일기』 책들에 영어, 일어, 독일어 표기로 잘못 쓰였던 네덜란드 지명과 인명들을 바로잡는 데 신경 썼다.
최근 연구에 따라 1942년 11월 7일 일기는 1943년 10월 30일로 옮겨졌다. 안네가 1942년 9월 28일의 일기에 덧쓰기 위해 a텍스트의 두 페이지를 붙인 사실도 밝혀졌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해 이번 판본에는 가려진 페이지를 수록하지 않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21116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0월 22일 | ||
쪽수 | 484쪽 | ||
크기 |
128 * 188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agebuch/Anne Fra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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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십대 시절에 책을 통해 안네를 알게 됐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동안 정말 다양한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이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정식 계약한 국내 유일한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점이에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딸의 일기 내용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나 성적인 주제의 이야기는 삭제한 편집본을 출간했고, 이후 오토 프랑크가 설립한 안네 프랑크 재단에서 최초의 무삭제판이 나왔으며, 오토 프랑크와 그의 두 번째 아내가 죽은 후 공개하는 조건으로 맡겨둔 일기 일부가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제3자였다면 모를까, 아버지 입장에서는 너무도 솔직하게 쓴 딸의 일기가 무척 난감했을 것 같아요. 안네가 마지막 일기를 쓴 지 80년이 지났고, 이제 비로소 원문을 살린 완역본이 나온 것은 시대 흐름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전 책에서 나치 독일이 저지른 만행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완전판은 비극적인 시대상뿐 아니라 은신처의 삶에서도 숨길 수 없는 사춘기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열세 살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가상의 친구 키티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던 안네는 체포되기 직전, 열다섯 살까지 일기를 썼어요. 인생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를 은신처에 갇혀 지내는 삶이 어떠할지, 감히 짐작도 하지 못했는데 근래에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어렴풋이 알게 됐네요. 아이들에게 거리두기, 격리, 은둔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 특히 사춘기라면 온몸이 사슬로 꽁꽁 묶인 듯한 심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시 안네의 일기를 읽다보니 아버지를 향한 애정에 비해 엄마와의 사이가 냉랭한 점이 무척 안타까웠어요. 엄마에게 매정하게 말한 뒤 속으로 후회하면서도 진실은 왜곡할 수 없다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에 남더라고요. 엄마가 함부로 한 비난과 웃기지도 않는 농담들 때문에 아팠고, 그 상처들이 쌓여서 엄마의 애정을 느낄 수 없게 된 거래요. 그날 밤에 엄마는 밤새 우느라 한잠을 못 잤고, 다음 날 아빠에게 비난 어린 눈길을 받았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왜냐하면 엄마도 자신의 심정을 알게 됐을 테니까요. 반면 아빠에겐 페터와 자주 만나고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묻고, 아빠는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사춘기 문제는 부모하기 나름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됐네요. 은신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네는 그다지 상냥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사춘기를 고려하면 순한 양이었네요. 키티에게 털어놓는 마음과 생각들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져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나는 죽은 뒤에도 여전히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통해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글을 쓰는 순간에는 어떤 일이라도 잊을 수 있습니다. 슬픔은 사라지고 새롭게 용기가 솟아납니다." (339-340p) 라고 했던 안네의 바람대로 그녀의 책은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네요. 짧은 생을 살다 간 안네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네요.
누군가 우울해할 때 엄마는 이렇게 조언하곤 해요.
"온 세상의 모든 불행을 생각하고, 그것과는 무관함에 감사하세요."
반대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밖으로 나가세요. 들판으로 나가 자연과 햇살의 따스함을 즐겨요.
자기 안에 숨은 행복을 끌어내려고 해봐요.
당신의 마음속과 주변에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생각해요.
그러면 행복해질 거예요!"
나는 엄마의 사고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 말대로라면, 불행 속에서 방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어쩔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엄마의 생각과는 반대로 나는 어떤 불행 속에서도 항상 아름다운 걸 발견하려고 합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언제든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요. 그만한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은 결코 불행에 짓눌리지 않아요. _1944년 3월 7일 화요일 ( 288p)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당시를 살았던 사춘기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남긴 일기는 기적적으로 종전 후에도 전해져 일정 시간 경과 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책 p7에도 나오듯 당시 네덜란드 총리가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나치 점령지 하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호소를 했었습니다. 소녀 안네 프랑크는 이 연설을 듣고 기존의 개인적 기록을 더 정성들여 이어가고, 후세에 공개될 것을 대비해 등장인물 상당수의 실명을 숨기는 각색까지 했다는 거죠. 어린 소녀의 생각치고 정말 어른스럽고 사려깊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일기는 그저 나치 독일의 만행을 고발한 역사적 기록일 뿐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의 다양한 고민과 갈등 등을 솔직하게 담은 수상록 문학으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한국인들도 발췌역본으로 어렸을 때 한 번 정도는 읽어 봤음직한 고전 명작인데 지금 이 문학사상사본은 안네 프랑크 재단과 유일하게 정식 계약한 한국판이라고 합니다. 완전판은 이른바 A본(本)이며, 1990년대에 출판되었습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평소에 나오지 않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책 p78을 보면 안네 프랑크가 판 단 아주머니(가명. 본명은 판 펠스)에 대해 심각하게 불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가 안네의 부친에게, 말과 헹동으로 지나치게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친은 판 단 씨에게 그렇게 선을 넘는 듯한 경솔함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독자 입장에서야 사태의 진상이 무엇이었을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아니, 판 단 부인과 오토 프랑크 씨의 사정을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다들 생존에의 위협이 워낙 긴급히 다가오니 서로가 서로에게 더 밀접하게 기대려고들 했었겠고, 판 단 부인처럼 저런 부적절하고 정숙지 못한 행동도 나오곤 했겠죠. 대개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엄마가 점잖은 분이면 딸도(사실은 아들도) 가치관이 건전합니다. 책 표지에 나온 안네의 사진만 봐도 애가 고등학생답지 않게 뭔가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입니다.
어쨌든 이런 극한 상황에서 다들 이웃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판 단(van Daan) 씨가 늘어놓는 너스레, 넌센스 퀴즈는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헛웃음이 나옵니다. 대체로 이 판 단 씨에 대한 평가는 (안네의 일기 독자들 사이에서) 좋지 못합니다. 그러나 비평적 시선을 더 입체화하면, 같은 문장이라고 해도 그로부터 여러 해석이 가능한 법이니 우리 독자들은 괜한 선입견을 갖기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관점에서 읽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오토 프랑크 씨처럼 평범한 이름도 아니고, 이 양반은 왜 유대계 독일인이면서 성씨에 전치사 "판"이 붙었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먼 조상이 네덜란드에서 기원했기에 성씨에 판이 붙는 건 독일인들 사이에서 드물지는 않았는데 (유대계는 아니지만) 베토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독일어 von과는 달리, 귀족 출신이거나 한 건 아닙니다. 이름이 판 단인 것과, 이들이 네덜란드에 은신처를 마련하게 된 경위는 서로 아무 관계 없고 그저 우연입니다.
보통 억압적인 부친, 성격이 괴팍한 모친 밑에서 자라 저 페터 판 단 군이 괜히 위축되고 소심한 성격이 되었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p135에서도 알 수 있듯 필요할 때는 바로 행동이 나오는 아이였으며, 안네를 향한 행동에서도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단, p60 같은 데 보면 저 헤르만 판 단 씨가 아들인 페터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당시 독일 가정의 훈육 관습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이거나 하진 않습니다(물론 그 시절이라고 아빠가 아들을 다 때리진 않았겠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베프(Bep)"는 물론 p79 같은 곳에 나오는, 전에 오토 프랑크 씨 회사에 다니던 직원이며 베스트프렌드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하고 같이 책을 읽은 누가 그런 질문을 해서 여기 적어 둡니다. p410에서 베르튀스라는 여자와 약혼하는데 안네는 남자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안네는 어린데도 애가 아주 유머러스한 데가 있습니다. p146 같은 데를 보면 판 단 부인한테 아름답다고 평하지만 그게 반어법이라고 곧 밝힙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게 취미인지, 오토 프랑크 씨에게 어이없는 플러팅도 했던 게 다 이런 유치하고 바보스러운 심리의 발로입니다. 그런데도 딴에 아들을 위한다고 음식을 남겨 두는데 이때 "귀여운 아들"이라고 칭한 건 관찰자 안네의 감정이입이겠습니다. 아이들은 현란한 공중전에 쉽게 매료되곤 하는데 1987년 영화 <태양의 제국>에도 이런 장면이 있죠. 그 공중전이 (보는 사람에게도) 얼마나 위험하고 그 전투의 당사자들이 생사를 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p251 같은 데를 보면 배를 타고 은신처를 탈출하는 문제(네덜란드는 잘 알려진 대로 저지대이니까요)와 조리도구인 국자를 젓는 동작을 연결시키는데 저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는 걸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흐뭇합니다. 위기에 웃는 사람이 일류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안네의 일기 집필 80주년 기념 개정판!!
문학사상에서 출간한 <안네의 일기>는 그동안 출간된 독일어와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을 참고해 안네의 문장을 원문에 가장 가깝게 살린 완역본이다. 안네의 일기는 어린 시절 동화 판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고, 안네를 따라 하려고 일기장에 이름을 붙여 얼마 동안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간혹 <안네의 일기>에 대한 원저자가 다르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 이번 완역본에서 사건의 경위를 알 수 있었다. 아빠를 제외한 안네 가족이 모두 죽임을 당하고 다시 아빠는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다. 딸이 출간하고 싶었던 일기장 원본을 아빠는 안네가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과 남자 친구인 페터와 연애감정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일기를 출간했다고 한다.
이번 완역본에는 독일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고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훈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이라도 이유로 안네가 겪는 고난이 잘 드러난다. 암스테르담으로 와서 향신료를 사고파는 스펙터 상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아빠가 나치가 집권하는 과정을 보며 은신처로 피난을 준비한다. 상회가 있는 건물, 3층, 4층, 다락층을 은신처로 사용하는 과정과 상회 직원들이 숨어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루를 보내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안네의 가족 네 명이 은신처로 피신하고 뒤이어 판단 씨 부부와 페터, 그리고 뒤이어 치과의사인 뒤셀 씨까지 모두 8명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갈등이 벌어진다. 나치가 언제 수색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몸을 피신해야 하는 처지는 초조를 일으키고 가정을 꾸리는 안네의 엄마와 페터 어머니는 자주 부딪치며 갈등이 일어난다. 모든 구성원이 가장 어린 안네를 걱정하지만 놀라운 점은 13살의 어린 나이에도 그녀는 해박하고 세상을 긍정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피신한 사람 중 가장 긍정적인 면을 보이며, 쉴 새 없는 수다로 구성원들을 괴롭게 하지만, 안네가 구성원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남긴 일기장은 그들이 희망을 품고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2층 사장실에 있는 라디오를 청취하며 전황이 연합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들은 곧 나치가 항복할 거라는 기대로 살아간다.
우리는 안네 가족과 8명의 피신자의 결과를 알고 있다. 이들을 밀고한 이로 인해 나치의 습격을 받고 아우슈비츠로 추방된 가족은 굶주리고 티푸스로 있어 사망한다.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가운데 어린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고, 여전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 이번 완역본은 안네가 일기장을 집필 80주년을 기념해 완역판으로 안네가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평화를 주장한 모습 이면에 성장과 함께 사랑을 느끼고 매일 부딪치는 인간관계에 고민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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