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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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전 세계 최고의 작가들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멸칭들에 맞서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직조해낸 새로운 신화
이 50주년 기념 작품집을 위해 현대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해 앨리 스미스, 엠마 도노휴, 카밀라 샴지, 키분두 오누조, 헬렌 오이예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 성적 정체성과 문화를 가진 여성 작가들이 모였다. 그들은 ‘비라고’와 같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고 정의해온 멸칭들을 하나씩 선정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전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멸시와 편견의 언어를 비틀고 파괴하고 전복하는 열다섯 여성 작가의 릴레이 속에서 여성의 언어는 “세계의 절반이 아닌 그 세계 자체가 되고, 때로는 세계의 전부를 넘어서는 세계”가 되어간다.
김하나 작가는 이 책에는 “농담과 불평과 뒤집기와 창의성으로 깃든 다른 힘이 있다”고 말했고, 천희란 작가는 이 책을 가리켜 “주어진 언어를 전복하는 일이 언어를 둘러싼 세계를 전복하는 일임을 깨달은 자매들의 속삭임”이라며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마저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리하여 빠짐없이 용감하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에 모인 탁월한 작가들의 합창이 이런 존재들의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풀어놓는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들이 그저 “잡음과 분노로 가득해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여기 이야기들은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숙성되었다.” _산디 토츠비그, 「서문」에서
작가정보

Margaret Atwood
소설, 시, 비평 등 50권 이상의 책을 쓴 작가로 한국에 번역된 장편소설에는 『고양이 눈』『도둑 신부』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며 두 번째 부커상을 받았다. 프란츠 카프카 상, 독일출판협회의 평화상, 미국 PEN의 평생공로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Sandi Toksvig
덴마크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자라다가 열네 살에 영국으로 왔다.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40년간 연극과 방송 활동을 하며 2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영국작가협회장을 역임하고 여성평등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불독 버턴 부인의 이야기』가 번역·출간되었다
CN Lester
음악가이자 작가, 트랜스/퀴어/페미니스트 교육가로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치며 예술 기획자 및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작곡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에 대한 학제 간 연구와 공연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음악과 젠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역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도 관심을 두며 산문집 『트랜스 라이크 미: 우리 모두를 위한 대화Trans Like Me: Conversations for All of Us』로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Kamila Shamsie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자라나 현재는 영국 런던에서 살고 있다. 위민즈 프라이즈 포 픽션 상을 받은 『홈 파이어』,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받은 『타버린 그림자Burnt Shadows』, 파트라스 보카리 상을 받은 『단절된 구절들Broken Verses』,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모든 돌에 깃든 신A God in Every Stone』 『베스트 오브 프렌즈Best of Friends』 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Emma Donoghue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는 캐나다에 산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한국에도 번역된 장편소설 『룸』을 직접 각색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된 『더 원더』 역시 공동 각색했다. 『룸』과 『더 원더』 외에도 십여 편의 소설을 출간하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Kirsty Logan
직업적 몽상가이자 장편소설, 소설집, 독립 출판물, 회고록의 저자이자 뮤지션이며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작품의 창작자다. 그녀의 작품은 텔레비전의 선택을 받거나 무대를 위해 각색되거나 라디오에서 방송되고 전시장에 걸리고 낡은 담배 자판기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Caroline O’Donoghue
소설가, 팟캐스터, 시나리오 작가. 성인 소설 『촉망 받는 젊은 여성들Promising Young Women』 『그림 같은 자연의 풍경Scenes of a Graphic Nature』 『레이첼 사건The Rachel Incident』을 냈고 청소년 소설 시리즈 『우리 모두의 숨겨진 재능All Our Hidden Gifts』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이다.
Helen Oyeyemi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고 현재 체코에 산다.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이카루스 소녀』 등 십여 권이 넘는 책을 썼으며 펜 오픈 북 상, 서머싯 몸 상 등을 받았다.
Linda Grant
네 권의 논픽션과 아홉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또다시, 내가 누구인지 상기시켜줘Remind Me Who I Am, Again』로 마인드 북 상을, 『내가 모던 타임스에 살았을 때When I Lived in Modern Times』로 오렌지 상을, 『낯선 도시A Stranger City』로 윈게이트 문학상을 받았고 『등에 걸친 옷The Clothes on Their Backs』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사우스뱅크쇼 상을 받았다.
Chibundu Onuzo
1991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태어났다. 데뷔작 『거미 왕의 딸The Spider King’s Daughter』이 베티 트라스크 상을 받고 2016년에는 『웰컴 투 라고스Welcome to Lagos』를 출간했다. 런던 대학에서 정책학으로 석사를, 킹스 칼리지에서 서아프리카 학생조합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21년에 출간한 『산코파Sankofa』가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에 선정되었다.
Eleanor Crewes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그녀가 만든 책은 동인지와 손수 만든 만화책에서 시작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는 그래픽 회고록들, 청소년 판타지와 성인 호러물로 자라났다.
Susie Boyt
소설과 다양한 간행물에 칼럼과 리뷰를 썼다. 햄프스테드 극장의 감독이기도 하다. 회고록 『나의 주디 갈런드의 삶My Judy Garland Life』은 펜 애커리 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3년 소설 『사랑과 그리움Loved and Missed』은 옵저버의 올해의 책에서 ‘조용한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Ali Smith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태어나 현재 잉글랜드 캠브리지에 산다. 40개국에 번역된 18권의 소설을 써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네 번 올랐고 휘트브레드 상, 베일리즈 상, 골드스미스 상, 코스타 노벨 상, 오스트리안 스테이트 프라이즈 유럽 문학상, 오웰 상 등을 받았다. 작품으로 『아트풀』 『이어지는 이야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데어 벗 포 더』 『호텔 월드』 등이 있다.
Rachel Seiffert
장편소설 『겨울 소년A Boy in Winter』 『어두운 방The Dark Room』 『그후Afterwards』 『집으로 돌아가는 길The Walk Home』과 소설집 『현장 연구Field Study』를 출간했다. 부커상과 더블린/IMPAC 상 최종 후보로, 위민즈 프라이즈 포 픽션 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Claire Kohda
데뷔 장편소설 『배고픈 여자Woman, Eating』가 하퍼스 바자, 뉴요커, 글래머, 허프포스트,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앤솔러지 『이스트 사이드 보이스East Side Voices』와 가디언, 타임즈 리터러리 서플먼트, 파이낸셜 타임즈, 뉴욕 타임즈에 글을 실었다.
Stella Duffy
17권의 장편소설, 70편 이상의 단편소설, 14편의 희곡을 쓴 영국의 작가로 많은 상과 훈장을 받았다. 또한 심리치료사로 상담실을 운영하며 저소득층의 정신 건강을 돌본다. 현재는 완경 이후 구체적 경험에 대한 연구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연세대에서 국문학으로 학사를, 비교문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편집자, 기자, 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책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비하인드 도어』 『금색 피의 소녀들』 『밤, 네온』 『미술관 밖 예술 여행』 『가짜 노동』 등 50여 권을 옮겼다.
목차
- 서문 | 산디 토츠비그 · 007
뜨개질하는 요물들 | 마거릿 애트우드 · 015
진짜 사나이 | 시엔 레스터 · 029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 | 카밀라 샴지 · 059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 | 엠마 도노휴 · 073
촌년 | 커스티 로건 · 099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 | 캐럴라인 오도노휴 · 127
악플대응팀 | 헬렌 오이예미 · 151
할망구의 정원 | 린다 그랜트 · 165
예지몽의 전사 | 키분두 오누조 · 189
의자 속 악령 | 엘리너 크루스 · 211
홀아비 염탐꾼 | 수지 보이트 · 239
공군 지원 부대 | 앨리 스미스 · 265
피압제자의 격분 | 레이첼 시퍼트 · 287
호랑이 엄마 | 클레어 코다 · 317
용 부인의 비늘 | 스텔라 더피 · 337
역자 후기 | 이수영 · 363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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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대상화하는 멸칭을 여성의 시선에서 입체적으로 전유하는 이야기들이라면 더는 수치나 두려움,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설득할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오히려 모욕을 함께 감수하며 ‘그러한 여자’가 바로 ‘나’라고 외치는 다른 여자들의 선언이다. 주어진 언어를 전복하는 일이 언어를 둘러싼 세계를 전복하는 일임을 깨달은 자매들의 속삭임이다. 열다섯 여성 작가의 릴레이 속에서 여성의 언어는 세계의 절반이 아닌 세계 그 자체가 되고, 때로는 세계의 전부를 넘어서는 세계가 된다. 이제 멸시와 편견의 언어는 우리를 더 취약하거나 강하게 만들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세계로서 존재해왔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마저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리하여 빠짐없이 용감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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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저기, 불길하고 모욕적인 단어들이 놓여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쓰이는 여성 혐오적인 호칭들. ‘비라고’의 친구들.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쓰여 온 이 말들을 여성 작가들이 줍는다. 엉겨 붙은 것들을 걷어내고 단단히 손에 쥔다. 그리고 일제히, 던진다. 다른 여자들이 발밑에서 그것들을 발견한다. 이제 거기에는 농담과 불평과 뒤집기와 창의성으로 깃든 다른 힘이 생겨 있다. 그렇게 비라고의 친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시끄러워진다. 온갖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품은 지뢰가 된다. 무엇인가 출렁이고 더 큰 파장으로 돌아온다. 세상의 경계는 조금씩 유연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끄러움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오랜 체제에 균열이 갈 때까지. 그래, 이제 그럴 때도 되었다. 독자들이여, 이 시끄러움에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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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배제되고 침묵당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설립된 출판사 ‘비라고’를 위해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에서부터 파키스탄의 카밀라 샴지, 나이지리아의 키분두 오누조까지 전 세계 여성 작가들이 모였다. 이야기 소재와 방식은 다를지언정 이들의 야성적 글쓰기는 여성의 체험을, 무엇보다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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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화된 모욕의 말들을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최고의 스타 작가들이 능수능란하게 선사하는 유쾌하고 용감무쌍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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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작품도 있고, 신비주의 색채를 띠거나 마법적 세계관을 채택한 소설도 있으며, 지독한 문명 비판의 실마리를 품거나 폭소를 유발할 정도로 웃긴 작품도 있다. 모든 단편이 에너지로 들끓으며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어 책장이 절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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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읽힌다. 이 생기 넘치는 상상력의 작품들은 비라고 출판사라는 기념비적 존재에 더하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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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고 출판사의 유산과 영향력에 완벽히 부합하는 ‘야성적 여성들’의 야성적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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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분노와 에너지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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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주의’들의 경연장! 인종주의, 나이 차별, 영웅주의, 테러리즘, 계급주의가 페미니즘의 감독하에 전시된다.
책 속으로
여주인은 소문의 대상이지만 남주인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남자는 ‘늙은 개’라고 불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만 여자는 ‘개년’이 되면 위축되어야 한다. 이 책의 주제는 이런 멸칭, 별명들을 제대로 차지하는 것이다. 남자는 ‘쿨한 고양이’가 될 수 있고 그에 대해 뽐낼 수도 있지만 여자가 ‘고양이 같다’는 건, 음흉해서 친구할 만하지 못하며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여성이 계속 고양이 같이 굴다가 중년이 된다면 그녀는 ‘살쾡이’ 즉 ‘폐경 후에도 여전히 왕성한 성욕을 가진 여성’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되리라 기대된다. _9쪽
“믿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믿어. 지고한 선으로의 신에 대한 철학가들의 논고를 읽기 전부터도 나는 그렇게 믿어왔기에, 세상 속에서뿐 아니라 나 자신 안에서도 신의 증거를 본다네. 난 다른 어떤 존재들과도 다르지 않게, 신의 심상을 따라 만들어졌어. 그러니 나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면 뭘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냐.”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알고 있어.” 그녀가 우기며 나의 동의를 강요하는 듯했다. “매혹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 우아한 자태와 타고난 지성을 찬양하고 경의를 바치는 게, 그런 피조물을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지 않아? 그 반대로, 웬 꼴사나운 얼뜨기 놈을, 아니 더 끔찍하게는, 아무 색채도, 빛도, 매력도 없는 무미건조한 한심한 남자들을, 그런 자의 냄새를, 숨결을, 존재를 참아주는 것도 힘든데, 찬양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말인가?” _48~49쪽
추라일은 가부장제의 희생자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시행하는 여자야, 내가 말했다. 일종의 페미니스트 아닌가?
하지만 사악한 정령이잖아, 제이나브가 말했다. 성적 자제력을 모르고 매혹적이니까 사악하지.
가부장제의 죄책감이 구현된 존재야, 내가 말했다.
죄지은 남자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로 투사할 수 있게 해주지, 제이나브가 말했다. _68~69쪽
30년 이상을 살아오며 캐슬린은 성급하고 참을성 없고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건방지고 퉁명스럽고 사나우며 말이 많고 까다롭게 따지고 고집 세며 반항적이고 가시 돋친 ‘싸움꾼’이라고.
‘진정해, 아가씨!’ ‘성낼 필요 없잖아!’ 하지만 정말 그런가? 시민들은 이 문제 많은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평 한마디 해서는 안 되는가? 혹은 성을 내는 게, 사실상, 가장 긴급한 의무가 아닌가? _87쪽
내가 소수에게만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 일반인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렇게 수치심을 못 느끼는 사람도 드물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모욕감을 견디는 사람도 드물다고, 페미니즘의 성과를 그런 식으로 까먹는 여자들은 소수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에게만 가능하다는 내 말의 의미는 우리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육체적으로 드물다는 뜻이다. 우리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다가는 쥐가 나거나 쓰러진다. 우리와 같은 민첩성, 유연성, 회복력, 혹은 매력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거나 포르노 스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포르노 배우에 대해서라면 안다. _144쪽
그럼에도 그녀는 어떤 면에서 애도가 인간을 성장시키는지 그 방식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없었다. 슬픔은 사람을 깊어지게 하거나 적어도 덜 경박하게 만들었다. 애도는 우리를 작고 외진 섬에 격리시킬지라도, 모든 것의 핵심에 데려다놓았다. 애도는 사람을 집중시켰다. 삶을 집중시켰다. 상실의 슬픔은 감정의 위계에서 중요도가 높았고 사람을 묘한 방식으로 개방시켰다. 애도에는 내력이 있었다. _244쪽
“마마가 싫어.” 그러고서 쿵쿵대며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호랑이 엄마”라는 수군거림이 학교 교문에서 흘러나와 딜런을 따라 들어갔다. 마마는 오래 모욕을 견뎌왔지만 이런 조롱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밤에 달이 떴을 때 마마가 바닷가 호텔 청소 일을 끝냈다. 썰물 후의 해변을 걸어 집에 걸어올 때, 마마가 변신했다. 손을 짚고 엎드렸다가 노란 네 발로 일어섰다. 아들을 괴롭히는 이들에 대한 피의 갈망을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꼈다. _329쪽
출판사 서평
김하나·천희란 작가 추천
넘어지고 일어서며 나아가는 여성들의 들끓는 상상
‘멸칭’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나온 열다섯 편의 이야기
『복수의 여신』은 총 열다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이 책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은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이다. 여성의 유혹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이 화자로 등장해 “경계에 선 존재들”끼리 모여 뜨개질 모임을 결성하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어류의 몸을 한 세이렌, 오리 부리에 물갈퀴가 있고 알을 낳아 부화한 새끼를 젖으로 기르는 오리너구리, 그리고 삶과 죽음의 중간자적 존재 뱀파이어 등 그 어떤 표준이나 분류, 범주, 정의, 집단에 들지 못하는 이들이 모임의 일원으로 호명된다. 모임의 가입 자격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들은 각종 신화, 동화, 우화에 나오는 존재들, 특히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희생자 혹은 피해자로 나오는 존재들을 소환하며 그들의 존재에 새로운 가치와 서사를 부여한다. 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하나의 비유이자 우화로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의 사명인 ‘비라고virago’를 키워드로 택한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여성으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온 한 남장 여자의 수난기를 다뤘다. 19세기의 실존 인물 ‘샨도르 베이Sándor Vay’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동성 간의 사랑과 그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비라고’가 남자같이 호전적인 여자를 지칭하는 동시에 과거 남성 중심 병리학의 관점에서 성도착자를 정의하는 용어임이 드러나는데, 이 글을 통해 과거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졌는지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에서는 파키스탄의 여자 귀신 ‘추라일churail’이 등장한다. ‘추라일’은 남아시아 일대의 설화적 존재로,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학대당하다 죽은 여자, 한 번도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고 죽은 여자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은 여성의 넋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추라일이 된 어머니의 혼령을 피해 아버지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이민 간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토대로 가부장제의 억압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불안 등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이민 사회에 대한 이슈나 기후위기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이외에도 책은 정신없는 속도로 독자를 빨아들여, 우리는 레이첼 시퍼트의 「피압제자의 격분」에서 1942년 폴란드 여성들의 용맹한 항거에 직접 참여한 듯 전율하게 될 것이고,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에서 자녀 교육에 열성이었던 ‘타이거 맘’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게 될 것이며, 여성의 갱년기를 소재로 한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이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성을 잇는 곳에 문학이 있고 세계가 있다
‘여성의 글쓰기’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복수의 여신』에 수록된 열다섯 편의 작품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띠고 있다.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작품도 있고, 신비주의 색채를 띠거나 마법적 세계관을 채택한 작품도 있으며, 지독한 문명 비판의 실마리를 품거나 치열한 현실의 재현을 통해 우리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도 있고, 폭소를 유발할 정도로 위트 있는 우화적 작품도 있다.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제각각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각기 다른 국적과 인종, 성적 정체성과 문화, 세대를 뛰어넘어 인간 보편의 불안과 고뇌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차별적 언어를 전복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퀴어와 장애, 사이버 불링, 세대 갈등, 기후위기 같은 동시대 고민까지 더해져 더 넓은 세계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여성의 글쓰기’로 시작해서 ‘우리의 이야기’로 맺는다.
■ 수록 작품 소개
마거릿 애트우드, 「뜨개질하는 요물들」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세이렌을 주축으로 ‘경계의 존재들 뜨개질 모임’이 결성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모임의 가입 자격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각종 신화, 동화, 우화 속 존재들이 호명된다. 특히 남성 위주의 서사에서 희생자 혹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존재들을 부활시키거나 그들의 존재 가치를 드높이는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시엔 레스터, 「진짜 사나이」
몸은 여성이지만 평생을 남성으로서 살아온 미스(터) W의 병증을 진단,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정신과의사이자 화자인 ‘나’가 그와 나눈 상담 일지 형식의 이야기다. 현재는 비교적 흔해진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그들이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19세기에 실존했던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카밀라 샴지,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
‘나’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빠 손에서 큰다. 죽어서 ‘추라일’이 되어 집 앞 보리수나무에 깃들어 있다가 아빠를 부르는 엄마의 저주를 피해 아빠는 나를 데리고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간다. 남아시아의 설화적 존재이자 ‘정화되지 않은 넋’이란 뜻의 추라일 신화를 통해 가부장제의 억압과 여성의 원한, 이민자 문제 등을 풀어낸 작품.
엠마 도노휴,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노부인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캐서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똑똑하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야간 학교에 다니면서 대학 학위도 따고, 최초로 ‘하녀노동조합’도 창설한다. 약혼자는 그런 그녀를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현실이 그저 마뜩잖다. 가사 노동, 결혼, 성별 투쟁, 계급, 사법제도, 동물권 등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꾸준히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온 캐슬린 올리버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커스티 로건, 「촌년」
신부에게서 퇴마 의식을 가장한 (성)고문을 지속해 당하는 한 소녀를 사랑하는 ‘나’는 시설에 갇히기 전에 약초를 잘 다루는 힐러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둘의 사랑은 어느 날 발각되고, 나는 그 모든 죄악의 원흉으로 지목되는데……. 마녀나 행실이 난잡한 여자로 몰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갇혀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
캐럴린 오도노휴,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
오랫동안 미국에서 포르노 배우로 일하던 ‘나’는 40대 중년이 돼서 더 이상 배역을 따내지 못하자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와 직접 포르노 제작을 하며 살아간다. 포르노에서도 모성을 강조하는 스토리가 구독자들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닫고 가짜 엄마 행세를 하고, 그 스토리로 재기에 성공한 나는 젊은 시절 프로노 업계로 의도치 않게 끌어들였다가 나를 배신한 친구 데렉 허시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헬렌 오이예미, 「악플대응팀」
항상 사람들의 단점만 보고 독설을 퍼붓는 마케다. 이런 그녀의 장점이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다. 고객들에게 강철 멘탈을 만들어주는 회사에서 그녀에게 채용 제안을 해온 것. 마케다는 솔로몬이란 컴퓨터 프로그램과 파트너가 되어 어떤 악평에도 굴하지 않고자 하는 (예비) 유명인을 상대로 가열 찬 비판을 쏟아내는 일을 한다. 인터넷 악플에 대비하는 훈련용 인공지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토대로 젊은이들의 직업과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펼친다.
린다 그랜트, 「할망구의 정원」
한 커플이 함께 살 집을 보러 다닌다. 런던 외각에서 안성맞춤인 집을 찾지만, 1층에 마귀할멈 같은 여자가 사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받는다. 그 둘은 개의치 않고 그 집에 입주한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전염병이 퍼지고, 시민 모두가 집 안에 격리되고 만다. 그들은 지루하고 답답한 실내 생활 끝에 방치된 뜰을 가꾸고 싶지만 할머니가 뜰로 나가는 열쇠를 가지고 내주지 않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런던을 배경으로 세대 간의 갈등과 여성의 노화 등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룬 작품.
키분두 오누조, 「예지몽의 전사」
염소지기 라피도스의 아내 데보라는 부족의 판관이자 예언자다. 어느 날 그녀는 가나안족이 쳐들어오니 그에 대비해 군사를 모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전사들을 모은다. 대장으로 지명한 버락은 용맹하지만 예로부터 계시를 받은 사람도 같이 전쟁에 나가야 한다며 여성인 데보라에게 전장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구약 시대 여성 선지자인 데보라와 적장 시세라를 죽인 여인 자엘을 모티브로 새롭게 쓴 신화.
엘리너 크루스, 「의자 속 악령」
어느 날 집 밖에 버려진 의자를 주워왔다가 거기서 나온 마녀 때문에 고통 받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 마녀는 놀랍게도 자신을 평생 괴롭혀온 엄마와 똑같은 모습! 결국 그 의자를 버리지만 의자는 다시 되돌아와 그녀의 방에 자리를 잡고 계속 그녀를 괴롭힌다.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그림으로 전달되는 그래픽 노블.
수지 보이트, 「홀아비 염탐꾼」
홀아비가 된 남자들과만, 정확히는 그들의 죽은 아내들과 사랑에 빠지는 니나. 그녀와 데이트하는 남자들은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후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끔찍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니나는 그런 남자들을 달래가면서 세상에 없는 그녀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인생을 추적해가는 이야기.
앨리 스미스, 「공군 지원 부대」
2차 대전 당시 공군에서 근무하다 만나 결혼한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엄마 버전과 아빠 버전이 달라서 웃음이 나기도 하는데, 나중에 엄마가 돌아가신 후 화장대에서 발견한 엄마의 유품들을 통해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엄마를 생각하게 한다.
레이첼 시퍼트, 「피압제자의 격분」
에스더는 병약한 남편을 대신해 나치에 저항하는 전단지를 나르는 운반책 역할을 맡아서 활동하지만, 인쇄공이 사라지면서 유대인 집단 거주 지역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집 안으로까지 쳐들어온 독일군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밖으로 나가 속옷과 양말까지 벗으라고 명령하고, 이 와중에 에스더는 취한 군인로부터 모욕을 당하게 되는데……. 1942년 폴란드에서 독일군에 맞서 돌을 던지며 저항했던 여자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클레어 코다, 「호랑이 엄마」
자녀 교육에 열성인 아시아 엄마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타이거맘’을 소재로 한 단편. 이 작품에는 타이거가 비유가 아닌, 실제로 동물 호랑이로 변한 엄마가 나온다. 아시아인으로 영국에 와서 아들을 낳고 키우던 엄마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자 호랑이로 변한 것. 호랑이로 살았던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펼쳐지는 우화 같은 이야기.
스텔라 더피, 「용 부인의 비늘」
완경을 맞은 ‘나’가 갑자기 찾아온 갱년기의 다양한 증상에 반응하는 모습을 용으로 묘사했다. 이 용은 퀴어 커플을 찾아가 오랫동안 그들이 겪은 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또 오랜 세월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던 한 흑인 여성이 혼자 숲속에 들어가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용이 된 화자는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에게서 나이 듦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679027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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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4년 10월 15일 | ||
쪽수 | 368쪽 | ||
크기 |
132 * 211
* 24
mm
/ 83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Furies/Margaret Atwood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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