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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사회

참사 다음의 삶과 권리를 위하여
나름북스 · 2024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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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세대’의 간극을 다독이며 참사를 제대로 마주 본 치유의 연구”
“비극적 참사에 압도되지 않고 응전하고 도전하는 치열한 사유”
학술 연구를 통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사회운동과 연대해 온 젊은 연구자들이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재난 참사를 재구성하고 재난 이후의 사회를 전망하는 글을 펴냈다. 여러 학자의 이론을 우리 사회의 재난 참사와 접목하여 재난을 둘러싼 지배적 담론을 비판하는 동시에 재난의 곁에서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유들을 모아낸다.

이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화한 재난 사회운동이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애도, 기억, 참사, 인정, 취약성, 유가족, 재난, 안전 등 재난 사회운동이 새롭게 사회화한 많은 개념이 반신자유주의의 정세적 지형 위에서 배치되고 결합하면서 그 구체성을 획득할 것이고, 그래야 삶의 차원에서 재난 사회운동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역사, 철학, 사회, 문화 이론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재난 이야기는 결국 재난 참사의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온전히 애도하고 지지하고 연대하자는 것, 또한 “삶을 비루하게 만드는 만큼 죽음 역시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와 맞서자는 외침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대학 안팎에서 과학기술·정치·문화사회학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현대사와 개신교』(공저),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공저) 등이 있다.

저자(글) 백선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독일관념론과 맑스주의, 비판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인정과 무시의 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자(글)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노동자의 위험과 시민의 위험이 교차하고 분절되는 다양한 현상과 원인을 탐구하고 있다.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고전, 국가를 상상하다』,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등을 동료와 함께 썼다.

저자(글) 정정훈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인권과 인권들』, 『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공저) 등 다수가 있다.

저자(글) 조지훈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데리다의 사상과 수행성 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프레드릭 제임슨』(공역)이 있다.

기획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젊은 연구자,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교육제도와 학술제도의 안과 밖을 가로지르며 독립적인 연구와 활동의 공동기반을 창출하고, 새로운 사회와 삶의 형식을 만드는 학술운동을 꿈꾼다. seogyo.net

목차

  • 프롤로그: 재난 이후, 쏠의 십대 그리고 경진의 이십대 _전주희

    1장 재난과 통치: (신)자유주의적 위험 관리인가 상호의존성에 기초한 체제 전환인가 _정정훈
    1. 리스본 대지진과 근대적 통치
    2. 자유에 기초하여 국가를 통치하기
    3. 자유주의적 안전장치와 재난 관리
    4. 상호의존적 존재로서 개인들과 체제 전환
    5. 출구: 안전할 권리에서 체제 전환의 전망으로

    2장 인정이론의 관점에서 본 재난 참사 유가족 운동 _백선우
    1. 들어가는 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참사
    2. 호네트의 인정이론
    3. 인정투쟁으로서 재난 참사 유가족 운동
    4.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정

    3장 사회적 문화투쟁의 장으로서 재난 참사의 외상: 재난 참사와 외상의 문화정치학 _김현준
    1. 들어가며: 재난과 고통의 질문
    2. 고통과 외상을 사회문화적 실재로서 이해하기
    3. ‘사회 없는’ 재난과 ‘문화 없는’ 외상 이해의 한계
    4. 공적, 정치적 책임과 책무성의 투쟁으로 규정되는 재난과 외상
    5. 나가며: 재난 참사의 고통을 우리 사회의 문제로 끌어오기 위하여

    4장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법적 책임의 정치적 확장: 세 편의 탄핵 의견서를 중심으로 _조지훈
    1.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 이후, 계속되는 국가의 법적 책임 부인
    2. 탄핵 기각 결정문 비판: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법적 책임 회피의 수사학
    3. 법적 책임의 정치적 확장: 행위 책임에서 결과 책임으로
    4. 애도가능성의 평등으로서의 생명권에 대한 요구
    5. 나가며: 약속의 위반, 국가의 헌법에 대한 거짓맹세 앞에서

    5장 10.29 이태원, 재난은 어떻게 서사화되었나: 국가주의 재난서사 비판 _전주희
    1. 재난을 부정하는 재난서사
    2. 실패의 봉합과 국가주의 재난서사의 반복
    3. 국가주의 재난서사의 작동 실패? 애도의 등급화와 피해자 혐오
    4. 재난 ‘이후’의 사회를 위한 조건

    6장 피해당사자의 권리로부터 모두의 안전권을 _전주희
    1. 재난이 만든 ‘두 번째 시민’
    2. ‘대표불능’ 상태의 재난 피해자와 보편적 안전권의 실종
    3. 세월호와 이태원 사이: 안전권 입법 시도와 실패
    4. 대항적 생명정치와 보편적 안전권을 위한 저항권


    참고문헌

추천사

  • 우리 유가족들이 겪은 2년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재난 참사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참사가 발생하고, 기억을 지우려는 권력자들에 맞서 잊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밝히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고 아파하면서도 참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재난 세대’의 간극을 다독이면서, 그 근원을 돌이켜보는 일이야말로 재난 참사를 대하는 제대로 된 태도일 것입니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의 『재난 이후, 사회』는 이러한 고민과 성찰, 분석의 결과물입니다. 우리 사회의 상흔을 깊이 되새기는 공감의 노력이 치유의 큰 걸음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기꺼이 해주신 연구자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참사, 그리고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과 상흔이 널리 기억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공감의 힘으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 함께해 주실 것을 소망합니다.

  • 비극적 참사에 냉담한 사회 앞에서 애도와 통치, 정치공동체에 관해 사유하고 성찰한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의 글을 모았다. 정치는 실종되고 운동은 침잠하여 말하고 쓰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저자들은 무력감에 압도되기보단 치열한 사유로 응전하고 도전한다.
    글은 이론과 현실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재난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따라 읽다 보면 미처 닿지 못한 새로운 질문과 이해의 문 앞에 당도한다.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재난 이후 삶과 애도,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묻는 당신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책 속으로

인간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정치적 조건’에 의해 국가로부터 쫓겨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잠들 곳을 잃어버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는 존재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거주지와 생명의 지속을 위한 필수 요건들’을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은 인간의 취약성, 즉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기 보존을 지속할 수 없다는 실존적 조건으로부터 비롯된다. 47

인정이론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가족들의 감정 반응이 단순히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인정투쟁으로서의 유가족 운동은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핵심은 단순히 정동의 긍정적 전환을 통한 정치화 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대체 불가능한 상호작용 상대자의 죽음으로 인해 정서적 인정이 훼손되었고, 곧 사회적 인정 질서와 이에 대한 규범적 기대가 훼손된 데서 비롯된 규범적 투쟁이라는 점에 있다. 80-81

외상을 사회문화적 문제로 보고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연대를 조직하고 분투하는 정치적 실천들은 ‘저 멀찌감치 있는 고통’을 가까이로, 우리 모두의 문제로 끌어오는 작업이다.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의 도덕성과 인권을 구축하기 위해, 인권의 회복을 위해, 심리적 치료가 진정한 치유이기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는 외상을 구성하는 사건의 사회관계적 조건들, 제도적 영역들, 행정적 절차들, 문화적 요인들에 가까이 접근하고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떤 외상적 사건의 해결도 사건과 경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서사의 창출과 책무성에 달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와 생존자의 개인적, 심리적 외상이 단지 사태만으로 주어진 당연한 실재가 아니라, 해석투쟁의 정치적 실재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111

애도가능성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특정한 인구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시민이 아닌 자들에게도 애도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라는 요구뿐만 아니라, 버틀러가 언급한 대로 “그 사람이 지금 죽든 언제 죽든 죽었을 때 애도받을 만하다”는 것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애도가능성의 평등은 특정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과 시기를 막론하고 애도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이처럼 애도가능성의 평등 안에서 애도의 권리는 생명권과 결합될 수 있다. 생명권이 모든 기본권의 조건이 되는 기본권으로서 삶의 기본적인 권리라면, 애도가능성의 평등은 이러한 삶의 가치를 죽음과의 관계 속에서, 즉 그 생명이 박탈되었을 때 언제든 애도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속에서 가늠되는 규범이다. 147

‘재난’의 당사자로 자신을 위치 지으며, 재난의 사회적 의미와 구조적 원인보다 재난을 야기한 인물에 대한 보복에 도덕적 정당화를 향하게 한다. 피해자와 동일시 차원에서 서사를 추동하는 것은 ‘그날’,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철저하게 끔찍한 폭력으로서 재난의 경험이다. 특정 인물에게 과잉된 책임과 비난을 귀속시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서사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러한 재난서사는 중층적인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보다 듣기에 더 편하다. 동시에 이러한 재난서사로 인해 우리는 재난에 대해 더 광범위한 설명을 구성하고 말하고 전달해야 하는 책임성에서 손쉽게 면책된다. 171

세월호 참사를 지나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며, 우리는 보편적 안전권에 대한 보증이 없는 상황에서 재난 피해자의 권리 요구가 불가피하게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안전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지 않는 한, 안전권의 온전한 실현이 얼마나 위태로운 희망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안전이념은 재난에서, 그리고 재난과 일상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재난의 일상화’가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인종과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장애 여부 등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영역에서 “사회진화론적 생명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219

출판사 서평

재난 참사 이후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이론과 현실을 넘나드는 재난 뒤의 성찰

학술 연구를 통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사회운동과 연대해 온 젊은 연구자들이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재난 참사를 재구성하고 재난 이후의 사회를 전망하는 글을 펴냈다. 저자들이 다룬 국가 통치, 유가족 운동, 외상과 고통, 법적 책임, 재난서사, 안전권 등 재난과 관련된 의제들은 재난 참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차분히 들여다보지 못했거나 유예했던 문제들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여러 학자의 이론을 우리 사회의 재난 참사와 접목하여 재난을 둘러싼 지배적 담론을 비판하는 동시에 재난의 곁에서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유들을 모아낸다.

저자들이 재난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용한 학자들은 푸코와 데리다부터 주디스 버틀러와 낸시 프레이저까지 폭넓다. 이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화한 재난 사회운동이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애도, 기억, 참사, 인정, 취약성, 유가족, 재난, 안전 등 재난 사회운동이 새롭게 사회화한 많은 개념이 반신자유주의의 정세적 지형 위에서 배치되고 결합하면서 그 구체성을 획득할 것이고, 그래야 삶의 차원에서 재난 사회운동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역사, 철학, 사회, 문화 이론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재난 이야기는 결국 재난 참사의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온전히 애도하고 지지하고 연대하자는 것, 또한 “삶을 비루하게 만드는 만큼 죽음 역시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와 맞서자는 외침이다.

그리고 “함께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계속 쌓아갈 수 있으면 한다. 참사 이야기는 너무 슬프지만은 않게 계속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핼러윈은 이전과 절대 같을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즐거울 수 있는 날이길 바란다”(배경진)는 말처럼, 살아남은 인간이자 앞으로도 재난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가 존엄하고 안전한 삶을 계속 영위하고자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재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사유들
폭력적 위기관리 체제를 넘어설 사회적 인정과 실천의 방법

국가 권력이 재난을 책임지고 수습한 최초의 사례는 1775년 리스본 대지진이다. 이로부터 재난은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통치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정정훈은 1장에서 근대 국가 통치와 재난이 맺는 관계, 자유와 재난의 관계를 다룬다. 푸코가 말한 최적화된 국가 관리, 즉 통치성이 경제적 자유주의와 결합했고, 이 자유주의 통치성의 핵심 기술은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안전장치였다.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국가는 개인의 행동 양식이 기업의 이윤 추구 원리에 따르도록 유도했고, 신자유주의적 안전 관리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보인다. 저자의 이러한 논의를 통해 근대적 재난 관리가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성과 억압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인간의 취약함 때문에 상호의존성이 필요하다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체제 전환, 사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구상과 이것이 민주적인 재난 대응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서술했다.

2장에서 백선우는 인정이론의 관점에서 재난 참사 유가족 운동을 살핀다. 재난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모욕당하고, 유가족의 목소리는 무시되며, 참사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유가족 운동에 대한 지지가 절실하다고 보아, 유가족 운동과 희생자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의미를 살펴본다. 악셀 호네트가 규정한 세 가지 인정형태인 사랑, 권리, 사회적 가치부여가 폭력, 권리부정, 가치부정이라는 무시를 통해 훼손될 때 주체는 인정투쟁에 나서게 된다. 저자는 가장 극단적 형태의 사회적 고통인 재난 참사에서 고통의 사회적 성격에 주목하는 방식과 희생자들의 유가족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인정투쟁의 정당성을 규명한다. 아울러 유가족들의 인정투쟁이 곧 안전사회를 위한 투쟁이라며, 이에 대한 연대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재난 참사에 따른 외상의 문화정치학을 다룬 3장에서 김현준은 피해자, 생존자, 유가족이 겪는 고통과 외상을 들여다본다. 그에 따르면 재난의 고통은 개인의 병리나 심리 상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관계와 공적 제도가 만들어내는 관계적이고 사회적인 감정이자 사회적 병리의 반영이다. 사회적 시간을 의미 있게 통과한 재난은 피해자와 생존자에게 위로를 주고 고통을 경감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재난은 그 지난한 과정에서 고통을 더욱 가중시킨다. 저자는 문화적 외상 이론에 따라 외상을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면서, 재난을 사회적 사건으로 정의해야 고통을 경감하는 사회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외상에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 고통을 치유하고 인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도와 투쟁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보편적 안전권을 위해 대항적 생명정치와 연대하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청구가 기각된 사실은 4장에서 법적 책임의 정치적 확장 문제로 다뤄진다. 조지훈은 생명권을 지키겠다는 국가의 맹세가 거짓임이 드러난 중요 사례로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판결을 비판적으로 다뤄 우리 사회에서 재난 참사 책임 분배의 문제가 어떤 법적 한계에 봉착했는지 드러낸다. 이를 위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서 제출한 세 편의 탄핵 의견서를 분석했다. 헌법재판소는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의 의미를 축소 해석하고 법률 위반 여부 기준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장관을 변호했지만, 시민대책회의의 ‘법률 위반과 관련된 탄핵 의견서’와 ‘생명권과 관련된 탄핵 의견서’는 이에 앞서 행안부 장관의 법률 위반 요소를 상세히 따지고 나아가 법적 책임의 확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생명권 보호에 대한 기대가 좌절된 결과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유가족 협의회의 탄핵 의견서’를 통해 희생자 수습과 정부 대응 과정에서 반복된 폭력을 고발한다.

5장에서 전주희는 이태원 참사가 다뤄진 방식을 통해 국가주의 재난서사의 형성과 작동을 비판한다. 이태원 참사는 ‘놀다가 죽었다’라는 사사화를 통한 국가 책임의 부정, 전 국민 트라우마 관리라는 애도의 의료화, 주최자 없는 행사라며 개인에 책임 전가 등으로 서사화되었다. 저자는 이것이 재난에 국가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위기를 제어하고 해결을 회피하려는 대응 이상으로, 국가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폭력을 재난 피해자에게 가하면서 피해와 가해의 위치를 역전시킨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재난 시기에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가 포착되는 여러 서사 형태를 분석하고, 이로부터 대항적인 재난서사의 복원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마지막장은 피해당사자의 권리로부터 모두의 안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을 조명한다. 전주희는 무시당하고 시민성 일부를 박탈당하는 유가족의 현실을 들어 한국사회에서 재난 피해자의 권리가 작동하지 않음을 비판하고, 유가족 집단을 포함한 재난 피해자의 대표불능 문제가 보편적인 안전권 부재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이를 법제도에 반영하려 한 실천들을 소개한다. 이는 각각 헌법 개정, 재난안전법 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시도로, 비록 실패했지만 시민사회에서 보편적 안전권의 문제를 대중적으로 제기했다는 의미가 있다. 각 제안의 세부 내용과 그 의미 분석에 이어 살펴본 ‘4.16 인권선언’은 대항적 생명정치와 보편적 안전권을 위한 저항의 시도로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안전권이 부재한 현실에서 안전권을 실천하는 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생명정치 운동과 결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6036815
발행(출시)일자 2024년 10월 29일
쪽수 244쪽
크기
136 * 205 * 19 mm / 41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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