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양생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꼰대와 뉴그레이의 호명을 넘어 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상상한다!
『장자』(莊子)가 원출전인 ‘양생’(養生)은 직역하면 생명을 기르는 행위인데, 그간 이 용어는 주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쓰여 왔다. 저자는 칠십대 중반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직접적으로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10년의 돌봄 경험 속에서 ‘양생’을 ‘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 안게 되었다.
그래서 ‘양생’은, 나이듦과 죽음에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이것들을 어떻게 우리 공부의 화두로 삼고 함께 공부해 나갈 것인가?-이 모든 것을 지시하는 용어가 되었으며, 이런 맥락 속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나이듦과 돌봄과 공동체와 연대를 읽어내는 칼럼들과 직접적으로 나이듦과 죽음을 이야기한 영화나 책을 다룬 리뷰들을 쓰게 되었다.
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말하는 이 글들 속에는, 천 개의 폐경기 이야기가 필요하며, 어깨동무를 할 수 없는 오십견의 몸들이 모여 암에 걸린 공동체 친구의 서포터즈를 구성하기도 하고, 사회의 취약한 몸들인 장애인이나 노인에 직접적으로 연대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우리 시대에 아직 너무 적은, 나이 든 몸에 대해 더 디테일하게 말하기 더 잘 말하기를 북돋운다. 꼰대와 액티브시니어의 호명을 넘어 각자의 맥락 속에서 ‘말년의 양식’을 실험하고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필요함을 저자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문체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삶의 지평에서 죽음을 허겁지겁 감추고, 몸의 리듬에서 질병을 완벽히 추방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세계보건기구)라는 ‘정상성’을 삶의 목표로 제시하는 생명 권력의 시대에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수치가 된다.
그렇다면 ‘엄마처럼 늙지 않을래!’라는 바람만으로 다른 노년을 맞을 순 없지 않을까? 나는 어머니를 통해 나의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잘 걷지도 못하고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는 상태가 되었을 때도 명랑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질병과 나이듦에 대한 사색, 그리고 일상의 재구성 없이는 불가능한 게 아닐까? 나는 『장자』가 원 출전인 양생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건강해지라는 사회적 명령, 관리하라는 자본의 유혹에 맞서 스스로 삶을 돌보고 가꾸는 기예로 다시 번역해 우리 삶의 전면에 배치하고 싶었다.”
목차
- 프롤로그
1부 몸과 일상
병뚜껑을 열지 못한다고?
천 개의 폐경기,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몸의 일기를 쓴다
필사하는 새벽
숨
건강이 신神이 되어 버린 사회
요가하는 마음
공자님의 잠옷
다이어트, 정답을 못 찾았어요
더 이상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어도
2부 생명과 돌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숲세권의 공동 주민, 도롱뇽과 나
사순이가 남긴 질문
무심하고 민감하게, 나와 식물 이야기
내년에는 나도 ‘페스코’를!
‘노라’ 서포터즈를 구성하다
간호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그리고 나, 보호자
K 장녀의 ‘독박 돌봄기’
아들 돌봄 시대가 오고 있다
영초언니에게 한발 가까이
3부 공동체와 연대
우리들의 글쓰기, 자기돌봄과 상호돌봄
마르지 않는 공동창고, 무진장
자기 힘으로 이동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삼아 연대!
녹색평론이 돌아왔다
상옥과 채영을 응원하며
1월 9일 이태원특별법이 통과될까?
어느 날 밀양, 그리고 잔소리와 밥
다시, 공부란 무엇인가
4부 나이듦과 죽음
나이듦, 상실에 맞서는 글쓰기
어느 보수 꼰대의 위엄있는 퇴장
만국의 늙은이여, make kin, not babies!!
디어 마이 솔로 프렌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두커니 살다가 제때 죽을 수 있을까?
공자와 빨치산, 그리고 노회찬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부록 간병블루스
미션 임파서블, 간병이 시작되었다 / 요양사를 며느리로 착각한 엄마 / 사물과의 동맹 / 삼시세끼, 그 고단함과 고귀함에 대해 / 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소이다 / 섬망, 간병지옥을 통과 중 / 느린 돌봄을 수행 중입니다
책 속으로
발단은 한 회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생활 글이었다. 3년 정도 느슨하게 저강도 필라테스를 했더니 선명한 복근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힘이 붙어 예전보다는 병뚜껑을 좀 쉽게 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거기에 줄줄이 붙은 댓글이었는데, 이슈는 운동이 아니라 병뚜껑이었다. 한 친구는 방아쇠수지증후군 때문에, 다른 친구는 약해진 악력 때문에 병뚜껑을 못 딴다고 했다. 압권은, 잼을 샀는데 뚜껑을 못 열어 남편 퇴근을 기다렸고, 생수병 뚜껑을 못 열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했다는 어떤 회원의 고백이었다. 결국 젊은 회원 한 명이 ‘다용도 만능 뚜껑 따개’를 구매해 모두에게 안기면서 이 소동은 일단락되었다.(「1부_몸과 일상」 중에서)
누군가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요실금이 생겨서 고통이 심하다고 했다. 유방암 치료를 위한 호르몬 처방 때문에 일종의 강제 폐경을 경험하게 되면서 아무 때나 열과 땀이 나는 등 자기 몸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오버사이즈 생리대로도 감당할 수 없는 과다출혈이 40일씩 계속된다는 고백도 나왔다. 우리 모두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일이었다.
신체적 증세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분노 조절이 잘 안 되어 어디서나 쌈닭이 되어 간다는 고백, 사춘기 아들과 거의 매일 세계대전급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토로, 툭하면 섭섭하고 억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실토가 이어졌다. (......) 폐경기 세미나는 끝났다. 그러나 군대 이야기, 정치 이야기, 입시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여성들의 폐경기 이야기는 여전히 너무 적은 게 아닐까? 우리에겐 더 다양한 폐경기 이야기, 그 천 개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1부_몸과 일상」 중에서)
저자는 토박이 지혜(영성)와 과학을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상처 난 세상, 망가진 세상조차 여전히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면 우리는 절망 대신 기쁨을, 종말론적 저질 수다 대신 세상의 복원에 대한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
오늘 아침,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숲은 불타고 북극곰은 죽어가고 꿀벌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모욕당한다. 나는 상심하나 무력하다. 그래도 다시 천천히 읽고 또박또박 쓴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혁명적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사회에서 만족은 급진적 태도이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른다. 이제 나의 읽기와 쓰기는 기도, 명상, 의례가 된다. 어쩌면 아직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힘을 내서 하루를 시작한다. (「1부_몸과 일상」 중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어머니가 먼저 의지를 보이셨고, 이참에 나도 함께 진행했다. 어머니의 경우, 몇 년 전엔 아들, 즉 내 남동생이 펄쩍 뛰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는데 이번엔 자식 모두 어머니 노화에 대한 경험치가 함께 쌓인 탓인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내 아이들이 펄쩍 뛴 것이다. 내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각자 독립해 살고 있던 남매는 서로에게 “엄마를 좀 말려 봐”라면서 당황해했고 급기야 그런 결정을 왜 엄마 혼자 내리냐며 항의했다. 어이가 좀 없었다. 얘네들 MZ세대 맞아? 하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그냥 “얘들아, 이거 트렌드야”라고 답해 버렸다.(「2부_생명과 돌봄」 중에서)
나도 어머니를 돌보고 있지만 독박 가족 돌봄은 지겹고 괴롭다. 그런데 가족을 넘어 우정의 네트워크 속에서 병든 친구의 돌봄을 함께 감당하기로 하자 타자를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배움을 일으켰다. 상호의존의 현실을 더 깊이 깨닫게 했고, 돌봄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감정을 성찰하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감정이 우리를 성숙시켰다. 친구가 암에 걸리는 불행으로 인해 우리는 돌봄이라는 우정의 새로운 용법을 발명해 냈다. 이제 늙고 병드는 일이 속수무책으로 닥쳐오겠지만, 우리는 가족 안으로 숨는 대신 타자를 향한 조건 없는 돌봄의 증여 네트워크 속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나는 점점 더 그런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2부_생명과 돌봄」 중에서)
이제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그 사이 누구는 재혼했고, 누구는 사별했다. 암에 걸린 친구도 있다. 나는 이혼을 했고 어머니 부양을 떠맡았다. 그리고 한때는 한번 모이면 정치적 이슈부터 유행하는 드라마에 대한 평론까지 온갖 주제들에 대해 밤을 새워 대화를 나누던 우리는 이제 체력이 달려 더 이상 밤을 새우지 못한다. 책이 가득한 삶, 여행을 통한 모험을 함께 즐기던 삶 대신에 “약 봉투가 가득한” 삶을 살게 되었다. 사별의 스트레스 때문이든, 부양의 간난신고 때문이든 이제 우리의 단골 주제는 삐걱거리는 ‘몸’이다.(「4부_나이듦과 죽음」 중에서)
‘종삼’의 할배들도 늙은 더티 해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들, 탑골공원 할배와 광화문 태극기부대를 넘어 이제 종일 유튜브와 종편 뉴스를 시청하면서 그들의 혐오 선동에 자신의 울분을 포개는 그분들의 삶은 아마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정말 그분들과 달라질 수 있을까? 민주화 세대인 우리는 나이듦에 대한 다른 비전을 갖고 있을까? 무엇보다 내 남자사람 친구들이 ‘다른 할배’로 살아가게 될까? 그것을 몹시 염원하지만, 여전히 이념은 과잉이고 손끝은 무딘 내 또래의 수많은 남성을 떠올리면 사태는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싱글력 없고 살림에 젬병인 그들의 노년을, 그리하여 나는 진심으로, 몹시, 근심하고 있는 중이다.(「4부_나이듦과 죽음」 중에서)
애틋한 엄마였지만, 한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엄마였다. 처음 4년, 가장 큰 어려움은 어머니의 우울증이었다. 덕분에 같이 사는 나도 종종 우울 상태에 빠져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아니면 나를 자책했다. 출구가 없는 캄캄한 돌봄 터널에 갇힌 것 같았던 그 시절, 읽고 쓰는 일이 없었다면, 루쉰과 장자가 아니었다면, 매일 걷지 않았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동체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다음 3년은 스펙터클했다. 낙상, 허리 골절, 5개월간의 입원과 퇴원, 그리고 수두증, 뇌 션트수술, 지독한 섬망, 다시 입원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탄 시기였다. 간병이란, 우에노 지즈코 말대로, 몸은 환자와 떨어져 있어도 잠시도 잊을 수도, 내려놓을 수도, 쉴 수도 없는 무거운 짐 같은 것이라더니, 정말 나는 수년 동안 등이 휠 것 같은 간병의 무게 속에서 허덕였다. 그리고 이 돌봄노동은 “살과 뼈를 갈아 넣어도 절대로 완결되지 않는”(전희경 외,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봄날의책, 2020) 것이었다. 나가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 7~8년 반복되자 나의 돌봄 에너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렇게는 지속 가능한 돌봄이 불가능했다. 돌봄 배터리가 완전히 손상되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다.(「부록_간병블루스」 중에서)
출판사 서평
「한뼘 양생」 지은이 이희경 선생님 인터뷰
1. 책 제목이 『한뼘 양생』인데요, 양생이란 무엇인지요?
양생(養生)! 기를 양(養)에 날 생(生)! 직역하면 생명을 기르는 행위. 원 출전은 『장자(莊子)』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백정이 그의 임금을 위해 소를 잡고 있었는데 살 한 점, 뼈 한 조각 건드리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칼질하며 소를 해체하는 모습이 가히 신출귀몰, 천의무봉의 경지였다. 임금이 감탄하며 말하기를 “아,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 백정은 정색을 하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道)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이지요”라고 대답을 했다. 이어서 자신이 처음에 소를 잡을 때는 소가 통째로만 보였지만 십구 년이 지난 지금엔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神) 본다고, 그러면 소의 자연스러운 결(天理)에 따라 칼도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임금이 다시 감탄하며 “훌륭하구나, 나는 오늘 그대의 말을 듣고 ‘양생’을 터득했노라”라고 대답을 했다.
저는 『낭송 장자』(북드라망, 2014)에서 이 포정해우(庖丁解牛)편에 나오는 ‘양생’을 ‘삶을 가꾸는 기예’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이 오래된 단어가 제 삶에 훅~ 들어온 것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부터였습니다. 어머니는 병들고 늙어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신세 한탄을 했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원망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나이듦=처량함은 어쩔 수 없는, 모든 노인의 보편적 감정일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머니의 우울증은 어머니의 자아 이상(理想)이 주름 없는 젊음, 아프지 않은 몸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더군요. 우리 사회에서는 젊음과 건강이 너무 강력한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은 결여와 비참으로 경험될 수밖에 없죠.
삶의 지평에서 죽음을 허겁지겁 감추고, 몸의 리듬에서 질병을 완벽히 추방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세계보건기구)라는 ‘정상성’을 삶의 목표로 제시하는 생명 권력을 문제 삼기 위해서는 ‘건강’이나 ‘의료’를 대체할 다른 개념이 필요했습니다. ‘양생’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들은 생-로-병-사의 국면들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 모든 생명의 죽음은 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순환되는 게 우주의 원리라는 것을 다시 환기하기 위해 오늘날의 맥락 속에서 꼭 되살려야 하는 용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나이듦과 죽음에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이것들을 어떻게 우리 공부의 화두로 삼고 함께 공부해 나갈 것인가? 어느덧 저에게 양생은 이 모든 것들을 실존적으로 지시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2. 책에서 “병뚜껑을 못 따는 친구와 사과를 못 자르는 내가 함께 〈나이듦연구소〉를 만들었다”고 하시며 연구소의 슬로건은 “다른 노년의 발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인문학 공동체를 오래 꾸려 오신 경험과 〈나이듦연구소〉의 슬로건이 연결되는 느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다른 노년의 발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노인은 ‘틀딱’, ‘할매미’, ‘꼰대’, ‘연금충’ 등의 노인 혐오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부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완고하고, 가르치려고 하고, 냄새나고, 공짜 지하철로 하릴없이 쏘다니고, 건강보험 적자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근대사회의 생명 권력이 노인을 경제발전에 쓸모가 없는 비생산적 인구로 구분하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모든 인간은 상호의존적 존재인데 노인만 의존적 존재라고 사회가 규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노인은 국가 사회의 ‘대책’ 거리이자 잔여적 복지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노인 인구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018년 〈포브스〉는 인구 고령화가 기업엔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모 대학 고령사회연구센터가 ‘에이지 프렌들리’라는 주제로 고령화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를 2022년에 발간했죠. 최근 미디어에서는 액티브시니어, 영피프티, 뉴그레이, 60대 힙스터, 신중년, 선배 노년 같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회의 짐짝에서 보물단지로 극적인 ‘시니어 시프트’(원래 이 용어는 노년 시장을 겨냥하는 경영전략의 재조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부담이 되거나 자본의 새로운 호구가 되는 것, 둘 다 정말 별로잖아요. 이 두 가지 방식이 아닌, 노년의 삶에 대한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요?
더구나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것, 즉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20%가 된다는 것은 노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재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60대 후반과 90대 초반은 몸의 상태가 다릅니다. 노인 집단 내의 경제적 격차도 점점 커질 것입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나이듦 과제도 같지 않습니다. 퀴어, 비혼, 장애인의 나이듦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갖고 있나요?
‘다른 노년의 발명’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출현하는 단어입니다. 잔여적 복지의 대상과 액티브시니어의 호명을 넘어 우리는 각자의 맥락 속에서 새로운 ‘말년의 양식’을 실험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노년에 대한 단일한 규범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저 같은 1인 가구 여성의 노년을 비롯하여 나이듦에 대한 더 다양한 이야기가 출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최근 작고하신 어머님과 10년 동안 함께 지내며 돌봄을 하시면서 우리 사회의 돌봄에 대해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느끼고 생각하셨을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돌봄’은 어떤 것일까요?
10년 전 어머니랑 살림을 합칠 때 동생이 말렸습니다. 저까지 지쳐 떨어지면 정말 대책이 없으니 그냥 어머니 가까이서 살면서 어머니를 돌보는 게 더 지속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게 모르게, 저라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삶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쩌면 중년의 딸과 노년의 엄마가 서로 의지하며 함께 늙어가는 이름다운 동거를 꿈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완전 ‘판타지’죠. 실제 ‘현타’가 오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늙은 어머니 흉을 보고 있더군요.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짜증이 났고, 그런 어머니가 뿜어내는 부정적 기운에 질식할 것 같았고, 어머니의 삼시세끼를 챙기느라 거의 앞치마와 합체가 될 지경이었고, 독박 부양이 길어지면서 나를 돕지 않는 동생들에 대한 원망도 쌓여만 갔습니다. 그렇게 되자 돌봄은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해야 하는 지옥이나 감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자기 일상이 가능한 몸에서 자가 보행이 불가능한 몸으로 변하는 10여 년간의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부모 돌봄에 직면하여 좌충우돌하는 것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 돌봄 경험치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개인적 역량과 사회적 담론 둘 다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거 없는 돌봄 자신감을 가진 것도, 돌봄을 무조건 피해야 고통으로 여긴 것도 모두 돌봄에 대한 무지의 산물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존재론적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근대 합리주의 개인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또한 돌봄은 사회적 과제입니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돌봄사회로 전환되지 않고서 좋은 돌봄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노인 돌봄과 관련하여 현재 2008년에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유일한데, 더 많고 실효적인 사회정책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좋은 돌봄에 어떤 이상적 상태는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돌봄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설 돌봄과 가족 돌봄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듭니다. 사회적 책무와 개인적 윤리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도 따지기 어렵습니다. 돌봄은 지극히 맥락적인 행위이고, 좋은 돌봄은 여러 자원의 협력 속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는 돌봄을 하는 위치에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위치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되겠죠?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역량뿐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역량 또한 중요합니다. 돌봄을 받을 줄 아는 지혜와 기술을 익혀야 할 과제가 이제 저에게는 남았습니다.
4. 본문 중 『장자』를 가지고 ‘나이듦’에 관해 리뷰하신 글 「우두커니 살다가 제때 죽을 수 있을까?」에서 “잉여 없이 살다 여한 없이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장자』, 「응제왕」편에 나오는 열자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고 제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열자(列子)는 노자, 장자만큼이나 노장사상의 핵심적 인물입니다. 책에서도 그 열자는 명예나 재산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우주 만물의 원리, 생사의 이치를 깨닫는 데 온 힘을 다 바치는 걸로 묘사됩니다. 그 열자가 어느날 생사길흉을 다 알아맞히는 어떤 무당한테 푹 빠져 그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그 사람의 특이한 능력이 깨달음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깨닫겠다’라는 자신의 열망과 의지와 노력이 오히려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됩니다. 열자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위해 밥을 지을 뿐 아니라 돼지에게도 사람 대하듯 밥을 먹였습니다. 세상일에 좋고 싫음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갈고닦았던 것을 본래의 소박함으로 되돌리고, 흙덩이처럼 우두커니 서서 세상 만물과 섞였습니다. 한결같게 이렇게 살다가 생을 마쳤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든 자만심을 버리고 세상과 구별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타자와 함께 지극히 평범하게 존재하다가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런 삶에 무언가 깊은 장엄함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부로 향하는 시선, 인정 욕망을 거두고, 그때그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특별한 의미 부여 없이 담담하게 하면서 사는 게 최고의 내공 아닐까요? 그러면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웰다잉’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죽음을 위한 ‘투두 리스트 (to do list)’가 늘어가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열자의 말년처럼 일상을 곡진하게 보내는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5. 끝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책은 어머니 돌봄에서 비롯된 ‘양생’이라는 화두를 들고 지난 몇 년 동안 쓴 글을 모은 것입니다. 경험적이고 개인적이며 질문으로 가득 차 있는 글들이에요.
예를 들어 ‘한뼘 양생’이라는 코너명으로 신문 칼럼을 쓰면서는 매번 이것이 양생에 관한 이야기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책으로 묶으면서 보니 제가 쓴 글들이 몸과 질병에 관한 이야기, 동물, 식물 등 비인간 생명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 내의 활동과 연대활동 이야기로 나뉘더라고요. 양생의 범주에 ‘몸과 일상’, ‘생명과 돌봄’, ‘공동체와 연대’가 속한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책과 영화 리뷰는 제 공부를 위해 시작한 글쓰기입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요. 이에 비해 간병블루스는 말 그대로 돌봄의 기쁨과 슬픔, 보람과 고통에 대한 저의 적나라한 이야기들입니다. 제가 돌봄 지옥에 갇혔다고 생각했을 때 숨쉬기 위해 썼던 글입니다. 책으로 만드는 최종 단계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좀 덜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좀 감정적인 글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돌봄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돌봄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는 제 글이 케이스 스터디가 되면 좋겠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128573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0월 10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26 * 187
* 25
mm
/ 439 g
|
총권수 | 1권 |
Klover 리뷰 (6)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사용자 총점
50%의 구매자가
최고예요 라고 응답했어요
고마워요
최고예요
공감돼요
재밌어요
힐링돼요
문장수집 (2)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
반품/교환방법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
반품/교환 불가 사유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이 분야의 신간
-
허들을 넘어10% 16,200 원
-
내가 좋아하는 것들, 달리기10% 12,150 원
-
안 하던 걸 해보는 중입니다10% 10,800 원
-
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10% 20,700 원
-
더 퀸(The Queen)10% 17,820 원
이런 선배가 주변에 있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