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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윤 저자(글)
그늘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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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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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엄마가 죽고, 엄마 같은 누이도 불에 타 죽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마저 죽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고, 더 강해져야만 누나의 죽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태우의 시간은 여전히 누나가 불에 타 죽었던 그해에 머물러 있다. 태우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있을까?

작가정보

저자(글) 김강윤

김강윤

1978년 경북 김천에서 농사일과 작은 구멍가게를 하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으며 운동을 좋아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해군특수전전단(UDT/SAEL)에 지원해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 소방관이 되었고 부산진소방서, 특수구조단, 기장소방서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부산소방학교에서 동료 소방관과 새내기 소방관들을 가르치는 구조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잘난 것 하나 없지만 잘나고 싶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런 자신의 인생을 글과 말로 남기는 것도 좋아한다. 먹고살기 위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먹고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이곳에 있음을 깨닫고 그것들을 글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차

  • 등장인물

    기억
    불화수소
    몰락
    거묵골

    소방 학교
    작은 생명
    그림
    수어(手語)
    고백
    장애인
    어쩔 수 없는 일
    참전 군인
    알아차린 시간
    비상 정지 버튼
    다가오는 슬픔
    침묵의 대가
    각자의 길
    여기 사람 있어요
    생과 사의 계단

    제자리

    마치는 글

책 속으로

“어, 어, 어.” 순간이었다. 도랑 옆 논두렁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볏짚단에서 허연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태우는 눈을 크게 뜨고 입만 벌린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미친 듯이 뛴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볏짚단에 숨어 있을 누나를 구해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허연 연기는 곧 벌건 화염이 되어 이미 짚단 전체를 무섭게 삼키고 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화염은 맹렬하게 솟아올랐다. 어느새 나타난 영찬이와 정수까지 아이들은 놀란 눈만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고, 항식이는 꽥꽥 소리를 지르며 불난 볏짚 주위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12쪽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원해서 들어온 해군 특수 부대는 태우에게 가혹한 팔자를 한 번에 뒤바뀌게 할 수 있는 수도(修道)와도 같은 일이었다. 더 고통스럽고 더 괴로워야 누나를 죽인 자신의 죄가 씻겨 나갈 수 있다고 여겼다. 학대하던 아비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면 가장 앞에서 뛰었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물속에서 숨 참기 훈련 때는 혼자서 4분이 넘는 시간을 버텼다. 이때부터 교관들과 동기들이 그를 독종으로 여기게 되었다. 까맣고 비쩍 마른 몸이었지만 독기 어린 눈이 태우의 성정을 보여 줬다.
-37쪽

미리 한국의 언질을 받았음에도 태우는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눌러야 했다. 발령 공문을 보자마자 아침 조회에서 대장은 태우의 인사이동 소식을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전했고 짧게는 2년, 길게는 7~8년을 함께 근무했던 특수 구조대원들은 대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먼 산만 바라봤다. 그때 태우는 솟아오르는 모욕감을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이곳에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며 일했다. 목숨 바쳐 일했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지난 10년이 이렇게 끝난다는 생각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간단한 인사라도 하라는 대장의 말에 태우는 말없이 일어서 사무실을 나왔다. 곧 중택이가 뒤따라 나오며 혼자서 태우를 배웅했다.
-44쪽

흑산 소방서도 거기에 있는데 노란색인지 누런색인지 구분도 안 되는 색을 띤 2층짜리 건물이었다. 한쪽 벽면에 빨갛고 큰 글씨로 ‘흑산을 안전하게, 군민을 편안하게’라는 표어가 볼품없이 세로로 가지런히 쓰여 있었다. 1층에는 작동이나 될지 의심 가는 커다란 차고 셔터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 빨간 소방차 서너 대와 구급차, 지휘차 등이 가지런히 서 있었다. 흑산 소방서 역시 거묵골의 역사와 같이 했다. 잘나가던 시절 개서(開署)했던 당시에는 서장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했던 소방서였다. 돈이 넘쳐흐르는 동네에서 기관장 노릇이 퍽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갓 진급한 신참 서장이나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말년 서장들이나 배치되는 곳이 되었다.
-48쪽

차고 옆 등나무 아래 모인 무목과 태풍 그리고 막내 만수가 조금 전 태우의 모습에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다. 태풍이 무목을 향해 몹시도 신기한 듯 팀장의 모습을 이야기하자 무목은 알 듯 모를 듯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막내 만수는 팀장님도 사람인데 가족 같던 구조견을 잃었으니 상심이 컸을 거란 말만 되풀이했다. 무목은 태풍과 만수의 말은 건성으로 들으면서 속으로 한때 존경했고 지금도 그럴 거라고 믿고 있는 태우가 결코 세간의 말처럼 나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조금 더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93쪽

원래 그라면 만수는 그냥 심성이 나약해 구조대원 일을 할 수 없는 그저 그런 녀석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차고에서 본 만수의 표정과 눈빛이 지워지지 않는다. 하염없이 바닥만 바라보던 만수의 얼굴에서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았다. 잔상처럼 희미하게 남은 표정이 태우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태우는 지금껏 20년 가까이 소방관으로 살며 동료의 표정을 그렇게 유심히 본 적이 있었는가 생각했다.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태우에게 혼나고 욕먹으며 잔뜩 주눅 든 후배들의 표정만 봐 왔을 뿐이다. 태우는 만수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 듯했지만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또 자신의 그림을 보고 외로움, 벽, 스트레스, 트라우마와 같은 말을 쏟아 낸 상담사 말도 신경을 건드렸다.
-107쪽

팀장실에 혼자 서 있는 태우는 숨을 몰아쉬며 선 채로 안절부절못했다. 아쉬운 마음 토로하는 대원들에게 괜한 성질을 낸 것이 금방 후회됐다. 그리고 갑자기 외로웠다. 혼자라는 쓸쓸함이 거세게 몰려왔다. 최근 뭔가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도 잠시, 또 각박하게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거울을 봤다. 어딜 가든 혼자일 수밖에 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 평생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했던 고집불통의 남자. 태우는 결국 그런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체념하듯 마음먹었다. ‘그래. 가자. 떠나면 그만이야.’
-280쪽

4층이건 10층이건 당장 가까운 소방관은 자신과 거묵골 구조대원들뿐이었다. 다 구해야 했다. 몸이 가장 가벼운 태풍과 만수를 높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보조 호흡기에 한 명씩이라면 태우 자신과 나머지 둘이 4층으로 간다. 팀이 분리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태우는 대원들을 믿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태우는 다시 크게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나를 믿고 따라 줘야 한다. 우리가 다 구할 거다.”
-325쪽

태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누나만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누나는 울고 있는 태우를 그저 바라보며 웃었다.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태우는 누나를 만지고 싶었고 껴안고 싶었지만 누나를 불태워 죽였다는 죄책감은 여전했고 그것은 태우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냥 양손을 앞으로 들어 누나를 향해 휘휘 젓는 게 다였다. 하지만 태우의 손은 누나에게 닿지 않았다. 태우는 그것이 더 안타까워 계속 울고 울었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해. 누나. 누나. 미안해.’ 누나를 만나 그렇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아니야. 태우야. 괜찮아.’
-352쪽

출판사 서평

발목에 굵은 쇠고랑을 찬 듯
마음속 깊이 박힌 세 개의 죽음

말 못 하는 누나와 연탄장수 아버지 밑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없이 자랐다. 술에 취하면 늘 입에 달고 사는 ‘애미 죽이고 나온 놈’이라는 아버지의 술주정만 빼면 말이다. 누나는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런 누나는 자기 몸보다 동생 태우를 더 살뜰히 챙겼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추수가 끝나고 높게 쌓아 둔 볏짚단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다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볏짚단을 태운 건 순식간이었다. 누나가 아직 볏짚단 속에 있었지만 태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활활 불타는 볏짚단을 바라볼 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의 원망 섞인 곡소리는 태우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마저 죽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태우의 시간은 여전히 누나가 불에 타 죽었던 그해에 머물러 있다. 발목에 굵은 쇠고랑을 찬 듯 마음속에 깊이 박혀 따라오던 세 개의 죽음은 태우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쫓겨나듯 도착한 거묵골,
그때 그해에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군 특수 부대에 들어갔고, 전역 후에는 119 구조대원이 되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고, 더 강해져야만 누나의 죽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동안 태우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낸 것처럼 주변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고 만다. 그러다 결국 후배들의 투서로 인사이동이라는 징계를 받게 되고, 모두가 기피하는 시골 중의 시골 거묵골로 쫓겨나듯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거묵골에서 오래 머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낡아 빠진 거묵골에서의 구조 활동은 자신이 도시에서 하던 구조 활동에 비할 게 못 된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자꾸 태우의 마음이 이상하다. 영 탐탁지 않은 거묵골이었지만, 거묵골 구조대원들과 함께 지내며 태우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태우의 시간이 거묵골 구조대에 도착한 후로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태우의 어릴 적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있을까?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72174989
발행(출시)일자 2024년 09월 30일
쪽수 392쪽
크기
139 * 210 * 31 mm / 601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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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작가님책은 한번 읽으면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습니다. 이 책 또한 실제상황을 보는듯 긴박하고 생생하게 진행되는 내용에 맘조리며 끝까지 읽었네요. 지인분들 선물드릴려고 몇권 더 주문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10점 중 10점
/재밌어요
‘거묵골 구조대 사람들’에는 살아있는 글들이 이루어낸 현장으로 가득하다. 마치 경험해 본 듯한 출동, 긴박함 속에서의 구조작업,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구조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 이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는 함께 근무하는 누군가가 그려질 정도로 현실적이다. 스토리의 큰 줄기와 캐릭터의 개연성 또한 부드럽게 잘 이어져 현실적인 글에 그치지 않고 잘 만들어진 소설이 되었다.

올해 업계의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소설을 몇 권 읽었지만 이만큼 흡입력이 강하지는 않았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것이 아쉬웠다. 소방관이 꿈이었던 두 다리가 절단된 청년의 고통과 아픔이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이렇게 살아 숨 쉬는 글을 읽을 때 비로소 그 속의 캐릭터와 사연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그 감각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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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등장 인물들 각자의 사정은 현직으로 함께 하고있는 동료들의 이야기 같고 현장활동의 묘사는 그동안 겪어왔던 경험을 상기시켜주는 이야기 들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거묵골 구조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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