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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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깨달음의 종교라는 점,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 부파불교로부터 대승불교로 전환하게 된 과정, 대승의 논리구조와 보살의 의미 등 불교와 관련한 다종다양한 주제가 이어져, 읽다 보면 불교의 큰 줄기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붓다와 예수 그리스도의 비교를 통해 두 종교의 특징도 선명하게 드러낸다.
또 불교에 대한 철학적 문제, 무상, 고(苦), 무아, 공(空), 중관, 유식 등 난해한 개념들, 인도 초기불교에서 동아시아 대승불교까지 전래되는 흐름과 사람들이 불교를 만나는 과정, 자유를 향하는 불교의 인생관까지, 불교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그것을 하나로 꿰는 본질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두 학자의 노력이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대로 빛을 발한다. 불교를 둘러싼 지적 자극이 가득한 대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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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大澤真幸)
1958년 나가노현 출생. 사회학자.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박사과정 졸업. 사회학 박사. 지바대학 조교수, 교토대학 교수 역임. 개인 사상지 『오사와 마사치 THINKING 「O」』 주재. 저서로 『〈세계사〉의 철학 고대편』(고단샤) 등 다수.
저자(글)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橋爪大三郎)
1948년 가나가와현 출생. 사회학자.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1995~2013년 도쿄공업대학 교수. 저서로 『불교의 언설전략』(게이소쇼보), 『수상한 기독교』(오사와 마사치와 공저, 고단샤 현대신서) 등 다수.
남산강학원에서 공부하는 청년 백수. 니체, 불교와 과학, 인류학 등을 공부했다. 함께 배우는 삶이야말로 나도 이롭고 세상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배우는 사람으로 명랑하게 살아가고 싶다.
정치, 종교, 문화 등에서 나타난 신체와 관련된 담론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다. 요즘은 동국대 일본학과에서 정치나 사상을 가르치며, 여기저기서 함께하는 공부의 인연을 만들고 있다. 함께 번역한 책으로는 『생의 철학』, 『철학과 국가』, 『번역된 근대』 등이 있다.
남산강학원에서 공부했던 청년.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남산강학원과의 인연으로 일본어 번역팀에서 일본어와 철학 등을 공부했다. 현재는 자유롭게 공부하며 살아가는 백수.
작가의 말
3월 11일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해 할 말을 잃은 일본인에게 불교는 어려움을 극복할 실마리를 시사해 왔을까요? 아쉽게도 그렇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불교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죠(그렇게 보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왜 불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까요? 불교가 무능할 리는 없습니다. 불교에는 2500년간 축적된 인식과 실천이 있으니까요. 불교 쪽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 불교에게 물어봅시다. 불교, 당신은 누구입니까? 불교, 당신은 지금까지 어떻게 생각해 왔습니까? 불교, 당신에게는 세계가 어떻게 보입니까? 불교, 당신은 어떤 실천을 제안합니까?… 이런 질문들을 우리가 해보는 겁니다! 불교 쪽에서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불교에게 응답을 강요해 봅시다. 대답하게 해봅시다. 이런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 이 책,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선생님과 저 오사와 마사치의 대담입니다.
▶옮긴이의 말
이번 책을 번역하면서 또 한 번 불교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승가’라든지, ‘자비’, ‘보살’ 등은 나에게 자명한 진리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대승이 출현하게 된 맥락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 자비는 필연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너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가 싶었고, ‘불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불교를 절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저자의 수다(?)를 따라 역사적으로 불교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2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변주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고, 질문도 하면서 불교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독자분들은 어떻게 이 책을 만나게 되셨고, 또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가 된다.
목차
- 머리말
제1장 시초의 불교
불교를 정의하다│그리스도와 붓다│깨달음은 어째서 공허해 보이는 걸까?│부처보다 깨달음이 중요하다│예언자와 붓다│불교와 힌두교│안티 힌두교│카스트로부터의 해방│불교는 왜 사라졌는가
제2장 초기의 불교
일체지(一切智)와 전지(全知)│‘고’(苦)란 무엇인가│죄인가 괴로움인가│무엇이 ‘고’인가│니르바나(열반)와 신의 나라│열반은 천국인가│인간들이 다투는 이유│승가의 역설│승가의 개인주의│무상하다는 것│불교의 핵심│미니멀리즘과 철학 마니아│적극적 자유에 대하여│‘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문답이냐 명상이냐│자비란 무엇인가
제3장 대승교로
불탑신앙기원설│왜 스투파인가│붓다를 찾다│다르마란 무엇인가?│원래 대승이란│붓다로 돌아가라│대승은 뛰어나다│대승의 논리구조│이타행
제4장 대승교라는 사고
석가불은 특별한가│다불사상(多佛思想)│아미타의 ‘본원’│인과론과 자유의지│인과론의 곤란함│10년 전의 자신│극락은 예비학교다│붓다와 불국토│보살의 작용│현기증 효과의 매혹│보살은 세속적 금욕일까?│수기란 무엇인가│보살의 자비│마르크스주의와 불교│회향이란 무엇인가│깨달음은 극한이다│공(空)이란 무엇인가│진리의 상기설│언어와 공
제5장 대승교에서 밀교까지
나가르주나│부정신학인가?│『반야심경』에 대해│프로세스를 소중히 여기다│칸트의 초월론│불성에 대하여│자리(自利)와 이타(利他)│유식에 대하여│유식론은 현대적이다│발심의 효력│진구의 유식론│불교는 독아론인가?│『대승기신론』을 둘러싸고│붓다가 인간이라는 것│Σ붓다의 비밀│삼신론에 대하여│밀교와 그 배경│탄트리즘이란│불교의 끝
결론: 지금, 불교를 생각하다
후기 /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책 속으로
불교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깨달음’이라는 사고방식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깨달음’의 성질을 생각해 보면, ① 지식이다. 그것은 개인의 정신활동입니다. ② 그 지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보다 커다란 지식은 없으므로, 그 지식 안에는 이 우주의 모든 것이 포섭되어 있습니다. 의외의 일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③ 그 지식을 말로 할 수 있는가 하면, 할 수 없다. 말은 깨달은 사람, 깨닫지 못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깨달음’ 직전에 있습니다. 깨닫지 못한 사람이라도 일반적으로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보통의 말의 용법 안에 깨달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깨달은 사람도 말로써 그것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불교의 ‘깨달음’이 메시지가 아니고, 따라서 도그마도 될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불교 신앙의 핵심은 “부처는 깨달은 게 틀림없다”라고 확신하는 것. 그 확신이 전부입니다. 이로부터 불교의 모든 성질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1장 시초의 불교 중에서)
이것에 집중하고 있는 불교는 신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신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인간은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완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념인 거죠. 이것을 확인하면, 불교는 일신교와 무관합니다. 신을 경배하기만 하는 힌두교와 적대관계이죠. 인민은 정부가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유교와도 다릅니다. 신과 인간이 협력하여 행복해지자고 말하는 신도와도 다릅니다. 합리적으로 자립한, 개인주의적 인간중심주의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인간중심주의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에 불교의 본질과 붓다의 본성이 있습니다. (제1장 시초의 불교 중에서)
불교는 도그마가 아니므로 그러한 노력을 막지 않습니다. 아비달마의 교설은 나름대로 잘 만들어져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불교는 그러한 사고실험을 장려하거든요. ‘인간이나 사물에 대해서 사고하는 것은 훌륭하다. 비즈니스나 권력이나 욕망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 ‘순수하게 지적으로 생각하라. 그때 깨달음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오타쿠 응원단인 셈입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이, 제로로 돌아와 세계를 대하는 상태가 되겠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는 오타쿠의 길이 있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렇게 모인, 인도의 취미를 그대로 드러낸 오타쿠 무리가 부파불교라고 생각합니다. (제2장 초기의 불교)
“석가가 거기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별로 근거랄 게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말이죠. 석가가 우연찮게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이 활동에는 불교에 내재하는 근거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기독교의 경우 그리스도가 이 세계에 출현하는 것을 그만두거나, 십자가 위에서 죽지 않는다면 아마도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이 일련의 사건들에 기독교에 내재된 결정적 필연성이 있지만, 불교의 경우는 석존이 깨닫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근거는 없죠. 그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방금도 이야기했지만 자기가 없는 사람이 이타행을 할 수는 없어요. 석가모니는 자기는커녕 타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가 있는 것으로 한 이상, 그 게임 속에서는 타자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타자가 보기에는 자신이 실재하고 있다는 식의 미망의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아니라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 자비입니다.” (제3장 대승교로 중에서)
불교에서 인과관계의 법칙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기독교나 서양에 비해서도 불교에 있어 인과율은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수행하거나 계를 지키거나 정진하는 등 포인트를 번 덕분에 당신이 마침내 성불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즉 당신이 선인을 쌓은 덕분에 바로 당신에게 성불이라는 선과가 나왔다는 것을 말할 수 있으려면 보통의 인과관계와는 다른 것을, 자유로운 선택이나 자유의지 등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서양철학 이상으로 불교에서도 인과관계와 자유의지를 어떻게 양쪽 모두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는 것이죠. (제4장 대승교라는 사고 중에서)
불교라는 것이 방편이라는 것을 중시하여, 어떤 방편이라도 좋다는 방향성으로 가는 것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도그마가 없기 때문이죠.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는 것만 있고, 게다가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도 미지수인 채로 열려 있습니다. 불교 쪽이 파스타보다 더 자유도가 크다고 생각해요. 파스타라면 아무리 그래도 햄버그스테이크를 내면서 파스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불교는 괜찮죠.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그 깨달음은 무엇인가? 알
지 못한다. 깨닫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석존의 깨달음이 계기가 된 ‘깨달음을 둘러싼 언어 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게임은 게임의 정의가 되는 ‘깨달음’이 공백인 채여서, 그 윤곽을 그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확산되고 확장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에 조금이라도 인과적으로 관여한다면, 그것은 불교 운동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불교는 중심에 깨달음이라는 커다란 ‘공백’(空)이 있는 운동인 겁니다. (제5장 대승교에서 밀교까지)
출판사 서평
『유쾌한 불교』 옮긴이 인터뷰
1. 왜 “유쾌한” 불교인가요? 제목에 어떤 의미 혹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요?
태진: 질문을 듣고 보니 정작 ‘유쾌하다’는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네요. 저자 두 분이 같이 작업했던 전작 『수상한 기독교』에서는 ‘수상하다’는 제목을 썼었는데요. 기독교가 주는 ‘수상함’은 왠지 이해가 갈 듯도 합니다. 무언가 기독교가 만들어 내는 세계관이 지금 우리의 가치관을 만들어 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데 있어 일종의 수상한 낌새를 찾아냈던 것이지요.
이번 책은 불교의 엄근진한 면 말고도 유쾌한 지점이 있음을 보여 주지요. 두 분은 요즘 뉴진스님 유행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요즘 불교가 젊은 세대에게 굉장히 힙한 종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때 유쾌함이란 것이 단순히 재미있다는 말 정도로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뉴진스님이 건드린 부분도 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무언가 우리의 삶을 가볍게, 날쌔게, 자유롭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보라: 유쾌하다는 제목 자체가 이 책에 대해서 많은 걸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요. 그건 불교가 유쾌하기 때문이고, 두 저자의 대담이 유쾌하기 때문입니다. ‘불교’ 하면 세상으로부터(일명 ‘속세’라고 하죠^^) 멀리 떨어져 은둔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말씀하셨듯이 정적이고, 진지하고 엄숙하다는 느낌을 받죠. 하지만 불교는 2500년 동안 끊임없이 인류가 당연하게 여겨 온 것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내온 실천적인 종교입니다. 심지어 불교 자신도 끊임없이 혁신을 해오면서 마치 생명이 진화하듯 다양하게 변해 왔습니다. 그런 불교의 지혜와 기운을 받아 보자! 하고 『유쾌한 불교』라는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불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어쩐지 조심스럽게 마련이죠. 혹여 불경스러운(?) 대화가 되지 않을까 어쩐지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쳤듯이 불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경계하고, 사유하고 탐구하는 것을 중요시하죠. 두 분 또한 불교에 대해 거침없는 질문들을 쏟아 냅니다. ‘불교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대승이나 밀교 등은 별개의 종교나 운동이 되는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대체 왜 불교로 자신들을 정의할까?’ ‘깨달음에 내재적인 매력이 없지 않을까(?!)’ 등등 불교에 대해,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이단 로켓, 도라에몽, 유명한 족집게 학원, 복권 등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들이 드는 예시들도 생생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지점이 다른 종교 관련 책들과 달리 유쾌함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하늘: 일본에서는 불교가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고, 역사가 깊습니다. 6세기 무렵 불교가 전파되었다고 하니 삼국시대 때 불교가 들어와 2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랑 비슷한 감각일 것 같네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절에 한 번쯤은 가본 적이 있고, 스님들을 만나 본 적이 있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불교는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낡고 한물간 느낌이 있습니다. 덧붙여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 불교는 장례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무언가 어둡고 엄숙한 느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시즈메 선생님과 오사와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교는 “골동품 가게 앞에 놓인 낡은 가구”처럼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들은 불교에 대한 그런 선입견을 던져 버리려고 합니다. “사실 불교는 우리의 이미지처럼(혹은 일본 사람들의 이미지처럼) 어둡고 낡은 것이 아니다! 불교는 지금 현재 우리한테도 산뜻하고 즐거운 가르침을 줄 수 있다!”랄까요? 불교라는 골동품을 닦아 “훌륭한 고급가구”로 바꾸는 과정. 아마 그런 과정이 굉장히 유쾌하기에 ‘유쾌한’ 불교가 된 것 같네요^^
2. 두 학자의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인데요, 즉흥적인 대담인데도 불교에 대한 상당한 내공과 통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사와 마사치, 하시즈메 다이사부로는 어떤 면에서 강점이 있는 분들인지, 그리고 이분들의 대화의 특징 같은 건 어떠한지 알 수 있을까요?
하늘: 두 분의 대화는 주로 오사와 선생님의 질문과 하시즈메 선생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사와 선생님의 질문이 상당히 솔직하고 예리해요. 그래서 뭔가 종교라는 이미지 때문에 궁금하지만 물어보기에는 어려웠던 질문들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하시즈메 선생님도 그런 질문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잘 답변해 주시고요. 예를 들어 “깨달음이 공허하다면 우리는 왜 깨달음을 추구해야 하는가? 깨달음에는 대체 무슨 메리트가 있는가?”하는 솔직한 질문도 가볍게 나온달까요? 그런 질문과 답이 아주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보라: 예. 오사와 마사치 선생님이 불교의 ‘밖’에서 질문을 던진다면, 하시즈메 선생님은 불교 ‘안’에서 답을 하는 방식으로 대담이 이뤄지는데요. 오사와 선생님은 아주 흥미로운 질문으로 대담을 이끌어 갑니다. 이를테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는 물론이고 막스 베버, 에른스트 카시러, 이사야 벌린 등 다양한 사상가의 개념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데요. 그 질문 덕분에 불교의 어떤 면이나 개념이 다른 것과의 비교 속에서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또 “삶에 ‘고’(괴로움)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왜 불교는 왜 ‘일체개고’(一切皆苦), 즉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고 하는 걸까요?”와 같이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던져,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도 하죠^^;
태진: 예. 오사와 마사치와 하시즈메 다이사부로는 각각 일본에서 손꼽히는 사회학자, 종교학자시죠. 오사와는 말씀하신 대로 ‘외부’의 입장에서 계속 딴지를 겁니다. 불교를 다른 종교와 비교하고, 사회적 현상과 결부시키고,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을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이를 하시즈메가 받아서 정리하고 답합니다. 유독 일본에서는 이렇게 대화를 나눈 것들을 책으로 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쓴 것보다는 정리나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서 읽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오히려 이때 대화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 아마 두 분이 따로 책을 썼더라면 이와 같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화라는 것이 책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종의 재즈의 잼 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의 연주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요.
하늘: 예. 저도 잼 세션의 비유가 재밌었는데요. 잼 세션은 기존의 정형화된 음악연주에서 벗어나 즉흥적으로 순간순간 합을 맞춰 가면서도 지나고 보면 멋있는 작품이 완성되는 연주 방식이잖아요? 하시즈메 선생님과 오사와 선생님도 즉흥적으로 대화를 해가며 대담을 완성해 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즉흥적이기 때문에 답변을 듣고 바로 궁금한 것이 생각나서 질문하고, 그것을 또 답변해 주는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들은 상당히 생동감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그런 생동감 넘치는 대화를 느껴 보시면 좋겠네요^^
3. 불교는 종교로서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그 깊이와 품이 넓어 불교를 알고자 하면 망망대해를 마주한 느낌입니다. 이 책의 내용과도 관련해서 이런 불교에 어떻게 처음 접근하면 좋을지 역자 선생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태진: 불교를 너무 어렵게 대하기보다는 왜 그랬던 거지?라는 상식적인 질문에서 시작하는 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불교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불교의 핵심은 불교를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석가모니 부처라는 사람이 깨달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인정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건 단순히 어떤 위대한 종교가나 사상가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 논리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살펴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잘 보여 주듯이 불교라는 종교가 어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맥락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불교를 단순히 도그마로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늘: 일단 꼭 『유쾌한 불교』를 읽어 보세요. 불교가 궁금하신 분들이 입문하시기에 정말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유쾌한 불교』의 두 저자가 불교를 탐구할 때 단순히 ‘종교적’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직접 어떤 수행을 하거나 절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법이 어떤 욕망과 조건 위에서 나왔는지, 또 무엇을 위해 나왔는지, 그리고 ‘절’(승가)이라는 공간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알려 줍니다. 그러니까 사회문화적으로 불교라는 사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죠. 종교에 대한 이미지는 아무래도 ‘믿음’이나 실제로 행동하는 ‘윤리’의 영역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는데 『유쾌한 불교』는 그것보다는 배경과 맥락을 조금 더 알아 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유쾌한 불교』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저는 어떤 종교를 공부할 때는 맥락과 배경을 토대로 공부하는 방법이 좋은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유쾌한 불교』면 더 좋고요.)
보라: 태진 샘이 말씀하신 것처럼 ‘왜 그랬던 거지?’라는 질문을 가지고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시작으로 2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경전은 물론 해설서도 많고 다양해서 정말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는지, 어떤 질문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자 하셨는지, 더불어 2500년의 시간 동안 불교를 이어 오고 전해 온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불교의 많은 가르침과 실천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유쾌한 불교』로 시작하시는 걸 저도 추천드리고 싶네요^^ㅎㅎ
4. 책 전반에 걸쳐 기독교와 불교를 비교하며 논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보편종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기독교와 비교했을 때 불교의 어떤 특성이 잘 드러날까요?
하늘: 우선 하시즈메 선생님이 ‘비교종교학’에 일가견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비교종교학은 종교들의 교리, 사상, 인물, 문화적 배경 등을 서로 비교해 가며 윤곽을 그려 나가는 학문이므로, 책 전반적으로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와 불교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전혀 엮이지 않을 것 같은 종교들을 하시즈메 선생님과 오사와 선생님의 힘을 빌려 대조해 보는 맛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기독교는 질문자분의 말대로 보편종교이기도 하고, 이전에 오사와/하시즈메 선생님의 『수상한 기독교』라는 저서에서 대담을 나눈 적이 있어 더욱더 쉽게 예시를 드셨을 걸로 예상됩니다.
태진: 아무래도 우리가 기독교에 친숙하기 때문에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기독교와 비교해서 이해하는 면이 있지요. 물론 이는 기독교라는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양의 철학이 바탕하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 즉 존재론, 인식론과도 관련될 것입니다. 우리가 신을 이해할 때, 종교를 이해할 때 기독교적 세계관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요. 그런 점에서 불교 역시도 기독교적 렌즈를 통해서 이해하다 보니 뭔가 오해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서는 “왜 불교는 인도에서 사라졌는가?” “부처는 왜 이렇게 많은가?” “사랑과 자비는 무슨 차이인가?” “구원받는 것과 성불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독교와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불교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면이 있습니다.
보라: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가 불교는 인간의 힘이랄까요, 능력을 믿는 종교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에서 이상적인 상태를 실현하는 건 신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인간이, 인간인 채로 부처가 됩니다. 그래서 인간을 넘어서는 상태에 인간 스스로 도달할 수 있고, 또 누구나 도달할 수 있다고 불교에서는 주장합니다. 대담에도 나오는 예시지만, 어떤 수학이나 과학적 진리를 누군가 ‘깨달았다’고 생각해 보죠. 그 사건은 특수한, 일회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들이 증명하고 발견하기 전부터 그 진리는 본래부터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재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깨달음을 수학적 진리와 동일하게 여길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이 불교에서 깨달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능성이라고 여깁니다.
하늘: 저도 그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이 책에서 기독교와 불교는 각각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먼저 기독교의 신자들이 예수를 믿고 따를 때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예수의 ‘말과 행동’ 그 자체입니다. 그의 말과 행적이 곧 신의 뜻이므로 그것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그대로 행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거죠. 반면 불교에서 부처를 대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불교도들에게 부처의 말과 행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처가 말과 행동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핵심 즉, ‘깨달음’입니다. 깨달을 수만 있다면 심지어 부처의 ‘말과 행동’을 버려도 된다고 하는 것이 불교죠. 이것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데 아인슈타인의 행적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필수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깨달음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왜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는 걸까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유쾌한 불교』를 읽어주세요^^
5. 이 책과 관련해 독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보라: 저는 이 책이 불교를 이해하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인간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종교와 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대승은 어떻게 출현하게 됐는지를 시대적 맥락에서 살펴본다든지,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가별로 상이한 권력의 배치를 논한다든지, 불교를 중심으로 인간과 사건을 이해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저자가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들을 음미하면서, 유쾌한 두 저자의 대담을 따라가 보시길 바라요. 불교만이 아니라 사람을,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기분이 드실 겁니다.
하늘: 불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종교 입문서라고 하면 조금 딱딱할 수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읽는 맛이 아니라 두 저자의 대담을 담은 대담집이기 때문에 ‘듣는 맛’이 살아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더 쉽게 재밌게 읽고 들을 수 있답니다. 독자분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불교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태진: 불교를 접근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일종의 교리서와 같은 방식, 명상이나 수양법 차원에서의 접근,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훈서로서의 불교 등등요. 저도 불교에 관한 책을 많이는 아니지만 꽤 읽었는데요. 읽을 때마다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구석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 같은 게 있었는데요. 무언가 저와 같은 느낌을 가지셨던 분들께 불교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들이 번역하면서 느꼈던 즐거움, 유쾌함을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128566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9월 25일 |
쪽수 | 416쪽 |
크기 |
131 * 200
* 29
mm
/ 53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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