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영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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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찬란한 고립을 선택한
오늘의 영국은 회복 탄력성을 지닐 수 있을까?”
전통과 혁신을 끌어안은 영국 속으로
작가정보
충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충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영국 런던대학교 퀸메리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과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2006), 『영문학 인사이트』(2021), 『좋은 영어, 문체와 수사』(2023), 『탈구조주의, 10가지 시각』(2023)이 있다. 공역서로는 『탈식민주의 길잡이』(2003), 『문화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2008)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레비나스 관점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 읽기」(2021)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1장 섬島 섬나라 영국
1 날씨와 기후
2 무채색 런던의 상징색은 빨강
3 런던의 도시 계획
4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양식
5 영국의 흥망성쇠
6 영국과 주변국의 역사적 관계
7 브렉시트
2장 선船 해양적 사고
1 조선술
2 수에즈 운하와 수로
3 해양적 사고와 상업 혼
4 전함, 벨파스트호
5 항공 모함, 퀸 엘리자베스호
6 삼각 안보 동맹, 오커스
3장 광廣 방대한 제국 건설
1 엘리자베스 1세의 치국술
2 동인도 회사 설립과 운영
3 제국 연결의 네트워크
4 제국주의 빛과 그림자
5 식민주의 오작동 사례
6 백인 식민주의자 재평가
7 탈식민주의 소설가의 시각
8 이라크 전쟁과 칠콧 보고서
9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10 한국과 영국의 역사적 만남
4장 창創 창조적 사고
1 영국식 교육의 특징
2 스토리텔링의 힘
3 창작 방식
4 디자인 강국
5 문화 콘텐츠 산업 강국
6 암호와 코드 사랑
7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5장 휴休 슬로 라이프 스타일
1 티 브레이크
2 슬로 패션
3 슬로 푸드
4 처칠의 취미 생활, 수채화 그리기
5 녹색 국가
6 청정 지대, 콘월 카비스베이
7 술 이야기
8 스포츠와 계급
9 영국식 축구의 특징
10 축구장 내 인종 차별 금지
11 펍과 클럽 문화
6장 격格 품격 유지
1 기사도
2 언어의 품격
3 역대 총리들의 리더십 스타일
4 하원 풍경
5 후원 제도
6 예절 교육과 초대 문화
7 영국 신문과 방송
8 부커상의 공정성 유지 비결
9 여왕 국장과 애도 문화
10 여왕의 유머 감각과 우환
11 찰스 3세 대관식
12 영국 경찰의 역할
13 사법 제도와 정의의 여신상
14 국가 의료서비스
7장 다多 다양성 추구
1 축제의 기원
2 반문화의 목소리
3 윈드러시 스캔들과 불법 이민자 혐오증
4 난민 유입 차단 정책
5 지구촌 난민 이슈
6 영국 내각의 인종적 다양성
7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
8 공공 예술 전시 공간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영국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자 해양 국가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성의 해자로 부른 영국해협이 천연의 방어막을 제공했다. 유럽의 전쟁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했고, 국왕은 상비군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의회 민주주의와 산업 혁명의 본고장이었다. 19세기 영국의 지배에 의한 평화를 ‘팍스 브리타니아’(브리타니아여 지배하라)라고 불렀다. 유럽 변방인 영국이 약 3억 5000만 명의 신민을 거느린 제국을 건설한 토대는 해군력과 경제력이었다. 치국술 덕분에 한때 ‘쿨 브리타니아’, 즉 잘나가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면 국력이 약해졌고, 새로운 대국 미국이 등장했다. 현재 영국은 현재 세계 4위 경제 대국이다. 코미디언 미스터 빈이 사랑하는 영국산 소형 자동차, 미니의 차량 번호판 하단에는 “미니를 괴롭히거나 놀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새겼다. 섬나라 영국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_ 17쪽 1장 섬島 섬나라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는 템스강 석양을 배경으로 〈전함 테메레르〉를 그렸다. 프랑스어로 ‘무모하다, 과감하다’를 의미하는 테메레르는 17세기부터 프랑스 해군의 군함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이 대형 범선은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사용되었다. 터너는 불꽃을 내뿜는 작은 증기선이 수명을 다한 전함을 해체하기 위해 로더하이트 부두로 예인하는 광경을 화폭에 담았다. 대형 범선이 해체되어 통나무 신세가 되고 해가 저문다. 터너는 한 시대의 마감을 장엄하고 슬프게 보여준다. 가장 위대한 영국 그림 중 하나다. 영국은 2020년 2월 20일부터 이 역사적 그림을 파운드화 £20 지폐 도안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폐 뒷면에 터너의 얼굴과 “그러므로 빛은 색이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_ 66쪽 2장 선船 해양적 사고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 멀다. 아픈 식민 지배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DNA를 지니게 된 역사는 다음과 같다. 올리버 크롬웰은 1649년부터 1653년까지 아일랜드를 점령했다. 아일랜드 토지 소유주 대부분이 영국인들이었다. 영국이 300년 동안 아일랜드를 지배하는 동안 영국인 지주와 아일랜드 인구의 약 70%에 이르는 자작농(소작인 포함) 간 구조적인 불균형이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영국이 아일랜드의 밀과 옥수수 거의 전량을 수탈하는 것이 가능했다. 소작료를 체납한 아일랜드 소작인들이 늘어났다. 이런 부당함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급기야 ‘보이콧 운동’(부당한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적·집단적으로 전개하는 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소작인들이 1880년 아일랜드 메이요주의 언 백작 3세의 영지 관리인이었던 영국인 귀족 영지의 토지 관리인, 찰스 커닝엄 보이콧을 내쫓는 데 성공한 뒤 생겨난 말이다. _ 91~92쪽 3장 광廣 방대한 제국 건설
그런데 사립 학교를 왜 퍼블릭 스쿨로 부를까. 입학 시험이 없는 공립 학교는 스테이트 스쿨이라고도 부른다. 과거 귀족이나 부유층 자제들이 가정 교사를 통해 개별 학습을 받았다. 그런데 젠트리 자제들을 한곳에 모아 공부시킨다는 의미에서 퍼블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퍼블릭 스쿨로 불리게 되었다. 대표적 퍼블릭 스쿨은 윈체스터, 이튼, 해로가 있다. 해외 식민지 건설 시기에 영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기숙형 퍼블릭 스쿨에 맡기고 해외에서 근무했다. 퍼블릭 스쿨 졸업생들은 엘리트로서 지배 계급을 형성하고, 제국주의자로 성장했다. 그러니까 퍼블릭 스쿨 졸업생은 “부모를 잘 만나 일반인과는 다른 교육과 문화를 받은 사람”으로 이해된다. 같은 부류하고만 섞여 지내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뜻이다. 다만 이튼 칼리지 출신으로 탈계급자가 된 조지 오웰은 예외다. _ 126~127쪽 4장 창創 창조적 사고
차는 영국인이 즐기는 국민 음료다. 독일은 맥주, 프랑스는 와인, 그리고 영국은 티의 나라다. 영국의 전역에서 오후 3시 반경이면 주전자에 물이 끓는 합창 소리로 요란하다. 공장과 실험실, 사무실과 가정에서 일제히 차를 마시는 범국민적 행동이 벌어진다. 물론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관습일 뿐이다. 영국인들은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심지어는 적군과 대치하는 진지에도 차를 마시려고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할 정도다. 영국인이 밋밋한 차를 마시는 일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춥고 습한 날씨 탓에 영국인들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료가 필요했다. “비가 올 때는 당연히 차가 필요해”라는 영어 표현이 생겨났다. 다반사라는 말처럼 차를 마시는 일이 흔한 일이 되었다. 차를 마신 후 몸이 달아오르는 영어 단어가 ‘glow’(온몸에 열기가 쫙 퍼진다는 뜻)다. _ 159쪽 5장 휴休 슬로 라이프 스타일
영국의 의회는 상원과 하원 양원제로 운영된다. 상원은 세습 귀족으로, 그리고 하원은 지역구에서 선출된 국회 의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하원을 가리키는) ‘Commons’는 평민을 의미한다. 착석하는 소파의 색을 기준으로 하원은 초록색이고, 상원은 카디널 레드이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는 상원 개혁을 단행했다. 세습 귀족이 자동으로 상원 의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1459명 중 759명을 탈락시켜 약 500명이 남았다. 하원은 여당과 야당,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 제도를 기본 틀로 삼는다. 여당을 지배당, 그리고 야당을 반대당으로 부른다. 이처럼 각 당의 역할이 분명하다. 중요 사항을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의결하는 곳은 상원이다. 입헌 군주제에서는 여왕의 요청과 허락이 있어야만 다수당의 총리가 정부와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_ 210쪽 6장 격格 품격 유지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은 유럽 최대의 길거리 축제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카리브해의 전통 음식과 다양한 음악 공연, 12km 가장행렬이 8월에 이틀 동안 펼쳐진다. 1964년 노팅힐 지역에 거주하던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출신 흑인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알리고 향수를 달래고자 시작한 축제이다. 이 축제의 볼거리는 화려한 복장의 무희들, 금속 타악기 스틸 밴드, 노예들의 노동요 칼립소이다. 무희들의 복장은 인간과 곤충의 경계가 모호해진 모습을 드러낸다. 스틸 밴드는 드럼통으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방식으로 물방울이 번지듯 공명 소리를 낸다. 이처럼 카니발의 기운을 발산한다. 이민자들은 이국적 문화를 들여와 런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_ 261~262쪽 7장 다多 다양성 추구
출판사 서평
전통과 혁신을 지닌 영국의 오늘을 만나다
영국을 가리켜 역사가 타키투스는 “지구 맨 끝 미지의 신비로운 땅”이라 일컬었고, 오웰은 “영국의 모든 것이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오늘의 영국은 비현실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유럽 연합 탈퇴(브렉시트), 쉬지 않고 돌아가는 런던 아이, 초기 컴퓨터를 발명한 앨런 튜링, 새로운 왕과 총리를 받아들여 변화를 거듭하는 나라에 가까운 듯하다. 이렇듯 전통과 혁신을 끌어안은 영국 문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살아나가야 할 원동력을 찾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섬나라 영국의 2000년 역사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로마의 침공부터 대영 제국의 건설과 해체를 거쳐 브렉시트를 단행한 오늘에 이른 역사와 문명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다음으로 향한다. ‘브렉시트’, 즉 찬란한 고립을 선택한 영국이 전 세계를 무대로 ‘위대한’ 영국을 재건하는 것은 가능할까? 의회 민주주의의 산실인 영국이 포퓰리즘이라는 위기를 맞아 문명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영국은 회복 탄력성을 지닐 수 있을까? 이 책은 2000년에 걸친 영국의 과거와 현재, 성취와 한계, 자부심과 절망,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현대 영국 조금 더 깊이 읽기
각 장의 키워드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의 키워드는 섬(島)이다. 영국은 바다로 둘러싸여 유럽 대륙에서 떨어진 섬나라로 일조량이 적고 비바람이 잦다. 바닷길을 통해 식민지를 건설하고, 상품 판매 시장을 개척하고, 분쟁 지역에 개입해 국익을 증대하며, 영어와 민주주의를 전파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을 확장 지향적 국가로 정의할 수 있다. 지리적·기후적 요인이 영국인들의 기질과 사고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다. 안전 결벽증과 차茶 문화를 예로 제시한다.
2장의 키워드는 선(船)이다. 영국은 해양 국가로서 해군이 주력군이다. 영국은 일찍부터 바닷길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될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다. 영국의 해양적 사고는 선박 제조술과 항해술, 지도 제작술과 화포 제조술의 혁신을 통해 해상권을 제패를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면, 철함 발명 덕분에 중국과 아편 전쟁에서 승리했고, 오늘날은 구축함과 항공 모함을 분쟁 지역에 파견해 자국의 이익을 지킨다. 영국은 범선에서 증기선을 거처 핵 추진 항공 모함에 이르는 기술의 혁신을 꾸준히 이루어왔다.
3장의 키워드는 광(廣)이다. 영국이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비결을 알아본다. 섬나라 영국은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선박을 보유한 덕분에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더구나 영국은 세계의 전략적 요충지를 손안에 넣는 치밀한 치국술을 발휘했다. 지중해 입구인 지브롤터, 인도로 가는 중요한 길목인 수에즈 운하, 아시아의 관문인 싱가포르, 장거리 선박들의 중간 기착지인 남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과 아르헨티나 최남단 포클랜드 군도를 자국의 통제하에 두었거나 두고 있다.
4장의 키워드는 창(創)으로 잡았다. 영국의 창조성을 언어와 문화에서 찾아본다. 제국의 건설을 통해 영국은 영어와 영문학, 기독교와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자원을 약탈하고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영어는 국제 공용어이자 시장의 기본 언어다. 영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국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영어 문해력과 구사력이 생존 수단이 되었을 뿐 아니라, 영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문화 콘텐츠 강국이다.
이어서 영국적 가치를 논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의 발명 능력과 문화와 예술의 창조 능력이 어디서 오는가를 탐색한다. 5장은 휴(休)를 키워드로 잡아 ‘슬로 라이프 스타일’을 조명한다. 영국인의 의식주와 스포츠, 그리고 정원 문화 속에 스며든 느림과 여가, 고독과 사색의 문화가 어떻게 창의적 산물을 낳는지 짚어본다.
6장의 키워드는 격(格)으로, 행동 규범, 복장 규정, 언어의 품격 등을 논한다. 중세의 기사도는 19세기에 신사도로 발전되었고, 킹스맨(기사)은 정보 요원 007로 변신했다. 그리고 후원 제도와 기부 문화는 이타성의 발현이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품성이 약탈적 제국주의 혹은 광란적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를 알아본다.
7장의 키워드는 다(多), 곧 다양성이다. 영국의 성장 동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생겨난다. 영국은 제국 경영을 통해 다양한 민족과 인종, 언어와 종교와 문화를 흡수했다. 예를 들어, 영어의 어휘가 풍부한 이유도 로마의 침공, 노르만 정복, 식민지 건설, 이민자 유입에 따른 결과다. 고립된 섬나라가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비결은 폐쇄성이 아니라 개방성에 있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83271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9월 13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53 * 224
* 19
mm
/ 48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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