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의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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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대멸종을,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돌아본다
멸종이란 뭘까? 어떤 종 하나가 멸종하는 건, 34억 년 전쯤 생명이 생긴 이래, 늘 있었다. 그리고 포유류와 조류 종은 전형적으로 약 100만 년을 가고(인간,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됐다), 연체동물과 몇몇 식물은 개별 종이 대략 1000만 년쯤 간다. 지구 나이 46억 살에 비추어보면, 종은 단명하다. 왔다가 떠난다. ‘배경 멸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멸종 사건’들, 더 큰 ‘대멸종(mass extincton)’들이 있었다. 지금 있는 생물 종들은 그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들의 1퍼센트도 안 된다. 그마저 망가져가고 있지만.
다들, 다섯 번의 대멸종을 말한다. 각각 오르도비스기 말(4억 4400만 년 전), 데본기 후기(3억 7200만 년 전, 그리고 3억 5900만 년 전, 그래서 ‘말’이 아니고 ‘후기’다), 페름기 말(2억 52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2억 100만 년 전), 특히나 유명한 공룡 절멸의 백악기 말(6600만 년 전)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물다양성 위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그 밖에도 크고 작은 멸종 사건들이 있었다. 지은이 벤턴은 초짜 교수였던 1985년에,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중간의 카닉절(2억 3300만 년 전~2억 3200만 년 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고 그것이 네발동물과 암모나이트에게는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만큼 심각한 멸종을 불렀음을 밝힌 논문을 『네이처』에 실었다. 그 ‘카닉절 다우 사건’은 ‘5대 대멸종’의 네 번째였던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때 해양 속(屬)의 45퍼센트, 그리고 공룡이 절멸한 백악기 말 다섯 번째 대멸종 때 약 50퍼센트가 손실된 것보다는 덜한 35퍼센트의 손실을 낳았다. 그로부터 40년, 이제 세계적인 고생물학연구단을 이끄는 멸종 문제 전문가로서, 그가 멸종 사건들을 통해 지구와 생명의, 멸종과 진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총서 (24)
작가정보
Michael J. Benton은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척추동물 고생물학 교수로, 세계 선두의 고생물학연구단Paleontology Research Group을 이끌고 있다. 『공룡: 사라진 세계의 새로운 모습Dinosaurs: New Visions of a Lost World』, 『재발견된 공룡The Dinosaurs Rediscovered』, 『대멸종』(류운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7)을 포함해 50권이 넘는 책을 썼다. 고생물학에 봉사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한 공로로 2021년에 대영제국 4등훈장을 받았으며 매체에서 공룡과 생명의 역사를 논의할 때마다 단골로 출연한다.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의 책을 주로 옮긴다. 옮긴 책으로 『의식의 탐구』, 『기적을 부르는 뇌』,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뇌, 인간을 읽다』, 『지구 이야기』, 『생각의 한계』, 『뇌와 마음의 오랜 진화』, 『과학철학』, 『꿈꾸는 기계의 진화』, 『포유류의 번식』, 『참 괜찮은 죽음』, 『편견 없는 뇌』 등이 있다. 『진화의 키, 산소 농도』와 『대멸종 연대기』로 제31회, 제38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목차
- 머리말
제1부 기원: 45억 6700만 년 전~4억 4400만 년 전
제1장 최초의 동물과 대멸종
제2장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멸종
제3장 오르도비스기 다양화와 대멸종
제2부 고생대 중기 사건들: 4억 4400만 년 전~2억 5200만 년 전
제4장 육상 이주와 데본기 후기 위기
제5장 지구 온난화의 살생법
제3부 페름기 말 대멸종과 트라이아스기 회복: 2억 5200만 년 전~2억 3700만 년 전
제6장 사상 최대의 위기
제7장 트라이아스기 회복
제4부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쥐라기까지: 2억 3700만 년 전~1억 4500만 년 전
제8장 카닉절 다우 일화와 공룡의 다양화
제9장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제10장 보편적 이상고온 위기 모형
제5부 백악기부터 에오세 말까지: 1억 4500만 년 전~3400만 년 전
제11장 속씨식물 육상 혁명
제12장 공룡이 죽은 날
제13장 회복과 현대 생태계의 건설
제6부 올리고세에서 현재까지: 3400만 년 전~
제14장 식어가는 지구
제15장 산업 시대
연대표|감사의 말|옮기고 나서|참고문헌|그림 출처|찾아보기
책 속으로
진화에 대해, 그들이 사실상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았던 모형, 모든 게 백악기 말 대멸종으로 견인된 모형, 그리고 다양한 경쟁적 상호작용 모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모형을 탐색했다. 승리한 모형은 포유류가 현직 공룡에 억눌려 있다가 공룡이 무대에서 제거된 후에야 마음껏 다양화할 수 있었음을 뜻하는 ‘해방과 방산’이었다. 대멸종이 그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었고, 오늘날 여기에는 우리가 있다. 공룡과 함께 그 공룡들이 끊임없이 식물들을 짓밟아대는 일이 사라진 것은 아마 꽃식물에게도 그들의 잠재력을 탐색할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엄청난 생물다양성을 동반한 현대형 열대우림의 시초도 그 멸종 후 재개발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생명의 역사를 긴 안목으로 볼 때 대멸종은 창조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들은 책에서 제시된다.(13쪽)
GOBE[Great Ordovician Biodiversification Event: 오르도비스기 대규모 생물다양화 사건]의 도입부에 플랑크톤 혁명이 있었다. 캄브리아기의 해양 생물은 해저면 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영양분은 죽은 유기체에서 나오고, 때로는 육지에서 휩쓸려 들어오는 유기물 입자의 형태로 그곳에 도착했다. 캄브리아기 말에 최초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출현했고, 오르도비스기 초기를 통해 다양화했다. 이것이 이제는 무엇보다도 특히 필석을 비롯한 동물성 플랑크톤 집단에게, 그리고 키티노조아와 방산충이라 불리는 다른 집단에게 먹이를 제공했다.(59쪽)
고온 사건은 이상고온hyperthermal으로 불리고, 지질학자들은 거대한 페름기 말 대멸종(6장을 보라)부터 캐피탄절 말 사건과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두 대멸종(9장을 보라) 같은 중간 크기 대멸종, 그뿐만 아니라 토아르시움절과 백악기의 대양 무산소 사건(10장을 보라) 같은 더 작은 규모의 멸종까지 규모가 다양한 그것을 수십 건 확인해왔다. 고온이 그렇게 엄청난 살수일 수 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른다-예컨대 만약 온도가 캐피탄절에 그랬듯 겨우 2, 3도 올라간다면, 식물과 동물이 어떻게든 그냥 적응하지 않을까? 열이 어떻게 생물을 죽이지?(101쪽)
역시 시카고 대학에 있었던 빅데이터 고생물학의 창시자(55쪽을 보라) 잭 셉코스키는 그 무렵 대양 안에서 생명의 역사의 거대한 단계들을 특징짓고 있었다. 그는 캄브리아기 국면, 고생대 국면을 식별한 다음 현대 국면을 식별했지만, 중생대 국면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다시 말해 고생대와 현대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그는 현대 국면이 백악기 후반의 끝에서 공룡과 암모나이트의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123쪽)
얼마나 많은 이상고온 위기가 식별될 수 있을까? 지구상의 극한의 시기 8000만 년 동안에는 다섯 건이 있었다-캐피탄절 말 멸종(2억 59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2억 5200만 년 전), 카닉절 다우 일화(2억 3300만~2억 32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2억 100만 년 전), 토아르시움절 초기 대양 무산소 사건(1억 8300만 년 전). 우리는 이 가운데 여럿을 자세히 탐구한 바 있고 물론 페름기 말, 카닉절, 트라이아스기 말 사건은 심각한 재난이었다.
더 작은 사건들은 어떨까? 규모가 더 작은 이상고온 위기의 예로 토아르시움절 초기 대양 무산소 사건을 조사함으로써 우리는 그 모형의 구성요소-화산 분화, 온실가스 배출, 지구 온난화, 산성비, (6장에서 논의된) 토양 유실, 대양 산성화, 해저면 무산소증-를 탐구하고 그런 위기에 관해 예측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에서 그 사건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증거가 인식된 과거 1840년대로 향한다.(176쪽)
출판사 서평
벤턴, 멸종과 진화의 역사를 안내하는 최고의 가이드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지만, 34억 8000만 년 전쯤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그 1000만 년 후쯤의 최고령 단세포 생물 화석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왔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탄생 이래, 멸종 사건, 특히 대멸종은 생명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캄브리아기에 생명의 ‘대폭발’이 일어났다는 건 상식이지만, 그 대폭발은 실은 5억 5000만 년 전부터 5억 1400만 년 전까지 3600만 년 동안 계속되었고, 관 세계-골편 세계-완족류 세계-삼엽충 세계라는 네 단계로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이 대폭발의 핵심은 ‘골격’을 갖춘 생물의 등장인데, 그렇게 딱딱한 골격으로 화석이 된 생물들이 나타나기 전, 에디아카라기, 신원생대 말에 아마도 첫 번째 ‘대멸종’이 있었을 것이다. 7억 1700만 년 전에서 6억 3500만 년 전 사이의 ‘눈덩이 지구’ 혹은 ‘슬러시덩이 지구’의 빙하기에. 그전에 생명이 어땠는지를 거의 모르기에, 그 대멸종의 영향력을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벤턴은 이어 우리를 장대한 멸종과 진화의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찾아 캐나다 버제스 셰일과 중국 윈난의 청장 화석층으로, 페름기 말 (세 번째) 대멸종의 원인을 찾아 러시아 우랄산맥 서쪽 사면의 삼불라크로, 그 사상 최대의 대멸종(생물 종의 90~95퍼센트가 멸종했고, 그 내막은 저자의 2005년 전작이자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 세 번째 책 『대멸종-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에 담겨 있다) 이후 트라이아스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돼지를 닮은 파충류 리스트로사우루스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남아프리카 카루 분지로,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을 찾아 영국 브리스톨 근처의 오스트 절벽으로, 1억 년 전의 곤충이 들어 있는 버마(미얀마) 호박을 찾아 미얀마 북부로…. 해수면이 100미터를 오르내리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르내리고 기온이 5~10도(페름기 말 대멸종 때는 10~15도)나 오르내리던 그 시절들로.
지금까지 인류가(그리고, 자신과 동료들이 주도적으로) 알아낸 지구와 생명, 멸종과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들이 망라되어 있다. 한 예로, 상식 깨기. 지금까지 다들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을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5대 멸종의 다섯 번째)에서 생명이 회복한 시기로 보았다. 하지만 그 모든 ‘현생’ 식물과 동물 집단의 기원은 1억 년 전, 백악기 중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사라지면서 ‘현재’가 시작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포유류가 비로소 기를 편 것은 그때부터지만.
그 포유류도 공룡도(그러니 ‘살아 있는 공룡’으로서 새도), 개구리, 거북이, 도마뱀, 파리, 나비도, 소나무 같은 침엽수도, 바다의 게와 바닷가재, 경골어류의 많은 집단도 기원은 페름기 말 대멸종에서 회복되는 트라이아스기의 서로 다른 시점이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0건 넘는 멸종 사건을 일으켰던 ‘이상고온’ 모형이 지금 작동하고 있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페름기 말 대멸종의 범인은 (공룡 멸종을 부른 중생대 백악기 말의) 소행성과 달리,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처럼 ‘12명의 승객 모두’였다. 6만 년 사이를 두고 적어도 두 번 시베리아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화산 분화,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해수면 하강, 해저면 퇴적물의 산소 상실,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 기타 등등.
생물 종의 90~95퍼센트를 멸종시킨 이 페름기 말 대멸종을 필두로 한 과거의 10건이 넘는 멸종 사건들을 통해 보편적인 ‘이상고온 위기 모형’이 다듬어져왔다. 그 구성요소는 화산의 분화, 온실가스 배출, 지구 온난화, 산성비, 토양 유실, 대양 산성화, 해저면 무산소증 등이다. 지금의 지구에 딱 들어맞는다. 이산화탄소와 그 밖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화산이 아니라 자동차, 공장, 비행기, 소와 인간이라는 차이 말고는,
어떤 대멸종이 또 오더라도, 생명은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번성할 것이다. 지구도 그 충격에서 회복할 것이고. 선캄브리아기 말의 ‘눈덩이 지구’와 (아마도 첫 번째) 대멸종 사건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현생 동물 집단의 기원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캄브리아기 말 대멸종은 그토록 많은 해양 집단이 팽창했고 생명이 땅 위로 기어올랐던 ‘오르도비스기 대규모 생물다양화 사건’을 촉발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트라이아스기 혁명을 촉발해 그 모든 맛있고 알찬 바다 생명체와 단열된 온혈의 원시 공룡과 원시 포유류를 데려왔다. 그리고 백악기 말 대멸종은 속씨식물, 포유류, 조류에게 번성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이후 기후 평형이 회복되는 데에는 1000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새로운 생명의 진화적 폭발은 100만 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은 짧고.
인간 이전에 멸종은 자연의 일부, 지구와 생명에 지장을 주는 다수의 단기, 중기, 장기 과정과 어울리는 뭔가였다. 대규모 화산 분화와 소행성 충돌을 포함하는 이 자연적 과정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들의 행동을 의식하고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은, 인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대멸종의 지구사』에 쏟아진 찬사
“깊이 있는 견문을 누구나 술술 읽게 풀어낸…” 『네이처』
“지구상의 멸종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명징하게 들려주며, 극적인 요소 또한 아낌없이 동원한다.” 『뉴사이언티스트』
“여기서 지구의 역사를 꿰뚫으며 광속으로 여행하는 동안, 초점은 죽음이 아닌 생명에 있다. 독자를 마비시키는 대신에 그들에게 행동할 힘을 주며, 우리 시대의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와 맞붙는 데에서 지구과학의 관련성을 강조한다.” 『지오사이언티스트』
“가장 최근의 고생물학적 조사 현황을 자신의 탐험에서 발견한 사실과 결합하고 있는, 꼼꼼하게 조사된 연구” 『옵서버』
“벤턴의 어조는 상쾌하다.… 권위 있지만 읽기 쉽고, 수수하고, 이따금 재치를 드러낼 뿐 조금도 젠체하지 않는다.” 『지오그래피컬』
“세계 선두의 고생물학자이면서… 무엇이 주의를 사로잡는 이야기인지를 더없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교수에 의한 훌륭한 설명” 『더 바이올로지스트』
“벤턴은… 대중과학 글쓰기의 최고 기준을 보여준다. 그 주제에 관한 그의 열정과 지식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빛난다.” 『고생물학 협회』
기본정보
ISBN | 9788964622025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8월 23일 | ||
쪽수 | 328쪽 | ||
크기 |
180 * 236
* 32
mm
/ 76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오파비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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