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랍 속 작은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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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4년 8월 5주 선정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고된 하루를 건너갈 징검돌이 되어 준
작은 사치에 관하여
『내 서랍 속 작은 사치』는 몇 년 전 한 일간지에 쓴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에서 비롯된 책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출판사 외판원들에게 호쾌하게 지갑을 열고, “늘 어제와 다른 색깔의 방울과 리본”을 언니와 자신의 머리에 달아주고, 모조일지언정 갖가지 액세서리들을 즐겼던 엄마를 떠올린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고, 유통기한이 지난 선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작가는 “엄마가 신산한 삶 속에서도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을 선물해 준 역사가 내 안에 확고하게 존재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색색깔의 머리 방울과 리본, 책이 터질 듯이 가득했던 책장, 앨범 속 나와 언니가 입고 있는 고운 옷과 에나멜 구두. 그런 기억들을 자린고비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처럼 핥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종류의 남루함도 감히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없었다. 나는 과거의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그 시절을 건넜다.
-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에서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어떤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사치의 목록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스물아홉 편의 글은 추천사대로 “폭이 넓어 건너기 힘든 하루”에 놓인 요긴한 징검돌들이다. 책갈피, 핸드크림, 의자, 프라이팬, 잠옷…… 띄엄띄엄 놓인 제각각 모양의 돌들을 딛고 작가는 어느 고된 하루, 어떤 고단한 시기를 건넜다. 일상적인 물건들에 깃든 이지수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의 목록을 헤아려보게 할 것이다.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있으면 좋으니까 굳이 구입하는 것. 그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게 사치품이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다양한 사람이 나는 부럽다. 그는 분명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그만큼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 「핸드크림」에서
작가정보
작고 오래되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어 번역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 『읽는 사이』(공저),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공저) 등을 썼다.
목차
- 프롤로그 함께 반짝이는 것을 밟고
1부 내 서랍 속 작은 호사들
첫째의 물건, 둘째의 물건
책갈피
핸드크림
조명
종이책
의자
오디오
니플 패치
망고
프라이팬
속옷과 잠옷
선물
2부 오늘의 가장 좋은 순간
자기만의 방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
피아노 레슨
여행 Ⅰ
여행 Ⅱ
호사스러운 직업
덕질
운전
느긋한 등원길
3부 지도 밖에서도 인생은 계속된다
고양이
알리바이
작은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대화
평정심의 고수
독서 권태기의 극복
불면의 밤을 보내는 방법
정갈한 생활
에필로그 우리에게서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책 속으로
그날 오후, 니플 패치를 붙인 가슴 위로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밖으로 나가 봤다. 바깥 공기가 티셔츠를 통과해 상반신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말도 안 되게 시원했다. 이런 촉감을 여태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등과 가슴에 바람이 닿는 느낌이 이런 거였다니. 세상에 누드 비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다.
- 「니플 패치」에서
하지만 한번 잠옷 맛을 본 인간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파자마형, 원피스형, 로브형, 티셔츠형, 소매가 짧은 것, 소매가 긴 것, 기장이 짧은 것, 기장이 긴 것, 면 소재, 모달 소재, 시어서커 소재…… 이 세계도 파면 팔수록 끝이 없다.
- 「속옷과 잠옷」에서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상가의 피아노 학원 쪽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생활에 쓸 에너지도 없는데 어째서 피아노를 치고 싶어진 것일까. 아니, 어쩌면 생활과 무관했기 때문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거나 매 끼니를 차리거나 더러운 옷가지를 세탁하는 일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족과 얽혀 있지 않은 나만의 영역이.
- 「피아노 레슨」에서
나의 걱정거리들은 폭탄이 아닌 방향 전환키가 되어 여행을 예상 가능한 것에서 예상치 못한 것으로 바꿔 놓았다. 준비한 대로 아귀가 착착 맞는 여행도 그 나름의 쾌감이 있지만 인생을 조금 더 닮은 것은 그렇지 않은 여행이다. 뜻하지 않은 기쁨, 예기치 못한 놀라움의 함유량은 언제나 후자 속에 더 많다고 나는 믿고 있다.
- 「여행 Ⅱ」에서
햇빛 속에서 그루밍할 때 반짝이는 수염, 털에서 나는 갓 구운 빵 냄새,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들 때 전해지는 따끈한 체온, 말캉한 발바닥과 의기양양하게 집 안을 활보할 때 바짝 치켜드는 꼬리, 무엇보다 나를 보고 천천히 끔벅거리는 초록색 눈. 그런 아름다움들은 자책과 슬픔으로 가득한 파란 구슬 속에 따뜻한 노란빛을 떨어트린다. 다시 만나자는 말은 염치가 없어서 도저히 할 수 없지만, 분홍 젤리가 달린 앞발을 상상 속에서 가끔 만져 보는 것 정도는 르바도 허락해 주리라 믿는다.
- 「고양이」에서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충격을 받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하필 싱크대 위에 놔뒀던 에어팟부터 집어 들어 생존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케이스만 조금 젖고 안쪽은 괜찮았지만, 손이 덜덜 떨려서 기껏 무사했던 이어폰을 양쪽 다 물웅덩이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으악! 으아악! 이때부터 얼어붙은 머리가 강제 해동된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수건을 있는 대로 가져와서 눈에 보이는 모든 물을 닥치는 대로 닦아 냈다.
- 「평정심의 고수」에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어깨 결림이라든지 핑크색 화장실 곰팡이의 존재가 깨끗하게 표백된 이미지. 마치 핀터레스트 속에서 살아가는 듯한 삶. 벽에 붙여둔 포스터 같은 그런 생활이 과연 실재할까. ‘테이네이나 쿠라시’라는 태그의 뒷면에는 프레임에 채 담기지 않은 삶의 찌든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표백된 이미지를 SNS에 전시함으로써 스스로를 홍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타인의 SNS를 볼 때는 그 사실을 머릿속 어딘가에 집어넣어 두고 프레임 바깥을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정갈한 생활」에서
출판사 서평
“무용해서 아름다운 것들이 지닌 진짜 유용함은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이다.”
_김신지(『제철 행복』 저자)
햇볕에 잘 달궈진 조약돌처럼
오래 손에 쥐고 있고 싶은 이야기
물건에서 시작한 목록은 공간으로, 취미로, 행위로 확장된다. 충동적으로 등록한 피아노 레슨은 “뫼비우스 띠처럼 같은 곳을 맴돌던 나날”을 “미세하게 전진하는 하루”로 바꿔주고, 느직느직 무계획으로 보낸 여행은 “사치스러운 여백의 시간”을 선사한다. 조급증을 누르고 아이의 눈높이와 속도에 맞춘 등원길, 이른 아침 피렌체의 한 성당에서 마주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마주하지 못할 강렬한 순간”, ‘나는 이렇게 못 자고 있지만 너는 잘 잤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의 숙면을 빌어주는 불면의 밤을 작가와 함께하는 동안 햇볕에 잘 달궈진 조약돌을 쥐고 있는 듯한, 이것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곧이어 눈앞에 나타난 광경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의 넓은 홀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고, 그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을 잡아 두기 위해 숨을 참는 것밖에 없었다.
- 「알리바이」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자아낸다면, 묵직하고 뭉클한 에피소드들은 독자를 잠시 멈춰 세운다. 플라스틱 용기 샤워용품들을 비누로 바꾸고, 동물복지란을 사고,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를 쓰는 등 “다른 존재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신이 발을 딛고 선 장소를 조금이라도 덜 나쁘게 만들려는” 태도가 선택한 사치는 “무해하다”는 말의 무게를 새삼 곱씹어보게 한다. 반려묘 ‘르바’를 떠나보내며 “철저히 계획의 영역 밖에 있”는 죽음을 실감한 작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다. 시간과 돈이, 무엇보다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들과 함께하는 삶에 얼마나 많은 게 필요한지 처음부터 알았다면 나는 겁에 질려 그 삶을 선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별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다면 더더욱.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15년 전의 나는 그 삶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럴 자격도 없으면서 고양이가 주는 행복을 분에 넘치게 누릴 수 있었다.
- 「고양이」에서
우리에게서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용해서 아름다운 찰나들
이 책의 에필로그는 각별히 아름답고 서늘했던 글 한 편을 말미로 삼은 것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하루를 1초짜리 동영상으로 편집해 기록하는” ‘원 세컨드 에브리데이(1SE)’라는 애플리케이션과 “자신의 하루 중 3초를 선택해 기록하는 안드로이드 ‘양’이 등장”하는 영화 〈애프터 양〉을 소개한다. 6년여의 시간이 단 몇 분으로 압축된 앱에 기록된 영상이 1초씩 망막을 스친다. “건강했던 고양이들, 친구들과의 연말 파티, 제주도에서 만난 강아지, 기고 걷고 뛰는 아이…….” 한편, 영화에서 “제이크와 키라 부부가 입양한 중국계 딸 미카의 정체성 형성을 위해 구입한” ‘양’이 기록한 순간은 이런 것들이었다. “갓난아기 시절의 칭얼대는 미카를 안고 부드럽게 어르는 키라, 걸음마를 시작한 미카, 차를 우려내는 제이크, ‘릴리 슈슈’ 티셔츠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회색 벽에 드리워진 수풀 그림자, 햇빛에 반짝이는 거미줄.”
작가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뒤 자문한다. “지금부터의 여생을 그런 식으로 기록한 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클라우드 어딘가에 남게 될 그 영상은 무엇이 되는 걸까.” 인생은 어쩌면 연속되고 일관된 무엇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에게서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일과는 상관없는, 무용해서 더없이 아름다운 찰나들뿐이다. 작가가 던진 질문이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에 길고 선명한 메아리를 남긴다.
가끔은 이 모든 게, 그러니까 울고 웃고 화내고 안달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러면 내 발은 또다시 이곳에 딱 붙어 있지 못하고 어딘가로 자꾸 미끄러진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서랍 속에 작고 단단한 기쁨들이 의외로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영원의 띠에 흩뿌려 놓으면 거의 보이지도 않을, 먼지처럼 작디작은 알갱이들.
- 「에필로그」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55251744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8월 28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20 * 190
* 15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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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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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비겁하기로 소문난 아버지를 둔 덕에
열정 없이 사는 '시시한 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김희성 역할을 맡은
변요한 배우의 대사 하나가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원하면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그의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무엇도 가지려고 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리고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존재의 이유와 쓸모만을 찾느라 바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손에 넣어도
만족하고 기쁜 것은 잠깐,
그 환희의 순간은 찰나이고
금세 시들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용해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
이 책은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라는
생존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시간을 견디고 만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사치의 목록을 엮어 만든 이야기이다.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있으면 좋으니까 굳이 구입하는 것.
그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것을
사치품이라 명명하며
작가의 서랍 속에 담겨 있는
작고, 오래되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작가에게 미지근한 행복과 평온함,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사치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무용하지만 커다란 가치가 있는
물건, 찰나에는 무엇이 있나
되돌아보며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 포근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리 내 일상이 퍽퍽하고
또 때로는 타인과 비교하며 느껴지는
남루함에 작아지는 날이라도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없게 하는,
한 시절의 나를 지켜주는,
일상에 윤기를 더해주는 작은 사치들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매일,
타인과의 비교로 작아지고 위축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게는 책갈피나 핸드크림,
프라이팬과 피아노 레슨처럼
물건과 행위는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이별을 통해
느끼게 되는 행복과 작별의 순간 등
책 속의 따뜻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부터
묵직하고 뭉클한 에피소드들은
작가만의 작은 사치를 넘어서
우리의 마음에도 작고 안온한 행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무용하지만 충분한 행복을 안겨주는
목록을 따라 읽어 내려가며,
가끔 마음이 지칠 때마다
햇볕에 보송하게 말려 따끈해진
이불의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거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직장인 시절
금요일 퇴근 후 불을 꺼두고 방에서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리며 기분을 털어냈던
잊고 있던 나만의 작은 사치를 떠올랐다.
고된 하루를 건너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결국에는 어떤 쓸모나 존재 이유가 있는
값비싼 물건이나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나조차도 있는 줄도 모른 채
잊고 살아가던 소소한 것일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오늘 하루의 생활 중 단 한 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준 듯하다.
충분히 스스로, 그리고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고 기쁘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않고
타인이 가진 것에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크게 생각하는 삶으로
가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
소소한 일상의 조각 속에서도
분명하게 확실한 행복을 안겨주는
나만의 '사치'를 찾음으로써
때로 고된 하루일지라도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겠다는 기대는
다가올 인생의 수많은 나날들에
단단한 믿음과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무용한 것들,
혹은 나만의 작은 사치들을 잘 그러모아
순간순간 기쁨을 만끽하며
그런 매일이 쌓여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과 비교하며 작아지고 위축되는 사람에게
잊고 있던 주머니 속, 서랍 속
행복을 일깨워 주는 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라 다다르는 결론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이다.
도달하고 싶은 어떤 부나 지위,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나 되고 싶은 사람,
그 많은 것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행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 행복과 관련되어
자신을 스스로 챙기는 이들이 많아지는데,
'행복'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명확하게 규정된 유형이 아니기에
행복에 다다른다는 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만족도에 달려있다.
행복을 나타내는 말 중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소확행'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소확행(일본어: 小確幸)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약칭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와 만든 말이다.
하루키는 자신의 수필집에서
행복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
대단하고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만족도를 주는 소소한 포인트를
그는 행복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 그의 책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이자,
사노 요코, 코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옮긴,
급기야 〈아무튼, 하루키〉를 쓴 이지수 작가가
고된 하루를 건너갈 징검돌이 되어 준
작은 사치들에 대해서 모아 쓴 글을 모아 책을 냈다.
《내 서랍 속 작은 사치》이다.
사치라는 것은 생존과는 별개로
필요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존재함으로 더 많은 만족감과
무언가를 버티는 힘이 될 수 있으며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한다는 사전적 정의 때문인지
뭔가 과소비의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사치'는
“오늘 하루의 생활 중 단 한 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라며
그 자체의 절대적인 의미보다는
자신이 부여하는 가치에 '호사스러움, 사치'라는
의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하루를 더욱 행복하게 해주는
작은 사치들을 소개하고 있다.
1장에서는 내 서랍 속 작은 호사들 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두고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행지에서 구매한 재질과 모양이 마음에 드는 책갈피,
바르는 즉시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던
사회 초년생 시절 사무실에 둔 핸드크림,
직접 고르고 달았던 집안의 조명,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듣기 위해 샀던 오디오 등
자신이 소유한 물건들에 대한 소개가 있다.
2장에서는 어떤 형태가 아닌
무형의 순간과 추억을 소개한다.
문을 걸어 잠그면 나만의 세상으로 변신하던 내 방,
뒤늦게 성인이 되어 다시 배운 피아노,
낯설고 방황했지만 뜻밖의 추억이 쌓였던 여행,
아이와 함께하는 짧은 산책길의 행복 등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을
'오늘의 기쁨'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3장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인생 속에서 마주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반려동물의 죽음, 유학 끝에 떠났던 여행에서 만난 사람,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환경에 대한 노력,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
독서 권태기를 극복한 계기,
불면증을 겪으며 들었던 생각 등
책의 시작은 어떤 '물건'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무형의 '순간'으로 연결되고
마지막에는 '사람'에게 다다르는 확장을 보여준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것,
그것이 물건이든 추억이든 사람이든
그 '작은 사치'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에 대한 객관적인 의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흘려버릴 수 있는 이 작은 알갱이들을
작가는 모으고 움켜쥐며 오늘의 기쁨이라 명명한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
좋은 것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마음,
그것이 꼭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누구나 '발견'을 한다면 기꺼이 얻을 수 있는
'사치'임을 작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나에게 기쁨과 힘이 되어주는
작은 사치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주는 순간이 있었는가?
'사소한 작은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크고 거대한 행복이 아닌
아주 보통의 하루 속에서도
작지만 사소한 기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내 안의 '기쁨 주파수'를 더욱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