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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철학에서 여성철학으로 대전환을! 해체주의를 해체하다

세계평화연구원 총서 1
박정진 저자(글)
신세림 · 2024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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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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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해체주의를 해체하다』는 〈해체주의와 평론적 철학, 그리고 표절〉, 〈몸은 육체가 아닌 세계 그 자체〉, 〈데리다의 문자학(grammatology)〉 등에 대한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이 수록된 책이다.

이 책의 총서 (1)

작가정보

저자(글) 박정진

박정진

문화인류학박사

대구에서 태어나(50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를 수료(71년)하고
동대학교 문리대 국문과로 옮겨 졸업(74년)한 뒤
영남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음.
대학졸업 후 (주)문화방송경향신문에 입사하여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세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초대평화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가정연합 세계본부 THINK TANK 정책연구원 소장(2021∼2023년)을 역임했다.
현재 세계평화연구원 원장 재직.
세계일보에 개인칼럼 〈청심청담〉을 집필(2013년 11월∼2019년 12월),
한국언론인협회(회장 성대석)로부터 '올해의 칼럼상’(2020년 3월)을 수상했다.
‘인류학토크 박정진’(마로니에 방송 유튜브 131회)을 방영했다.
한편 시전문지 월간 『현대시』 신인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1992년)했다. 〈해원상생, 해원상생〉, 〈시를 파는 가게〉, 〈대모산〉, 〈청계천〉, 〈먼저, 아니 빛깔, 아니 허공〉, 〈독도〉, 〈한강교향시〉, 〈거문도〉, 〈타향에서〉 등 13권의 시집을 냈다. 현대시회 2대회장(1977년), 서울문예상(2006년, 강남문학회)을 수상했다.
‘인문학적 글쓰기’에 매진하여 〈한국문화와 예술인류학〉(1990, 미래문화사), 〈굿으로 보는 백남준 비디오아트 읽기〉, 〈단군신화에 대한 신연구〉(2010, 한국학술정보),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 〈소리철학, 포노로지〉(2012, 소나무), 〈니체, 동양에서 완성되다〉(2015, 소나무), 〈위대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2017, 살림), 〈네오샤머니즘〉(2018, 살림), 〈신체적 존재론〉(2020, 살림), 〈21세기 詩經〉(2023, 신세림), 〈한글로 철학하기〉(2024, 신세림)등 100여권을 저술했다.
2003년 5월 13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 자작시 〈대모산〉 시탑을 세움.
2008년 9월 9일 울릉도 독도박물관 경내에 자작시 〈독도〉 시비를 세움.
2019년 4월 4일 경기도 연천군 ‘종자와 시인’박물관 야외공원에 자작시 〈타향에서〉 시비를 세움.

목차

  • 01 해체주의를 해체하다
    1. 들어가는 말: 해체, 존재에서 생성으로
    2. 해체주의는 음양론의 서양철학적 변형
    3. 존재(Being)와 생성(becoming), 그리고 변증법
    4. 신(神)과 존재(Being)의 역사적 의미변천
    5. 자연적 존재, 제도적 존재자, 그리고 심물존재
    6. 종(種)의 관점에서 본 가부장제-국가사회
    7. 니체, 데리다, 들뢰즈에 대한 소회(所懷)
    8. 맺는말: 모든 문화(文化)는 억압의 강도차이


    02 해체주의와 평론적 철학, 그리고 표절
    1. 현상학: 신(God), 정신(Geist), 유령(Ghost)
    2. 현상학을 벗어나는 신체적 존재론
    3. 베르그송의 시간은 의식의 생성
    4.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문화해체주의
    5. 소리에서 포노로지(Phonology)의 탄생

    03 몸은 육체가 아닌 세계 그 자체
    1. 가브리엘 마르셀과 메를로-퐁티의 ‘몸’철학
    2. 동양의 심물(心物)철학과 마음ㆍ몸 철학
    3. 새로운 정신으로서의 신체적 존재론
    4. 살, 삶, 사람, 사랑, 샤르만, 샤먼, 슈라마나

    04 데리다의 문자학(grammatology)
    1. 데리다의 문자학과 박정진의 소리철학(phonology)
    2. 해체적 텍스트읽기의 산종(散種)과 비생산성

    05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해체하다
    1. 서양철학의 종언의 징조로서 해체철학
    2.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텍스트론으로 변조한 데리다
    3. 시각-언어중심에서 청각-상징중심으로의 반전
    4. 보충대리(補充代理), 대리대신교대(代理代身交代)
    5. 존재론의 완성으로서의 일반성의 철학

    06 존재론의 미래로서의 네오샤머니즘
    1. 인류학적 철학, 철학인류학의 태도
    2. 인간인식의 이원구조와 철학의 이원대립
    3. 동서철학・종교의 상호소통과 미래
    4. 존재론의 미래로서의 네오샤머니즘
    5. 천부경과 하이데거의 존재론
    6. 불확실성에 대한 철학인류학적 회고와 전망

    07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서양철학의 한계
    1. 서양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
    2. 서양문명의 절대성에 대한 반성
    3. 서양철학의 ‘초월-추상-기계’를 넘어서야
    4. 하이데거의 사방세계와 천부경
    5. 물신숭배에서 신물숭배로
    6. 평화에 대한 현상학과 존재론의 역동성
    7. 철학의 미래와 네오샤머니즘
    8. 서양철학의 종언적 징후들

    08 음성언어, 문자언어, 기계언어, 기계인간
    1. 말(언어)이란 무엇인가
    2. 인간의 특징
    3. 말과 도구, 인공지능(AI)
    4. 인간과 AI·챗GPT의 차이점
    5. 휴머노이드와 공존해야 하는 인간
    6. 인공지능도 인간이다
    7. 미래인간은 자신만의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8. 종교적 인간, 과학적 인간, 철학적 인간
    9. 뇌(腦)공룡과 인류멸망의 법칙
    10. 천지인사상으로 본 인류멸망의 지연(遲延)
    11. 새로운 평화철학의 필요성
    12. AI시대를 대비한 인류학의 발전과 응용
    13. AI시대를 대비한 인간과 AI의 윤리규정

출판사 서평

해체주의는 서양철학적 문법의 반복에 불과하다


『해체주의를 해체하다』(신세림)라는 책은 서양의 소위 ‘해체주의철학’이 스스로 표방하는 것처럼 서양철학을 전면적으로 해체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은 여전히 서양철학의 문법인 동일성과 변증법에 갇혀 있는 철학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해체주의철학은 동양의 음양사상과 불교사상을 서양철학의 동일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나 반증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규명하고 있는 책이다.
해체주의철학의 기수인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grammatology)는 서양철학의 이성중심주의가 ‘빛’과 ‘소리’에서 비롯된 ‘말소리중심주의(logophonocentrism)’에서 비롯된 것처럼 대전제를 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빛과 소리가 어떻게 이성중심주의의 원인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빛과 소리를 이성의 원천으로 보는 서양문명의 자기문법 속의 주장일 따름이다. 인류의 다른 문화권에도 빛과 소리가 있지만 그들은 이성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
서양문명에서도 중세에는 빛이 신의 계시(revelation)로 해석되었지만, 근대에 들어 계몽(enlightenment, illumination)이 되었다. 빛이 신의 계시와 계몽적 이성의 원천으로 동시에 해석되는 것은 이미 자기모순이다. 신의 계시는 신비를 인정하는 것인데 반해 이성은 합리적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근대정신은 과학정신을 말하는 것이고, 과학은 세계를 기계적인 작동의 세계로 이해하거나 환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기계적인 세계는 기계언어의 세계에 다름 아니다.
저자인 박정진 박사(철학인류학)는 “빛과 소리는 자연현상으로서 인간이 외부사물을 감각하게 하는 감각기관의 감각소여의 일부일 뿐이다. 빛과 소리는 이성주의의 원인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이성주의를 은유하고 있을 뿐이다. 빛과 소리는 인간으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게 하고, 귀로 듣고 외부와 공명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이고, 그것 자체가 이성은 아닌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성주의는 인간의 정신이 사물존재에 스스로를 투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투사한 것을 돌려받은 것이 이성이라는 것이다. 언어가 없고, 문장이 없다면 이성은 성립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이 이성적이지는 않지만 문장이 없다면 이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문장을 구성하려면 단어와 품사가 필요하고, 종국에는 구문이 성립되어야 한다. 이성 혹은 법칙이란 결국 구문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성주의는 결국 문장과 글쓰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쓰지 않으면 이성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어 말한다. “이성이 마치 인간의 머릿속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면 성립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문장으로 새롭게 구성되지 않으면 이성이 아니다. 머릿속의 이성도 실은 문장으로 구성되고 기억된 것을 은연중에 이성이라고 한다. 기억되지 않으면 또한 이성이 아니다. 이성은 크게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물질조차도 기억이라고 하지 않는가.”
쓰여 지고 기억된 것을 이성이라고 한다면 빛과 소리는 이성이 아니다. 데리다가 그의 ‘말소리중심주의’에서 빛과 소리가 이성이라고 한 것은 되레 기독교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빛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은유되고, 자연의 소리가 말씀으로 상징된 것이 기독교성경이다. 말소리중심주의를 해체한다고 하는 것이 데리다의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출발이지만 그의 문자학(Grammatology)으로 서구기독교와 서구철학사의 이성중심주의를 해체한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다.
박정진 박사는 서양의 해체주의철학은 동양의 음양론을 서양철학적 문법에서 재해석한 것이라고 말한다. “음양론은 아시다시피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음으로써 음양생성 혹은 음양상보를 이루는 철학이다.” 온전한 양이나 온전한 음이 아닌, 이원상보적인 음양론은 서양철학에서 볼 때는 이중성 혹은 틈(공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일성을 대전제로 하는 서양철학에서 볼 때는 이점이 바로 해체의 구실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중성은 실은 이분법이 전제된 상태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후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구성이 있기에 해체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데리다를 중심으로 후기근대에 전개되고 있는 해체주의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본격적인 철학서이다. 제 1장은 총론 격으로 해체주의 전체를 큰 그림으로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2장은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결국 철학평론에 속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마치 문학평론가가 자신의 몇 가지 개념이나 견해를 가지고 시나 소설을 평론하듯이 남의 철학을 평하면서 스스로 철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해체주의는 평론적 철학이다.
문학에서 평론가는 직접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리다는 철학평론을 하면서 철학자인 체 행세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데리다의 평론적 철학은 남의 철학에 이러쿵저러쿵 사족을 붙이면서 은연중에 자신이 그들을 능가하는 철학자임을 뽐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데리다의 철학적 글쓰기에서 자신의 오리지낼리티는 하나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표절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프랑스의 후기근대철학은 다분히 문학적 철학, 혹은 철학적 문학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철학이 문학이 되는 것은, 심하게는 문학으로 환원되는 것은 철학을 말장난, 언어놀이로 그치게 할 위험이 크다. 이런 위험은 특히 철학을 문학평론쯤으로 생각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프랑스철학은 문학철학, 혹은 평론가철학의 함정에 빠져 있다. 해체주의가 프랑스에게 크게 유행하는 것도 프랑스의 문화풍토 탓이다.
프랑스철학의 특징을 합리주의로 볼 때 반이성주의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해체주의는 철학의 시공간을 문학의 시공간, 즉 문학적 텍스트로 옮겨왔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해체주의가 저자의 쓰기보다는 독자의 읽기와 해석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학의 내용이 철학자의 주장과 달리 독자의 해석에 달렸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문학적 발상이다. 서양철학사로 볼 때 해체주의철학은 구성주의철학의 이면(裏面), 그림자일 뿐이다. 해체주의철학은 구성주의철학과 구성주의철학 사이의 과도기의 철학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제 3장은 신체야말로 존재론의 핵심임을 선언하는 장이다. 도리어 신체야말로 ‘새로운 정신’임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이성의 뿌리가 욕망임을 선언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인간을 이성적 존재보다는 욕망적 존재, 신체적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의 신체는 정신의 대상으로 격하되는 육체가 아니라 유기체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신체를 부각하고 있다. 신체야말로 존재의 진면목이라는 뜻이다.
제 4장, 5장은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좀 더 심도 있게 비판하고 있다. 해체주의가 이성주의의 결정론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철학의 장을 여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것은 제스처에 불과함을 말하고 있다. 차이와 연장을 주장하는 해체주의는 이성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차연(差延)의 변증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서양철학은 결코 동일성의 추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6장은 ‘새로운 존재론으로서 네오샤머니즘’을 주장하고 있다. 네오샤머니즘은 물론 과학시대를 거친 뒤에 새롭게 융합된 샤머니즘이다. 저자는 인류문명의 자연과의 동행과 홍익자연(弘益自然)의 입장을 전개하고 공동존재로서의 자연을 부각하면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세계관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제 7장은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대한 비판을 통해 현상학적인 차원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서양철학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제 8장은 인공지능인 AI와 더불어 살아가야할 인류의 미래와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말하자면 AI는 핵폭탄의 결합은 인류멸종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시각-언어의 연합인 서양문명은 생성변화하는 자연에서 ‘동일성=법칙=기계’를 추구하는 문명이다. 자연과학은 생성변화하는 자연을 동일성으로 계산하려고 한다. 서양문명은 소리조차도 동일성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예컨대 공명인 에코(echo)는 ‘같은 것의 다름’(difference as same)이다. 내가 듣는 나의 목소리(에코)는 ‘같은 것’의 ‘다름’인데 이때의 ‘같은 것’을 ‘동일성(same as identity)’으로 간주하는 것이 서양의 동일성의 철학이다. 동일성은 실은 가상에서 시작한 환상에 불과하다. 자연과학조차도 자연과학적 환상인 것이다.
후기근대철학자들, 즉 차이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차이성은 그들이 부인하겠지만 ‘동일성의 차이성’인 것이다. 동양은 닮음을 ‘다르고 같다’(same as difference)고 말한다. 서양은 유사(類似)를 ‘같고 다르다’고 말하면서 같음에서 동일성(똑같음)을 추구한다. 서양문명은 ‘이다’와 ‘있다’를 한 단어, 즉 ‘be(sein, être)으로 말한다. 이에 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은 ‘있다(有, ある)’와 ‘이다(是, である)’로 다른 말로 표현한다. 따라서 서양은 쉽게 ‘있다’에서 ‘이다’를 발견하려고 한다. ‘이다’가 바로 동일성인 것이다. 서양문명이 근대과학문명에서 앞선 것은 언어의 탓이다. 서양 알파벳은 동일성과 추상기계에 이르기에 쉽다.
해체주의가 일어난 유럽의 전후사정을 바라보면 독일의 철학적 글쓰기는 프랑스에서 문학적 글쓰기로 전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이 바로 니체이다. 니체는 독일인이면서도 프랑스적 사유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니체의 잠언적 글쓰기와 시적 문체는 바로 프랑스의 문학적 글쓰기의 전범이 되었다. 문학적 글쓰기는 해체적 글쓰기라고 부를 수 있다. 니체가 칸트를, 데리다가 하이데거를, 라캉이 프로이트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계승하는 것은 이들 사이에 연속과 불연속, 반대와 확장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해체주의는 종래 ‘변증법의 새로운 유행’인 것 같다. 변증법의 반(反)이 이미 정반(正反)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체의 이중성을 실천한 것이고, 그 결과가 새로운 합(合)인 것이다. 변증법의 완성 혹은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절대정신과 절대지는 목적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철학자에 의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고, 해체주의 철학자들의 해체주의도 역시 다음에 오는 철학자들에 의해 해체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철학에서 본질주의, 비본질주의라는 것은 실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본질주의 철학도 본질을 표방했다고 해서 영원한 본질이 될 수 없고, 비본질주의 철학도 본질을 표방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은 해체를 본질로 표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연의 세계에서 고정불변의 동일성은 없다. 동일성은 질료(입자)에서도 이론(형상)에서도 없다. 동일성, 즉 등식(이론, 진리)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합리성은 인간이 자연(무위)에서 찾아내는 것(인위, 유위)일 따름이다. 그 합리성은 본래 논리적 합리성을 의미하지만 오늘날은 기계적 합리성(기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를 가진 영장류라는 점이다. 그런데 음성언어, 문자언어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 기계언어(0, 1의 이진법)의 시대라는 특이점에 도달한 것이 현대인이다. 오늘날 과학기술문명시대에는 유물-기계론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AI인공지능은 이것을 잘 말해준다.”
아시다시피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 le déconstructionisme)는 주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의해 개발된 철학개념 혹은 철학사조로서, 20세기 후반의 서양철학사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데리다의 주저인 그라마톨로지는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자연주의에 기초한 여러 성과들을 공격하고 있다. 요컨대 루소의 음성언어에 문자언어의 대리보충적 성격에 대한 지적을 비롯하여 인간불평등기원론, 에밀 등 전반적인 인류학적 안목의 성과를 비판하고 있다.
데리다는 또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이원적 대립항(binary opposition)을 비롯한 구조주의(structuralism)의 합리주의, 그리고 종래 서양철학의 합리주의전통의 형이상학(metaphysics)에 대한 전면부정에서 철학을 출발하고 있다.
해체주의는 기존의 철학적 개념이나 텍스트의 이중성, 모호성 등을 강조하며, 언어와 의미의 불확실성에 주목한다. 데리다는 언어가 의미의 안정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의미는 항상 이중성과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성과 모호성은 상호가역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종래 서양철학이 계속해서 동일성의 모순에 빠지고 다시 그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면 해체주의철학은 처음부터 이중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데리다는 언어나 텍스트의 ‘중심’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주변’에 여러 다양한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이다.
해체주의는 기존의 철학적 이론이나 텍스트를 분해하고, 각 부분이 상호 작용하면서 의미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철학이나 문학에 대한 단일하고 안정된 의미의 탐구를 문제 삼은 입장에 있다. 특히 데리다는 중심/주축(center)의 부재(absence), 혹은 현존(presence)의 부재를 강조함으로써 언어체계나 철학적 체계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해체주의는 주로 텍스트에 대한 이론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문학,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확장되었다. 그러나 해체주의는 그 자체로 정의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론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과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철학의 방법론으로서의 해체(destruction)를 처음 주장한 철학자는 독일철학자 하이데거이다. 그런데 그 해체를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로 목적화한 것은, 마치 목적으로 전용하는 태도를 취한 철학자는 데리다이다. 프랑스철학은 왜 해체를 좋아하고, 목적화했던 것일까. 결국 해체가 철학의 목적이 될 수 없음에도 마치 목적(최종목적)인 것처럼 떠들썩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이는 프랑스의 문학철학적 전통에 기인한 것 같다.
해체는 해체주의가 있기 전에도 서양철학사에서 끊임없이 있어왔다. 그런 점에서 해체주의는 새로운 것인 양 속임수를 쓰는 것이고, 일종의 철학적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거나 여반장의 말놀이를 하는 것에 비할 수 있다. 모든 ‘이즘(-ism)’이나 이념(理念)은 항상 어떤 것을 이상화함으로써 방향을 잡는 데는 유효하지만 이념은 이미 신(神)이다. 더욱이 그것이 결정론적 성향을 가질 때는 역으로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해체주의도 말은 해체이지만 도리어 결정론적 지배이데올로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요컨대 계급해체를 주장하는 공산사회주의의 계급투쟁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전체주의를 불러왔다.
돌이켜 보면 해체주의 혹은 해체론의 신호탄은 마르크스가 쏘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과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은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와 유심론(유신론)과 다양한 크고 작은 국가들의 해체를 도모함으로써 인류문명에 대한 극단적 허무주의와 함께 무정부주의를 드러냈다. 더욱이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이야말로 해체주의의 극단적 예이다. 계급투쟁론은 본래 차이의 세계를 산술적 평등의 세계로 환원시키려고 시도한 사회혁명론이자 사회이상론이다.
마르크스는 공산사회주의가 무신론적 종교(마르크시즘 기독교)의 유령역할을 수행토록 했다. 데리다의 초법적인 정의와 무조건적인 환대 등도 신과 정신에 이어 자유주의의 유령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좌파-마르크시즘’과 ‘PC(political correctness)좌파-해체주의’는 서구주도의 현대문명을 해체하고 있다. 데리다의 해체론적 유령론은 해체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까닭에 현대철학의 이상주의의 한 극단이면서 지독한 데카당스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공산주의국가의 경우, 공산당귀족을 중심으로 성분에 따라 보다 철두철미한 복잡한 계급을 창출하는 모순을 보였다)이 종래의 국가나 사회를 해체함으로서 한 사회를 공산전체주의로 빠뜨린 것과 같이 해체론도 실현불가능의 정의론으로 인해 자유주의국가를 또 다른 전체주의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할지도 모른다. 해체론은 자유우파의 전체주의가 될 위험이 있다.
해체론은 현상학의 마지막 담론인지도 모른다. 이는 철학의 종언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독일관념론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헤겔의 절대정신(유심론)-역사철학이 마르크스에 의해 유물론(절대물질)-사적 유물론으로 뒤바뀌면서 처음으로 그 일단을 드러냈고, 니체와 마르크스의 뒤를 이었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데리다에 의해 보다 확실하게 정착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새로운 철학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체 자체가 목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그의 해체는 데카당스이다.
서구의 해체주의는 결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해체주의의 차연(差延)은 결코 자연(自然)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리다와 그를 추종하는 해체주의자들은 문명의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중심-주변’의 논리를 해체하고자 한다. 과연 인간이 인위적으로 어떤 중심이나 기준이나 표준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결정론을 수정하고 다른 이론을 제기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문화의 구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계급이나 계층을 일시에, 혁명으로 없애고자 하는 공산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해체주의자는 철학과 문명(문화)의 급진적 혁명분자라고 이름붙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인간문화에 있어 전통과 현대, 연속과 불연속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중용이나 중도와 균형을 배제하는 단순논리, 이분법의 논리로 사회자체를 해체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간주할 여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본래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보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문화는 혁명을 수용할 수도 없고, 혁명은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진좌파들은 투쟁과 혁명을 일상화하면서 대중(다중)들을 선동하고 혁명이 이루어지면 마치 지상천국이라도 건설되는 것인 양 속이기 일쑤이다. 공산사회주의는 그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러한 사회주의운동이 철학이나 문학에서 일어난다면 여기에는 반드시 속임수가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급진적으로 문화권력(文化權力)을 쟁취하려는 속셈 같은 것이 숨어 있다. 여기에서 해제주의는 자유롭지 않다.
해체는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체주의가 되면, 해체 자체가 마치 목적인 것처럼 떠들고 선동하는 것이 되고,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체주의라는 것이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존의 것을 부수고 파괴하는 것이라면 새로움이나 혁명을 빙자한 위선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분명 어떤 속임수나 실현이 불가능한 이상(理想)으로 대중을 속이는, 대중영합주의나 무리본능에 호소하는 위장전술이 숨어있을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철학자인 체하는 허풍마저 개입할 여지가 있다.
인간은 현상학적인 태도를 통해 서로 생존경쟁, 경제전쟁, 과학기술전쟁-을 할 것이냐, 아니면 존재론적인 태도로 자연과 더불어 미래에 함께 살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처해 있다. 이는 오직 인간의 이타성(利他性)을 증진시키는 데 성패가 달렸다. 인간의 이타성을 증진시키려면 서양문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이용과 해석과 기술만능주의로 연결되는 4T(Thing-Time-Text-Technology)를 맹종하는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양철학은 존재를 사물존재(Thing)로 보기 때문에 사물의 운동량을 측정하게 되고, 운동량을 측정하려면 시간(Time)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존재를 대상으로 보는 순간, 주체-대상의 이분법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이 바로 시간이 성립되는 조건인 것이다. 시간은 또한 일상적으로는 이야기 혹은 문장(Text)으로 접하게 된다. 시간과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것을 잡고 이용하려면 기술(Technology)이 되어야 한다.
서양철학의 존재론의 최종점은 무(無)이다. 이것은 ‘존재(있음)’의 최종점은 ‘없음(nothingness)’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양철학의 무(無)에 동양의 무(無) 혹은 무위(無爲)사상이 포함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분명히 동양의 무사상에는 없음이 아닌, ‘없는 듯 있음(없이 있음)’의 사상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무’사상에는 자연의 보이지 않는 기운생동 혹은 생성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은 왜 생성(becoming)을 존재(being)으로 바꾸어 해석해야만 하는 존재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왜 생성의 생멸(生滅)을 존재의 유무(有無)로 바꾸어 해석해야만 하는가. 이것은 일종의 아포리아(aporia)에 해당한다. 어떤 문화문명권도 여기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말하자면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서양의 근대관념론 철학이 완성된 것은 독일에서다. 근대의 분수령을 이룬 프랑스 대혁명을 부러워하던 독일의 지식인사회는 통일 이후 본격적으로 철학적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어 아시다시피 칸트, 헤겔, 마르크스, 프로이트를 배출했다. 또한 후기근대 해체철학의 선봉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니체를 배출했다. 그런데 니체는 참으로 프랑스의 문화풍토와 철학적 특성이 어울리는 철학자이다. 니체는 본격적인 철학서를 쓴 적이 없다. 내용인 즉 체계적이고 엄중한 철학적 글쓰기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체한 인물이다. 니체의 수많은 시, 아포리즘의 글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해체론의 중심에는 항상 해체불가능한 것이 있다. 여기서 해체불가능이라는 것은 매우 새로운 용어 같지만 실은 근대의 상징인 개인(Individual) 혹은 원자(Atom)도 실은 해체불가능한 어떤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와 같은 것이다. 해체불가능한 것은 고정불변의 것을 해체론의 입장에서 되풀이한 것이다.
데리다는 해체불가능한 것을 ‘차연(差延, différance)’이라고 명명했다. ‘차연’은 ‘차이(差異)’와 ‘연장(延長)’을 의미하는 복합어인데 그 뜻은 ‘상관적 차이’(relational difference) 혹은 ‘변별적 관계’(differential relation)이다. 이 ‘차연’이라는 말은 데리다가 하이데거에서 가져온 말이다. 가장 중요한 개념인 차연을 하이데거에서 빌려왔다면 데리다의 다른 용어들도 다른 철학자에게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은 물어볼 것도 없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철학평론가였다.
데리다에 있어서 남의 철학적 용어를 자신의 의미로 살짝 변조하거나 역으로 용어의 원소유자를 공격하는 평론가적 장광설은 때론 의미심장함과 함께 현란함을 보인다. 그렇지만 데리다의 철학적 용어 중에서 그가 오리지널을 가진 것은 없다. 단지 특유의 평론가적 자세로 이 사람의 것으로 저 사람의 것을 비판하고, 저 사람의 것으로 이 사람을 비판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이데거가 동양사상과 선불교에 영향을 받아서 서양철학적 문맥에서 새로운 용어를 창출했다면 데리다는 하이데거를 비롯해서 루소, 레비스트로스, 그리고 그의 철학적 멘토인 니체 등에서 용어를 차용하거나 아이디어를 빌려간 인물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자는 2012년 『소리철학과 포노로지』(소나무)를 출간할 때 이미 비판한 바 있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이 불교 혹은 천부경의 천지인사상의 서양철학적 수용이거나 변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데리다의 해체주의도 동양철학의 음양론 혹은 노장철학의 무위자연(無爲自然)사상의 서양철학적 수용이거나 변형이라고 말했다.
데리다가 젓가락운동, 새 날개운동의 춤 등 양가성이나 동거성을 비유하는 용어들은 것은 실은 동양의 음양사상을 변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플라톤이 그리스신화에서 빌려온 개념인 코라(khora) 혹은 파르마콘(pharmakon)은 양가성을 드러내는 개념으로서 신화적 기억에 속하는 것이지만 동양의 음양사상 만큼 그것의 상보성(相補性)을 통해 사물의 비실체성을 체계화한 사상은 지상에 없다.
데리다의 철학적 용어 중 특히 ‘파르마콘’이 ‘코라(어머니, 자궁)’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고 말하는 것 등은 동양의 음(陰)사상에서 크게 영향 입은 것으로 보인다. 데리다의 ‘어머니’는 모든 선악(善惡)과 생사(生死)와 약독(藥毒)을 초월해 있다. 심지어 데리다의 코라는 불교의 공(空)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리다의 해체철학의 용어들은 모두 서양철학을 있게 한 근본바탕인 이원대립의 세계관, 절대적 진리관, 동일성의 철학, 남성중심 철학을 넘어서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들 양가성 혹은 동거성의 개념들은 구성철학의 해체라고 보기보다는 생성변화하는 자연의 움직임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은 해체하고 말고 할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체철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구성철학을 크게 의식한 반사적 개념에 불과하다. 자연은 구성과 해체가 한 묶음(구성-해체)인 다른 언덕 혹은 저편에 있다.
서양철학은 출발부터가 ‘존재의 철학’이다. 이것이 나중에 하이데거에 의해 ‘존재자의 철학’으로 판명 났지만 크게는 여전히 ‘존재(Being)의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치 해체주의자들이 생성(becoming)의 철학을 하는 것처럼 선전을 하고 수사학을 전개하고, 말장난을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철학적 자기배반, 철학적 속임수, 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결정론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시즘과 같다. 계급투쟁(계급해체) 대신에 문화해체(구성해체)를 들고 나온 자기기만이다.
해체주의자들의 생성과 차이는 실은 ‘동일성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이 즐겨 다루고 있는 개념인 힘(권력)이나 유물, 기계는 그러한 속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차이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있는 자연의 ‘다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동일성을 은폐하고 있으니까 생성의 철학인줄 알게 되고, 심지어 동양의 중진철학자들도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속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체’가 아닌 ‘해체주의’는 또 하나의 결정론이다. 차이(差異)와 연장(延長)으로서의 차연(差延)은 자연(自然)이 아니다.
서양철학자들에게 생성은 존재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난다. 생성을 말할 때도 존재를 생성으로 해석하고자 할 뿐이다. 바로 생성을 존재로 해석한 철학이 하이데거의 존재론이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은 종래의 존재론(현상학적 존재론)이 아니라 ‘생성론적 존재론’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결국 오해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진형준(전 홍익대교수)은 해체주의자들에 대해 “마치 농담을 한 마디도 못하는 친구가 유머에 대한 방대한 책을 써놓고 자랑하는 꼴이다.”라고 한마디로 일축한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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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8002758
발행(출시)일자 2024년 08월 20일
쪽수 944쪽
크기
152 * 225 * 54 mm / 143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세계평화연구원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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