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패키지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국민일보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4년 12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4년 12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5년 2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4년 8월 5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4년 10월 3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문화일보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서울신문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24년 12월 3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4년 12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4년 8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4년 10월 3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24년 10월 4주 선정
- 교보문고 추천도서 > 역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 2024년 > 2024년 선정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소설이 무엇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깊이 고심한 끝에 완성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마지막에 이르러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196쪽)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처럼, 김애란은 누군가의 영혼을, 그러니까 결코 진부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을 통해 그려 보인다.
작가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çu)’을 받았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을 쓰며 여러 번 헤맸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있지만, 작가로서 이 인물들이 남은 삶을 모두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삶은 비정하고 예측 못할 일투성이이나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목차
- 이중 하나는 거짓말 007
작가의 말 237
책 속으로
지우는 어려서부터 지우개를 좋아했다. 작고 말랑한데다 한 손에 쏙 들어오고 값도 비싸지 않아서였다. 훌쩍 키가 자란 뒤에도 지우는 종종 우울에 빠져들 때면 손에 미술용 떡지우개를 쥐고 굴렸다. 그러면 어디선가 옅은 수평선이 나타나 가슴을 지그시 눌러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었다.(8쪽)
소리는 뭔가 발설하고픈 욕구를 느꼈다. 어쩌면 혼자 너무 오랫동안 무거운 비밀을 지켜온 탓인지 몰랐다. 소리는 말하고 싶었다.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18쪽)
순간 지우가 풋 하고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본 표정 중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지우와 헤어진 뒤에도 소리는 종종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다. 소리는 그저 그 미소를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바람이 어떻게 끝나는지, 혹은 어떤 시작과 다시 이어지는지 알고 싶었다.(67~68쪽)
지우는 제 속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았다. 강렬한 경험이지만 여전히 해석이 잘 안 되는 몇몇 기억 때문이었다. 지우는 그걸 이야기로 한번 풀어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을.(82쪽)
지우는 만화 속 ‘칸’이 때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네모난 울타리처럼 여겨졌다. 둥글고 무분별한 포옹이 아닌 절제된 직각의 수용.(118~119쪽)
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129~130쪽)
종이 위에 연필이 마찰하는 순간 떨림을 느끼며 소리는 새삼 ‘그래, 나는 이 느낌을 좋아했지’ 생각했다. ‘누군가와 악수하지 않고도 접촉하는 듯한 감각을.’(147쪽)
채운이 생각하기에 논리로 설명 가능한 일은 대부분 ‘그래서’와 ‘그런 뒤’ 다음에 일어났다. 반면 흥미를 끄는 쪽은 ‘그런데’나 ‘한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접속사 없이도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있었다.(159쪽)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182쪽)
먼 데서 온 그 빛은 사방의 묘석뿐 아니라 소리의 머리통도 따뜻이 데웠다. 아직 자라는 중인, 여전히 자랄 것이 남은 한 여자아이의 정수리를. 그 빛은 마치 옛 화가들이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묻힌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 같았다.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195~196쪽)
지우는 ‘때로 가장 좋은 구원은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구하는 것’임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 극적인 탈출이 아닌 아주 잘고 꾸준하게 일어난 구원. 상대가 나를 살린 줄도 모른 채 살아낸 날들.(202~203쪽)
여러 눈송이가 차창에 붙어 섬세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를 드러내고는 이내 녹아 없어졌다. 그걸 보자 지우는 사방에서 내리는 눈송이가 왠지 엄마의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어떤 거짓은 용서해주고 어떤 진실은 조용히 승인해주는 작은 기척처럼.(228쪽)
출판사 서평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이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16쪽)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18쪽)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의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다.
우선 지우.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우에게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물론 엄마의 애인이자 한집에서 함께 산 지 삼 년이 된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리라고 여긴 지우는 겨울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위험한 노동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에 지우는 잠시 동안 용식이를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비쳤던, 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수군대는 친구 소리에게.
그리고 소리.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면서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억지로라도 소리는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지우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이번 방학 동안만 용식이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소리는 작문 시간에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애에게 눈길이 간다.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67~68쪽)지만, 그날 수업시간에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85쪽)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나가던 지우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에 응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운.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숙으로부터 “담당의 말로 네 아버지 몸 상태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더라”(28쪽)는 말을 듣고 채운은 몹시 불안해진다. 아버지가 깨어날까봐, 다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할까봐 두렵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엉겁결에 반려견 뭉치의 앞발을 잡은 소리가 한 말이 신경 쓰인다. 그때 소리는 마치 뭉치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뭉치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104쪽) 소리는 정말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끝이…… 있어서?”
“난 반댄데. 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하나에서 셋으로, 혼자만의 방을 나와
셋으로 이루어진 슬픔의 너른 품안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특별한 점은 중간중간 글로 풀어낸 지우의 만화가 삽입되어 그 자체로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을 밀접하게 연결시키면서 예상치 못한 의미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줄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해”(8쪽)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 지우는 몇 년 전 만화 카페에 단편 만화 〈베리 베리 내 처지〉를 올렸다가 조금의 인기를 얻게 된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까워진 두 중학생이 느끼는 혼란과 소외를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처럼 산뜻하게 다룬 그 만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지우는 이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지우는 일 년 전, 그러니까 채운에게 ‘그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여름밤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채운의 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얼마 안 돼 경찰을 따라 텅 빈 눈동자로 걸어나오는 채운의 엄마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혼란과 초조, 슬픔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48쪽)로 경찰차에 타려는 엄마를 다급히 부르는 채운의 목소리. ‘여자가 그랬다더라’라며 동네 주민들이 수군대는 걸 들으며 지우는 속으로 놀란다. 평소 지우는 자신과 같은 빌라 단지에 살면서도 가족과 화목하고 풍족해 보이는 채운에게 남몰래 부러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가 일하는 돼지갈빗집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러 오는 채운을 볼 때면, 엄마에게 거들먹거리듯 행동하는 채운의 아버지를 볼 때면 그 감정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마음에 짙은 얼룩을 남겼다. “강렬한 경험이지만 여전히 해석이 잘 안 되는 몇몇 기억”(82쪽) 때문에 지우는 그걸 만화로 그리기로 결심한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같은 쪽)에 대해. 그렇게 지우는 만화 카페에 〈내가 본 것〉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한 사건으로 그 만화를 보게 된 채운이 그날 밤의 비밀을 지우가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사로잡히면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이야기는 비밀과 거짓말을 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소설이 누군가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애란은 ‘사건의 반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의 반전’을 공들여 그려나간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은 인물들이 “오랫동안 억눌러온 어떤 감정이 무너져내리는”(208쪽) 과정과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그러니까 삶의 서사를 과연 바꿀 수 있을까. 흔히 보는 ‘서사 그래프’ 속 약동하는 선처럼 내 삶도 굵직하고 드라마틱한 흐름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를 둘러싼 세계에 의문이 생길 때 이야기는 쓰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기, 누군가를 오해하기, 자신이 몰랐거나 잊고 있던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기. 이것은 지우가 〈내가 본 것〉을 연재하는 동안 지우 자신에게, 그리고 그것을 보는 채운에게 일어나는 변화이면서 동시에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따라 읽는 우리 자신에게 고스란히 일어나는 변화이다. 또한 그것은 이 소설이 지우가 그리는 만화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며 소설의 뼈대를 세우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세 명의 아이가 방학을 지나는 동안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누군가와 악수하지 않고도 접촉하는 듯한 감각”(147쪽)을 느끼는 것처럼, 슬픔에 어려 있는 물기의 점성을 통해 서로가 밀착되는 것처럼, 김애란은 오랜 시간 한 자 한 자 눌러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써내려간 끝에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슬픔이라는 마냥 아름답거나 밝지만은 않은 요소들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그렇기에 우리로 하여금 다시 읽고 고쳐 읽고 눌러 읽게 할, 우리 삶에서 여러 번 되풀이되며 살아날 힘을 가진 이야기를.
기본정보
ISBN | 9791141601300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8월 27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35 * 200
* 20
mm
/ 409 g
|
총권수 | 1권 |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135)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들의 상처와 고통은 외부로부터 기인하여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부정과 의심, 상황에 대한 몰이해로 스스로를 모는(고통 속에 자신을 방치하는) 가학적인 측면도 있다.
내면이 튼튼하지도 않고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 아직 십대의 그들은 서로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서로에게 엮이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작가는 자신의 어둠을 어쩌지 못할 때 타인의 손길(어둠을 문질러 빛이 새어나오게 만드는 손가락, 11쪽)이 필요함을, 그것에 다소 기대도 괜찮음을 이야기한다.
단어와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논 사람만이 빚어낼 수 있는 문장들이 여전하다. 작가의 특징이었던 ‘달콤쌉사름한’ 정서에서 ‘달콤함’은 많이 휘발되고 쌉싸름함이 짙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가 꽤 어둡다. 그럼에도 개인이라는 섬을 잇는 정서적 다리, 타인의 도움과 영향력,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길 등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반갑다.
좋은 말은 여기까지.
이야기가 단조롭다. 그것 자체는 단점은 아니다. 하지만 비중 있는 인물이 세 명씩이나 등장하고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 내내 세 명의 시점을 오고가고 있다면, 독자는 (분량과는 상관없이) 보다 풍성한, 빨강과 노랑, 파랑의 셀로판지가 서로 적당히 겹쳐 있는 것처럼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질 못한다. 개성이 없는 인물들에 그들끼리 중복되는 설정(엄마의 부재, 암에 걸린 두 명의 엄마, 사고로 죽은 두 명의 엄마, 폭력 가장 두 명, 그런 아버지에 대해 살의를 품는 아들 두 명, 그림에 소질이 있는 두 명의 인물, 두 마리의 애완동물 등)에 서로 비슷한 면이 많아 마치 세 장의 셀로판지가 차곡차곡 포개져 있어 결국 검정색만 보이는 형국이다. 작가가 의도한 바일까? 무엇 때문에? 독자로서 피로감이 심하다.
그리고 전형적이다. 미숙한 십대, 상처와 아픔, 극복과 성장. 이런 서사를 김애란을 통해 굳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꼭 써야 한다면 써야겠지만, 공산품처럼 널린 그런 이야기라면 김애란 아니면 쓰지 못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지갑을 열어 기꺼이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에 대한 예의다. 팬덤에 새로 유입될 잠재적 독자들에게는 좋은 미끼인 거고.
쓰다가 만, 이야기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세 인물들 중, 그럭저럭 이야기가 완결된 것으로 보이는 건 ‘지우’가 유일하다. ‘소리’와 ‘채운’의 경우는 뒤에 이야기가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으로선 너무 성급해 보인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이다.
소리의 초능력은 작가로서 일종의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그런 설정이 굳이 필요했던 이유를 모르겠다. 쓸모도 정확하지 않고 명분도 없어 보인다. 인물들이 서로 관련이 되는데 너무 느슨하다. 특히 지우가 채운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하는 부분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허풍으로 보인다.
좋아하는 작가의 오랜만의 신작이라 반갑게 읽었지만 ‘역시 김애란!’하고 외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빈약한 이야기에 과도한 마케팅의 콜라보는 거의 출판사와 서점의 횡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언제나 작가에게 걸작이나 명작을 기대할 수는 없을 테니 이만큼 써 준 것도, ‘썩어도 준치’라고 이 만큼의 결과물도 김애란이어서 가능했으니, 마냥 작가에게 감사를 해야 할까. 작가로서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일 테지만 독자로서 사는 것도 녹록치 않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났을 때에라야 비로소 독자는 행복하다.
이번 작품은 살짝 아쉬움이…
한 숨 고르고
다시 첫 장으로…
지인과 북토크 가려고 똑같은 책 두 권을 구매해본 건 처음이네요. 다녀와서 리뷰를 마저 수정해볼게요. ^^
단편집도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