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을 모른다(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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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맹과 우방의 ‘안보 무임승차’ 인식과 ‘공정한 부담 분담’ 논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확고하게 드러났다. “도대체 우리가 왜 한국을 지켜줘야 돼? 우리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어. 한국은 부자 나라잖아.”(46~49쪽)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만의 주장일까? 아니다.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 오히려 미국은 단순히 미군 주둔 비용만이 아니라 국방, 경제, 외교 등 전방위 분야로 부담 분담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기여를 이야기할 때 동맹이 우리와 같은 선상에서 안보 관계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 기여의 형태가 국방비 지출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표출될 수 있습니다.”(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53~56쪽)
오늘날 동맹과 우방에 대한 ‘부담 분담’ 압박 정책은 미국에서 초당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많은 미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동맹의 무임승차 문제가 정당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 때문에 오히려 바이든 정부가 쉽게 한국의 분담금 인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미첼 리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50쪽)
이 책의 총서 (22)
작가정보
2006년 한국 다산부대 8진 영어통역병으로서 아프가니스탄 파병길에 올랐다. 임무 수행 도중 폭탄 테러로 인해 동료였던 고 윤장호 하사의 죽음을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승화시키기 위해 지난 11년 동안 억척스럽게 기자의 길을 걸었다. 미국 국영 방송 VOA(미국의 소리)에서 2019년부터 4년여간 펜타곤(미국 국방부) 담당 취재 기자로 재직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취재하면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특별보좌관 등 미국의 전현직 관리,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브루스 베넷 박사 등 민간 전문가와 두터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워싱턴D.C.에 발을 딛기 전에는 국내 방송국 기자로서 7년간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등을 거치며 다수의 특종 기사를 썼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했고,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 현장팀장을 맡기도 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를 졸업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를, 국내 최초 저널리즘스쿨인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를 각각 취득했다. 2023년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국방안보대학원에서 국방전략학 과정을 수료했다.
목차
- 추천의 글 _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추천의 글 _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1장 미국의 잃어버린 20년과 신냉전
“더 이상 홀로 세계 경찰 노릇은 안 한다”
분담금 갈등 일단락? 압박은 이제부터 시작!
중국의 제한 없는 전쟁, ‘초한전’
21세기 해상 만리장성: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킬체인에서 킬웹으로: 진화하는 미국의 군사 전략
2장 동북아 핵 2.5 시대 가중되는 미국의 부담
미국 전략사령관의 경고: “역사상 처음 직면한 현실”
뒷전으로 밀려난 북핵 위협
‘돈 먹는 하마’ 핵무기 예산
나토식 핵공유제의 환상과 현실
한국 핵무장, 과연 눈감아줄까?
3장 극초음속미사일 시대 한일 관계의 함의
여전히 지소미아 망령에 사로잡힌 여의도 문법
주한미군사령관이 말하는 지소미아의 진실
각광받는 공세적 억제력: “주먹 먼저 내질러야 승리”
트럼프식 ‘화염과 분노’에서 나타난 지표들
도쿄발 미사일에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
맷집 승부 난타전의 관건은 ‘회복탄력성’
4장 우크라이나, 타이완 그리고 한반도
북한이 쏘아 올린 최신식 미사일과 ”외부 도움”
미국은 왜 한국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없앴나?
펜타곤이 타이완 유사시 한국을 언급한 이유
전작권 전환을 오히려 반기는 미국의 셈법
탄력받는 미일연합사 창설 안
5장 미중 패권 경쟁과 대한민국의 선택지
미국은 동맹에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한반도 천동설’에 갇힌 대한민국
언론이 국격: 일본에도 밀리는 한국 정보력
파이브아이즈 가입 설레발
제갈공명과 방구석 여포
글을 마치며
감사의 글
미주
책 속으로
들어가며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이한 2027년 8월 1일, 중국은 재통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이완 침공을 기어코 단행한다. _〈본문 14쪽〉
머리 위로 드리운 거대한 먹구름 2개와 작은 먹구름 하나. 이 먹구름들은 서로 밀접하게 붙어 있다. 작은 불꽃 하나만 튀어도 천둥과 번개가 연쇄적으로 칠 수 있는 복합 장마전선이 동북아시아에 발달한 셈이다. 두 거대 핵보유국 러시아와 중국(2). 그보다 작지만 전체 장마전선을 거대한 뇌운 덩어리로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소형 핵보유국 북한(0.5). 이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2+0.5)을 나는 동북아시아 ‘핵 2.5 시대’라고 정의한다. _〈본문 17쪽〉
1장 미국의 잃어버린 20년과 신냉전
윤장호 하사의 전사 직후 한국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철수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어떤 언론사도 미국 등 다국적군의 전사 소식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쟁 기간 최다 전사자 배출 국가는 미국(2465명), 영국(455명), 캐나다(158명), 프랑스(86명), 독일(54명) 순이었다. 모두 전투병을 보낸 나라들이다. 한국군 전사자는 단 1명이지만, 전사자가 발생한 직후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비전투 병력을 뺐다. 미국이 지고 있는 부담 따위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_〈본문 29쪽〉
《국방 전략서》의 전제는 명확하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무분별하게 관여했던 미군들을 불러들여 재편과 재무장을 단행하는 것. 그렇다면 미군이 물러난 자리에 생기는 병력 공백은? 동맹과 우방이 메꿔야 한다는 취지다. 앞으로 세계 분쟁 관여에서 그만큼 ‘기회비용’을 따지겠다는 의미다. 동맹이 갈취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본질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최우선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에 전적으로 미국 홀로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동맹과 우방의 참여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_〈본문 33쪽〉
콜비 전 부차관보는 그 자리에서 “미국 군사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단언했다. (…)
미군의 준비 태세가 지난 20년간 얼마나 악화되었길래 이 같은 급진적인 정책 지침을 내놓은 것일까? 미국 내 유명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매년 미국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보고서인 《미국 군사력 지수Index of U.S. Military Strength》를 발행한다.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력은 ‘약함’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는 5단계 척도(매우 강함/강함/보통/약함/매우 약함) 중 두 번째로 낮은 단계다. _〈본문 34쪽〉
거대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펜타곤이 제시한 실질 국방 예산 증가율은 3~5퍼센트다. 그러나 여기에 턱없이 못 미치는 1퍼센트 중반대의 증가율로는 재무장은 차치하고 현상 유지에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_〈본문 39쪽〉
2022년 발표된 《국방 전략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위협을 새로 추가했지만, 최우선 위협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중국을 미국의 가장 종합적이고 심각한 도전으로, 러시아를 급성 위협으로 명시했다. 반면에 기존 2순위에 위치했던 북한과 이란은 3순위인 테러 단체와 뭉뚱그려져 ‘기타 위협’으로 재분류되었다. 명목상 분류 순위로만 본다면 오히려 북한 문제는 전임 트럼프 정부보다 가중치가 더욱 떨어진 듯한 인상마저 든다. _〈본문 40쪽〉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충돌 상황에서 개입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delusion입니다. _〈본문 42쪽〉
자국의 국방력 강화가 미국의 책임 방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 일각의 우려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논리는 타이완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이완이 국방력을 강화한다면, ‘알아서 할 수 있으니 지원을 줄여도 되겠지’라는 반응이 미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민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들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침공 초기에는 우크라이나를 버릴 준비가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반문했다. 우크라이나인이 내세우는 방위 명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잘 싸웠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개입 비용을 줄이면서 대러시아 압박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에 미국이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_〈본문 44쪽〉
“도대체 우리가 왜 한국을 지켜줘야 돼? 우리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어. 한국은 부자 나라잖아.” _〈본문 46쪽〉
부담 분담의 뜻은 말 그대로 미국이 지고 있는 짐burden을 나누는 것sharing이다. 미군 주둔비 분담도 짐을 더는 한 가지 형태로, 비용 분담cost sharing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만 지불한다면 미군은 용병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비용 분담금 인상 요구 당시 워싱턴 조야의 군 출신들이 “우리는 용병이 아니다”라며 비판한 맥락도 이 때문이다. 다만 펜타곤이 강조하는 부담 분담의 본질은 따로 있다. 동맹의 ‘자체 국방력 강화’와 ‘거대 패권 경쟁의 참여’다. _〈본문 52쪽〉
그는 미국이 자국과 동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과거 GDP(국내총생산) 대비 5퍼센트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현재는 3퍼센트대로 떨어졌다며, 《국방 전략서》가 제시하는 5퍼센트 이상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독일, 일본 등 주요 동맹 역시 그동안 1퍼센트 미만의 지출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지출하는 GDP 대비 2퍼센트대는 흥미로운 수치지만 이조차 부족하다고 밝혔다. _〈본문 53쪽〉
힉스의 발언은 이제는 압박을 미군 주둔 비용에서 국방, 경제, 외교 등 전방위 분야로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다. _〈본문 54쪽〉
한 펜타곤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나에게 “더 이상 한국이 양다리를 걸칠 수 있는 중간 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동맹은 상호적”이라며 한국이 말로만 ‘피로 맺어진 동맹’(혈맹)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동맹인 미국과 동맹이 아닌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외친다면, 미국의 관점에서 중국 편에 붙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_〈본문 56쪽〉
마이크 켈리 공화당 간사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회색 지대’ 전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전부터 만연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출석한 제임스 설리번 국방정보국 사이버 담당관은 중국의 경우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으로 구성된 3개 전쟁, 이른바 ‘삼전三戰, three warfares’ 군사 교리military doctrine를 바탕으로 상대국의 사기 저하와 국내 외 여론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증언했다. _〈본문 64쪽〉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에는 필독서로 지정해놓은 책이 있다. 《초한전超限戰》이 바로 그것이다. ‘초한전’은 중국 고대사 속 영웅 항우와 유방 간 쟁투를 다룬 《초한지楚漢志》에서 이야기하는 땅따먹기 전략 전술이 아니다. 21세기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영역 간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제한 없는 전쟁unrestricted warfare’을 뜻한다. 《초한전》은 1999년 차오량乔良과 왕샹수이王湘穗라는 중국 공군 소속 대령 2명이 공동 저술한 군사 전략서다. 펜타곤은 이 책 내용이 중국군 교리의 핵심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 책 주제 자체가 상당히 논쟁적이다. 중국이 미국과 붙어서 이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_〈본문 66쪽〉
두 저자는 초한전을 수행하기 위한 24가지 전법을 제시했다. 종래의 군사 전법으로 핵전쟁을 의미하는 원자전, 재래전, 생화학전, 우주전, 전자전, 유격전, 테러전, 생태전을 열거했다. 또 비군사非軍事 분야의 전쟁 수행 방식으로는 금융전, 무역전, 자원전, 경제원조전, 법률전, 제재전, 언론전, 이념전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군사 영역을 초월한 초군사超軍事 분야의 전쟁 수행 방식으로는 외교전, 인터넷전, 정보전, 심리전, 기술전, 밀수전, 마약전, 사이버전을 명시했다. (…)
이 책의 핵심 전제는 앞으로의 전쟁이 어느 특정 영역에 국한해서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_〈본문 67쪽〉
시진핑 시대 들어 이른바 ‘중국굴기中國屈起’의 기치 아래 군사 영역인 재래전, 원자전, 우주전 등에서도 미국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그동안 갈고 닦은 회색 지대에서의 비군사, 초군사 역량을 이제는 군사 영역과 적극적으로 조합해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일례로 중국군은 2015년 12월 31일 우주와 항공 사이버전, 전자전과 심리전 등을 주 임무로 하는 전략지원부대를 제6군으로 창설했다. 또 같은 날 핵미사일과 재래식 미사일 운용을 총괄하는 제2포병부대를 로켓군으로 확대 재편했다. _〈본문 70쪽〉
초한전 교리의 등장으로 미국으로서는 땅, 하늘, 바다, 우주, 사이버 등 모든 영역을 방어해야 한다. 그러나 홀로 만리장성을 구축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적성국이 영역을 한정 짓지 않기 때문에 싸워야 할 전장이 늘어날수록 방어하는 측의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모두 온전히 미국민의 혈세로 말이다. 미국이 세계 경찰 국가 역할에 피로도를 느끼는 이유다.
미국이 동맹의 부담 분담을 강조하는 이유도 무한에 가까운 공터에 더 이상 홀로 요새를 세우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_〈본문 73쪽〉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제 워싱턴D.C.에서 중국의 군사 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는 일상 용어가 되었다. 쉽게 풀이하자면 내 앞마당에 못 들어오게 하고, 어떻게 운이 좋아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동 못 하게 방해한다는 의미다. 상상해보라.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증원 병력이 해상에서 차단당했더라면 당초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국-북한 군세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련선島鏈線, island chain’이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섬과 섬을 사슬처럼 잇는 선이라는 뜻이다.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은 태평양에 총 3개의 도련선을 설정했다. _〈본문 76쪽〉
미군은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맞서 장거리·고정밀 타격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했다. 멀리서 때린다는 것은 누군가는 앞에서 ‘몸빵’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 중국의 포화 사격망 한가운데 놓여 있다. 자신들이 진격해 올 때까지 한국이 제1도련선 안에서 스스로 버텨낼 수 있는 역량을 미국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맹과 우방이 1순위 위협(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도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목할 대목은 도련선 안쪽에 있는 국가들이 미국의 핵심 동맹(한국, 일본, 필리핀)이나 우방(타이완)이란 점이다. 유사시 이 나라들이 도련선 안쪽에서 해상 만리장성이 허물어지도록 난리를 쳐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도련선 안쪽 국가들의 무장 강화는 역으로 중국을 만리장성 안에 가두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_〈본문 80쪽〉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방위 의무가 북한 침공에 한정돼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는 미군이 참전하는 한 태평양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 남중국해나 타이완 등 한반도와 떨어진 곳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한국은 자동 참전 의무를 진다. 펜타곤은 한국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그물망을 끊을 수 있는 가위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_〈본문 81쪽〉
유무형의 창과 방패를 갖춘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종래와는 한 차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사이버 공격에 견뎌낼 수 있어야 하고, 십자포화 사격 때문에 뭉쳐 있어서도 안 된다. 서로 분산되어 있어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은 그 방안을 ‘킬웹Kill Web’에서 찾았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간이 되는 ‘킬체인Kill Chain’을 알아야 한다. _〈본문 83쪽〉
각 군의 독자 킬체인을 그물망처럼 포개어 서로의 킬체인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 타격 ‘그물망’ 체계, 킬웹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타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소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_〈본문 87쪽〉
이런 역량을 현실화하려면 하늘을 담당하는 공군도 지상과 해상의 전투에 적극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육군도 연안에 들어온 적 구축함을 파괴할 수 있는 해상 공격 능력이나 공중의 적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해군도 공중과 지상 전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각 군이 세분화해 맡았던 영역인 땅(육군/해병대), 하늘(공군), 바다(해군), 우주(우주군)의 경계선을 허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땅, 하늘, 바다, 우주, 사이버로 나뉘었던 전장에 각 군이 모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군사 용어로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 MDO’이라 부른다. _〈본문 89쪽〉
각기 따로 놀던 군대를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 조합을 구성해 적시에 명령 내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펜타곤은 각 군이 별도로 운용하는 정보 수집 센서와 전술 통제망을 단일화하는 지휘 통제 연결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합동전영역지휘통제Joint All Domain Command & Control, JADC2로 말 그대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지휘 통제 체제인 셈이다. _〈본문 91쪽〉
한편 미군이 다영역 작전을 채택한 데는 수십 년간 국방 예산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의 셈법도 반영되었다. 펜타곤이 분류한 1순위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 2순위 위협인 북한과 이란, 3순위 위협인 테러는 각기 다른 역량을 갖고 있다. 종래의 셈법이라면 각각 적성국의 역량에 맞는 군대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진 미국으로서는 여유가 없다. 다영역 작전의 전쟁 교리는 중국과 같은 최대 패권 경쟁국이든 그보다 위험 순위가 낮은 북한과 같은 대상이든 분리 대응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군대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군대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주한미군 활용 용도가 잠재적으로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군대로 바뀐다는 의미다. 펜타곤이 주한미군을 한반도 ‘붙박이 군대’로 두고 싶어하지 않는 속내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남중국해나 타이완해협 유사시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군대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반도를 떠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련선 가장 안쪽에 있는 한반도에 상주하면서 중국 목 밑에 비수를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구성은 육군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펜타곤 당국자들이 육군의 장거리·고정밀 타격 역량 획득을 다영역 작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염두에 둔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사실은 펜타곤의 시야가 더 이상 한반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_〈본문 93~94쪽〉
2장 동북아 핵 2.5 시대 가중되는 미국의 부담
중국이 현재의 핵무기 확장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2035년경에 약 1500개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500개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세계 핵탄두 보유고 순위를 비교해보자.
미국과학자연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FAS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 미국, 중국 순으로 각각 5889개, 5244개, 410개다. 1500개는 중국이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네 자릿수 핵보유국에 등극한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은 비록 미국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지만, 핵무기 노후화 등으로 인해 보유량이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에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대목이다. 북한의 경우 언제나 실제 핵 보유량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있는 편이지만 미국과학자연맹은 40개 이상으로 추정하면서,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_〈본문 101~102쪽〉
중국이 ‘최대 억제’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주변국을 겨냥해 핵 협박을 늘릴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핵탄두의 수적 우위를 활용하면 평시에도 경제적 갈취, 동맹 이간질, 외교적 압박
출판사 서평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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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를 위한 경찰이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46쪽) “미국 군사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34쪽) “미국의 군사력 수준은 약하다.”(헤리티지재단, 34쪽)
“우리의 국방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 동맹과 우방 간 결속력 약화, 그리고 우리의 번영과 생활양식 수준의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군대의 준비 태세 회복과 시대에 부응하는 현대화를 위한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 없이는 군사적 우위를 빠르게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2018 국방 전략서》, 33쪽)
미국이 변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그것도 미국 내부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세계 1위 군사 대국으로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이 안보에서 더 이상 짐을 홀로 떠안지 않겠다면서 동맹과 우방에 부담을 나눠서 지라고 압박을 가하고 분쟁 관여에서 ‘기회비용’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20년 전보다 훨씬 약화된 전력을 갖고 있고 병력 또한 인도태평양부터 중동, 미국, 유럽까지 얇게 산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맹과 우방이 국방 지출을 더 해야 합니다.”(다코타 우드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52쪽)
미국이 달라진 근본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글로벌 외교 안보 전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안보의 지형은 어떻게 변했을까? 달라진 미국이 한국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 본심에 대응해 우리는 어떤 준비와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이 급박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한반도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 미국의 시선으로 우리가 맞닥뜨린 외교 안보의 현실을 파악하고자 한다. 저자는 4년여간의 미국 연방정부 산하 방송국 펜타곤 출입기자 경험과 그 과정에서 작성한 800편이 넘는 취재 기사와 200명이 넘는 전현직 관리 인터뷰, 방위 백서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부터 극비 문서까지 총동원해 폭넓은 데이터, 깊이 있는 분석, 흥미진진한 스토리, 충격적인 정보, 생생한 증언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좌파의 불신과 우파의 과신, 또는 국수와 사대라는 양극단을 넘어서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달라진 미국의 진정한 속내를 파헤치고, 한국의 외교 안보가 나아갈 길을 통찰해낸다.
500자 평
“혈맹 미국이 한국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신냉전 패권 경쟁 시대, 달라진 미국과 한반도 안보의 미래를 통찰하다!
“우리는 세계를 위한 경찰이 아니다.” “미국 군사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 미국이 달라졌다.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이 분쟁 관여에 ‘기회비용’을 따지고, 동맹과 우방에 ‘공짜 안보’는 없다면서 공정하게 ‘부담 분담’을 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이 달라진 근본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글로벌 외교 안보 전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런 변화에 대응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선택해야 할까?
미국 정부 산하 방송국 펜타곤 출입기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800편이 넘는 취재 기사, 200명이 넘는 전현직 관리 인터뷰,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의 각종 보고서와 극비 문서 등을 통해 달라진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반도 중심 안보 논리를 미국 중심으로 완전히 뒤집어 객관화해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믿어온 통념과 오해를 깨뜨리는 신선한 반전과 충격을 선사한다. 아울러 한국의 안보 현실을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과 세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파악하게 해준다. 또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성국들의 군사 안보 전략, 군사력, 무기 체계 진화 과정과 실상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와 지식을 풍성히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미국이 한국에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리하게 통찰해낸다. 이 책은 신냉전 패권 경쟁 시대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과 세계 경영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필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은 왜 달라졌나
“한국은 스스로가 변해야 합니다. 그저 한반도와 가까운 이웃의 일에만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습니다. 약한 국가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전 국방부 부장관, 326쪽) 미국은 한국이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 9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56쪽)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맡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독 최근 들어 미국의 부담 분담 요구가 거세진 근본 요인은 무엇일까?
“위원회는 파이브아이즈의 창설 이래 위협의 전체적인 모습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주요 위협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나오고 있다. 위원회는 거대 패권 경쟁에 직면해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이 긴밀히 공조해야 하며,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해 신뢰의 모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미 하원 정보·특수작전 소위원회, 2022년도 국방수권법안, 350쪽)
첫째 요인은 신냉전의 도래로 인한 두 거대 적성국 러시아와 중국, 특히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다. 중국은 경제력의 발전과 더불어 군사력이 급성장하고 군사 전략 또한 급속도로 진화했는데, 공격 전략으로 ‘삼전’ 교리, 방어 전략으로 ‘반접근/지역거부’가 대표적이다.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으로 구성된 ‘삼전’ 교리는 미국 육사와 해사의 필독서《초한전(超限戰)》에 뿌리를 둔다. 21세기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영역 간 경계를 허무는 ‘제한 없는 전쟁’인 ‘초한전’은 기존 전생 수행 방식(원자전, 재래전, 생화학전 등)뿐 아니라 비군사(非軍事 ) 방식(금융전, 무역전, 법률전, 언론전 등)과 초군사(超軍事 ) 방식(외교전, 인터넷전, 정보전, 심리전, 사이버전 등)까지 24가지 전법을 아우른다.(64~69쪽) ‘반접근/지역거부’는 태평양에 ‘도련선’이라는 3개의 방위선을 설정해 미군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전략이다.(75~82쪽)
미국은 ‘초한전’ 때문에 땅, 하늘, 바다, 우주, 사이버 등 모든 영역을 방어해야 하고(73쪽) ‘반접근/지역거부’ 때문에 해상과 공중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힘들게 되었다.(78쪽) 여기에 중국, 러시아, 북한의 변칙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은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용지물로 만든다.(202~208쪽) 게다가 복수의 거대 핵 보유 적성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핵 투사가 가능하고 [미국과] 거의 대등한 역량을 가진 두 전략적 적성국을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 97쪽) 미국의 방어 영역 및 방어 비용 부담과 피로도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요인은 미국의 국방 예산 부족과 전력 약화다. 펜타곤이 제시한 실질 국방 예산 증가율은 GDP 대비 3~5퍼센트다. 하지만 실상은 1퍼센트 중반대의 증가율로 재무장은 차치하고 현상 유지에도 급급하다. 그마저 2025년도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2025년도 -0.003퍼센트, 2026년도 -0.012퍼센트, 2027년도 -0.008퍼센트). 또한 헤리티지재단이 미국의 육해공군과 해병대 전력을 평가한 《2023 미국 군사력 지수》에 따르면 미국 군사력은 5단계 척도(매우 강함/강함/보통/약함/매우 약함) 중 두 번째로 낮은 ‘약함’에 해당한다.(34~39쪽)
이러한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미국은 글로벌 외교 안보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우방과 동맹에 대한 부담 분담 압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군사 전략 역시 킬체인과 킬웹, 다영역 작전, 합동전영역통제,(83~94쪽) ‘발사의 왼편’,(208~216쪽) 장거리·고정밀 타격 역량 강화(80쪽)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외교, 안보, 국방 정책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안보 전략의 중심일까
저자는 이 모든 사안을 다루고 분석하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긴급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이다.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안보 전략의 중심일까?” 미국은《2022 국방 전략서》에서 《2018 국방 전략서》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를 최우선 위협으로 명시한 반면, 기존 2순위 위협이던 북한과 이란은 3순위 위협인 테러 단체와 뭉뚱그려 ‘기타 위협’으로 재분류함으로써 북한 문제의 가중치를 더 떨어뜨린 인상을 준다.(40쪽) 심지어 북핵 위협은 펜타곤과 미국 의회에서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 무관심한 문제 취급을 받기까지 한다.(111~125쪽) “북한은 당연히 [미국의] 최우선 사안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군의 작전 계획 역시 중국에 한층 더 큰 무게를 실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래식 전쟁에 한해서는 더 많은 책임을 이양받아야 합니다.”(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41쪽) 오늘날 한반도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과연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까?
“국방력을 강화하면 미국이 발을 뺄까?” 2021년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자 국내 언론은 미사일 자주권을 되찾았다고 대서특필했다.(272~273쪽)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시 자주권 회복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284~289쪽) 그런데 한국의 자체 국방력이 강화되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지 않을까? 800킬로미터 이하였던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없앤 미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274~277쪽) 미국 내에서 전작권 전환을 오히려 반기는 목소리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289~299쪽) “타이완 유사시 한국은 중국의 공격에 따른 직접적인 방어에도 전념해야 한다.”(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283쪽)
“북중러의 핵 위협 앞에서 미국의 핵우산은 안전할까?”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할까?”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핵무장 찬성 여론이 60퍼센트를 넘기고 있다.(126쪽) 2023년 기준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 5889개, 미국 5244개, 중국 410개, 북한 40개 이상(추정)이다. 문제는 미국의 핵무기는 점점 노후화하는 반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핵전력은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미국의 실제 가용 핵탄두는 3708개, 유사시 즉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1288개에 불과하다.(157~159쪽) 역내 3개 핵 적성국의 위협 앞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력(핵우산)은 과연 안전할까? 미국은 한국인 다수의 바람대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할까?(147~155쪽)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끝장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 국가 정부 모두 동맹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미국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습니까? 미국 내 정치권에서는 ‘한국은 더 이상 우리에 대한 신뢰가 없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신뢰가 없다면 2만 8500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있을까? 왜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계속해서 담보로 잡혀야 하는가?’ 의회 내 이 같은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특보, 153쪽)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만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일까?” 미국 의회가 2021년 가결한 ‘2022년도 국방수권법’부터는 ‘주한미군 규모 2만 8500명 유지’ 문구가 들어간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삭제되었다.(297~298쪽) 이와 더불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291쪽) 이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우리가 한국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주한미군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115~116쪽, 292~299쪽) “주한미군을 정말 한반도에 남기도록 하고 싶으면 그들[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단일 임무에만 부대를 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지역 이외에 주둔하고 있는 다른 미군 부대들은 2가지 이상의 긴급 사태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298쪽)
이 밖에도 저자는 “한국은 미중러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40~44쪽)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는 한반도에 국한될까?”(57, 81쪽) “한일 지소미아는 일본에만 이득인 협정일까?”(169~196쪽) “북한 비핵화는 가능할까?”(115~119쪽) 등 한반도의 안보와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지난 70년간 믿어온 안보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운다. 나아가 이런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외교 안보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도록 이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528259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7월 22일 |
쪽수 | 376쪽 |
크기 |
191 * 292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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