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말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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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103)
작가정보
작가의 말
풀잎 아래
풀벌레 무성한 소리에
초록이 깊다.
각을 세우던
내 안의 언어들이
꽃이 되고
꽃이 나를 토닥이고
기억 속 버거웠던 문장을
꺼낸다.
이제야 가뿐하다.
2024년 한여름날,
한재선
목차
- 1부
모란이 필 때면 19
가을 하숙집 20
우듬지 끝방 22
쓸쓸한 침묵 24
대추나무 둥지 26
덩그러니 28
꽃에 말을 듣다 30
빗방울의 랩소디 31
달팽이 32
들꽃은 그녀의 집이었어 34
빨간 스웨터 36
꽃신 38
쉔브룬 궁전 40
2부
바람의 각도 45
치자꽃 향기 46
주말 가족 48
꽃차 50
폭염 주의보 52
안부 54
그 여자의 식탁 56
그땐 그랬어 58
초록가시 59
꽃잎 편지 60
노란 민들레 62
등대섬 63
풀 끝에 앉은 새 64
3부
이별의 표정은 구름 69
엄마 꽃밭 70
민들레 정류장 72
지독한 감기 74
빈집 76
저릿한 저녁 78
마른 꽃 80
고라니가 나타났다 82
손톱달 84
장미의 모놀로그 85
칭찬 86
고요한 산통 88
친절한 대화 90
4부
쑥부쟁이 생각 95
감나무 96
통증 98
오래된 농담 100
아늑한 해후 102
탁구는 즐거워 104
그래그래 106
부부 108
안개꽃 109
수면작약 112
할미꽃 114
아는 언니 116
■ 해설 | 문정영(시인) 119
추천사
-
한재선 시인의 시들은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는 친근한 일상을 자연의 시어詩語로 그려내는 작가의 시심詩心이 오후의 평화로운 호수를 그려내는 모네의 그림을 읽는 듯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시인은 시집의 서두 시인의 말에서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시사를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에 올려 깊이 팬 몇 줄의 흔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중략…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둥근 의자가 들썩이는 백열등 온기 아래 밀린 다정한 말의 문장이 노릇하게 구워지기도 한다. 시인은 꽃을 피우듯 시를 쓴다. 민감한 산고의 고통이 깊을지라도 시인에겐 데시벨이 높게 들리는 통증이 될 것이다. 그 통증으로 쓴 시집 한 권이다. 아련한 것들이 한여름 볕처럼 뜨겁게 밀려오는 한때를 행간에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기본정보
ISBN | 9791162434987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7월 30일 | ||
쪽수 | 138쪽 | ||
크기 |
130 * 211
* 12
mm
/ 31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산맥 기획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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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말을 듣다 (한재선 시인의 시집)
시산맥 기획시선 134호로 2024년
7월 말에 발행된 한재선 시인의 첫시집
《꽃에 말을 듣다》를 교보문고에서
며칠전에 구입해서 오늘에야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자연의 언어와 소통하는 시인의 마음이 주옥같은 문장으로 알알이 박혀있는 듯
해서 넘 좋았습니다.
한재선 시인의 시집 발행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시집에 수록된 좋은시
두 편을 소개하고 감상문을 적어 봅니다.
이 시집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원합니다.
덩그러니/ 한재선
어디서 찾아왔는지
어느 바람에 묻어왔는지
봄비가 왜 창문을 두드리고 가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빈 화분이 덩그러니 섬 같아서
서너 차례 물길을 냈을 뿐
연두가 쑥쑥 자라 초록을 불러오고
난간 높이보다 키만 멀겋게 키우다가
덜 여문 해바라기 씨앗
햇살을 촘촘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산 뻐꾸기 울음소리 창문을 넘자
땅에 딛지 못한 둥글어진 발가락
굳은살 박였을까
기다리던 편지를 읽듯
행간에서 펼쳐보는 풍경
숲의 문장에 무릎을 꺾고
풀냄새에 설운 마음 섞는 걸까
앞산 흐릿하게 붙들고 있다
한때 가슴앓이 깊던
내 어린 날의 그리움처럼
쓸쓸한 적막을 뒤적이고 있다
(시감상)
살다 보면, 누군가 훅하고 내 삶 근처에 들어와 가까이 지내기도 하는
어쩜 바람타고 날아와 빈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친구가 되어주는
밝은 기를 주는 그런 해바라기 같은 사람 하나 쯤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삶이 탄탄하지만은 않아서 어려움도 겪고 또 즐거움도 함께 하기도
한다. 가끔 산도 가고 글도 읽고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삶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SNS상에서 가깝고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시를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도 있다.
우리는 혼자만이 살수가 없다.
퍽퍽한 인생길을 동행할 그런 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
한재선 시인의 덩그러니 시를 읽고
그런 좋은 에너지를 가진 해바라기 같은 친구들이
뇌리 속을 스쳐지나 간다.
모란이 필 때면/ 한재선
깊을수록 붉어지곤 했어
가끔은 웃음 너머 목에 휘휘 감긴
속울음이 귓속을 두드려도
애써 모른 체했어
잘린 나무 밑동에서도
싹을 키워 숲을 만들 듯
이미 드리운 그늘 자락엔
때론 잡초만 무성히 자라기도 했어
어머니가 고여 있는 장독대
모란이 빙 둘러앉아
울컥울컥 붉은 말을 토하는 저녁
모란이 장독인 듯
장독이 모란인 듯
모두 한 송이 둥근 꽃이 되어
오랜 독백에 귀 기울이지
(시감상문)
『어머니가 고여 있는 장독대
모란이 빙 둘러앉아
울컥울컥 붉은 말을 토하는 저녁
모란이 장독인 듯
장독이 모란인 듯
모두 한 송이 둥근 꽃이 되어
오랜 독백에 귀 기울이지』
고향집이 아마도 어머니가 떠나가고 빈 집으로 남아 있는 듯 보입니다.
텃밭에는 아마도 어머니가 심었던 모란이 피고 또 지고 있겠죠.
밭 귀퉁이 있는 장독대는 어머니가 고여있는 듯하고
빙 둘러 앉아 꽃을 피운 형제자매가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있는 듯한
모습을 담은 한 폭의 수채화가
잔잔하게 그려지는 듯 합니다.
시간이 감겨 태엽이 되어 어머니의 대한 이야기도 장독대 속에 봉인되어
세월을 더 하면서 익어가겠지요.
저도 고향에 가면 어머니의 장독대를 보며 그런 생각을 가끔하곤 하는데
시인의 시로 오늘 추억에 젖어 봅니다.
좋은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