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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 저자(글)
창비 · 2024년 0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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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상세 이미지

수상내역/미디어추천

“모든 발을 헛디디고 있으면 결국 그것도 걸음걸이가 된다”
박탈당한 공간에서 생존하고 활약해버린 이반지하의 말들
각종 매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이자 퀴어로서 분투하는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보적 영역을 확보한 작가 이반지하의 세번째 단독 저서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가 출간되었다.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담긴 퍼포먼스, 끊임없이 정상사회와 대결하는 예술행동으로 행보마다 주목을 모으는 그가 이번에는 ‘공간’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아무리 벗어나고 뛰쳐나와도 우리는 여전히 ‘공간’ 안에 있지만,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그곳에서 배제된다. 나쁜 장애인은 지하철을 박탈당한다. 성소수자 청소년은 학교를 박탈당하며 평범한 시민조차 공공도서관을 박탈당한다. ‘빈곤의 공간’과 ‘공간의 빈곤’이 만연한 사회에서 예술가 이반지하는 어떻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출해왔을까.
서울시의회, 도서관, 대중교통 같은 공공의 공간부터 편의점, 스타벅스, 압구정 부촌의 목욕탕, 웨딩홀 등 사적 일상이 와글거리는 공간까지. 한껏 그를 밀어냈지만 결국은 예술가 이반지하에게 다시금 점거당할 수밖에 없었던, 오히려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사회의 구석구석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들에게는 위안과 웃음, 용기를 전하는 한편, 우리가 박탈당한 공간을 특유의 신랄하고 자유분방한 문체와 삽화로 점거하고 재창출해버린다. '퀴어 예술가'이자 '노동자'로서 공간 속에 녹아들고 어느새 침투해버리는 자, 공간 빈곤과 차별의 세계에서 날카로운 생존자로 활약하고 어떻게든 침투하는 자, 이반지하의 치열한 자기이론적(autotheory) 기록이 여기에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반지하

가부장제와 퀴어성, 젠더와 매체의 경계를 가지고 놀며 작업하는 다매체 예술가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겨우 졸업했다. 2004년부터 퀴어적 존재이자 현대 미술가로서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오가며 꾸준히 작업해왔다. 특유의 ‘생존자 유머’를 구사하며 기존의 질서 위에 아무렇지 않게 퀴어적 공간을 창조해내는 작업들을 통해 독자적인 퀴어미학을 발전시켜왔다. 작가의 활동명 ‘이반지하’는 퀴어의 의미를 가진 한국말 “이반”과 작가의 위태로운 생활공간이자 작업공간이었던 ‘반지하’를 결합한 이름이다. 2021년 퀴어가족시트콤 「으랏파파」의 각본을 썼고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등이 있다.

목차

  • 공간이란 │ 프롤로그 집게

    1부 끼어버리다
    방 안에서│쓸 것인가*삼단 도시락 안에서│인간과 기계 사이*현관 앞 전신 거울 옆 신발장 위│뭉크를 배치하다*교복 안에서│입음과 벗음 사이*빵집의 폐점과 신메뉴 사이│관계가 열리고 닫힐 때*호텔 지하주차장에서│노동의 쉰내*호텔에서│처음 만난 사람, 서경식*큰 병원에서│이렇게 오래 살아 있는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입원 병동에서│존나 빨리 온 미래*생활에서│보이지 않아야 쾌적하다*옷장 앞에서│옷장을 없애며

    2부 밀려나가다
    일터에서│전업 작가의 꿈을*목포항 근처 편의점에서│공공의 추억을 더듬다*도로 위에서│자가용 생활*몰에서│물건과 군중 속을 걷는 이유*울산 남목도서관에서│‘이반지하 반대’에 부딪히다*공공도서관 3층 여자 화장실에서│두둑한 앞섶을 수색하다*서울시의회에서│나쁜 성소수 되기*가수의 장례식에서│철 지난 힙을 애도하다*야구장에서│일반적 야구 사랑 *유튜브 속에서│성공한 야구 선수의 아내*으타벅스에서│머물다

    3부 헛걸음도 걸음이다
    진짜 웨딩홀에서│진짜 결혼식의 사회*경주에서│사치와 검소를 누리다*제주도에서│현무암의 경도*제주 바다에서│조금 착해진 것 같은 기분*깜란 바다에서│나도 인간임을 주장하다*남양주 돌비시네마에서│종이남성들과 조우하다*RG아트센터에서│무대 위 강간을 보다*전시장에서│전시가 끝나고*이 세상에서│저런 사람들*이 삶에서│나는 가난한가 부유한가

    에필로그 ‘어디’가 아팠죠?

추천사

  • ‘웃수저’ 이반지하의 새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공간 얘기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편의점에서 목욕탕으로, 야구장에서 결혼식장으로 종횡무진하며 마주하는 인생만사의 자질구레함을 싱싱한 활자로 잡아낸 모험담이다. 「신드바드의 모험」이 세계를 떠도는 이야기라면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의 무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온갖 공간에서 기어코 웃기고 마침내 쓸쓸하게 계속되는 천방지축 예술가 이반지하의 모험담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디에도 가기 싫은 날, 내가 미운 날, 침대에 누워 손에 잡히는 페이지부터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 끊임없이 탈출하고 진입하는 이반지하의 공간 탐사를 따라가다보면, 유쾌하면서도 두껍게 전달되는 위로가 있다. 세상의 전부일 것 같았던 껍데기를 벗어난 집게에서 시작해 이곳저곳으로 이어지는 탐사는 한때 영원할 듯한 고통을 준, 아팠던 몸으로 끝난다. 유쾌한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세계화라는 거시공간과 신체의 미시공간을 연결하는 탐구를 통해 보편적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유토피아 공간을 끊임없이 실천하자던 공간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제안처럼 묵직하게 전해진다. 그것이 ‘희망의 공간’이다. 이반지하의 유쾌한 탐사를 따라가다보면 저마다의 공간이 갖는 두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실되거나 속하고, 탈출하거나 진입하는 공간에 존재하는 당신에게, ‘희망의 공간’ 이반지하를 권한다.

출판사 서평

“공간 선생님, 어디 계세요? 왜 아무 데도 안 계세요?”
퀴어 예술가가 대면한 상실의 공간들을 탐구하다

“나, 평생을 집에서 도망치며 살고 있나.”(9면) 이반지하는 이런 질문으로 책의 서두를 연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속한 곳에서 매번 멀리 달아나야 하는 현실을 이제는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퀴어 예술가이자 노동자, 일인 생활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사방에서 비수처럼 날아오는 혐오를 견뎌내는 일인데, 살뜰히 준비해 먼저 쳐들어가거나 여유있게 살 곳을 골라내지 못하고 매번 끼어버리고 떠밀려나서 수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자각에 이른 것이다. 이런 자각은 그가 지나온 공간들에 대한 회고와 각성으로 확장되는바, 이 책은 아무리 속하려 해도 속할 수 없는 자기 삶을 매번 시험대에 올리며 사는 사람, 이반지하의 치열한 공간점거기다.
이반지하는 ‘끼어버리다’(1부) ‘밀려나가다’(2부) 그리고 ‘헛걸음도 걸음이다’(3부)라는 말로 자신의 삶을 삼등분한다. 공간에서 끊임없이 배척당하는 존재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아슬아슬한 희망을 적극 언어화하기 위해서다. 공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야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역동적으로 오간다. 자신의 방에서 시작해 편의점에서 목욕탕으로, 카페에서 야구장으로, 공공도서관에서 결혼식장으로, 쉼 없이 이동하고 훌쩍 뛰어넘는다. 자신에게 슬픔이나 분노, 소외감을 안겨준 공간을 스스럼없이 대면하는 이반지하의 글에서는 오갈 데 없는 청소년의 얼굴, 성별 이분법에 충실한 옷들로 채워진 옷장 앞에서 적절한 자기 옷을 찾지 못한 젠더퀴어의 얼굴,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청년의 얼굴, 지하철에서 투쟁하는 장애인 전사들의 얼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도서관과 화장실을 빼앗긴 평범한 시민들의 얼굴이 보인다.

사회가 우리를 공간에서 밀어낸다면
나, 이반지하가 그 공간을 점거해버리겠다

어느날 이반지하는 헤테로 결혼식에 사회자로 정식 초대를 받았다. 결혼 당사자인 신부로부터 ‘아버지’(이반지하의 팬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라는 칭호로 불리지만 예식장에 홀로 서 있는 그는 옷차림부터 낯선 존재다. 부모, 친척, 교회 지인들로 점철된 헤테로 대화합의 장이자 정상사회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이런 감각을 느낀다. “나는 어느 사진에 껴들어도 혼자 오려내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260면)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함께해준 이들과 감사와 응원, 애정 어린 축하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이 통속적인 감동을 느낄 권리를 갈구하는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한다. “꼭 필요하거나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헤아릴 수도 없는 이유로 사회의 일반 범주에서 비껴나간 소수자들은 ‘일반’이나 ‘정상’이 아니기에 평범한 공간과 불화하고 부대낀다.
이반지하는 이런 불화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어 안고, 세상에 산재한 공간 상실자들에게 공감하며 묻는다. “당신을 내버려두는 곳이 당신들에겐 있는가. 어중되고 속하지 못한 마음을 내버려두는 곳은 학교에도, 하다못해 한강공원 벤치에도, 어디에도 없던데. 나는 걸음마다 쉬었다 갈 곳이 필요하던데. 아무나 앉아도 되는 빈 테이블과 의자는 생각보다 흔한 것이 아니던데.”(247면) 우리가 정말로 ‘우리를 내버려두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공간은 어떤 모양일까.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누구나 속해 있지만 좀처럼 속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던지며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계급과 빈곤, 젠더와 권력의 문제를 생생하게 묘파한다. 당신이 이 책을 어느 퀴어 예술가의 자전적이고 수다스러운 넋두리로만 읽는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빈곤의 공간’과 ‘공간의 빈곤’이라는 문제를 눈앞에서 놓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사방천지를 넘나들다가 어느새 훅 들어오는 이반지하의 일갈에 몸과 마음을 점거당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6480448
발행(출시)일자 2024년 07월 26일
쪽수 364쪽
크기
129 * 188 * 22 mm / 489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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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최고예요
보고싶었던 책 최고
10점 중 10점
/공감돼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이반지하는 가장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이런 글을 쓰는 작가를,
이런 예술을 아는 아티스트를,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을
딱 5년만이라도 더 일찍 만났더라면
훨씬 살면서 마음고생을 덜했을텐데.
10년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 삶이 크게 달라졌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오늘도 왕성하게 활동해주는 이반지하가 있어서
말로는 다 할 수 없이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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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성소수는 필히 앞으로 더 나빠져야 할 것이다. 나쁜 성소수는 어디든 가야만 할 것이다. 나쁜 장애인과 나쁜 성소수가 판을 쳐야 진짜 나쁘고 비린 것들이 비로소 숨겨왔던 자기소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헤테로(hetero sexual)란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를,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남자를 좋아하는 일, 성질, 지향, 버릇을 뜻한다. 따라서 헤테로 정상사회는 남자다 남자답고 여자가 여자다우며 반드시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불가피하게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만이 정상인 사회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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