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교수님,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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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중적으로 글을 쓰는 철학자로 알려진 줄리언 바지니가 이 난제에 도전장을 냈다. 철학은 물론 영화,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삶의 의미라는 커다란 물음을 쉽고 명료하게 분석해나간다.
저자는 우리가 삶의 의미라고 믿어온 것들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행복, 성공, 신은 왜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없는가? 이타주의, 대의명분, 쾌락, 해탈, 허무주의는 또 어떤가? 이들이 전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커다란 물음에 대한 가장 명료한 대답을 제시하는 명쾌한 안내서.
작가정보

Julian Baggini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런던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창간된 계간지 《필로소퍼스 매거진The Philosophers’ Magazine》의 공동발행인 겸 책임편집자다. 날카로운 분석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옵저버》 등 여러 잡지의 철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BBC 라디오의 인문학 토론 프로그램 〈우리 시대In Our Time〉의 단골 패널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유쾌한 딜레마 여행The Pig That Wants to be Eaten》,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Do You Think What You Think You Think?》, 《무신론Athe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행간의 철학Making Sense: Philosophy behind the Headlines》(공저) 등이 있다.
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 《패러독스 논리학》, 《자연과학 상식 사전》, 《나 누주드, 열 살 이혼녀》, 《그 여자의 살인법》, 직접 쓴 책으로 《미드 100배 즐기기》,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 기업체를 운영하며 틈틈이 번역과 집필을 하고 있다.
목차
- 해제: 누가 택시 기사의 질문을 두려워하랴 · 이현우(로쟈)
서문
1장 청사진을 찾아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있는가?
파편 위의 얼룩 위의 작은 점의 구석
사르트르의 종이칼
아담의 목적은 수수께끼
산타클로스와 프랑켄슈타인
2. 미래를 향해 살아가기
혼돈 속의 질서
정당화의 시간
나는 지금 죽을 수 있는가?
달콤한 인생
인생의 복잡성
3. 천지간에 있는 더 많은 것들
존재하는 것은 이게 다인가?
우리는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신앙의 위험성
내가 아니야
사후의 생
고난스러운 초월론의 길
4. 도우러 왔습니다
도우러 왔다고?
자기를 돕기 위해 남을 돕기
진실의 실마리
5. 더 커다란 이익
종의 이익
인류 같은 것은 없다?
인간 상위에 있는 인류
이것보다 더
개미로 존재하는 기쁨
더 많은 진실의 실마리
6. 행복하기만 하다면
모두가 조금은 원해
우리가 가진 가장 커다란 선물?
만족한 돼지
가상 행복
구하라, 그리하면 얻지 못하리라
7. 승리자가 되기
승리자로 살기
성공의 해부
성공적인 실패
진정한 성공
당신은 자유로운가?
당신 자신을 향상하라
8. 카르페 디엠
오늘을 위해 살기
파티를 벌이라
쾌락 원칙
어떻게 오늘을 붙잡을 것인가?
9. 너 자신을 버려라
에고는 없다
이기적인 자아 소멸
마음 좁힘
자아의 귀환
10. 무의미함의 위협
무의미함의 의미
붉은 청어
성찰하지 않는 삶
11. 이성이 전혀 알지 못하는
유의미한 악
신비의 고수
필요한 것은 사랑뿐?
결론
읽을거리 및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추천사
-
인생의 의미를 다루는 현대 철학의 논의에 대한 명쾌한 안내서를 찾고 있는가? 바지니는 키르케고르, 존 스튜어트 밀, 몬티 파이튼, 펑커델릭 등을 엮으며, 삶의 의미를 찾거나 혹은 찾지 못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주도면밀한 논증 속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
저자는 비록 최종적인 해답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중차대한 문제, 곧 ‘빅 퀘스천’을 꼼꼼하게 생각하는 데 철학적인 성찰이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을 걷어내고 좀 더 명료하고 현명한 대답에 가까이 가는 데 필요한 도움이다. 여기에 이견을 달 수 있을까? 그러한 전제에 동감한다면, 이제 비로소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란 물음을 품고서 저자와 함께 성찰의 여정을 시작해보아도 좋겠다. 장담컨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러셀 경도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 거리가 몇 마디쯤은 생길 것이다.
책 속으로
경험 기계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동명의 슈퍼컴퓨터와 매우 비슷하게 작동한다. 일단 이 기계에 접속해 들어가면 그 안에서 일상적인 삶과 똑같이 느끼면서 살 수 있다. 돌은 딱딱하고 태양은 밝게 빛나며 커피는 뜨겁다고 느낀다. 요컨대 이 가상의 세계 내부에서 ‘사는’ 것에는 통상적인 세상에서 살면서 겪는 경험과 다르게 느낄 것이 아무것도 없다. (…) 이제 당신은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기계 바깥에 살며 행복을 운에 맡길지 기계 안에 살며 확실한 행복을 보장받을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그리고 당신의 관점에서는 두 가지 삶 모두 똑같이 진짜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당신이라면 이 기계 안에서 남은 생애를 살기를 선택할 것인가? -131~132쪽
유명한 시인 T. S. 엘리엇이 택시에 타자, 기사가 알은척했다. “엘리엇 선생 아니십니까.” 엘리엇이 자기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기사가 답했다. “제가 명사들을 좀 알아봅니다. 며칠 전에는 버트런드 러셀 경을 태웠죠. 그런데 ‘러셀 경,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 하시던데요.” / 이 실화는 누구를 두고 한 농담일까? (…) 러셀은 확실히 아니다. 10분 안에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누군가 이미 답을 내놓았을 테고, 그 기사도 굳이 질문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택시 기사 역시 무지하다고 비웃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언젠가 한 번쯤 던져볼 질문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15~16쪽
사람들은 일생의 야망을 이뤘을 때 종종 농담 삼아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럼 죽어”라는 심각한 응답을 자초하는 셈이다. 만일 인생의 의미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일단 그 목적이 달성된 다음에는 무슨 할 일이 남아 있는가? 삶의 목적이 달성되면, 이제 그 목적은 우리 삶을 이끌지 못하며 살아갈 이유도 없어지는 듯하다. -47쪽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어떤 이상적인 미래를 ‘이뤘을’ 때에 우리의 행위가 목적을 부여받는다고 생각하며 미래에 이끌리는 경향이 크다. 이는 오류일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하는 행위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면 지금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다른 많은 것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호화로운 생활과 적당히 풍요로운 생활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 대부분에게 인생은 더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든지, 포드 대신 재규어를 몬다든지 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 52쪽
배리 레빈슨 감독의 〈레인맨〉은 주인공 찰리(톰 크루즈 분)가 유아독존의 이기주의자에서 인정 많고 섬세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찰리는 자폐증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 분)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적 구원에 이른다. 이 영화에서 레이먼드는 동생은 물론 어느 누구와도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없기 때문에, 찰리는 돌봄을 배움으로써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돕는 사람의 인생의 의미를 찾는 데 필요한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92쪽
천국과 유토피아가 약속하는 것은 현실의 삶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다. 인생은 잘못될 수도 있고 만사가 안 좋게 틀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충만하고 가치 있는 삶을 이끌기 위해 분투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일이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토피아에서는 그 무엇도 잘못될 일이 없다. (…) 우리가 삶의 의미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를 넘어선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르트르가 말한 자기기만의 또 다른 예로서, 인간은 스스로 결정권이 있음을 수용하기보다는 세계의 현사실성의 한계에 굴복한 채 자신에게는 통제권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109쪽
어느 정도 사례들을 살펴보고 유령이나 심령현상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다음에 누가 “하지만 햄스테드 구시가에서 튤립을 먹어치우는 폴터가이스트는 어떻게 설명하실래요?”라고 물으면 그냥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면 된다. 우리는 경험상 귀신에 씌었다는 모든 사례에서 유령이 존재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세계와 인간 삶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 비춰볼 때 유령 같은 것은 없음을 안다. 따라서 그것들이 틀렸음을 보이기 위해 아직 겪지 않은 모든 사례를 찾아다닐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198쪽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가정에 대해 한쪽은 거의 경박하게 즐기고 다른 쪽은 무뚝뚝한 얼굴로 심각해진다. (…) 나는 어느 한 쪽이 맞거나 또는 틀렸다고 봐야 하는 건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그들이 다른 지점은 그 사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카뮈가 행복에 도취한 슐츠를 몰아붙이며 벌어지는 둘 사이의 대화를 상상해보자. 슐츠는 우리가 처한 곤경에 대해 카뮈가 말하는 모든 것에 동조하다가도, 마지막에 뒤돌아서서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문제가 당신을 괴롭히는 것만큼 나를 괴롭히지는 않거든요?”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7~208쪽
인생을 가능한 한 많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갖는 문제를 생각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가정을 꾸리겠다는 결정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거의 없다. 그러나 모든 사항을 철저히 살펴보고 부모 모두에게 옳은 선택이라고 명확하게 확신한 뒤에 아이를 갖기로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219쪽
출판사 서평
삶의 의미, 누구나 고민하지만 아무도 답을 내지 못한 물음
버트런드 러셀이 택시에 탔을 때 기사가 물었다.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러셀조차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러셀이 아니라 예수 혹은 소크라테스였다면 어땠을까? 과연 그 짧은 시간 안에 인생에 관해 완벽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자신이 왜 이 세상에 있는지 혹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삶의 의미는 누구나 고민하는 보편적인 질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커다란 물음, 즉 ‘빅 퀘스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여러 성현이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며 기독교에서는 신과 내세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뮈는 삶은 부조리하다는 허무주의를 역설했다. 오늘날 자기계발서나 대중 심리학서는 성공과 행복이 인생의 전부인 양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과연 삶의 의미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유쾌한 딜레마 여행》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삶의 의미’라는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질문 자체에 물음을 던진다. 왜 이 질문은 어렵고 심오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그것은 이 질문이 겉보기와는 달리 한 개의 질문이 아니라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있는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저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걸까? 아니면 더 큰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것일까?’ 등등 삶의 기원, 목적, 가치에 관한 여러 질문을 묶어놓은 복합 질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질문은 단답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도 많은 이들은 삶의 의미는 행복이다, 성공이다, 신이다, 하는 식으로 ‘인생의 의미는 □□이다’의 네모 칸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문제의 난해함은 복합적 질문에 대해 단답형 대답을 찾는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는데,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가 신비롭고 형이상학적인 진리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단답형의 초월적 진리를 찾아내기만 하면 답변은 완료되고 인생의 모든 비밀은 풀리게 된다고 착각한다.
저자는 삶의 의미에 대한 탐색이 초월적 진리를 찾는 종교적, 형이상학적 탐구라는 전제를 부정하고, 일견 심오하게 보이는 커다란 질문을 삶의 다양한 의미를 다루는 작고 구체적인 질문들로 해체하여 분석하는 전략을 취한다. 삶의 의미란 선택받은 소수만이 명상과 계시, 혹은 평생의 철학적 탐구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신비한 진리가 아니며, 상식적 증거와 이성적 논리만으로도 탐색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신이 정해준 목적이 우리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가?
“사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란 질문 자체는 인생을 살 만한 어떤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즉 중립적이기보다는 얼마간 편향된 물음이다. 정반대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의 해제를 쓴 로쟈의 문제 제기처럼, 만약 인생에 의미란 것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자의 모든 논의는 헛소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사람 중 일부는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주의 맹목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과 결부되어 있다. 카뮈 같은 이들은 우주에 목적이 없다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에 절망하고 고뇌에 사로잡힌다. 신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하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러한 반응을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단지 비관적 성격에서 비롯된 ‘호들갑’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신이 부여한 목적이 없다는 전제로부터 허무주의라는 결론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만화가 찰스 슐츠의 스누피처럼 오히려 주어진 목적이 없기 때문에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이 우리에게 정해준 목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의 비유를 통해 이 가설을 기각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집 청소만 시킬 목적으로 생명체를 만들었다. 이 피조물은 창조주가 정해준 목적을 따르는 것이 나을까,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나을까? 대부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사고실험을 통해 바지니는 창조주가 부여한 목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우리 인생의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신의 존재를 반증하기보다는 신이 있다 한들 인간 삶의 의미에 영향을 주지 못함을 논증한다는 점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보다 더 탄탄한 논리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바지니는 인간의 기원에 관해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지지하지만, 진화론이나 이기적 유전자론 같은 생명 기원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삶의 의미를 알게 해준다고 보지는 않는다. 과거 기원을 알면 현재 상태와 미래 전망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발생론적 오류에 불과하다. 별다른 목적 없이 생겨난 돌조각이 인간에 의해 목적을 부여받을 수도 있듯, 최초에 목적이 없었다고 영원히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목적 없이 발생했다는 자연주의적 믿음이 인생의 목적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과학이 다루는 사실의 문제와 삶의 의미라는 가치의 문제는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과학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인생의 문제는 조금도 건드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에 관한 여섯 가지 환상 - 행복, 성공, 쾌락, 이타주의, 대의명분, 해탈
다음으로 저자는 많은 사람이 삶의 의미라고 믿는 후보들, 즉 이타주의, 대의명분, 행복, 성공, 쾌락, 해탈이 왜 삶의 의미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사고실험과 일상적 사례를 통해 논파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영화 〈워터프론트〉, 〈죽은 시인의 사회〉, 소설 《멋진 신세계》, 희곡 《갈매기》, 케이트 부시와 러시(Rush)의 팝송 등 대중문화 소재들은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행복과 관련해 영화 〈매트릭스〉에 영감을 준 ‘경험 기계’가 소개된다. 경험 기계에 접속하면 그 안에서 일상적인 삶과 똑같이 느끼면서 살 수 있다. 어떤 경험을 할지도 미리 설정해둘 수 있으므로 확실한 행복이 보장되는 셈이다. 당신이라면 이 기계에 들어가 남은 생애를 살겠는가? 대부분은 그러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행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공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성공이 전부라면 우리가 목표했던 성공을 이룬 다음에는 무엇이 남는가? “성공을 이루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럼 죽지 그래?”라고 대꾸할 수 있지 않은가?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라는 격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순간적인 쾌락에 전념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매일 아침마다 아직 죽지 않았음을 깨닫고는 인생을 살 가치가 있도록 만들기 위해 새로운 쾌락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쾌락의 삶은 일종의 고역이 된다.
이 밖에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들의 사례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타주의, 대의명분, 해탈에 관한 테레사 수녀, 대처 전 총리, 팝스타 마돈나의 발언을 도마 위에 올리고는 논리적 분석을 통해 내적 모순을 도출한다. 단적인 예로 테레사 수녀는 봉사를 역설했다. 그러나 만약 남을 돕는 일이 삶의 의미라면 이타주의자만이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으므로 도움받는 사람은 이타주의자의 베푸는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유의미할 수 있는가?
얼핏 그럴듯해 보이던 삶의 의미 후보들을 하나씩 분석해나가며 저자는 이들이 삶의 의미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삶의 의미라고 생각해온 후보들이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렇다면 결국 인생은 무의미한 것일까?
저자는 그럼에도 인생은 유의미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후보들은 그 각각이 하나의 진리로서 커다란 질문에 대한 완결된 대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의 단서들이 하나둘 퍼즐 조각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이타주의도 행복도 쾌락도 성공도 그 자체로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각각에 담긴 진실의 실마리들을 모으면 퍼즐의 전체 그림을 맞출 수 있다.
테리 이글턴은 《The Meaning of Life》에서 인생의 의미를 삶에서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악기처럼 자유롭고 조화롭게 연주하는 재즈 밴드에 비유한 바 있는데, 이는 줄리언 바지니의 논의를 발전시킨 결과였다. 인생의 의미가 어떻게 재즈 연주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빅 퀘스천》을 읽어보기 바란다. 삶의 의미를 찾는 모든 생각 여행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833528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7월 31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36 * 210
* 18
mm
/ 41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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