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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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국적, 여덟 개의 얼굴
살기 위해서는 잊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29쪽) 묵 할머니는 살면서 가졌던 세 개의 국적과 살아남기 위해 바꿔야 했던 여덟 가지 정체에 관해 고백한다. 일제강점기 평양 근처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일상적인 폭행을 견디며 지낸다.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려 눈을 멀게 만든다. 묵 할머니는 어머니의 눈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 스마랑의 ‘위안소’로 끌려간다. 미군의 개입으로 탈출했지만 이내 한국전쟁이 터진다. “티끌 없는 집들이 있는 곳”이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고아들의 종착지”(90쪽)인 부산으로 가서 미군 부대 근처 ‘낙검자’ 수용소인 멍키하우스에서 일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10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어느 날 돌아와 일본어에 영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묵 할머니의 모습을 본 누군가가 국가에 신고한다. 묵 할머니의 국가, 삼팔선 이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묵 할머니를 남한에 공작원으로 파견한다.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된 두 나라의 이념 갈등
삶이 사치였던 어두운 시대
피해자로 기록되기를 거부했던 한 여성의 타오르는 인생
최고령 탈북자 중 한 명인 저자의 이모할머니, 고(故) 김병녀 님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한의 정서’의 발원지인 우리 역사상 가장 아픈 한 세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꿈만 같았던 해방을 지나 느닷없이 들이닥친 전쟁, 분단되어버린 두 나라의 계속되는 이념 갈등. 이 소설은 일본군의 거짓말에 속아 끌려간 ‘위안부’ 여성, 생계를 위해 미군 부대 근처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성병 보균자로 지목되어 갇힌 멍키하우스의 여성,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하고 떠돌며 겁탈당할 위험에 밤낮으로 노출되었던 여성 등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역사의 변두리로 밀려나며 착취당했던 여성들을 무대에 세운다. 그들은 피해자로 기록되느니 전부 불태워버리기를 선택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이자 살인자가 되고, 테러리스트이자 게릴라이며 스파이가 된다.
또한 작고 연약한 소녀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장르의 문법으로 드러낸다. 소설 속 여덟 개의 챕터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뒤섞인 채로, 화자인 ‘나’가 누구인지조차 결말에 다다를 즈음이 되어서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주인공의 삶을 이어주었던 트릭스터(Trickster)의 방식처럼 끝없이 다른 사람인 척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독자들을 목숨 건 속임수 게임으로 끌어들인다.
작가정보
(Mirinae Lee)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 첫 장편소설인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을 영어로 집필했고,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로부터 억대 선인세 제안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영국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에 올랐다. 연이어 윌버 스미스 모험문학상Wilbur Smith Adventure Writing Prize 후보,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William Saroyan International Prize for Writing 후보에 오르며 차세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리버보이》 《빌리 엘리어트》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곰과 함께》 《데카메론 프로젝트》 《우주를 듣는 소년》 《좋은 엄마 학교》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이 폐허를 응시하라》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정상은 없다》 《묘사의 기술》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를 읽다〉 시리즈 등을 번역했다.
목차
-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다섯 번째 인생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첫 번째 인생
내가 흙 먹는 것을 멈추었을 때
세 번째 인생
하우스를 뒤집어놓다
두 번째 인생
이야기꾼
네 번째 인생
나, 나 자신, 그리고 볼록한 점
여섯 번째 인생
노란색 글씨의 공작원
일곱 번째 인생
평범한 결혼에 대한 고백
여덟 번째 인생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감사의 말
추천사
-
한국의 격동적인 역사를 가로지르는 매혹적인 이야기. 눈부시고 독창적이다!
-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구원에 가까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
‘환상적으로 독창적’이라는 말로는 이 짜릿한, 전 세계를 아우르며 세기를 오가는 걸작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극도의 고통과 배신으로 분열된 한 세기를 엄청난 아름다움과 재생의 소설로 엮어내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
정교하고 장난기 가득한 이 소설은 잔혹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묵 할머니의 다채로운 삶은 분열된 한국의 매혹적인 역사를 보여준다.
-
한 변신의 달인이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모든 것을 탐구하는 격동적인 소설. 날카롭고 맹렬한 에너지로 첫 페이지부터 사로잡는다.
-
잊을 수 없는 캐릭터와 대담하고 창의적인 서사로 역사를 통과하며 우리를 이끈다. 이 놀랍고 자애로우며 야심 찬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다. 이미리내는 이야기 자체만큼이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작가다.
책 속으로
그녀는 살면서 세 개의 국적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 (29쪽)
공산당이라는 혐의로 양키 군용 트럭에 실려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양키 찬미자라고 소문난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처형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빨갱이 사냥과 반역자 사냥이 반복되었고 날마다 날선 전쟁의 칼날을 양쪽에서 휘둘러 마을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했다.
나는 무력한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는 엄마와 여동생과 상봉하겠다는 철없는 꿈을 꾸며 남으로 향했다. (86쪽)
독약은 나에게 낯선 얼굴이 아니었다. 전혀. 그것은 군중 속에서 내게 은밀한 미소를 보내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는 어두운 비밀들로 가득한 내 주머니를 지키는 작은 보초병이었다. 난 너와 함께 이미 두 남자를 쓰러뜨렸어.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렇다. 독은 그가 아닌 그녀였다. 사람들은 독살을 여성스러운 살인 방법이라고 말하니까. (101~102쪽)
“한번 해보시지. 어서 나를 베.” 어딘지 초자연적이면서도 쌕쌕거렸고 목이 쉰 듯 왱왱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칼로 적군의 목을 베어야 하지 않겠어?” 그녀가 계속 말했다. “천황이 하사한 소중한 칼에 작고 힘없는 조센삐의 피를 묻혀서야 되겠어?” (125쪽)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들의 모토에 충실했다. 위안소에서 일어난 일은 위안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담컨대 그들은 최악의 쥐 새끼가 빠져나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플롯을 짜는 사기꾼, 이야기꾼 말이다. (139쪽)
그는 속이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행동임을 깨닫는다. 어떤 농락도 농락당해줄 사람이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얼마나 믿고 싶었는가. 얼마나 기꺼이, 얼마나 절실하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것. 항상 해왔고 앞으로도 항상 할 것.
그는 기다릴 것이다. (176쪽)
울기 수업은 쓸모가 있었다. 특히 나중에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영원불멸할 거라고 생각했던 위대한 수령이 죽었을 때는. 마치 나라 전체가 주문에 걸린 듯 종말론적 과잉 흥분 상태에 빠졌다. 사람들이 4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김일성 동상 앞에 운집하여 눈이 빠져라 우는 매스게임을 수행했다. 7월의 작열하는 태양과 슬픔으로 몸부림치는 수백만 명의 몸이 뿜어내는 매캐한 열기로 아스팔트 포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절했다. 어떤 이들은 죽었다. 그 와중에 인민반은 계속 모든 것을 감시했다. 또한 모든 작업 단위와 학급의 반장이 구성원들이 얼마나 자주 공개적으로 애도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울었는지를 기록했다. 울지 않는 것은 곧 죽음도 불사하는 위험한 짓이었다. (191~192쪽)
나는 북한 말 질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눈길을 줄 때마다 벌을 받았다. 동무! 여보시오! 저기요! 안녕하십니까! 실례합니다! 조심하세요! 도와주시라요! 다른 부름보다 무시하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 특정한 한 가지 부름은 엄마!였다. (203~204쪽)
“모든 거짓말이 나쁜 건 아니란다, 미희야. 가끔은 거짓말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냥 살아남기 위한 노력일 때도 있단다. 미치지 않기 위한 노력 말이야.”
(……)
“미희야, 가끔은 말이다. 가장 큰 속임수, 그리고 가장 친절한 속임수는 속아주는 거란다. 그것이 상대에게 소중한 위안이 될 수 있단다, 아가야.” (325~326쪽)
출판사 서평
★ 한국인 최초 영국 여성문학상 노미네이트
★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억대 선인세 계약
★ 전 세계 10여 개국 출간 확정
세계가 먼저 주목한 우리의 이야기,
한국인이 영어로 쓴 K-문학의 새로운 계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언론 기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으로 번역되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20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보낸 저자 이미리내는 홍콩에 거주하기 시작하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썼다.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소설을 쓰자 “K-문학”의 압도적인 서사에 세계가 주목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파격적인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영미권 출판 시장에 등장했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 주요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연이어 미국, 영국을 비롯해 홍콩,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덴마크, 그리스, 호주, 스위스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이 확정되었다. 또한 저자는 첫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여성문학상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연이어 해외 유수 문학상에도 다수 노미네이트 되었다. 저자는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K-문학”의 새로운 계보를 열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71712335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7월 17일 |
쪽수 | 408쪽 |
크기 |
137 * 200
* 29
mm
/ 60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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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이름없는여자의여덟가지인생 > - #이미리내 저
💡
'이름이 여러 개의 인생을 살았다. 묵미란 할머니는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여덟 단어로 쪼개어 설명한다. 3개의 키워드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인생을 살았다. 북한 접경지대에서 미친 여자로,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로, 미군의 하우스를 불태운 무장 공비로, 인도네시아로 보내진 위안부로, 친했던 친구의 인생을 훔쳐 살다가 여성 사업가가 된다. 그리고 남한으로 파견된 공작원으로, 마지막은 묵미란 할머니로 살았다. 끝내 본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가끔은 거짓말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냥 살아남기 위한 노력일 때도 있단다. 미치지 않기 위한 노력 말이야. 속이는 건 네 것을 훔치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건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한 방식이란다. 상처를 보호해주는 붕대 같은 거지.
가끔은 말이다. 가장 큰 속임수, 그리고 가장 친절한 속임수는 속아주는 거란다. 그것이 상대에게 소중한 위안이 될 수 있단다.”
주인공의 남편이 입양한 딸에게 해준 말이다. 남편은 아내가 10년 전 사라진 용말이 아님을 알았지만 속아줬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용말의 인생을 훔친 묵 할머니가 끝끝내 살아낼 수 있었던 건, 손쉽게 속아준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속고 속이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 번쯤은 소중한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명목으로 흔쾌히 속아주는 아량을 베풀고 싶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국제시장>과 <파친코>를 합친 듯하다. 뼈아프지만 사실인 내용들도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내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 여자가 살아남는 과정을 담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기구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격인 저자의 이모할머니는 최고령 탈북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게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영어로 소설을 집필했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월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첫 소설로 저명한 국제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집필한 소설로. 어쩌면 최고령 탈북자인 이모할머니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정성어린 마음이 사람들의 심금을 감동시킨 게 아닐까.
강제로 속아서, 납치되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참혹한 전쟁터로 보내진 위안부 여성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단 8명 만이 남아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남아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를 받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 평균 95세의 고령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적 작품들이 세상에 많이 나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이 책이 나비에게 달린 날개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날개가 되어주길.
어느 것 하나 사실이라고는 믿기 힘든 여덟 가지나 되는 인생을 살아온 어느 이름 없는 여자의 이야기,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다.'
💬
함부로 누군가에게 예술적 재능이 없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조용히 발전하는 예술가도 있다는 것을 안다. 또 세상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보면 의외로 되는 것이 꽤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람들은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3이라는 숫자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의심은 사실 의심이 아니다. 그것은 다소 온화한 가면을 쓴 확신이다.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며, 의심은 결국 완전한 확신으로 커지기 마련이다.
그 이야기는 우리를 한숨짓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만족감으로, 나중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좋은 영화는 우리를 다른 시간과 장소로 쉽게 데려다줄 수 있소.
새롭게 찾은 가족의 의미는 그녀에게 매혹적이다. 어떻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좋은 결합이 단지 두 개인의 합 이상이 되는가.
가족. 그것을 설명할 다른 단어는 없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매일, 매주 반복되는 들에 박힌 일상들. 이전의 삶에서는 그녀가 혐오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들은 아무리 흡입해도 결코 질리지 않을 기쁨의 작은 입자들이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가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말하기로 선택한 진실이 무엇이건, 언제 말하기로 선택하건, 그것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참이었다. 어떤 질문도 조건도 달지 않으리라.
속이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행동임을 깨닫는다. 어떤 농락도 농락당해 줄 사람이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글쓰기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잠자리에서 졸린 목소리로 건네는 사랑해라는 말. 살아오면서 나는 그토록 취약하면서도 그토록 무방비한 상태로 조건 없이 사랑하고 신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사랑이 많은 어머니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나는 정말로 사랑이 많은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고백을 하는 쪽과 듣는 쪽의 통상적 역할을 뒤집을 셈이었다. 하루가 끝났을 때 모든 정신과 의사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정찰총국은 모든 공작원을 각자의 비밀 칸에만 머물게 해서 각자 그 칸에 해당하는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만져볼 수 있게 했다. 여기서는 커다란 부채 같은 귀 하나, 저기서는 구불거리는 호스같은 코, 저 아래쪽에서는 거대한 기둥 같은 다리 하나. 전체 그림은 오직 상부에게만 맡겨졌다.
날것 그대로의 내 생각과 감정을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누군가, 나의 배경 이야기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들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었을 때가 그리웠다. 내가 합리화도 사과도 할 필요가 없는 누군가가.
날 냄새나는 제목ㅡ촌스러웠다.
나는 목차는 주의해서 읽지않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는 독서 버릇이 있다. 분명히 용말이 스마랑에서 결핵에 걸려 죽은 것으로 읽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멀쩡히 살아 등장하는 장면이 나와서 이게 뭐지 했다. 아무래도 작가가 실수한 것 같아서 페이지를 적시하여 지적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일단 그냥 읽었다. 결국 그것이 의도한 것임을 알게 돼서 작가가 익살쟁이라고 판단했다. 뭐가 더 있지 않을까해서 목차 페이지를 가보니 1,2,~8 인생 순서가 아니라 5,1,3,2,4,6,7,8 인생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엉뚱발랄함이 선의의 배신으로 확인되어 재미있어서 웃음이 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모 장관의 견해와 맥이 닿아있다),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는 이름없는 여자이다.
주인공은 팔자가 드세서 그녀의 인생살이는 한번을 빼고 줄곧 고약했다. 어려서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기구했고, 태평양전쟁 때는 인도네시아 스마랑에 끌려가서 일본군에게 '위안'을 제공해야 했다. 6.25 전쟁 때는 부산의 멍키 하우스에서 통역 일을 하는 남자로 지내다가 미군들의 성착취에 분개하여 테러를 감행, 탈출하여 평양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시절에 만났던 용말이 되어 영민의 아내로 살았다. 죽은 시누이의 딸 최미희를 재입양하여 엄마가 되기도 했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산 이 때가 그녀가 단 한번 걸은 꽃길 인생이었다. 혜산으로 거주지를 옮겨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살다가 측근의 밀고로 보위부에 끌려가 130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간첩으로 남파되었다. 야다다다, 얄루얄루라는 소리밖에 못내는 미치광이로 위장하여 정보 수집 보고 지령을 수행하던 중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지금은 남한 공립요양원에서 묵미란(본명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며, 원장의 개인 비서에게 부고 작성을 의뢰한 상황이다. 그런데 부고 쓰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갑자기 그녀는 키 큰 자작나무 숲 작은 빈터에서 비트루이스적 인간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된다. 98세 그녀 입안의 혀는 한겹 흙으로 덮여있다.
이 책은 생각뿐만 아니라 다섯 감각 기관이 더불어 작동하며 읽게되는 소설이다.
용말과 주인공의 돌출된 광대뼈와 각진 턱,
남편 영민이 입곤했던 헐렁하고 팔꿈치가 해진 트위드 재킷. 눈에 선했다.
주인공이 엄마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월남하면서 들은 폭격기가 내는 소음을 가벼운 우르릉, 고양이의 가르랑, 사냥개의 으르렁, 우렁찬 천둥방귀 소리로 구분해서 묘사했다. 꼭 그 소리대로 환청이 들려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아버지 서재에서 나던 정신을 안정시켜 주던 회색 냄새, 비에 젖은 130 연락소 지하실의 콘크리트처럼 평범하고 퀴퀴한 냄새 등등이 실제로 코에 맡아졌다.
주인공이 먹었던 흙의 맛, 따뜻하고 견과류같은 풍미, 입술에 나는 피처럼 매끈하고 짜릿한 금속성의 맛, 블랙커피처럼 쌉싸름한 맛 등등. 나는 어쩔 수없이 입맛을 다셨고 이내 침을 삼키거나 퉤퉤 뱉었다.
진짜 용말의 오른쪽 두덩뼈의 아래 쪽 끝 사타구니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발칙하게 튀어나온 작은 혹에 대한 촉감을 묘사한 부분이 압권이다. 꾹 눌렀을 때는 당돌하고 팽팽하게 일어서지만 옆으로 살살 어루만지면 얼마나 나긋하게 업드리는지. 어느새 나는 검지와 엄지, 중지 그리고 손바닥으로 그 감촉을 즐겼다.
주인공의 딸 최미희가 130부대에서 만난 꽃제비 김철은 '어떤 삶이건 소멸 직전에 이르러서는 표식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맞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왔다간 표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대단한 책을 쓴 작가나 소박한 이 글을 쓰는 나도 그와 같은 열망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쎈 이야기가 먹히는 세상인 것 같다. 나는 쎄다고밖에 할 수없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열무 김치에 잘못 들어간 애벌레를 얼떨결에 삼키고 난 직후의 불쾌감이 들었다는 무엄한 평을 기록으로 남긴 바 있다.
이 책이 내게 준 울림도 충분히 쎄다. 게다가 긍정적이다. 인간의 심리를 비롯 오만 것을 세심하게 살펴 자잘하게 묘사해서 생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 제시하는 글솜씨가 놀랍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녀는 따뜻한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그 삶을 성실하게 기록하는 좋은 작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