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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 입춘, 6월에 봄이 오다

김성훈 저자(글) · 군산시민 기획 · 박창신 사진
녹두서점 · 2024년 07월 16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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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 이 책에는 지역 민주화운동의 필름이 담겨 있다. 그 필름들을 찍은 사람은 박창신 신부이다. 또한 작년에 전라북도에서 ‘민주화운동 기록물 자료수집 및 디지털화를 위한 연구용역’이 있었고,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디지털DB’ 작업을 맡았다. 이 책에 쓰인 사진들 중 대부분은 박창신 신부의 사진이다.
* 이외 단체의 사진들도 적지만 포함되어 있다. 이한열 열사의 사진은 ‘이한열기념사업회’의 협조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부 사진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의 협조를 받았다.
* 이 책은 작가의 청춘을 바친 기록물이다. 20대의 청년이 과거와 대화하면서 정리한 결실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시민들이 함께 완성한 책이다. 작가는 매년 매달 군산 거리로 나갔고, 작은 의미를 가진 사진 하나하나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사실들을 조금씩 기록했다.

군산의 민주화운동의 스토리가 상당히 재미있고, 많은 교훈들을 시사함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되어 있는 자료가 없었다. 개인 연구 끝에 작가는 박창신 필름이 군산 6월 항쟁의 경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필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쩌면 지역 6월 항쟁의 경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필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필름들을 가지고 작가는 활동가와 대화하며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점점 역사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 진실은 이 책을 보고 있는 시민 독자 여러분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활동가와 대화하며 이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과정을 그대로 담아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보는 것은 ‘지루한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그저 여러분들이 살아온 이야기이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일 뿐이다.

작가는 기록물 정리와 동시에 시민 독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책은 혐오와 무관심이 재생산되는 사회에서 모든 세대가 힘을 합하고 서로를 이해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멀지 않은 역사 속에서, 시민 정신이 어떤 사회 변화를 일으켰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각 파트마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서술의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는 줬으나,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과 '순수한 정의감'이라는 내러티브 메세지는 유지했다. 그것이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인간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에서 발견되었던 '공동선' 창출이어야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성훈

만29세 (2024년 4월 20일 기준)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역사전공卒
- 2018~2024년 박창신 신부 필름 군산 부분 경과작업
- 2021년 〈입춘, 6월에 봄이 오다〉 사진전 자문위원 및 네임메이킹
- 2021년 군산 6월 항쟁 약도 만들기 자문위원
- 2023. 05. 24 ~ 현재 출판사 '녹두서점' 운영

저서: 2018년 〈군산 역사의 길, 옥구읍편-비매품〉, 2020년 〈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 군산 6월항쟁-비매품〉, 2023년 〈오룡동 성당 시민강좌: 80년대 군산 혁명가들의 이야기〉, 〈입춘, 6월에 봄이 오다: 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 이하 4권

기획 군산시민

인구: 259,000명 (남 131,265명, 여 127,735명)
*2024년 3월말 기준

면적: 398.3㎢ (새만금지역 용지 291㎢, 호소 118㎢)
*2023년 12월말 기준

행정구역: 1읍 10면 16동 (125법정리, 850통·리, 2,804반)

※ 도서 63개 (유인16, 무인47) *2023년 12월 15일 공포
행정조직: 10국소 50관과소 3전문위원 27읍면동, 공무원 1,594명
의회: 의원 23명 (선출 20, 비례 3), 상임위 3개

인 도시에 살면서 민주주의를 이뤄낸 군산 시민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함께 싸운 민주 시민들!

사진 박창신

주요 사진 작가 | 박창신 신부

박창신 신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리다가 테러를 당했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나 민주화 운동의 대부가 되었다. 신군부의 공포를 이겨낸 정신과 육체는 어디서 왔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책을 쓴 저자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쨌든 그는 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을 찍고 다녔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의 불모지인 군산에서 6월 항쟁의 꽃을 피웠다. 그 후 신부는 홀연히 사라졌지만, 사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항상 시민 사회 곳곳을 누비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살아 온 박창신 신부가 찍은 필름들을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미래 세대의 역사적 교훈을 위한 선택이었다.

1987년 5월 호헌반대 민주헌법 쟁취 전북연합 중앙위원
1987년 5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전국) 공동대표
1987년 5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전북본부 중앙위원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군옥(군산)지부 공동대표
1989년 1월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초대의장
1991년 민주주의민족통일 전북연합 공동상임의장
1991년 전주 참여연대 공동의장
2001년 전주 참여연대 고문
2004년 7월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대표
2013년 사회공공성·공교육강화 익산연대 상임대표
2016년 (사)익산실본 이사장

작가의 말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최종적으로는 개인주의적인 것이 단체주의적인 것이고, 단체주의적인 것이 개인주의적인 것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공동체와 개인주의의 가치를 최대한 맞물리도록 만족시키는 것,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절충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개인의 권리인가 사회의 선인가? 나의 정의인가 공동체의 최선인가? 자유인가 동료애인가?) 둘 중 하나의 자유는 적정선에서는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냐에 따라 이 선택들이 무조건 서로가 배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역사 속 논쟁을 거치면서 인권과 관련된 문제들은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해 왔습니다. 때로는 다른 국가의 문제들까지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도왔습니다. 소속 국가와 상관없이 아프리카의 기아와 난민을 돕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권 문제는 인간 자체를 공동체로 보고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전진해 왔습니다. 국가 공동체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연결성으로 국가 정체성을 극복했습니다. 우리가 공동선을 위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의 힌트가 여기에 숨어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인권은 개인의 가치이자 공동체의 가치입니다. 나의 권리이자 너의 권리가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함께 도와줍니다. 인간의 연결성, 관계는 다른 동물들과 특출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처럼 다른 집단끼리의 협력 부분에 있어서 남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군산 6월 항쟁도 이런 부분들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군산뿐만이 아니라 6월 항쟁 자체가 그렇습니다. 역사적 변화를 일으킨 그 자리에는 모든 세대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민족주의자, 사민주의자, 공산주의자, 자유주의자, 보수, 진보할 것없이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아니었습니다. 저렇게 다양한 성향과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모여서 싸울 수 있었을까요? 지금 사회를 봤을 때, 가능해 보이는 일인가요?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현재 정치적 무기력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정치는 우리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게다가 혐오하는 발언들을 하거나, 노동 시간을 과도하게 늘리는 정책을 얘기해도 옹호하기 바쁩니다.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도 전체주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실제 문제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은 불통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신군부의 억압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신군부의 공포를 이겨낸 '진짜 원동력'은 무엇이며, 그 본질을 사실은 여러분 모두가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사랑합시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 주변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가집시다! 전체주의적 정체성을 해체합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저는 서로를 사랑하며 세상을 사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사회 문제와 경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거기 책상에 앉아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여러분도 믿습니다. 인간의 연결성 때문에 어려운 문제들을 같이 잘 헤쳐 나가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관심이라는 약간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을 떼봅시다!

그리고 잊혀진 6월 항쟁의 가치를 통해 그런 관심들이 한 점에 모였을 때, 어떤 사회 변화를 이루었는지 느껴보아요!

목차

  • 머리말 - 당신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 여러분을 사랑하고, 여러분을 믿습니다.

    1부 난을 닮은 신부

    2부 오룡동 성당 시민강좌
    84년, 민주화운동 불모지에 부임한 박창신
    85년, 시민강좌의 시작과 홍보
    시민강좌의 주제와 의식화
    경찰과 안기부의 삼엄한 감시와 모여드는 시민들
    성당 내부의 숨은 조력자들

    3부 세풍합판 노동투쟁
    세풍 합판 노동자들의 고난과 순박한 삶
    세풍 합판의 혁명가, 경암 여상 여학생과 2월 투쟁
    사제 간의 사랑, 서철심과 학생들
    오룡동 청년과 학생,노동자의 유대
    4월 15일 '우리는 외친다'
    4월 16일, 기숙사 감금을 뚫고 강당으로!
    4월 17일,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의 지원과 구사 요원
    4월 18일, 회사의 기만적 협상과 오룡동 성당 (구)수녀원
    강당에서의 생활, 목우즐풍(沐雨櫛風)
    농성의 끝(4월 19일)과 끝나지 않은 싸움
    오룡동 성당과 세풍 합판 기도회
    5월 수업 거부 투쟁과 군산 교도소 단식 투쟁
    세풍 합판 법정투쟁 '세풍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라!‘
    되돌아보는 세풍합판 사건
    노동 투쟁 이후 선진 노동자의 삶
    경암여상 학생 주동자와의 만남

    4부 군산 6월 항쟁
    86년 10. 9 신민당 직선제개헌추진대회
    6월 항쟁의 배경
    6월 항쟁 전초전과 이한열의 죽음
    군산 6월 항쟁 참여단체
    6월 10일, ‘박종철 군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군산시민대회’ 준비
    6월 10일, 군산 시민 1만여 명의 평화행진
    6월 10일 이후, 소강된 시위 양상
    6월 18일, 최루탄 추방대회
    6월 19일, 군산대학 민주 학우 총연합회와 오룡동 성당 철야농성
    6.26 민주헌법쟁취를 위한 국민평화 대행진, 군산 역사상 최대 인파 집결!
    27일 민주의 날, 최루탄 사이로 들리는 시민들의 용기와 투쟁심. "군산 시민 살아있다, 훌라 훌라“
    28일 자유의 날, 강경 진압의 시작
    거친 진압에 분노한 시민들, 화염병들고 시청으로!
    28~29일 새벽, 시민들 입에서 전해오는 흉흉한 소문
    6월 29일 통일의 날과 노태우의 선언
    하지만, 군산 시민은 멈추지 않았다.
    6월 30일, 나는 군산 시민! 끝까지 싸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오룡동 청년과 군산 민추협
    비하인드 스토리, 그때 그 사람들

    5부 직선제 쟁취 이후,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
    양심수 석방 운동
    선거투쟁 1(김대중)
    선거투쟁 2(노태우)
    정연관 상병 구타 사건과 '요한’

    6부 노동자 대투쟁
    직선제 쟁취 이후 노동자와 이석규 열사
    국본 군옥지부와 노동자에 대한 기억
    전북여객 군산 영업소 투쟁
    군산 택시 노조투쟁
    군산 두산유리 노동자 투쟁
    유구한 역사 속, 노동자 대투쟁

    번외 오송회 사건

    맺음말 - 당신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책 속으로

언제부터인가 우리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고 삽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체주의의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면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이 가지는 힘을 믿어야 합니다. 집단을 보지 말고 귀를 열어 주세요. 예를 들어 윤석열 정부가 행한 편향적 수사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반도덕적, 범죄 행위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양쪽 다 비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시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주변인에게도 이런 점을 여러 번 이야기했을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치적 무관심 현상이 아닙니다. 외로움에서 나온 혐오, 무관심의 형태가 드러납니다.

-책 43페이지-


여산 성당에서 테러당한 이후, 박창신 신부는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이것은 후대의 유산이자 기록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찍은 필름들로 이 책이 기획되었다. 자연스럽게 이 책도 그가 지켜봤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경과의 설명에 맞게 사진을 정리하여 배치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그는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투박한 사진에서 나오는 평범함은 평범한 영웅의 역사를 대변한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군산의 항쟁 사건들을 이해하고, 그 안에 있는 숨은 가치들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책 52페이지-


이어서 뒷면을 살펴보니 '듣고 돌려주어 함께 듣자', '서로 돌려 듣자', '민중 민주 민족 통일을 위하여 서로 돌려 듣자', '돌려 듣자'라는 표현들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창신 신부와 청년들이 군산 시내 전역에 강의 테이프를 뿌리며 썼던 구절이다. 이는 박창신 신부의 의식화에 대한 신념을 보여준다.

박창신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한 사람을 의식화하는 거야. 한 사람이라도 의식화시키면 그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해. 다시 그 두 사람은 또 한 사람에게 전파해. 다시 네 사람은…, 이렇게 서로서로 의식화가 되어서 결국 세상이 바뀌는 데 일조한다고 믿어.”

박창신 신부에게 의식화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가 수많은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이유였다.


-책 98페이지-



Q. “경찰들이 감시가 있었다는데 그거에 대한 기억도 있어요?”

오금수 “그래가지고 내가 밖에서 망을 보고 상황을 알려주기도 했어. 경찰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 오룡동 성당 앞에 평화수퍼라고 있어. 그 앞에서 형사들이 우리 어디 가는지 감시도 하고 그랬어.”

시민강좌 초기, 시민들은 경찰들의 감시에 얼어붙었다. 신부는 신자들 위주의 강연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신부와 청년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전국적으로 올라온 개헌 분위기와 맞물려서 시민강좌는 성행한다.
경찰의 삼엄한 감시에도 시민강좌에 참여해 준 시민들 덕분에 이 강좌는 유지될 수 있었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름 없는 영웅이 될 수 있다. 시민이란 그런 존재이다.

-책 109페이지-



임현순 “(정말로 안타까운 표정)학생들 생리 문제라든지, 그게 사실 큰 문제였지. 나는 그때 당시에 남자였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지 몰랐어. 그게 막혀가지고, 학생들이 "현순이 형, 화장실 가봐요." 나는 학생들이 그렇게 열악한 데에서 용변을 보는지 몰랐어. 물이 안 내려가서 소변에 내 운동화가 빠지는 거야. 그럼 어떻게 여기서 학생들이 용변을 봤을고? 생리대가 떠다니고, 그걸 내가 그냥 맨손으로 뚫었어. 어떻게 해. 물이 빠져야 하는데. 그 생리대 다 걷어내고 쓰레기통에다가 담아가지고, 맨손으로 했다니까. 그거 뚫어가지고 기억이나. 나는 진짜… 지금도 그래. 학생들이 그 열악한 화장실을 어떻게 봤을까 하면은… 진짜 안 좋아. 아무 대책 없이 그런 학생들이 했을 때, 그런 것들 없이 그냥… 그냥 했다라고 봐(울컥)”

우리에게 이 사진 속 모습은 그저 뜯어진 벽지일 뿐이다. 그리고 구술로 여학생들이 족자 같은 것을 뜯어서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것은 단지 그뿐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족자를 뜯어서 쓴 그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구나"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지 그뿐인 사진이면 안 된다.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 현장 노동자들의 태도를 보면 된다.
이 사진을 본 노동자들(김철규과 임현순)은 우리와 다르다.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 이상을 이해하고 떠올리고, 감정을 분출했다. 우리가 이 사진을 통해 봐야 할 사실도 그들의 시선 끝에 있다.

-책 171페이지-



광주 시민들은 군대에 의해 외부와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부에서 시민들끼리 서로 협력하였다. 이 안에서 폭력과 약탈 없는 시민자치를 실현했다. 독일기자 힌츠페터는 광주를 취재하러 갔다가 이들의 순박함과 자치 실현에 크게 감동했다. 외국인들도 외부에 이를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이렇게 광주에서 인권에 의해 형성된 공동체에서 공동선이 실현되었다.
민중들은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다치고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을 챙겼다. 자신과 이웃을 '광주 시민'이라는 하나의 단일체로 인식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대가 없는 순수한 정의감이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학생을 포함한 많은 민주 세력들이 민중의 힘을 믿기 시작했다. 다양한 부문의 민중들이 함께 모여 끝까지 투쟁했다. 대중운동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학생 운동가들이 사회 운동에 투신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했던 것은 광주 민중들의 정의감, 사랑으로 피어난 시민 의식이었다.

-책 241페이지-



15시까지 자체 행사를 진행했다. 16시부터는 시청에서 경찰과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대치하여 연좌 시위를 했다. 18시쯤에는 군산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 아가씨 4명이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 오월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의 노래를 불렀고 18시쯤에는 경찰에 연행자 석방, 환자들의 병원비 및 책임치료를 요구했다.
이제 시민들은 함께 참여했다가 다친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이웃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나섰다. 같이 싸운 이웃이 누군지,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다만, 다함께 같은 사건,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그렇기에 그들은 동료였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이미 하늘을 찌른 상태였다. 오전부터 학생들이 모아온 돌을 던졌다. 다시 투석전이 전개되었다.

-책 341페이지-


오금수 “그거 다 시민들이 친거야. 이건 이제 우리 쪽 넘어오지 말란 식이지. 긍게 뭐냐면 여기 바리케이드를 치면 ‘여기는 우리만의 해방 공간이다.’ 이렇게 해서 하는 부분이지.”


국본 군옥지부와 청년들은 시위 도중 시민들의 저력에 한두 번 놀란 게 아니다. 시민들은 시위를 주도하는 지도부 인사들의 예측을 매번 벗어났다.
사실 시위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찰이 강압적으로 나올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저항력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것은 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6월 이전 대중들이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
그러나,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서는 것도 모자라서, 적극적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며 투석전을 펼쳤다. 국본 군옥지부 사람들과 학생들은 적극적인 군산 시민들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했다. 그리고 끝까지 서로를 믿고 싸우는 모습에 감복했다.

-책 346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87년 이전부터 거리로 나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외롭게 홀로 싸운 학생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황경수이다.(노무현정부 행정자치부 장관 정책보좌관)

황경수 “(6월 항쟁 전에)일련의 고문들과 부천 성고문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고 분노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잘하는 걸까? 그게 맞는 걸까? 나는 오히려 그게 비정상이라고 봐요. 아니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근데 그걸 말하지 못한다? 그걸 나서지 않아요? 다 같이 나서면 되는 거잖아요.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예요.”

-책 367페이지-


직선제 개헌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민의 동원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언문의 이름에는 시민의 주체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6.29 선언이라고 부르면 그 주체가 시민이었음을 강조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노태우가 6.29선언을 발표했다."는 단편적 사실은 지도자 중심의 역사관에 잘못 빠지면, 노태우의 과오를 가리고 민주화에 기여한 정치인으로 인식하게 한다. 단순히 선언문을 발표한 사람은 노태우지만, 이 역사를 만든 것은 시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선언에 대한 선언문 자체를 '직선제 쟁취 선언문'이라 부르고 싶다. 그렇게 되면 대중이 주체가 된 역사를 강조할 수 있다. 6월 항쟁은 시민이 쟁취한 역사이다.

-책 380페이지-

경찰 “이 새끼야 살아있는 놈 중에서 생각해 봐.”

박정석 “…고문이 가해질 때마다 신음처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아마 그때 문규현 신부님과 조성용 선생님의 이름이 나온 것 같다. 그것은 두고두고 나를 부끄럽게 하고 죄의식에 시달리게 했다.”


죄의식을 가지고 괴롭게 살아가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신군부의 매카시즘 안에서 고문당하고 평생 입을 상처를 받은 박정석 선생인가? 아니면 특별 승진을 바라고 산 사람을 송장처럼 만드는 고문을 했던 사람들일까?

-책 503페이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8337931
발행(출시)일자 2024년 07월 16일
쪽수 544쪽
크기
154 * 216 * 35 mm / 106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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