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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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과거에 머무르지도 첨단에 목을 매지도 않는 일본의 새로운 얼굴을 만난다.
고베는 오사카, 교토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한 번쯤 들르는 도시이긴 하다. 중국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인 난킨마치南京町와 개항 이후 서양인들이 모여 살았던 기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을 보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고베에서 하루 이상 머무르며 고베만을 여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앞서 언급한 곳 말고는 떠오르는 역사 유적도, 잘 알려진 랜드마크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베를, 25개국 115개 도시를 다녀본 여행가 남원상은 왜 갔으며, 무엇을 발견했을까?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고베의 발견》은 볼 게 없을 듯했던 고베의 반전 매력을 소개한다.
작가정보
여행의 넓이가 아닌 여행의 깊이에 주목하는 여행가. 생경한 장소에 대한 도전보다 익숙한 여행지의 색다른 면에 더 흥미를 느낀다. 25개국 115개 도시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먹은 경험을 책으로 내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취재기자로 일한 뒤 기업 홍보팀으로 옮겨 카피라이팅, 브랜드 스토리 제작, 연설문 작성 등 글을 쓰고 다루는 업무를 맡았다.
《프라하의 도쿄 바나나》, 《레트로 오키나와》,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쓰고도 단 술, 소주》, 《김밥》, 《여행의 핑계》, 《맛집에서 만난 지리 수업》을 썼다.
목차
- 가방을 싸며 004
첫날, 딱 30분에 뒤바뀐 야경 투어
놓쳤다 016
헬로! 헬로키티 하루카 020
왜 히메지를 가야만 했나 025
‘오이데야 모모’의 시간제한 만찬 030
새까만 밤하늘에 뜬 새하얀 백로 035
둘째 날, 히메지성을 떠나 고베로
전쟁과 허세의 걸작 042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 052
샤치호코와 스프링클러 059
14년 만에 45일 동안만 064
일본식 정원의 붕장어 덮밥 073
고베 관광안내소의 베테랑 할머니 080
철판요리의 발상지 088
신기한 스테이크의 나라 094
고가상점가에서 붉은 거리로 099
‘간소교자엔’의 군만두, 얼마나 맛있던지! 105
셋째 날, 아리마온천과 하루키
산노미야의 아침 얼굴 114
롯코산에서의 신선놀음 119
금탕 온천인지 흙탕 온천인지 130
온천 후의 이열치열 카레우동 136
고베의 뿌리 144
줄 서서 먹는다던 ‘에스트 로열’의 슈크림, 행렬의 정체는 150
0달러짜리 야경 157
하루키와 ‘하프 타임’ 바 166
하프 타임의 오미야게 174
넷째 날, 그리운 요네하라 마리와 고베항
그가 옳았다 186
수탉 풍향계의 집 193
기적의 모스크 202
가자, ‘후지하라’로! 209
나만을 위한 튀김 오마카세 215
아, 나쓰카시이 221
아름다워서 서글픈 수족관 228
하버랜드 야경과 땡처리 도시락 238
마지막 날, 고베의 열린 마음을 안고서
고베가 되어라 248
그리고, 고베 253
책 속으로
그렇게 나와는 딱히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이 도시에,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이 호기심과 호감을 불어넣었다. 내가 동경하는, 무척이나 시니컬한 작가가 모처럼 따스한 극찬을 늘어놓은(물론 혹평도 꽤 있지만) 고베의 미식들이 먹보인 나에게 손짓을 했다. (8쪽)
히메지 역시 도시 규모 면에선 오사카나 교토는 고사하고 고베에도 한참 뒤진다. 면적이 비슷해도 고베 인구는 150만 명 정도인데, 히메지는 50만 명을 겨우 넘어서는 소도시다. 하지만 히메지에는 히메지성이라는 아주 강력한 랜드마크가 있다. (28쪽)
할머니는 지도를 꺼내 표 파는 위치까지 표시해주며 막힘없이 술술 설명한다. 연세가 제법 돼 보이는데 잘 알려주실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다. 복잡한 교통편을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갈아타는지, 소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스마트폰으로 검색 한 번 하지 않고도 아주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노익장에 감탄. (83쪽)
살살 녹는다! 웰던이라서 좀 질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참치회처럼 육질이 야들야들하다. 심지어 느끼하지도 않다. 씹을 때마다 고소하고 진한 육향이 입안에 퍼지고 육즙이 혀에 착착 감겨서 목구멍 너머로 삼키는 게 아까울 정도다. (98쪽)
그래도 누가 고베에 간다고 하면 롯코-아리마 로프웨이는 강력히 추천할 것이다. 고베는 바다보다 산이다. 고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별로 볼 건 없을 거라고 무시해서 미안. (129쪽)
먹을 곳은 이미 정했다. 어제 갔던 간소교자엔이다. 1박 2일의 촉박한 일정에 쫓긴 요네하라 마리는 한 접시 더 먹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했지만, 고베에서만 3박 4일을 지내는 나에겐 먹을 기회가 또 있다. (157쪽)
아무튼 하프 타임의 간판과 차양막에 적힌 영어에는 오자도 보이고 문법상 맞지 않는 표현도 있다. 낡은 간판이랑 차양막을 교체하면서 고쳤을 법도 한데, 오자나 틀린 문법 같은 오점도 가게의 역사라는 듯 그대로 남겨둔 것만 같다. 깡이 있는 가게다. (171쪽)
1945년 고베 공습 직후에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정말 주변은 온통 무너진 건물의 잔해뿐이고 모스크만 덜렁 남아 서 있다. 1995년 대지진을 겪고도 끄떡없어서 피난민이 된 동네 이웃들에게 음식과 잠자리까지 무료로 제공했다니, 기적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207쪽)
얼굴에 서글픔이 스쳐 지나간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주머니에게 요네하라 마리는 그냥 과거의 단골손님이 아니다. 이 가게의 진가를 알아보고 널리 알려준 은인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팬으로서, 나는 그녀가 단명해 그 관록과 기지를 좀 더 읽을 수 없게 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건 후지하라의 주인아주머니가 느끼는 상실감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225~226쪽)
하버랜드의 은은한 불빛 아래 잔잔하게 물결치는 밤바다. 그 풍경을 누리면서 먹는 7,000원어치 도시락의 맛은 호텔 레스토랑의 값비싼 디너 코스가 부럽지 않다. (245쪽)
출판사 서평
왜 고베였을까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문득 떠나고 싶을 날’이 찾아온다. 이렇게 문득 떠나고 싶을 때, 가까운 일본은 최선의 선택지다. 그런데 일본의 그 많은 도시 중에서 왜 고베여야 했을까? 심지어 저자는 여행 기간 4박 5일 중 3박 4일을 오롯이 고베에서 보내는 일정을 짰다.
때는 2023년 9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 좀 있는 관광지는 유럽이고 아시아고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던 때였다. 관광객이 몰려와 생활의 불편을 겪어야 하는 현지의 주민도, 모처럼의 여행지에서 같은 처지의 관광객만 보다 와야 하는 관광객도 힘들 수밖에 없는 이 오버투어리즘을 피하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즉, 볼 건 없어 보이는 고베이지만, 바로 그래서 선택된 곳이 고베라는 이야기.
그러나 저자에게 고베라는 도시를 각인시킨 것은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 그녀가 《미식견문록》에 소개한 고베의 맛집에 대한 묘사를 잊지 못하고 있던 저자는 이번 기회에 고베에서 요네하라 마리처럼 먹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고베의 역사가 만든, 고베의 열린 마음
그러고 보니 고베는 세계인이 꼽는 맛있는 쇠고기 고베규의 고향이자 일본에서 손꼽히는 빵과 과자의 도시다. 이는 고베가 일찍이 외국에 문을 연 도시라는 역사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요네하라 마리가 맛있게 먹었다고 꼽은 야키교자(군만두)와 줄서서 먹어야 하는 고베규 뎃판야키(철판구이)를 맛보며, 일본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인 난킨마치가 형성된 역사와 고베의 쇠고기가 유명해지게 된 사연을 들춰본다. 모름지기 아는 만큼 맛있는 법이니까!
고베는 중국과 서양에 가장 문을 일찍 연 일본 도시 중 하나다. 이런 역사는 외국 문화 자체에 개방적이라는 고베 사람들 특유의 심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하루키스트의 성지로 꼽히는 바bar ‘하프 타임’의 마스터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고베라는 곳은 말이죠, 뭐든 받아들여요. 개항 도시잖아요. 서양이든 중국이든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걸 가리지 않고 수용해요. 그리고 금세 고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데 익숙하죠. 고베 사람들은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요. 편견 같은 게 없는 편이죠.”
실제로 고베는 일찍부터 중국인들이 모여들어 생겨난 난킨마치, 개항과 함께 들어온 서양인들의 거류지 기타노이진칸, 제2차 세계대전과 고베 대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일본 최초의 이슬람 모스크와 함께 모토마치의 케이팝 상점이 공존하는 도시. 과거를 보전해 만든 관광지도 아니고, 첨단 랜드마크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도 않지만 고베에는 매력적인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었다.
여행, 뜻밖의 만남
저자가 4박 5일의 일정에 끼워 넣은 여행지 중에는 고베가 아닌 곳이 있다. 바로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이다. 오버투어리즘을 피해, 요네하라 마리를 따라 고베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무래도 고베만으로는 ‘볼거리’가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존하는 일본의 성 중 가장 큰 천수각을 자랑하며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히메지성은 예상대로 볼거리를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저자의 예상과는 달리, 고베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볼거리가 있었다. 전철-시내버스-케이블 열차-버스-로프웨이(케이블카)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찾아가 만난 롯코산 풍광은 저자의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한다. 저자는 롯코산의 웅장한 풍광에 대한 감상을 “고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별로 볼 건 없을 거라고 무시해서 미안.”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아무리 철저하게 여행 일정을 짜도, 여행지에서는 예상 혹은 기대와 어긋나는 일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쩌면 여행은 이런 뜻밖의 상황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저자 역시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애써 짜놓은 여행 일정을 흐트러뜨리는 낭패를 겪지만, 그를 상쇄시키고도 남는 뜻밖의 풍광, 음식,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발견한 고베의 매력을, 꼼꼼히 조사한 배경지식과 함께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문득 떠나고 싶을 때 고베를 떠올릴 수 있도록.
기본정보
ISBN | 9791192169385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6월 30일 |
쪽수 | 260쪽 |
크기 |
128 * 188
* 19
mm
/ 4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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