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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일기

양장본 Hardcover
황금알 시인선 290
옥경운 저자(글)
황금알 · 2024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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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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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경운 시인의 시편들은 소박하다. ‘소박한 것은 위대하다’라고 웅변한 19세기의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1868~1938)의 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시인 윤동주와 백석이 사랑한 시인이다. 프랑시스 잠은 사소한 무정물에도 ‘조그만 영혼들’이라 호명하며, 영혼을 심었다. 옥경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소박하게 연결하여, 자연 속에서 인간의 심상과 기억을 호명하면서, 절제 있는 아름다움을 표상한다.

이 책의 총서 (298)

작가정보

저자(글) 옥경운

옥경운 시인은 1940년 경남 거제도에서 태어나 육군하사, 일반 하사, 병기보급 하사관 만기 제대를 했다. 민족통일중앙협의회와 한일은행이 공동주최한 1996년 ‘통일문학’ 현상공모 시부 당선과 함께, 그해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카톨릭문인협회, 관악문학회 부회장, 거경문학회 회장 겸 주간을 역임하고,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이며, 자유문학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밤 바래기』 『사랑방 카페』 『묵혀둔 길을 열고』 『그늘이 되고 싶다』 등이 있다. 통일문학상, 인산&죽염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작가의 말

석양 길을 걸으며

다섯 번째 시집이다,
차일피일하다 보니 많이 늦었다.
석양 길을 걸으며
동녘 하늘을 바라보니
지난날들이 그립다,
먼저 간 친구들이 보고 싶고
내가 오른 산들이 그립다.
이 그리움들을 가슴에 안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이번 시집은
내가 살아온 날들의 그리움이다.

여름날, 관악산 자락에서
옥경운

목차

  • 1부

    물 반지·12
    눈밭에 하트그림·13
    하늘을 바라봅니다·14
    내 꽃·16
    호박·17
    오래된 골목·18
    보물1호·20
    귀염둥이·21
    가족이란 울타리·22
    손님·23
    빛바랜 사진·24
    그만 오라고·25
    미소 짓고 다가오는 그대·26
    명자꽃·27
    먼 그리움·28
    별밤일기·29
    함박눈이 오시네·30

    2부

    낙서 벽·32
    장미꽃·33
    산 친구·34
    겨울 산의 등불·35
    12송이 산나리 꽃·36
    외딴집·37
    대가 꽃이 피었다·38
    5-1번·39
    저녁놀·40
    눈꽃 지는 소리·41
    풀꽃과의 만남·42
    바위섬·43
    해거름 풍경 하나·44
    개밥바라기별·45
    굄돌·46
    도라지꽃·47

    3부

    말을 많이 한 죄와 벌·50
    여 - 암초·51
    한 번 불러보고 싶다·52
    봄내·53
    첫눈이 오는 날·54
    생강나무 꽃·55
    언제·56
    풀꽃·57
    소문·58
    백목련·59
    신바람·60
    어제는 그만 잊고·61
    입춘 날·62
    눈 맞춤·63
    해바라기 꽃·64
    갯마을·65
    5월의 숲길·66

    4부

    유등·68
    잔설·69
    되 게·70
    산딸나무 꽃·71
    부시통·72
    겨울 산사·73
    한 발 먼저 온 봄·74
    밤에 온 첫눈·75
    ‘엄만’데·76
    겨울나무·77
    서로 길이 되어·78
    잎눈·79
    전화 한 통·80
    진달래 참꽃·81
    보슬비가 오는 날·82
    아카시아 꽃·83

    5부

    해금강 - 명승2호·86
    소금강 - 명승1호·87
    용두암·88
    겨울 한라산·89
    공곶이·90
    두 마음·92
    북한산 신동엽길·93
    바람의 언덕·94
    눈 쌓인 산을 오르며·95
    선재도 목섬·96
    운악산 미륵바위·97
    신선대·98
    용문산 바윗길·99
    망산 - 천하일경·100
    녹색동행 - 빈자리·102

    발문 | 김영탁_현대시에 담긴 자연과 기억의 조화·103

추천사

  • 옥경운 시인은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아득히 잊혀진 공간에 주목한다. 그 공간에서 익명의 존재나 추억을 환기하는 대상들을 불러모아 노래함으로서, 그 외진 공간은 다시 생명을 얻어 진경산수화眞境山水畫로 태어난다. 그가 노래하고 그리는 진경眞境들은 전통적인 서정의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중시한다. 물론 현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대상의 재구성을 통하여 호명함으로써, 그것들은 다시 숨을 얻어 스스로 살아서 작동한다. 그 얽매임 없는 시편들은 서정의 감흥과 정취를 감동적으로 구현하였다는 데 그 특색이 있다.

책 속으로

1부

물 반지

계절병이 도져
여름바다에 왔다.
예쁜 조약돌 하나 주워
물수제비를 뜬다.

물장구치며 놀던
그 바닷물에서
통 통 통,
뛰어다니는 내 조약돌,

내 조약돌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내 앞으로 밀어 보내는
그대 물 반지,

그 물 반지 끼고
오늘 하루 그대 생각하며
여기 머물고 싶다.


눈밭에 하트그림

눈밭에 하트그림,
사랑 꽃이 피었다,

길가 하얀 눈밭에
누가 그렸는지
하트심장 안에서
여자애하고 남자애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웃고 있다.

짝꿍인지,
친구 사이인지 모르지만
눈밭에 핀
사랑 꽃이 예쁘다.

두 사람 그냥 그대로
사랑 꽃으로 활짝 피라고
하트 그림 옆에 나도
촛불을 하나 밝혀놓는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만나면 반갑다고 손을 잡고
서로 끌어안는 우린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친구도 멀리하고
부모자식도 막연히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지,
하늘을 바라봅니다.
언제까지 입과 코를 막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손도 못 잡아보고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하늘을 바라봅니다.
방호복을 입고 숨을 헐떡거리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또 무슨 잘못이 있는지
모든 것이 정지된 세상에
바이러스만 기승을 부리나,
이 지독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제 그만 지구촌에서 거두어 주소서
간절히, 간절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내 꽃

미소가
예쁜
그대,
눈길만 스쳐도
빙그레 미소 짓는
예쁜
내 꽃,
그대.


호박

넝쿨이 별을 달고
하늘을 품더니만

탯줄에 점지받은
자식들 오순도순

세상을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살구나.


오래된 골목

세월이 참 멀리 왔는데-,
이 근처에 왔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옛날에 살았던 집골목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들렀다.
집도 대문도 조금 낡았을 뿐
옛날 그대로다.

우리가 살던 방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그때 그 이웃들은
그대로 살고 있는지-,

대문을 열고
누가 나올 것만 같아
그만 돌아서지만,
발걸음이 영 떨어지질 않는다.

무언가를 두고 가는 것 같은
허전한 마음이
모퉁이를 돌아서며 또
돌아다본다.


보물1호

세상에 하나뿐인 것이
제일 소중한 것,

소중한 것은
귀하게 여기고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너도,
우리 보물,
볼수록 예쁜
보물 1호다.

참 소중한
우리 보물 1호,
우리는 믿고
사랑한다.


귀염둥이

눈을 맞추면
방긋방긋 웃는
애기.
꽃이다,
볼수록
예쁜 꽃,
귀염둥이.

출판사 서평

현대시에 담긴 자연과 기억의 조화
-옥경운 시집 『별밤일기』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옥경운 시인의 시편들은 소박하다. ‘소박한 것은 위대하다’라고 웅변한 19세기의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1868~1938)의 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시인 윤동주와 백석이 사랑한 시인이다. 프랑시스 잠은 사소한 무정물에도 ‘조그만 영혼들’이라 호명하며, 영혼을 심었다. 옥경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소박하게 연결하여, 자연 속에서 인간의 심상과 기억을 호명하면서, 절제 있는 아름다움을 표상한다.


마을에서
한 참 떨어진
산 밑,

외딴집에
널려있는 빨래가
새물내를 내며
깃발처럼 팔랑거린다.

‘이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멍 멍 개가 짖고
닭이 운다, 꼬 끼 오.

-「외딴집」 전문

시 「외딴집」은 단순 소박한 정경을 그리고 있지만, 산 밑의 외딴집에 널려있는 빨래가 산뜻한 물내를 내뿜으며, ‘사람이 살고 있다’라고 깃발을 흔든다. 유치환의 “소리 없는 아우성”(「깃발」)과 결은 다르지만, 깃발(빨래)의 공통점은 바람을 전제로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바람을 먹으면서 깃발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옥경운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작고 여리고 혼자인 것에 시선을 던지면서 무정물인 빨래와 개와 닭까지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넝쿨이 별을 달고
하늘을 품더니만

탯줄에 점지받은
자식들 오순도순

세상을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살구나.

_「호박」 전문

「호박」 시는 호박을 통하여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그리면서, “세상을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사는 통찰로 원융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으면서, 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호박 넝쿨이 별을 달고 하늘을 품는 이미지는 땅에서 태어났지만, 하늘까지 넉넉하게 품는 품성은 소박한 듯하나 광대무변하다. 탯줄에 점지받은 자식들이 둥글둥글 살아가는 모습은 자연의 조화와 인간의 생명을 축복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 속에서의 인간 삶의 화평과 순환을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손을 뻗어
별 하나 딸까,

지리산의 밤하늘은
별 세상이다.

이 많은 별들 속에
네가 사는 별은
어느 별이냐,

천왕봉에서
떨어지는 별 하나
가슴에 안았다,

별을 가슴에 안고
별 꿈을 꾼다,

별이 되어
별이 된 너를
만나보고 싶다.

-「별밤일기」 전문

시 「별밤일기」는 별을 가슴에 안고 별 꿈을 꾸면서, 별이 되고 별이 된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는 동화 같은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별을 중심으로 꿈과 소망을 그린 시이다. 지리산의 밤하늘은 별 세상이 되어 화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별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고, 가슴에 안은 별을 통해 꿈을 꾸는 모습은 시적 상상력의 극점을 보여준다.
‘별밤일기’라는 말 자체도 다양한 재미를 더한다. 별밤에 쓰는 일기일 수도 있고, 하늘의 별밤 자체가 비밀이 가득한 일기장으로 환치된다. 가슴 벅찬 별밤이 펼쳐진 공간에서 화자의 꿈과 소망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시적으로 밤하늘에 아름다운 수(繡)를 놓았다.

소박한 옥경운 시인의 시편들은 ‘소박한 것에 관한 위대함’을 발견한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잠과 연대하고 있다. 무정물과 유정물의 회통하는 교감으로 시인은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소박하게 그리면서, 유감없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선물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면모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게 한다. 옥경운 시인의 시편들은 한국 현대시의 자연주의와 향토적 감성을 잘 드러낸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기억과 심상을 결합하여 독특한 서정성을 표현한다. 이러한 시적 기법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의미와 인간의 감정을 재조명하게 한다.

옥경운 시인은 우리가 지나치고 외면했던, 외롭고 쓸쓸한 공간에서 대상들을 호명하여 노래함으로서, 그 공간은 다시 생명을 얻어 진경산수화(眞境山水畫) 한 폭을 메마른 세상으로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진경(眞境)들은 전통적인 서정의 뿌리와 함께, 인간과 자연의 동일시를 통해서 소박하면서 따듯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8150799
발행(출시)일자 2024년 06월 27일
쪽수 112쪽
크기
136 * 219 * 16 mm / 995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황금알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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