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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저자(글) · 곽형덕 번역
소명출판 · 2024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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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의 신작 시집 『배면의 지도』가 일본문학 연구자 곽형덕에 의해 번역 출간되었다. 2011년 3월 11일, 다카미 준상 시상식에 가던 시인은 일본의 '배면'을 강타한, 거대한 '파도 산(山濤)'을 마주한다. 『배면의 지도』 시집은 당시 동일본대지진을 경험한 시인의 충격, 방사선 오염 등 참사 이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4·3항쟁에 가담한 이후 일본으로 밀항한 김시종은 남한도 아니고 북조선도 아닌,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이다. 해방 이후에도 식민 종주국에 살면서, 지배층의 언어를 모국어와 다름없이 사용해온 시인은 일본어에 대한 '의식적 보복'의 마음으로, 일본 시단의 바깥에서 창작을 이어왔다. 일본어로 쓰인 시인의 시 속에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경험들, 즉 한국 현대사의 여러 파란(波瀾)이 담겨 있다.
『배면의 지도』는 그러한 조선인의 일본어, “자빠지는 듯”하고 난해한 암호 같은 시인의 일본어를 표준 한국어로 옮겼으며, 그의 시론의 핵심을 구성하는 기조 강연문과 수상 소감문, 오세종의 해설을 추가하여 시인의 시, 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시종

金時鐘, Kim Si-jong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랐다. 1948년 '4·3항쟁'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일본으로 밀항해 195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어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재일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오사카 이쿠노에서 생활하며 문화 및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53년 서클지 『진달래』를 창간(1958년 폐간)했지만 조선총련과의 갈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후 조선총련의 탄압을 뚫고 독자적 활동을 펼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6년 『'재일'의 틈에서』로 제40회 마이니치출판문화상, 1992년 『원야의 시』로 오구마 히데오상 특별상, 2011년 『잃어버린 계절』로 제41회 다카미 준상, 2022년 한국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수여하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특별조치로 194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시집으로 『지평선』(1955), 『일본풍토기』(1957), 『니이가타』(1970), 『이카이노시집』(1978), 『원야의 시』(1991), 『화석의 여름』(1999), 『경계의 시』(2005), 『재역 조선시집』(2007), 『잃어버린 계절』(2010), 『배면의 지도』(2018) 등이 있다. 시집을 시작으로 자전과 평론집 대부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번역 곽형덕

곽형덕 郭炯德, Kwak Hyoung-duck
일본어문학 연구 및 번역자로 명지대 일어일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김사량과 일제 말 식민지문학』(2017)이 있고, 편역서로는 『오무라 마스오와 한국문학』(2024), 『오키나와문학 선집』(2020), 『대동아문학자대회 회의록』(2019)이 있다. 번역서로는 『일본풍토기』(김시종, 2022), 『무지개 새』(메도루마 슌, 2019), 『돼지의 보복』(마타요시 에이키, 2019), 『지평선』(김시종, 2018),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오무라 마스오, 2017),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2016), 『니이가타』(김시종, 2014), 『김사량, 작품과 연구』 1~5(2008~2016) 등이 있다.

목차

  • 시인의 말_ 한국어판 『배면의 지도』 간행에 부치는 글

    배면의 지도
    서문

    I. 파도 산 그 후
    아침에
    부재
    거미집
    길의 이유
    애도 아득히
    마르다-아지랑이(陽炎) 연작시 ①
    피어오르는 8월-아지랑이(陽炎) 연작시 ②
    「마르다」에 부쳐
    주문
    건너다

    II. 날은 지나고
    먼 후광
    애가의 주변
    다시 그리고 봄
    밤기차를 기다리며
    희미해지는 날들
    등은 뒤돌아볼 수 없다
    익숙해지고 바람에 날리어
    원통은 빛난다
    바람의 여운

    III. 재앙의 푸른 불은 타오른다
    또다시 해는 가고
    그럼에도 축복받는 해는 오는가
    바람 속
    고양이
    후미의 작은 마을에서
    재앙은 푸르게 불타오른다
    창문
    목소리가 쓰러진다
    밤의 깊이를 함께
    후기


    습유집
    오사카항
    메마른 시간을 서성이는 것
    엽총
    8월을 살아간다
    바다의 기아
    샤릿코
    구멍
    이빨의 조리(條理)
    개를 먹는다
    비와 무덤과 가을과 어머니와-아버지, 이 정적은 당신의 것입니다
    카멜레온, 소리를 내다
    오사카 풍토기(사진시)-하나의 노래
    고깃배의 불
    하구
    형태 그대로


    시론 1_ 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
    시론 2_ 시는 쓰이지 않고도 존재한다
    해설|오세종_ 소중한 무언가들이 엮어 내는 지도를 위해서
    옮긴이 후기
    김시종 시인 연보

책 속으로

멋쩍게도 나는 그때 신칸센 화장실 안에 있었다.
옷을 껴입어 어깨뼈 우묵한 곳이 몹시 깊어
진기(珍奇)한 행위를 반복하는 사이
열차가 갑자기 멈췄다.
어찌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일본에서 가장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돌발한 것임을
나는 즉시 제 몸으로 감지했다.
- 「등은 뒤돌아볼 수 없다」 부분

유대나 격려나
지연 혈연과 같은 필사적인 인연이 가득했다.
아물지 않는 재해를 향한
부족하나마 내가 준비한 추렴이었다.
어째서인지 그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서먹서먹함은
자신이 둘러싸고 있는 거리(距離)인 듯하다.
도호쿠는 결국 일본열도의 등줄기 부근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그곳은 뒤돌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배면이다.
잊어버린 무언가가
수수께끼 암호처럼 달라붙어 있다.

그렇지, 뉘우침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다.
내가 두고 온 소중한 것도
유대 따위 자투리였는지도 모른다.
격려하고 화목하게 추렴해서
또다시 천외(天外)의 푸른 불을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텅 빈 사거리를 가다가 해는 저물고
무릎을 껴안고 있었던 것도 어쩌면
돌아갈 곳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고향이었는지도 모른다.
되돌아가기로 한다.
무인역에서
밤기차를 기다리며.
- 「밤기차를 기다리며』 부분


무용가는 자신의 무용으로 시를 표현하며, 조각가는 정과 망치로 돌을 조각하고, 나무를 파서 자신의 시를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왜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일까요? 앞서 양해를 구하자면, 저는 시를 제 직업으로도 제 장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시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시를 살아가는 사람은 허다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쓰이지 않은 소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시는 쓰지 않아도 존재합니다.
- 「시론 1-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 중에서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9059131
발행(출시)일자 2024년 06월 10일
쪽수 246쪽
크기
131 * 211 * 23 mm / 48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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