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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자, 축구

슛 한 번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화제의 여자 축구팀 이야기
노해원 저자(글)
흐름출판 · 2024년 06월 11일
10.0
10점 중 10점
(14개의 리뷰)
재밌어요 (57%의 구매자)
  • 시골, 여자, 축구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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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자, 축구 상세 이미지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야, 너두 축구할 수 있어
망설임은 시원하게 뻥 차버리고 피치 위를 씩씩하게 달리는
시골 언니들의 유기농 축구 이야기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여자 축구팀이 생겼다. 평소 밤을 새워 프리미어리그를 볼 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저자는 그 소식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애 엄마가 무슨 축구야’라는 생각이 발을 붙잡았다. 축구는 보고 응원하기만 해봤지 직접 뛰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동네 언니들도 나간다는 소식에 용기내어 운동장에 나갔다. 첫 훈련을 받고 근육통을 앓으며 다짐했다. “나 이 팀에서 손흥민이 되긴 글렀고 케빈 데브라위너가 되어 봐야겠어.”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서 8천여 편의 후보작 중 대상으로 선정된 《시골, 여자, 축구》가 흐름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에 사는, 축구는 처음인 시골 언니들의 씩씩한 축구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공은커녕 늘 운동장 구석진 자리에서 구경만 해야 했던 여성들의 피치 위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열정과 우정을 담았다. 처음 스텝 레더로 스텝을 밟던 설렘,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고통 속에서 느껴지던 희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몸에 대한 답답함, 팀원들과 손발을 맞춰간다는 기쁨, 늘지않는 실력에 결국 오고만 슬럼프 등 3년간 축구를 하며 겪은 이야기가 생생하게 녹아있다.
이 책은 저자의 성장에 맞추어 전반전, 하프타임, 후반전으로 구성되었다. 전반전은 축구를 처음하는 초심자의 마음을 담았고, 후반전에는 축구인으로 성장한 저자의 모습을 담았다. 하프타임에는 반반FC 팀원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그동안 여성의 몸으로 어떤 축구를 만나 왔으며, 무슨 이유로 이토록 축구를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다.
피치 위를 달리며 저자는 여성으로서 축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고찰한다. 남자들은 더우면 잘만 벗는 웃통을 왜 여자들은 벗을 수 없는지, TV는 왜 달리는 여성보다 응원하는 여성을 더 비추는지, 대한축구협회 임원 28명 중 왜 여성은 단 4명에 불과한지 달리면 달릴 수록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허무함을 느끼기보다 더 열심히 달리기를 선택한다.
시골의 작은 축구팀이지만 감독부터 전력 분석관, 팀닥터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은 팀원보다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고민일 만큼 마을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이유가 필요한 세상에서 조건 없는 응원은 언제나 벅찬 감동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도전 앞에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낸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작가정보

저자(글) 노해원

노해원

반반FC의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 얼떨결에 주장이 되어 3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세 아이를 돌보는 일과 축구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새벽에 잠드는 일상을 보낸다. 이러다 눈알이 축구공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축구만 하려던 계획에 실패해 이제는 축구보다 사랑과 우정을 키우기 위해 운동장에 간다. 축구도 인생도 매일이 슬럼프이자 과도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있다.

노해원 작가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ggobak3bro
인스타그램
instagram.com/ggobak3bro

목차

  • 전반전
    ‘반축반X’의 삶이 시작되다
    축구, 해봤어?
    ‘이니광훈’을 제치는 그날까지
    비키니 대신 브라탑
    어디서나 전력 질주
    같이 축구하는 사이
    축구는 정말 이상해
    우리의 적들은 다정하다
    적도 속이고 팀도 속이는 최악의 작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축구인의 단골 가게

    하프타임
    우리의 축구에 대하여

    후반전
    우리의 이름을 걸고
    진정한 첫 대회
    직관의 쓴 맛
    제 지시는 일부러 따르지 않으시는 건가요?
    축구는 팀 스포츠!
    축구하는 언니들
    부상을 안고 뛰는 법
    웃기는 주장
    우리가 실력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
    응원하는 마음
    축구로 글을 쓰는 사람들
    에필로그
    추천의 글

추천사

  • 축구를 통해 경계선을 뛰어넘고 사회에 균열을 내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면서도 믿음직한 문장들로 펼쳐져, 읽는 내내 마음껏 울다가 웃다가 자주 벅찼다. 특히 이 책이 이룬 남다른 성취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늘 비껴나 있어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지방 소도시의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면까지 생생히 담아냈다는 점이다. 노해원 작가는 여성성과 지역성이 축구공 위에서 포개지며 빚어내는 순간들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운동 에세이를 세상에 뻥 차 넣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치열하게 맞붙어 싸우며 서로를 키우고 함께 성장하는 눈부신 순간 같은 것들을. 대지를 시원하게 가르는 롱패스 같은 이 책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골로 꽂힐 것을, 골 네트를 흔들며 마음속에 격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을 굳게 믿는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결승 골이었다.

  • 글이 춤춘다. 골 세레모니하는 선수의 발걸음처럼 기분 좋게 문장이 쭉쭉 내달린다. 시골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가 축구를 어찌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쏙 들어간다. 한계가 곧 출구였다. 공동체 정서가 남아 있는 지역이라서 가능한, 평생 응원석만 지키던 사람이 마침내 ‘선’을 넘자마자 일어난 축구의 마법이다. 공차기가 몰고온 에너지와 신바람이 대단하다. 득점왕도 없는 시골여자축구 이야기에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이 담겼다. 타고난 미드필더답게 저자는, 먼 행복을 찾아 우왕좌왕 하는 독자를 향해 정확한 곳에 패스를 찔러준다.

  • 이 책을 읽고 내가 왜 축구를 그토록 사랑해 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축구의 매력을 세심하게 포착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수없이 공감했다. 때로는 ‘나도 분명 느꼈었지만 설명할 길 없던 감정’이 단 몇 문장 안에 완벽히 담겨 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좋은 글을 읽을 때의 기쁨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두 가지, ‘축구’와 ‘글’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축구 콘텐츠 제작을 업으로 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축구 콘텐츠’는 그것을 보고 난 뒤에 축구화를 챙겨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게끔 하는 콘텐츠다. 이 책이 그렇다. 그만큼 생생하다.
    저자는 축구에서 축구만 배우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타인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게 된다. 삶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 반반FC 코치를 하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과 배우려는 의지, 그리고 축구를 대하는 순수함을 엿보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더 배우고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반반FC와 같이 축구를 하면서 느낀 많은 감정들이 이 책에 잘 녹아져 있다. 반반FC 이야기들을 책으로 빛을 보게 해준 주장 해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책 속으로

그렇게 축구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가고 있을 때 마을에 여자 축구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호기심 정도였다. 여전히 나는 애 엄마고,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제대로 된 운동 한번 안 하고 살아왔으니 축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계속 선긋기를 했다. 그런데 그 팀에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언니들이 나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내가 축구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던 ‘애 엄마’라는 수식어를 깨끗이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속으로 그어 놓은 경계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언니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축구를 하러 운동장에 나갔다.
─ 〈축구, 해봤어?〉 중에서

그래서인지 축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억울함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너무나도 하찮은 나의 실력과 마주할 때마다 미친 듯이 축구만 하던 그 남자애들이 떠올랐다. 그 애들이 떠오를 때마다 부럽다 못해 약이 올랐다. 그때 물 떠 줘서 고맙다는 말 대신 너도 한번 뛰어보라고, 이게 얼마나 재밌는지 직접 뛰어봐야 안다고 말해줬더라면, 그래서 내가 그때부터 축구에 재미를 붙였더라면. 그러면 최소한 축구에 관심도 없는 내 남편 정도의 실력은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불어났다. 불어나는 아쉬움은 나를 자꾸 재촉했다. 그동안 억울하게 못 배운 시간만큼 빨리 배우고 빨리 익히고 싶어 자주 조급해졌다.
─ 〈‘이니광훈’을 제치는 그날까지〉 중에서

날이 많이 더울 때는 운동장을 한 바퀴만 뛰어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잠시 쉬며 마시는 미지근한 물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마지막 훈련으로 미니 경기를 할 때 팀 구분을 위해 망사 조끼를 입는데, 그 조끼를 입기는커녕 그 망사 조끼만 입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아, 웃통 벗고 싶다.
언젠가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세상을 표현한 프랑스 단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오래전에 본 거라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한 장면이 있다. 환한 대낮에 한 여성이 웃통을 다 벗고 조깅을 하는 모습. 출렁이는 가슴을 그대로 노출한 채 누구보다 가볍게 뛰어가는 그 여성의 모습은 시각적으로 느끼는 이질감과는 달리 굉장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요즘 같은 날씨에 훈련을 하다 보면 그때 그 장면이 자주 떠오른다. 남자들은 더우면 잘만 웃통을 벗던데 왜 나는 벗으면 안 되는지 심술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웃통 벗고 싶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면 코치님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코치님을 뒤로 한 채 나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나중에 우리끼리 한밤중에 모여 웃통 벗고 축구 한번 하자며 낄낄댔다.
─ 〈비키니 대신 브라탑〉 중에서

유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사이의 친구들과 경기를 할 때는 상대 팀 어린이들의 멘탈을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낮은 연령의 친구들과 자주 경기를 해온 터라 이제 이 친구들을 울리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눈물을 흘릴 타이밍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공 못 받는다고 주저앉아 있을 시간 없어! 그럴 시간에 지금 당장 공을 받으러 갈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저쪽! 지금 당장 저쪽으로 달려가야 공을 받을 수 있어!” 그러면 아이들은 주저앉아 울려다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런 어린이들을 보면 상대인 우리도 다시 한번 마음이 진지해진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경기에 더욱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 〈우리의 적들은 다정하다〉 중에서

나는 그동안 실수에 벌벌 떨며 살았다. 내가 틀릴까 봐, 내가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봐. 무엇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마음을 들켜서 결국엔 상처 받을까 봐. 그러나 축구를 하면서는 매번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숨기고 싶어도 도무지 숨길 수가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면 부끄러움에 머리를 쥐어뜯고 발차기 손차기 다 하면서도 다시 운동 장으로 나갔다.
그렇게 운동장에 나가 계속 실수하며 숨기려고 했던 내 모습을 들켜 보니 이제는 창피하기보단 웃기다. 같이 뛰던 친구들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는다. 우리 팀 부주장 조조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나의 성격을 눈치채더니 이제는 자기가 먼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함께 웃다보니 큰일 날 것 같은 일들도 그저 작은 추억거리가 되었다. 함께 웃고 함께 실패하다 보니 실수가 부끄럽 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함께 실패하는 거다. 혼자 시도하다 실패하면 상처가 되지만 같이 시도 하다 실패하면 추억이 된다.
─ 〈적도 속이고 팀도 속이는 최악의 작전〉 중에서

[훈련 공지] 3월 10일 일요일 오후 2시 홍동중 운동장 훈련합니다. 일 년 중에 운동하기 좋은 시즌이 봄이에요. 아끼지 마시고 나오세요~^^
그 밑으로 참여 댓글이 하나둘 달린다. ‘참1’부터 ‘참5’까지 달리더니 ‘참9’까지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그래도 올해는 팀이 계속 유지되겠군’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같이 뛰다 보면 다음에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다독여도 본다. ‘다음에 홍동초랑 경기할 때는 적어도 치욕은 당하지 않으리라.’ 비장하게 다짐도 해 본다. 이러다 결국 나는 또 어렵고 답도 없는 축구를 하러 매주 운동장으로 나갈 것이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근육을 키워야 하니까, 친구들이 보고 싶으니까, 이기고 싶으니까, 무엇보다 축구가 좋으니까. 올해도 그렇게 축구하기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간다. 어느새 운동하기 좋은 계절, 봄이 왔다. 사람들도 하나둘 다시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어두웠던 생각은 금세 걷히고 다시 공을 차고 싶어 발가락을 꼬물거린다.
─ 〈제 지시는 일부러 따르지 않으시는 건가요?〉 중에서

되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지금의 우리 팀을 만든 것 같다. 이제는 각 잡고 서로의 마음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만두고 싶다는 투정 어린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봐 주고 같이 해결해 나가자는 친구들이 있다. 이제는 그 친구들이 있어 축구를 나간다. 기쁘고 슬프고 괴로웠던 것들이 모두 추억이 되어 간다. 나는 우리 팀이 이상해서 좋다. 이제는 정말 한 팀으로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다. 이제는 축구가 좋은 건지 우리 팀이 좋은 건지 헷갈린다.
─ 〈축구는 팀 스포츠!〉 중에서

그 뒤로 1년이 지난 지금 나의 슬개골은 여전히 가끔 불편하고 종종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이제는 요령이 생겨 무릎이 뻐근해지면 보호 기구를 차거나, 찜질을 해주거나, 물리치료실 언니에게 배운 운동을 하거나, 무릎을 덜 쓰는 훈련을 한다. 나름의 적응 과정을 터득해가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디를 다쳐도 100퍼센트 완치란 없겠구나. 이렇게 적응하며 뛰는 수밖에 없겠구나. 단지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다친 부위가 슬개골인지 쓸개골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 나의 상처를 다정하게 진단해 주고 다시 돌아오길 기다려주는 동료들을 찾는 것, 겁먹고 움츠러들기보단 힘껏 달려보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렇게 나는 절뚝이면서도 축구를 하러 간다. 가방에 보호 장비를 가득 넣고, 아픔에 익숙해져 가며 계속 뛰기 위해서.
─ 〈부상을 안고 뛰는 법〉 중에서

지금까지 나는 엄마로서 혹은 다년간 이것저것을 덕질 해온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한다는 것이 나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좋아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자부심, 책임감, 지키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이 결국에는 더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성장을 꾸준히 함께 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별 수 없이 깊어진다.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게 된다. 그런 응원을 받는 날이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하는 행위들이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서다. 무엇이든 이유가 필요한 세상에서 조건 없는 응원은 언제나 벅찬 감동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응 원하는 마음이 나를 살리고 동시에 상대도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 〈응원하는 마음〉 중에서

출판사 서평

행복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독자를 향해 정확한 곳에 패스를 찔러준다.
-은유, (《해방의 밤》 저자)

★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 8천여 편의 후보작 중 엄선된 단 한 권의 에세이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해방의 밤》 은유, 63만 유튜버 김진짜 추천!

우리가 넘지 못하는 선은 오프사이드 라인뿐
본캐는 세 아이의 엄마, 부캐는 축구인
경계선을 넘나드는 여자들
저자가 평소 좋아하던 축구를 직접 해볼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에도 선뜻 축구팀 입단 신청을 하지 못했던 건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그어놓은 ‘애 엄마’라는 경계선 때문이었다. 더 나이가 많은 동네 언니들도 축구를 한다는 소식에 용기내어 나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희열을 맛본 저자는 어느새 주장까지 되었다.
스스로 ‘축구 과몰입러’라고 하는 저자는 훈련이 있는 날이면 마음이 급해진다. 쌓여 있는 집안일을 해결하고, 평소보다 일찍 저녁을 한 뒤 아이들을 씻기고 잠자리까지 챙겨준 후 부랴부랴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운동장에선 ‘애 엄마’가 아닌 ‘축구인’이 된다.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언니들도, 환갑이 넘은 언니들도 운동장 안에선 모두 같은 축구인일 뿐이다. 축구를 통해 사회가 붙인 ‘애 엄마’라는 타이틀을 벗고 자신의 또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도전을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하프타임〉에서 볼 수 있는 반반FC 팀원들의 인터뷰는 축구를 하면서 경계선을 넘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치 위에서의 전력 질주, 몸싸움, 소리지르기 등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에 도전하며 느낀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선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과감한 한 발자국을 뗄 동기가 될 것이다.

주희-
가장 큰 부분은 ‘나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감각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제가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왜 못하겠어요. 저도 할 수 있죠. 누구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운동장에 나와 패스를 하고, 드리블을 하면서부터예요. 저의 세상이 축구만큼 넓어진 거죠.
─ 〈하프타임: 우리의 축구에 대하여〉 중에서


평균 연령 9.5세 어린이들과의 경기부터 도 대회 출전까지
엘 클라시코를 방불케하는 엘 클라‘시골’
공만 보고 달려드는 일명 ‘개떼축구’부터 프리미어리그를 방불케하는 최근의 경기까지 이 책에는 저자의 축구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경기에서 방심했다가 뻥뻥 들어가는 공을 하염없이 보기만 해야 했던 일, 같은 팀 동료와 합이 맞지 않아 답답했던 상황, 도 대회 훈련 중 결국 욕설까지 나왔던 일 등 당시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지역 축구팀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프리미어리그 못지 않은 긴장감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흥분감을 안겨줄 것이다.
경기에 필요한 엔트리를 채우기도 모자랐던 작은 축구팀이 결국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경기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지켜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골 마을의 작은 여자 축구팀을 응원하고 있게 될 것이다.

한번은 격한 움직임으로 자주 부딪치고 있던 선출 언니 두 명이 있었다. 승리를 향한 그들의 집념과 열정에 경기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 내내 치열하고 아슬아슬하게 몸싸움을 하고 있다가 한 언니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안경이 떨어진 언니가 그 안경을 집어 다시 땅으로 던지며 소리쳤다.
“아, XX! 적당히 해야지!”
안경을 떨어뜨리게 한 언니도 지지 않고 그 언니를 노려봤다. 주변에서 두 사람을 말리고 안경이 떨어진 언니가 교체되어 나가면서 정리가 되었지만 나는 처음 본 그 광경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반하고 만 것이다. 나는 혼자 속으로 외쳤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승부의 세계!’
─ 〈축구는 정말 이상해〉 중에서


축구팀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시골 마을의 여성 축구팀 이야기
저자가 뛰고 있는 반반FC의 코치는 지역 여성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그들에게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골 마을에 여자 축구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시골 마을의 축구팀이지만 나름 체계적인 훈련 방식과 구성을 갖추고 있다. 코치부터 드론을 이용한 전력 분석관, 침뜸을 놔주는 팀닥터까지 있다. 훈련장인 초등학교 운동장은 천연 잔디로 되어있어 비가 오면 발이 푹푹 빠지고, 여름이면 모기에 시달리며, 밤엔 조명조차 없지만 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작은 마을의 여자 축구팀은 마을 모두의 응원을 받는다. 실력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 축구부, 고등학교 여자 축구부, 족구팀 아저씨들 등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경기 상대가 되어주며, 첫 출전 소식에 여기저기서 봉고차와 간식, 후원금을 보내준다. 시골이라 가능한 공동체 정서가 이 팀의 원동력이다.
도시와는 다른 시골만의 정서가 책 전체에 녹아있어 보는 사람까지 흐뭇하게 한다. 단골 가게 사장님들은 축구 유니폼을 알아보고 파이팅과 함께 서비스를 얹어준다. 머리를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는 ‘아직도 축구하고 있어요?’라며 먼저 아는 체를 해준다. 저자가 축구를 하며 마을 사람들과 더 친밀한 사이가 되고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볼이 발그레해질 만큼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분석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나온 우리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동시에 우리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함께 뛰고 있거나 뛰었던 사람들, 우리의 경기를 보러 와주는 가족들과 지인들, 오며가며 구경하던 동네 사람들, 우리의 상대가 되어 주었던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족구팀 아저씨들. 이렇게나 많은 응원을 받는 팀이라니. 우리의 성장을 함께 해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자부심과 고마움 그리고 약간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런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반반FC의 역사적인 첫 대회 참여 소식을 마을에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나 장소 등을 간단히 적어 마을 밴드에 우리의 출전 소식을 알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응원의 댓글을 달아 주었고 이곳저곳에서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파이팅을 외쳐 주고 직접 시합을 보러 와준 사람들도 있었다.
─ 〈응원하는 마음〉 중에서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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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5966319
발행(출시)일자 2024년 06월 11일
쪽수 216쪽
크기
122 * 188 * 20 mm / 327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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