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을 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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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52)
작가정보
시천(詩泉) 김성덕
강원 영월 출생, 한촌문학동인(71~73), 토요시동인(94~97, 2000~2005). 《시와 비평》(시 2002), 《시조문학》(시조 2010) 등단, 한국문인협회(시조분과), 강원문인협회, 원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협회 원주지부장, 원주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및 더 좋은 날 시조교실 대표,
수상: 동백예술상(2005), 강원문학작가상(2011), 원주문학상(2015), 한국시조 문학상 작품상(2020), 원주예술상 대상(2021), 원주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2017, 2020, 2024). 시집: 『꽃등』(2011), 시조집: 『회복기의 노래』(2014), 『더 좋은 날』(2017), 『꽃가람 윤슬되어』(2020), 『휘파람을 불다』(2024), 가곡작시: 〈두물머리 강가에서〉, 〈가을 그리움〉, 〈그 여자〉.
작가의 말
제3 시조집 『꽃가람 윤슬되어』를 펴내고 4년 만에 제4 시조집을 출간한다. 2010년 《시조문학》 봄 호로 등단하면서 미지의 문학 장르였던 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꿈꾸며, 여러 가지 시조의 세계를 경험한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었다. 《시조문학》지를 구독하여 시조의 안목을 넓히고, 중앙시조백일장의 수상작들을 스크랩하거나, 다양한 시조집을 읽으며 그중에 나와 생각이 맞는 작품들을 발췌하여 창작의 참고서로 활용한 것은 나의 창작여정에 보람 있는 일로 기억 될 것이다.
몇 년 사이에 가까웠던 친구들이 하나둘, 이승을 떠났다. 영월읍장을 지낸 오무게 친구 석현이, 원주방송국 방호과장이던 재상이, 학창시절 옆집에 살던 만물박사 동호 등이 내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겨갔는데 이 친구들에게 적멸가라도 불러주어야겠다. 74년을 지상에서 함께한 친구들과의 오랜 추억을 더듬으며, 이승을 떠나 영혼의 세계에서 사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다하지 못한 생의 미련을 안고 살아가는 초록별에서의 삶이, 다시는 오지 못할 기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남은 생애의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보아야겠다.
목차
- ■시인의 말
1부 서강애가
서강애가西江哀歌 - 생육신 관란 원호 선생을 기리며
고향故鄕
산山
수선화
동무 생각
봄 편지
삼월의 밤하늘
친구
군자란
꽃 기린
두 시 꽃
치악산 편지
춘신春信
진혼곡鎭魂曲
아카시아꽃
추억에서 ㆍ 21 - 고종사촌 덕기
추억에서 ㆍ 22 - 작은 매제 승덕
고들빼기김치를 먹으며
봉자막창
그 집 떡볶이
이모네 만둣집
추억에서 ㆍ 24 - 아버지의 막걸리
2부 전사의 길
전사戰士의 길
아내 ㆍ 14
아내 ㆍ 15
아내 ㆍ 16
아내 ㆍ 17
아내 ㆍ 18
아내 ㆍ 19
아내의 노동 ㆍ 2
밥
아버지의 밥
합장合葬
부활復活
여름 연가戀歌
세 남자
빗줄기
별리別離 ㆍ 3
반성反省
매미
8월에게
금계국
추억의 애창곡 ㆍ 1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왜가리
3부 회룡포에서
회룡포回龍浦에서
양양 동호해변에서
청포도
입추立秋
외손자 지오 ㆍ 1
외손자 지오 ㆍ 2
우리 외손자 지오 백일에
잠시 머물다 가면서
용서
추분秋分
도정기道程記
바람이 말을 걸어오면
가을 편지 - 터키의 아우에게
말[言]
오래된 그리움 ㆍ 1 - 친구, 석현을 보내고
오래된 그리움 ㆍ 2 -15.18의 영원한 친구 동호 영전에 바침
친구, 재명이에게
겨울 편지
십일월
추억의 애창곡 ㆍ 2 -오, 솔레미오
아내의 칠순 생일에
일흔두 번째 생일에
4부 휘파람을 불다
휘파람을 불다
제주 연가
더 좋은 날 ㆍ 50 - 꽃 피지 않는 사과나무
더 좋은 날 ㆍ 51 - 보리수
더 좋은 날 ㆍ 52 - 수국
바람의 노래 ㆍ 11 - 안다성 선생님의 영전에 바침
바람의 노래 ㆍ 12 - 송민도 선생님 영전에 바침
바람의 노래 ㆍ 13 - 배호의 황금의 눈
바람의 노래 ㆍ 14 - 조애희의 사랑해 봤으면
노구소
각림사覺林寺
달무리
최근의 밤하늘 - 삼동三冬의 다이아몬드
카페 마노 앤디또에서
추억의 애창곡 ㆍ 3 - 라노비아
추억의 애창곡 ㆍ 4 - 라팔로마
추억의 애창곡 ㆍ 5 - 넷킹콜의 모나리자
무궁화無窮花
조국祖國
시조사랑
시조의 깃발 나부끼며
원주 찬가
■해설: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과 그리움의 노래
책 속으로
■해설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과 그리움의 노래김성덕 시인의 시조집 『휘파람을 불다』의 시 세계
김태균(시인)
김성덕 시인의 제4 시조집 『휘파람을 불다』는 시인의 깊은 사색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조집을 통해 시인은 자연, 인간의 감정,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 등을 탐구하며,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드러낸다. 시조집에 수록된 각각의 작품은 시적 이미지와 언어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데 이는 김성덕 시인의 문학적 재능과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이번 시조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은 ‘바람(19)’, ‘하늘(16)’, ‘꽃(27)’, ‘아내(12)’, ‘친구(13)’, ‘밤(20)’, ‘사랑(6)’, ‘그리움(21)’, ‘슬픔(8)’, ‘기다림(10)’, ‘세월(22)’, ‘기억(5)’, ‘추억(15)’ 등이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감정, 시간의 흐름과 같은 주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단어들은 시조의 각 장에서 무게감 있게 다뤄지며, 각각의 주제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지를 설명한다.
자연은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중요한 원천이다. 자연의 요소들은 변화와 영속성, 아름다움과 잔인함 등 인간 삶의 모순된 양상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바람’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사용되며, 이는 시인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을 탐색하는 방법을 보여 준다. ‘하늘’과 ‘꽃’ 같은 이미지는 자연의 순환적 특성과 인간의 감정 상태를 동시에 나타내며,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의 깊이를 묘사한다.
인간의 감정은 이번 시조집에서 중심적인 주제이다. ‘사랑’, ‘그리움’, ‘슬픔’, ‘기다림’과 같은 감정은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감정은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인은 이러한 감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세계와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며, 이 과정에서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시와 연결 지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시간과 기억에 대한 탐구도 시집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세월’, ‘기억’, ‘추억’과 같은 단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 준다. 시인은 기억과 추억을 통해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공동체의 역사와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과정은 시간을 초월한 인간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며, 삶의 의미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시조집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주제이다. 시인은 죽음을 통해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죽음은 시집 속에서 인간의 삶을 완성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묘사되며, 이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함을 상기시킨다. 이를 통해 시인은 죽음을 사색의 창으로 활용하며, 그것이 인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이처럼 김성덕 시인의 시조집은 자연, 인간 감정,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주요 테마로 다루며, 이를 통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한다. 이 시조집은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감정적 공감을 주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 직설적 시어의 진정성
김성덕 시인의 제4시조집 『휘파람을 불다』에서 아내를 주제로 한 시조는 연작 시조를 포함에서 8편으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작품들은 부부간의 일상적 교감과 삶의 무게를 섬세하게 포착하면서도 깊은 문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시인은 이 시조들을 통해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며, 부부 관계의 평등과 사랑을 강조한다.
〈시인의 말〉에서 언급한 “내 시조 작품의 원천인 아내에게도 고마움의 입맞춤을 보내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아내와의 일상과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표현은 시인의 개인적 감정과 생각을 반영하면서도,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을 드러낸다.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그녀가 그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이러한 생각은, 시인이 아내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행복과 안정감을 시조를 통해 표현하며, 그녀와의 생활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를 시적 언어로 잘 나타낸다. 아내는 단순한 배우자를 넘어서, 시인의 삶의 동반자이자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사건들을 통해 시적 언어로 풍부하게 표현되며, 시인의 작품 속에서 아내는 끊임없는 사랑과 존경의 대상으로, 그리고 삶의 중심적인 힘으로 등장한다.
“‘집안일 도와준다’/그 말을 바꾸란다//도와주는 것이 아닌/같이 하는 것이라고”(「아내 ㆍ 15」)에서 시인은 가사 노동을 도우려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이 시조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부부간의 평등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가사 노동을 단순한 일이 아닌, 서로를 위한 사랑과 존중의 행위로 승화시키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시인은 일상에서의 작은 보살핌이 어떻게 큰 울림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면서,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탐구한다.
당뇨에 효험 있다
이것저것 챙겨주고
운동화 끌지 말고
걸을 때 허리 펴고
오늘도/ 당당히 살라
잔소리가 끝없다.
- 「아내 ㆍ 16」 전문
이 작품에서는 시인의 건강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건강에 대한 작은 조언이나 잔소리가 어떻게 부부 사이의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시인은 간단한 일상의 대화를 통해 깊은 감정을 전달하고, 그러한 소통이 어떻게 두 사람을 더욱 가까이 묶는가를 섬세하게 그린다.
수많은 불면의 밤 지혜롭게 다스리고
고된 노동 감내하며 씩씩하게 살아온
힘겨운/ 당신의 생애/ 아리도록 거룩했지
- 「아내의 칠순 생일에」 셋째 수
「아내의 칠순 생일에」는 아내의 삶을 거룩하게 칭송하며,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부부의 인생 여정을 고찰한다. 이 시조는 아내가 겪은 삶의 고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된 내적 강인함과 헌신을 기념한다. 시조에서 ‘거룩하다’라고 칭하는 아내의 삶을 통해, 시인은 부부 사이의 깊은 연대감과 사랑을 표현한다.
평생을 고집했지 만두소에 고기를 뺀
산뜻한 김치만두 겨울이면 자주 빗던
세월이/ 이리 흘러도/ 변함없는 만둣국
- 「아내 ㆍ 19」 첫째 수
「아내 ㆍ 19」에서는 과거의 추억을 현재와 연결 지으면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시조는 아내와의 공유된 순간, 특히 함께 맛본 음식과 관련된 기억을 통해 부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시인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애정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어떻게 시간을 넘어서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김성덕 시인이 아내를 주제로 한 시조들에서 택한 표현 방식은 투박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그의 시적 투명성과 솔직함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시와 독자 사이의 감정적 거리를 좁혀, 시인의 감정과 생각을 숨김없이 전달한다. 직설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더욱 강렬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며, 이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과 같은 강한 감정이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언어의 선택은 전통적인 시조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적 제약과 감정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이는 시조의 형식적인 틀 안에서도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감정의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직설적인 언어는 시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더 넓은 독자층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문학적 장치나 복잡한 은유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시조의 접근성을 높이고, 감정과 메시지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직설적 접근이 예술적으로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시인의 표현 범위에 일정한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덕 시인의 경우, 이러한 스타일이 그의 주제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의 시조에서는 이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감정의 진정성과 생동감을 잃지 않고 독자에게 울림을 전달한다.
3. 음악과 언어의 메타적 탐구
『휘파람을 불다』에는 유독 음악과 관련된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김성덕 시인의 작품에서 음악은 단순히 배경이나 주제를 넘어, 그의 시적 표현과 감성의 깊이를 풍부하게 하는 중심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성악 실력과 하모니카를 다루는 음악적 소양을 갖춘 시인으로서의 그의 배경은 그의 시조집 『휘파람을 불다』 속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러한 음악적 조예는 시인이 자신의 감정, 추억, 심지어 삶의 철학까지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시조집 속에는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시조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이 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마음에 수심愁心 일어 우울이 찾아오면
치악산 바라보며 원주천 걸어보자
물소리/ 바람 소리에/ 청량감이 맴돌지
가슴에 쟁여두던 미움이나 갈등 지워
용서와 자비심을 온전히 채워두면
하늘에/ 새털구름으로/ 자유로운 영혼 되리
어깨춤 들썩이며 휘파람 불며 가자
허물의 안쪽으로 위로가 밀물지면
포근한/ 노을을 안고/ 삶은 평온 하리니.
「휘파람을 불다」 전문
이번 시조집의 표제 작품인 「휘파람을 불다」에서 시인은 음악적 요소를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자연과의 교감을 시적으로 구현한다. 휘파람은 일상에서의 순간적인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며, 시인의 추구하는 삶의 철학을 반영한다. 이 휘파람 소리는 우울과 불안이 찾아올 때 마음의 짐을 가볍게 하고,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치유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이는 시인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삶의 아픔을 초월하고,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가를 보여 준다.
김성덕 시인의 시조집에서 음악은 그의 시적 언어와 결합하여 감정의 깊이와 복잡성을 탐구하는데, 이는 시조를 단순한 문자의 배열이 아닌, 감정과 사유가 깊이 결합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음악적 요소는 시인의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며, 독자에게 감정 이입의 폭을 넓히고, 시의 다층적인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김성덕 시인은 음악과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적 탐구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본질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경쾌한 멜로디에
슬픔이 스며들고
젊은 날 애창곡 중
흥이 넘쳐 부른 노래
오십 년/ 가슴 속에서
출렁이던 그리움
- 「추억의 애창곡 ㆍ 4 -라팔로마」의 첫째 수
인용한 시조에서 시인은 젊은 시절 자주 듣고 부르던 노래를 통해 과거의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회상한다. 이 시조는 음악을 통한 시간의 재현으로, 특정 멜로디가 들릴 때마다 감정의 홍수가 밀려오는 감정의 공명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감정의 표현은 ‘공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과 현재의 감정 사이의 긴장을 통해 더욱 깊은 감정적 울림을 생성한다.
칠십 년대 상동 극장 노래자랑 대회에서
갓 제대한 이십 대 청년 순호 형이 부른 노래
사랑한 여인을 보내는/ 슬픈 이별 노래였지
-「추억의 애창곡 ㆍ 3 - 라노비아」 중 첫째 수
「추억의 애창곡 ㆍ 3 - 라노비아」에서는 음악이 갖는 감정 전달의 힘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시조는 음악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시간적 연속성의 매개체로 기능하며,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현재에 되살림으로써 시인의 감정적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바람의 노래 ㆍ 11 -안다성 선생님의 영전에 바침」과 「바람의 노래 ㆍ 12 -송민도 선생님 영전에 바침」에서는 음악을 통해 존경하는 두 인물을 추모한다. 이 시조들은 음악의 기념(praise of music)을 통해 두 선생이 남긴 음악적 유산이 어떻게 후대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는지를 강조한다. 음악은 이 시조들에서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무언의 언어’로서의 힘을 발휘한다.
김성덕 시인의 음악적 배경은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하며, 시적 표현을 통해 감정과 사상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시조는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며, 음악은 이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으로 만든다. 음악은 김성덕 시인의 작품에서 단순한 주제를 넘어서, 시인의 삶의 방식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깊이 관여하며, 그의 시적 목소리를 독특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감정과 기억, 존재의 본질에 대해 독자와 교감하며, 음악과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적 탐구를 이어간다.
4.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
흔히, 문학에서 ‘기억’은 주로 개인이나 집단의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과정으로 다뤄진다. 이 개념은 시적 화자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역사적 맥락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에 대한 이해나 비판을 제시한다. 또한, 기억은 인간 심리를 탐구하고, 서사 구조와 플롯의 발전에 기여하며, 문학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사용된다. 문화적 기억과 포스트메모리와 연결되어, 세대 간 전달되며 사회적, 역사적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김성덕 시인의 제4 시조집에서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 역사적 연속성, 그리고 감정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문학적 요소로서 다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인은 개인적 기억을 통해 감정의 진정성을 탐색하고, 역사적 사건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서술하며,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다. 이러한 접근은 시조집 전체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시인의 시적 통찰과 독자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천둥이 잠잠하고
첫 매미 울던 날에
뻐꾸기 친구 하던
삼십 년 흘러갔다
어머니/ 영천 호국원
아버지 집 오셨다.
「합장合葬」 전문
「합장合葬」이라는 작품에서는 가족간의 영원한 연결과 기억의 지속성을 탐구한다. 이 시조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가족간의 깊은 연결을 드러내며,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가치를 조명한다. 시인은 천둥이 잠잠해지고 첫 매미가 울던 날, 즉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부모님의 합장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시간의 재현을 섬세하게 그린다.
그날의 포화砲火 속에
숨져간 아린 영혼
잃었던 기억들이
산하山河를 물들이고
유월은/ 눈물샘 되어
가슴 속을 흐른다.
- 「진혼곡鎭魂曲」 전문
「진혼곡鎭魂曲」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기억을 통해 사회적 상실과 개인의 애도를 다룬다. 이 작품은 음악적 구조를 통해 전쟁에서 숨져간 영혼들을 애도하며, 평화와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조는 전쟁의 참혹함을 상기시키며, 이를 통해 역사적 반성과 인식의 확장을 촉구한다.
헤매던 젊은 꿈이 노을에 잠겨 가고
눈물에 고여 있던 설움이 떠나가면
빈손에/ 잡히는 것은/ 추억 맺힌 먼 하늘.
「추분秋分」 셋째 수
노을 속의 집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잃어버린 시간을 회상하는 작품으로, 시인은 고향의 노을을 배경으로 과거의 삶을 되짚어본다. 이 작품은 기억의 재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적 깊이를 탐색하며, 고향과의 연결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감정의 공명을 이끌어낸다.
이밖에도 여러 작품에서 기억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살아 온 / 굴곡의 세월 / 지켜보는 저녁별” (「아버지의 밥」)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버지가 겪은 삶을 기억하고, 그 삶이 가족의 기억 속에서 어떻게 지속되는지 나타낸다.
“고향 흙냄새 / 아련하게 감돈다”(「고들빼기김치를 먹으며」)에서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들빼기김치의 향기를 통해 고향과 연결된 기억을 상징
출판사 서평
김성덕 시인의 시조집 『휘파람을 불다』는 시인의 깊은 사색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조집을 통해 시인은 자연, 인간의 감정,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 등을 탐구하며,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드러낸다. 시조집 속 각각의 작품은 독자에게 시적 이미지와 언어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하며, 이는 김성덕 시인의 문학적 재능과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김성덕 시인의 시조집은 자연, 인간 감정,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주요 테마로 다루며, 이를 통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시적 세계를 구성한다. 이 시조집은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감정적 공감을 제공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학적 탐구를 선보인다.
〈발문〉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1201703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6월 04일 | ||
쪽수 | 156쪽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조사랑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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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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