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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시편 6
김종애 저자(글)
북치는소년 · 2024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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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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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싹 품은 겨울의 소리

이 시집은 겨울에 두고 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옛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겨울은 한 번 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봄을 맞기 위해 늘 기다리는 공간 같습니다. 시인이 마련한 겨울 소리에 귀를 대고 있으면 보이지 않지만 분명 자리하고 있는 사물들과 만나게 됩니다.
제1부 ‘찾을 수 없는 주어’에는 ‘이름’ 없이, ‘나’ 없이 살아온 시간이 있습니다. 이미 실종돼 찾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알뜰하게 모아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고요하고 거룩합니다.
제2부 ‘풀리지 않는 질문’에는 지난날 시인을 옥죄었던 기억을 풀어 놓았습니다. 성장통일 수도 있고,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유년의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은 꼭 묻고 답해야 할 묻어둔 이야기입니다.
제3부는 ‘돌아갈 곳 없는 이를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설정한 타자를 털어 내고 새로운 타자와 만납니다. 내 밖에 있으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 살아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 절대적 타자들이 우리 삶에 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제4부는 ‘아이와 만나는 세상’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시인이 돌아가 만나는 자신일 수도 있고, 미래를 살아갈 새로운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아이들입니다. 그러한 세상은 어때야 할지 곧 만날 수 있습니다.
제5부는 ‘뒤집히고 쓸고 굴러’ 갈 시인의 시간이 있습니다. 시인의 시는 이제 온순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없이 뒤집힌 시의 구경 속에 이 세상을 쓸어 안고 굴러갈 태세입니다. 자기 앞의 생에 이제 당당합니다.
겨울은 죽음의 공간인 듯하지만 숨죽여 얼어붙은 소리가 있습니다. 봄싹 품은 생명의 소리입니다. 『귀를 두고 간 겨울』에 시인이 묻어둔 이야기이며, 우리가 듣고자 하는 봄소식입니다.

이 책의 총서 (7)

작가정보

저자(글) 김종애

2011년 『문학과 의식』봄호로 등단,
2015년 시집 『거짓말 통조림』 펴냄.

작가의 말

첫 시집을 내고
첫 손주를 맞이했다

도무지 집중할 수 없는 시간과
점점 멀어져 가는 시가 안타까워
여러 번 울기도 했다

어디에도 미쳐 본 적 없어
죽을 것 같은 그리움 하나 없는 내가
시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까닭은
아직 다 풀어내지 못한
설움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조금 밝고
부드럽고
재미있는 시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2024년 초봄
목련은 피어 하루가 아쉬운
김종애

목차

  • 제1부 ㆍ 찾을 수 없는 주어

    가만히 가는 여름 13
    개인 사정 15
    고요하고 거룩한 17
    겨울 나라의 앨리스 19
    순간접착제 21
    시간의 방향 22
    등 기댄 논두렁 24
    입춘첩 25
    맨몸 접시 27
    마지막 한파 29
    하지 지낸 돌 31
    봄 도둑 33
    남겨진 하늘 35

    차례
    제2부 ㆍ 풀리지 않는 질문

    기억은 빨강 39
    온 41
    이마 위의 시간 43
    스카이 워크 44
    고해성사 46
    동두천 댄스 48
    꼭 들어야 할 대답 50
    트랩 52
    사라진 길 54
    올레 56
    요선동 만화방 58
    다리 없는 새 60

    제3부 ㆍ 돌아갈 곳 없는 이를 위해

    풍등 65
    한가위 66
    이름의 이름 67
    이어받고 이어 주는 69
    지하철 나비 70
    패자 부활전 71
    밤은 73
    나는 아직 여기 남아서 75
    오버 데어 77
    낙과주의 79
    디카시 한 편 81
    해바라기 82

    제4부 ㆍ 아이와 만나는 세상

    아이스크림은 하나뿐 87
    구강기와 이순 89
    그땐 그랬지 91
    단수 95
    돌봄역 97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마라 99
    잘잘잘 101
    종삼 음악회 103
    틀리고 맞고 105
    시 속셈 107
    해피 엔딩 109
    십일월 111
    곶자왈 112
    근하신년 114

    제5부 ㆍ 뒤집히고 쓸고 굴러

    더현대 앤디 워홀THE HYUNDAI ANDY WARHOL 119
    줌 인 120
    미풍 웃음 터진 양속 122
    세 여자 124
    아내의 기도 126
    비상구 128
    잔치국수 말아 마주 앉은 오후 130
    퐁퐁 132
    미스터 부디 134
    배달의 민족 136
    변명 138
    변명 2 139
    여백 142
    해설 고요하고 거룩한 패각貝殼(이민호)

추천사

  • 김종애 시인의 삶과 시는 생동하는 바다를 닮았다. 햇살을, 바람을, 비를 품고 섬을, 지구를 품은 세계의 근원인 날것의 바다를! 시인의 눈과 마음이 닿는 곳마다 파도처럼, 어린아이처럼 쉬지 않고 일렁이고 일어서지만 ‘누군갈 딛고 올라서 본 적 없는’ 시인은 끝 모를 심연을 들여다봄으로써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살아있어 죽지못한 언어들’을 길어 올린다.
    ‘어림없는 깊이로 출렁이는’, ‘나를 위한 나의노래’로 ‘한번은 높이 날고 싶어’ 소리없이 젖은 모래톱을 쓸어 주기도 하고 마른 기슭을 ‘아무 이름 없는 그때로’ 건너가기 위해 ‘모로 누운’ 어린 시절의 나와 가족, 세상의 모든 구멍들을 ‘간절히 이어 붙이고’ 싶어 한다.
    때론 단호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지혜의 윤슬로 번뜩이지만 어떤 군더더기도 감정의 과잉도 없는 한 덩어리의 물, 그 물이랑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날개로 붙박여 사는 것들’을 불러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그래서 ‘눈 녹아 마중물 올리던 그날부터 시작된 꽃’인 그의 시 한 줄 한 줄이 ‘첫울음’이다.

  • 『귀를 두고 간 겨울』이라니? 시집 표제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 시인이 노래하는 한 편의 시, 혹은 한 권의 시집은 그 시인이 세상을 견디고 살아온 삶의 흔적일 텐데 그녀가 밀랍처럼 조밀하게 빚은 시의 결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상에 대한 무한한 연민의 정서가 보인다. 거친 세상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 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 대해 사랑이 없이는 자신의 횡경막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사랑을 어찌 쉬 꺼내보일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시인의 시적 세계, 즉 대상을 집약하는 혹은 표현의 테크니컬한 병치적 구조와 이미지의 배치에서 정확하게 읽힌다. 시인의 세계 인식은 대상을 향한 집착이 아니다. 대상들 속에 내재한 존재를 관觀하여 노래하는 가없는 허무, 그래서 대상들이 지닌 존재와 시인의 통섭적 세계인식이 동일시됨으로써 자기 부정적 허무를 극복하고 경계 허물기와 더불어 하나 되기의 제의적 몸부림이라서 시를 읽는 내내 감동과 기쁨이었다.
    비로소 시인의 인식적 지평이 세상의 경계 너머 더 넓은 세계로 길항을 시작한 듯하다. 『귀를 두고 간 겨울』이 시금석이 되어서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시적 긴장을 놓치지 않는 좋은 시인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고요하고 거룩한 패각貝殼


1. 아이와 놀며 시를 쓰다

시를 쓰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 근대시의 출발은 입신출세주의와 교양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를 양명揚名의 수단으로, 생활의 여기餘技로 삼은 까닭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시인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시류에 영합해 살다 사라졌다. 이러한 추세가 아직도 한국 시단 저변에 흐르고 있다. 이를 두고 김수영은 모리배와 딜레탕트dilettante로 일갈했다. 이들에게서 신동엽이 꿈꿨던 좋은 언어를 기대할 수 없다. 해마다 한국 시인이 노벨 문학상을 탈 것인지 수선거리는 문단과 언론의 몰상식도 이런 측면의 한 갈래다. 이미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가 남들이 다 가져가는 상징을 왜 소유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는 것은 시의 몰이해일 뿐만 아니라 한국 시의 협소한 현실을 드러내는 표징이기도하고 세속적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의 현대성과는 거리가 멀다.
시는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일에서 벗어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이 존재의 물음이 시의 현대적 감각이다. 내 삶의 서사가 어떻게 우리 공동체 이야기 속에서 일체감을 이루며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모색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 타자로 향하는 시 쓰기야말로 시에 있어 실존적 기투企投라 할 수 있다. 김종애의 시는 중심에서 벗어나 시의 언저리에서 실제 ‘시를 살다간’ 시인들 곁에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충만하지 않다. 늘 허전하며 허허롭다. 그런 나날 속에서 잘 잡히지 않는 심상을 알뜰하게 모아 시집을 묶었다.
김종애의 이번 시집은 동화나라 서사가 특징이다. 루이스 캐럴Lewis Caroll이란 필명으로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les Lutwidge Dodgson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아이와 어울려 놀면서 쓴 이야기다. 도지슨은 옥스퍼드 교수 시절 하숙했던 집 아이들과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며 재밌게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책 면지에 ‘여름날 추억 속 아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적는다. 그처럼 이 시집도 곳곳에 구강기를 거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와 지낸 시간과 유모차 바퀴에 감긴 노래를 풀어 쓴 시를 담고 있다. 이 시적 순간과 서정은 과거로 되돌아가 기억 속 자신과 만나 이루는 페이소스이기도 하며 아이와 만나는 세상은 어때야 하는지 영원한 시간 앞에 선 단독자의 외침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 속 아이들은 가부장적 문화의 감옥에 갇혀 있다. 에밀레종 전설 속 아이처럼 희생양이 되거나 통과의례를 거쳐 문화 영웅으로 거듭나야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처럼 김종애의 시에서도 대상화되고 배제된 어린 존재와 만나게 된다. 더더욱 어린 여자 아이와 대면하게 된다. 시집 제목 ‘귀를 두고 간 겨울’에서 보듯 완전한 자기를 성취하지 못한 분리된 자아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아직 해명되지 않은 삶의 곡절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답을 다 듣고야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겠다는 결단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김종애의 시를 읽는일은 ‘귀’에 귀를 대는 몸짓이어야 한다.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 곁에서 몸을 낮추고 고요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때 겨울 속에서 봄싹이 트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2. 정지된 시간의 우울_1과 0의 세계

‘귀를 두고 간 겨울’은 멈춰 있다. 그는 ‘나보다 보잘것없는 이/더는 없었(「동두천 댄스」)’다고, ‘새들도 먹지않는 열매(「낙과주의」)’라고, ‘질정 없는 봄(「잘잘잘」)’이라고 자기 부정한다. 이 무생성의 정지된 시간을 김종애는 원죄 의식과 유기된 자의 서사 속에 재현한다. 프로이트Freud는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들이 ‘기억’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말한다. 이는 과거의 고통을
뜻하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처다. 이러한 고통과 상처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로 돌아가 ‘언어화’해야 한다. 그처럼 김종애의 시 쓰기는 치유의 언어화라 할 수 있다. 이때 원죄의 고통과 버려진 상처는 수평적 시간에 놓여 있다. 이는 자기 고유의 시간이 아니라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말한 타자의 시간이다. 즉 1과 0의 논리로만 인간을 판단하는 이분법적 상징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시간 속에 귀속됨으로써 멜랑콜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는 유복자였다

청상의 배 속에서
일곱 남매 아비 되기까지
고물 장수 일수쟁이 미군부대 보일러 맨

사랑해 본 적도
사랑받아 본 적도 없어

오직 사랑이라는
예수를 따라

촛불 에워싼 어둠을 돌며
허밍을 하며

나는

-아이를 책상 밑에 가두고 때렸어요
-아버지가 골방에서 나를 불러요
-혼자 남으면 자위를 해요

횡경막 아프도록 울어도
보이지 않는 야곱의 사다리

누가 네 아버지고 네 형제냐

홀로
몸 매달아 놓고서
오도가도 않는

저 높이
-「고해성사」 전문


고백은 몇 개의 서사를 겹쳐 놓는 가운데 순간의 황홀경 속에 빠져들게 한다. 아버지와 나와 예수의 서사는 어느 순간 구분되지 않고 시간은 응축돼 융합을 이루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버지는 유복자였다”는 언술은 시적 주체의 발언이기도 하지만 성령으로 잉태된 예수를 호명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애초에 인간은 결핍된 상태로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기에 아버지가 있으면서도 아버지 없는 아이러니적 존재다. 김종애의 시에서 아버지는 내 선택 이전에 이루어진 선험적 사건이다. 아버지는 ‘고물 장수 일수쟁이 미군부대 보일러 맨’이고, ‘미군 부대 하우스 보이(「미풍 웃음 터진 양속」)’다. 이 종속된 아버지의 얼굴은 미당이 「자화상」에서 토로했던 말처럼 들린다. “애비는 종이었다”고.이후 시인은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김종애 역시 피의 원죄 때문에 사랑을 잃었다고 말한다. 그 자리를 실체 없는 종교적 사랑이 차지했지만 어둠이 온몸을 옥죄었다고 고백한다. 그때 아버지는 예수의 모습으로 부활한다.


아버지는
열두 계단 집을
지으셨습니다

……

높이의 높음을 아느냐고
그곳에 오르라 하셨습니다

……

죽어서야 단 한 번
내려온다는

-「다리 없는 새」에서


이 시에서 아버지는 신화적 존재이며 구세주의 위치로 상승했다. 이제 ‘다리 없는 새’로 현실의 아버지와 무관하다. 죽음을 통해 재생과 부활을 예고하는 묵시록적 존재로 변신한다. 영성 가득 찬 열두 계단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저 따라야 할 삶의 준칙일 뿐이다. 시 「고해성사」의 ‘홀로/몸 매달아 놓고서/오도가도 않는’ 높이다. 종속적 아버지와 지배적 아버지 사
이에서 시적 주체는 분열 상태에 빠진다. 이 간극을 매울 수 없기에 “-아이를 책상 밑에 가두고 때렸어요/-아버지가 골방에서 나를 불러요/-혼자 남으면 자위를 해요”라고 울부짖는다. 이는 버림받고 헤매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통곡의 벽 앞에 섰던 순간처럼 극렬한 자기 분열과 환타지에 빠져드는 순간이며 무화된 시간이기도 하다. 이 고백 앞에 한 연聯으로 남
은 시적 주체 ‘나’는 미군부대 하우스 보이이기도 하고, 절대자 예수이기도 하고, 시적 주체 자신이기도 하다. 이 정지된 채 구분할 수 없는 서정 앞에 우리는 융합의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귀 기울여 김종애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듣는다. 그는 이 겨울쯤에 귀를 두고 왔다. 거기 ‘야곱의 사다리’는 구약에 나오듯 미래에 올 ‘천국의 계단’이기도 하지만 곧 이어질 디아스포라 즉, ‘추방’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김종애의 시 쓰기는 우울한 상태에만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원에 의탁하지 않으며 추방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의 시 쓰기는 자기 길의 선택으로 선회한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김종애의 시는 사물의 시간에 자기 자신의 고유한 시간을 귀속시키지 말자고 속삭인다. 그렇게 지속되는 수평적 시각을 뚫고 수직적 시간으로 탈주하자고 재촉한다. 그를 둘러싼 시간들은 1과 0의 경직된 논리 기호다. 정답과 오답만이 존재하기에 ‘아무리 갈라도 1인/아무리 모아도 0인(「틀리고 맞고」)’ 모순과 부조리에 당면한다. 그때 모든 것은 정지된다. 그는 현상적 테두리에 갇히게 된다. ‘거미줄에 감긴 몸(「올레」)’처럼 집은 없다. 그때 알아챘다. “문득 왔다가/사라지는 것들/제 이름/알지 못한 채(「이름의 이름」)” 사라지는 것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3. 여성적 글쓰기로서 시_오버 데어over there

엘렌 식수Hélène Cixous는 인간 해방으로서 여성적 글쓰기를 제안한다. 기존 글쓰기의 상징체계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별히 프랑스어 동사 ‘voler’에 실어 강조한다. 이 낱말에는 ‘날다’란 뜻과 ‘훔치다’라는 의미가 함께 있다. 이처럼 여성적 글쓰기는 저곳으로 날아가는데 기존 중심 담론을 자기 것으로 획득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집 『귀를 두고 간 겨울』에는 이러한 여성적 글쓰기의 징후로 가득하다. 지난겨울 두고 간 귀를 다시 회수하여 제 몸에 장착하겠다는 자기 복원의 시 쓰기라 할 수 있다.


오줌 누다 만난 빨강
튤립 모양 원피스
조금 어지러웠고
마당으로 이어진 계단
내려설 때

……

동백꽃 봉우리
몸 푸는
처음
-기 「억은 빨강」에서


시를 잊으라
어둠 속 나부끼는
154
꽃의 언어들
되살아오는 얼굴들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소리

촛불을 끄자
빨간 사루비아
일렁이는 벽
동생 업은 엄마 그림자
홍역에 들뜬 몸 위로
천천히 내려오던 천장

도리질해도
촛불은 살아나고
나는 깨어 있어
쉴 새 없이 일어서는 혓바닥

살아 있어
죽지 못한 언어들

누군가 엿듣는
나의 숨소리
-「밤은」 전문


시 「기억은 빨강」에서 과거 기억은 새로운 색으로 채색되었다. 이 새 언어는 여성적 이미지로 물들여져 있다. 그를 억압했던 수많은 아버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탐색이며, 죽음에 앞서 가는 듯 아찔하기도 하며 충일한 삶의 흥분 상태다. 이 역동적 ‘빨강’색은 덧칠해진 기억이 아니라 새 생명을 내놓는 존재의 첫 걸음이기에 순수 서정의 순간이며 김종애의 시를 가장 명징하게 응축시킨 이미지이다.
이 여성적 글쓰기로서 시 쓰기는 시 「밤은」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아버지의 언어로 쓰인 시를 망각 속에 밀어 넣고 여성 상상력의 화신인 꽃의 언어들로 교체하고 있으며 정지된 시간 속에서 멜랑콜리 상태 있던 존재들을 다시 호명하고 있다. 그리곤 어디론가 흘러가자고 한다.
그 겨울 얼어붙은 소리가 두고 온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 하강의 물질적 상상력은 자꾸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기를 요청한다. 이는 노자老子가 『도덕경』에서 말한 곡신谷神의 이미지처럼 다함없는 자유의 면모다. 하늘과 땅이 바뀌는 역설의 순간이다. 살아 숨 쉬는 언어들로 탈바꿈해 영원으로 흐르고자 한다. 그렇게 이 시를 읽는 이도 그의 숨소리를 엿듣기 위해 밤의 무의식 어딘가에 두고 온 귀를 열어야 한다.


거기 누구 있나요
긴 숨
너머
-오 「버 데어」에서


돌다리 건너
산모롱이 사라지는 오솔길 하나
호박꽃 등 밝혀
가보고 싶은
그 너머
-사 「라진 길」에서
(밑줄: 필자)


여성적 글쓰기로서 시 쓰기, 즉 김종애의 시 쓰기는 저 너머를 상상하는 일이다. 삶의 이편에서 저편에 대고 외치는 부름이다. 죽음에 앞서가 만나는 존재가 거기에 있다. 그를 통해 지나온 삶의 방향을 틀려는 역설적 인식이다. 과거 언젠가 가고자 했지만 수없이 발길 돌려야 했던 그 곳이다. ‘눈 속 헤매던 연이가/버들도령 만난 땅 속/봄볕 가득한/옛이야기’와 ‘흙냄새 비 냄새/어린아이 웃음소리(「겨울나라의 앨리스」)’가 들린다. 이처럼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는 그의 시적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귀를 두고 간 까닭이 풀리지 않을까.


4. 잿빛 고래 배 속에 갇힌 시

극적으로 시집 『귀를 두고 간 겨울』은 아이와 만나는 세상과 여성적 글쓰기로서 타자성을 두 축으로 한다. 아이들에게서 우리가 잃었던 표정을 읽고 삶의 생기를 얻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결별하려 한다. 나혜석은 모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인들은 항용, 모친의 애愛라는 것은 처음부터 어머니 된 자 마음속에 귀하게 있는 것같이 말하나, 나는 도무지 그렇게 생각이 들지않았다. 혹 있다 하면 제2차부터 모母될 때야 있을 수 있다. 즉 경험과 시간을 경經하여야만 있는 듯싶다.
- 모「母된 감상기」에서


모성은 본질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 속에서 얻게 된 타자성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시 쓰기도 그렇지 않을까. 그러므로 직관에 의지하려는 시적 포즈나 실재와 논쟁 없는 무비판적 시 세계는 시 쓰기의 본질과 다르다는 뜻이다. 시 쓰기의 사회적 경험이 새로운 정서와 의미를 창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김종애의 시 쓰기는 스스로 기른 것이다. 누구의 손을 타 만들어진 인위적인 시가 아니다. 아이를 양육하며 길러낸 또 다른 아이다. 그의 시는 거듭해 구원받기를 거부한 성경 속 요나를 닮았다.


할아버지 불을 피워요
연기가 나면 고래가 입을 벌릴지도 몰라요
그때 우리 빠져나가요

휴지 조각 적힌 대사를 꺼내 놓고
아이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하나뿐」에서


구약성서 속 예언자 요나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도 도망쳤다가 큰 고기 배 속에 갇혔다 가까스로 살아 나와 자신의 사명이 무언지 고백하고 회개한다. 그처럼 김종애의 시는 지금 잿빛 고래 배 속에 갇혀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깨닫고 수용해야만 비로소 그는 시적 자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귀를 두고 간사연도 그럴 것이다. 신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요나 콤플렉스는 자궁으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이기도 하지만 재생의 약속이기도 하다. 엄마 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일이 곧 시 쓰기라면 시인의 자궁은 어디에 있는가. 신의 소리는 언제 들리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내이야기 한 편을 얹어 놓아야 하는가. 이 많은 소리가 김종애의 시집 속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애의 시는 장 콕토Jean Cocteau의 ‘귀Mon oreille’다. 그러므로 김종애의 시는 소라 껍데기다. 바다 소리가 들린다. 귀를 두고 간 겨울이 거기에 있다. 그리움이며 향수다. 만해는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임은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라 했다. 김종애의 시가 들어야 할 소리가 아닌가. 이 헤매는 존재들이 김종애의 시집에도 아우성치고 있다. ‘돌아갈 곳 없어 서성이는(「패자 부활전」)’ 존재로, ‘납작 엎드린’, ‘아무데나 자라는(「봄 도둑」)’ 타자의 얼굴로, ‘출구 찾아 달그락거리는’. ‘내 안의 알갱이들(「맨몸 접시」)’ 소수자로. 그러므로 김종애의 시는 고요하지만 거룩한 사람들의 껍데기이다.
시인은 이제 ‘귀를 두고 간 겨울’로 돌아가길 바란다. 거기 가서 귀 기울일 때 신탁처럼 무슨 소리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꼭 들어야 할 대답’은 ‘발터 벤야민에게서도, 하이데거에게서도, 사르트르에게서도’ 하물며 ‘시를 꿈꾸는’ 자에게서 듣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엄청난 고생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만이 대답하리라. 그때야 김종애의 시를 ‘아무도 건드리지(「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마라」)’ 못할 것이다.
-이민호(시인·문학비평가)

출판사 서평

시를 꿈꾸는 시인

시인이면서 시를 또 꿈꾸는 일은 무얼까요. 두 가지 정도 뜻이 있겠지요. 하나는 시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어떤 시가 있지 않을까요. 그 시를 쓴 시인을 추앙하며 그처럼 시 쓰고자 하는 마음 아닐까요. 다른 하나는 자기가 지금껏 써 온 시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의 세계로 옮겨 가고자 하는 바람 같은 것이지요. 시를 입신출세의 도구로 삼는다면, 시를 여기餘技로 여긴다면 이러한 꿈이 무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시 때문에 또 다른 세상을 본 사람이 아니면, 시로 해서 애타 해 보지 않은 사람이면 시를 꿈꾸지 않을 겁니다.
이 시집은 시인이 어떻게 시를 꿈꾸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많은 감각 기관 중 ‘귀’에 온몸을 실었습니다. 차들이 전속력으로 오가는 큰길가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다람쥐가 마침내 길 건너기를 감행할 때처럼 시인은 귀를 뒤로 젖힌 채 저 건너편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 담긴 시 편편이 시급한 삶의 문제이며 꼭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시인은 얼어붙은 겨울 소리를 귀에 담아 다시 들려줍니다. 그 소리에는 숨기고 싶은 일도, 안타까워 몸부림쳤던 사연도, 참을 수 없어 분노에 찼던 기억도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종애 시인은 시를 꿈꿀 줄 아는 시인입니다. 백일몽처럼 허허로운 꿈 꾸기가 아니라 자기 안으로 들어가 깊게 침잠하며 침묵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자 애쓰는 몽상가입니다. 그는 큰소리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인이 아닙니다. 듣는 일이 그의 시 쓰기라면 제대로 일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 두 번째 시집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지난겨울 두고 온 우리 꿈을 다시 꿈꾸었으면 합니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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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7947476
발행(출시)일자 2024년 04월 20일
쪽수 164쪽
크기
128 * 205 * 15 mm / 353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매혹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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