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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비거니즘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비건 교사들의 일곱 빛깔 비거니즘 교육 탐험기
휴머니스트 · 2024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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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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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을 가르칠 수 있을까?
- 국내 최초, 국내 유일 비거니즘 교육 모임 ‘비건교사나는냥’의 에세이
- 동물 착취 없는 배움을 향한 일곱 교사의 비거니즘 교육 탐색기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던 유치원 교사 김수연은 동물원의 진실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에 빠진다. ‘아이들에게 이 배신감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동물원이 아닌 현장학습 장소를 찾고, 비거니즘 교육 활동을 시작한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 송현민은 양반을 풍자하는 고전 문학 작품에서 양반을 뱀과 돼지에 비유하는 구절을 읽고 고민에 빠진다. 왜 사람을 동물에 빗대는 건 비하가 될까? 그런데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지만 뒤이어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계속되자 혐오 문제를 언급하기로 결심한다.

수업에서 축산업의 진실을 나누어도 계속되는 우유 급식에 좌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동물권을 말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를 새롭게 고쳐 쓰고, ‘생명을 해치지 않는’ 텃밭을 학생들과 가꾼다. 학교급별을 넘나들며 교육 현장에서 실천을 이어 가고 있는 비거니즘 교육 모임 ‘비건교사나는냥’ 소속 교사들의 이야기다.

《학교에 비거니즘을》은 어린이집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비거니즘 교육 탐험기다. 이들은 교육 현장에서 비거니즘, 동물권, 종 차별주의, 생태주의를 다루고자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실천한다. 고기반찬이 나오는 급식 대신 도시락을 먹고, 학생들에게 비건 간식을 나누어 주고, 문제없이 읽어 왔던 문학 작품에서 동물이 대상화되는 장면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학교에서 생태 전환 교육을 도맡아 하며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해방과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을 발명하려 애쓴다.
동물을 사랑하라면서 햄버거를 간식으로 먹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동물 착취의 잔혹한 진실을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의 실천이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안기는 건 아닐까?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배움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도 비건 교사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까닭은 동물도, 어린이도, 청소년도, 그리고 나 자신도 온전히 사랑하고 싶어서다. 이들의 용기 있는 여정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사랑과 해방을 향한 또 하나의 길이 여기에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비건교사나는냥

어린이·청소년과 함께하는 즐겁고 건강한 비건 생활’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다양한 비거니즘 교육 콘텐츠를 기획, 제작, 수집하는 모임이다. ‘비거니즘’과 ‘어린이 혹은 청소년’, 그리고 ‘교육’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저자(글) 고지연

중학교 교사. 출근 전 어제의 일기를 쓰고 퇴근 후 내일의 도시락을 싼다. 학생들이 읽기와 듣기를 통해 타인에 대해 배우고, 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공감과 배움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민하고 모진 성격을 ‘건강한 민감성’이라고 말해 준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공부하고 운동한다.

저자(글) 김수연

유치원 교사.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나눈다. 동물 해방을 염원하며 《날개공장 공장장 공작새》를 쓰고 그렸고, 개작 동화 〈말하는 남생이와 흥부 놀부〉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저자(글) 박수빈

비건이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교사. 육식에서 채식으로,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덜어 내는 과정을 통해 되려 풍요로워진 삶을 즐기고 있다. 매일 만나는 어린이들도 이 즐거움을 느낄 기회를 얻길 바란다.

저자(글) 송현민

고등학교 교사. 비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비건교사나는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 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을 알기 위해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다. 국어 교사로서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저자(글) 양정아

모든 존재의 ‘나다움’을 꿈꾸는 비건 지향 페미니스트 직장인.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였지만, 유치원을 그만둔 후에야 비로소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비거니즘 콘텐츠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건교사나는냥에서 활동 중이다.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공저)를 썼으며, 《양송이와 양동이, 건강 검진 하는 날》을 쓰고 그렸다.

저자(글) 이수리

초등학교 교사. 조용히 홀로 비건을 실천하다가 비건교사나는냥을 비롯한 비건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다. 비건으로 살며 여전히 여러 불편과 시행착오를 겪지만 계속 실천하고자 한다. 학생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아무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자(글) 이해인

채소를 기르고, 갖가지 도시락을 만드는 초등학교 교사. 타자에 닿을 비거니즘의 힘을 믿으며 교실 속에서 생생하게 비거니즘을 나누려 고민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할머니가 되어서도 비건을 지향하고 싶다. 함께 지은 책으로 《사계절 생태 환경 수업》, 《초등 환경 일력 365》가 있다.

목차

  • 프롤로그 ‘비건교사나는냥’으로 모이다

    1부. 오늘도 갈팡질팡
    ⬩ (유아) 당연함의 탄생
    ⬩ (초등) 내가 학생들이 만나는 ‘첫 비건’이니까
    ⬩ (중등) 의심하는 동안에는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 (고등) 〈통영오광대〉를 배우는 시간
    ⬩ (초등) 비건 청소년에서 비건 교사로

    2부. 학교에 비건의 자리가 있을까
    ⬩ (초등) 하나의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함께 건의하는 비건 급식
    ⬩ (유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다움’을 사랑해서
    ⬩ (유아) 왜 아무도 나에게 사실대로 알려 주지 않았을까
    ⬩ (고등) 생태 전환 교육에서 비인간 동물의 자리는 어디일까

    3부. 수업에서 비거니즘 다루기
    ⬩ (중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생태 전환 수업, 그 후에 남은 것
    ⬩ (고등) 나의 슬픈 비거니즘 교육 이야기
    ⬩ (초등) 몸으로 만나는 비거니즘 수업
    ⬩ (초등) 초등학교 교실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기
    ⬩ (초등) 동물로서 다시 보기
    ⬩ (유아) 비건교사나는냥, 짓고 노래하고 고쳐 쓰다

    부록
    함께 보면 좋을 비거니즘ㆍ동물권 콘텐츠
    비건교사나는냥 제작 콘텐츠
    저자 소개

책 속으로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는지 악하게 태어났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조금은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건을 지향하는 지금의 내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더는 부끄럽지 않다. 인간은 너무나 다면적이고 복합적이라 언제든 다양한 이유로 변할 수 있다. 특히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혁명’이라고 믿는다.
-〈당연함의 탄생〉 중에서

생명을 고통스럽게 하고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은 대체로 인간이다. 인간은 긴 노력 끝에 이룬 안온함도 순식간에 망칠 수 있다. 그러나 고통받는 생명과 망가진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인간, 질문에 답하고자 애쓰는 것도 인간, 인간이 망친 것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 내게 옳은 삶은 인간을 늘 사랑하지는 못해도 계속 사랑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러니 인간을 의심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다.
-〈의심하는 동안에는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중에서

모든 수업엔 응당 고민이 깃들지만, 비거니즘 수업을 할 땐 더욱 그렇다. 더 싸고 많은 고기를 얻으려고 무참히 동물을 죽이는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알려 주면서도 당장 급식은 남기지 말고 먹으라고 말해야 하는 모순을 수업 준비 과정에서부터 느끼고, 살던 곳에서 납치당해 동물원에 가두어진 동물들이 어떤 불행을 겪는지를 알려 주면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동물원에 데려가는 보호자가 나쁘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부터 든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어떻게 착취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성인이 된 내게도 충격적이었는데 초등학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인지도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기〉 중에서

사실 어린이들에게 비거니즘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 확실한 건 어린이들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 어떤 고통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동물들이 사라지는 것에 슬퍼했고, 동물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고 기쁨에 함께 웃었다. 그런 어린이들을 보며 앞으로 조금 더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동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용기를 내 본다.
-〈비건교사나는냥, 짓고 노래하고 고쳐 쓰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는 비건 교사, 짓고 쓰고 노래합니다
- 어린이·청소년과 비거니즘을 나누고자
동화 쓰고 노래 부르고 농사짓는 교사들

매일의 끼니부터 바르고 입는 것, 말과 행동까지 비거니즘은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를 요구한다. 비건이 된다는 것은 단지 ‘동물을 먹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제껏 보지 못했던 인간중심주의와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비건 교사의 앎과 삶은 교실에서도 자연히 묻어난다. 매일 싸는 도시락에서, 고심해서 고른 읽기 자료에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단어에서……. 비건이 된 교사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먹고 생각하고 말하며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학교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또 만들어 가고 있을까?
1부에는 동물권의 렌즈로 바라본 교육 현장과 그 속에서 움트는 교육자로서 고민을 담았다. 비거니즘을 만난 후 새롭게 떠오른 질문들, 학생들에게 자신이 비건임을 밝히고 이어 가는 대화를 생생한 경험담으로 풀어냈다. 성분표까지 확인했다며 비건 간식을 선물하거나 급식에 선생님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확인하는 학생들의 애정과 관심에 뭉클해지기도 하고, 때론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배워 비건, 비인간 동물을 비롯한 소수자를 손쉽게 대상화하고 조롱하는 학생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런 매일의 교실에서 교사로서 나의 개입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성찰하고, 그럼에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비거니즘 교육을 이어 가고, 교육으로 인간이 변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등 갈팡질팡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주 실패하지만 결국은 작고 빛나는 성공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이 여정은 공존의 가치가 절실한 오늘날 중요하고 귀한 발걸음이다.
2부에서는 ‘학교는 비거니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아래 교육 현장의 한계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짚는다. 교육부, 학부모, 동료 교사 등 비거니즘 교육을 하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여러 주체와의 갈등 그리고 협력을 다룬다. 동료 교사와 대화해 동물원이 아닌 곳으로 현장학습 장소를 바꾸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 측에 채식 급식을 건의하는 등 비건 교사들의 생생한 분투를 보여 준다. 더불어 교육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생태 전환 교육, 비거니즘 교육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사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3부에서는 다양한 비거니즘 수업 사례를 공유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별 사례는 물론, 국어ㆍ미술ㆍ실과 등 교과별 수업 구성안을 소개해 비거니즘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자들이 두루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학 작품 읽기ㆍ텃밭 가꾸기ㆍ토론 등 수업의 주제와 형식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부록으로 0세부터 성인까지 보고 읽을 수 있는 연령별 비거니즘·동물권 추천 도서 및 영상 콘텐츠 목록을 제공해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교육자, 보호자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비건교사나는냥에서 직접 제작한 비거니즘 창작 동요와 동화, 개작 동화 또한 만나 볼 수 있다.

“느끼는 모두를 사랑할 거야!”
- 비인간 동물과 인간 모두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비건 교사들의 외침

비건교사나는냥이 만든 동요 〈원하는 대로〉의 후렴에는 이런 외침이 나온다. “느끼는 모두를 사랑할 거야, 느끼는 우리로 살아갈 거야!” 여기에는 어린이이건 여성이건 장애인이건 비인간 동물이건 웃고 울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면 존엄할 수 있는 세상,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 다른 존재의 고통을 못 본 척 지나치지 않고 마음을 쓰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비건교사나는냥의 구성원들은 어린이·청소년과 비거니즘의 가치를 나누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자 실천을 이어 가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자 애쓰고, 이 시스템의 공범자였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자 분투한다.
《학교에 비거니즘을》에는 그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어려움, 실패와 도전이 빼곡히 담겨 있다. 부족한 한 사람으로서의 고백인 동시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이기도, 같이하자는 초대이기도 하다. 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게 획득한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더 다양하고 다정해진다.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비인간 동물’들의 권리와 해방을 가르치는 일은 삶과 교육의 생태적인 전환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목소리다. 응답을 기다리며 환대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화답하자. 당신이 그들의 ‘길벗’이 된다면, 한결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70871385
발행(출시)일자 2024년 04월 29일
쪽수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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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 210 * 19 mm / 50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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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과 '교사'라는 다소 생소한 두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한 비건 페스티벌에서였다. 그곳에서 비건 교사와 관련된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고등학생으로서, 매일 김과 비건&글루텐프리 고추장을 싸 들고 혼자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내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날짜와 시간을 기억해 두고 부모님과 함께 페스티벌에 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행하는 채식 급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이런 선생님들께 수업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친구들 모두 비건을 잘 모르던 논비건들이었으니까. 다행히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내가 비건인 것을 알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배려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나 혼자 비건이라 주눅 들고 외로웠던 날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토크 콘서트를 들으면서 '교실', '급식', 그리고 '비건'이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서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만 학교에서 비건을 지향하며 이 거대한 시스템을 고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도 받았다. 또한 논비건인 부모님도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하며 우리 가족 모두가 비건에 대해 더 가까워진 날이었다.

인상적이었던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선생님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고 한 선생님의 게시물을 통해 '비건교사나는냥'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비건교사나는냥이 올린 다양한 콘텐츠를 보던 중, 이 단체가 책을 냈고 출판 기념 서평 이벤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기를 내서 댓글을 작성했다. 비건 계정에서 직접적으로 학생임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었고 여러 번 수정까지 거쳤다. "비건을 지향하는 학생으로서, 비건을 지향하는 선생님들이 궁금해요! 그리고 선생님들은 육식 중심의 급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지금 그 용기 낸 댓글에 보답이라도 받듯 당첨되어 비건교사나는냥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다. 사실 주어진 마감일이 지나 죄송스럽지만, 좋은 책을 감사히 받았기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서평을 이어나가 보겠다. (변명을 하자면 고3의 스케줄과 피곤함을 너무 만만히 보았다…)

37페이지: [학생들이 나를 비건으로 인지하는 순간은 내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이 아니라 '먹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이기 때문이다. 비건은 먹을 게 없는 힘들고 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질까 '선택'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삶이라고 느껴질까 초조함이 들기도 한다.]
급식실에서 홀로 급식을 먹지 않았던 것에 관한 글인데, 상황과 내용 모두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내가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렇게 질문한다. "너 xx도 안 먹어?"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너(논비건)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먹지는 않지만, 너가 생각했던 거의 모든 것은 대체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황급히 뒤따라온 긴 말들이 생각났던 글이다.

40페이지: [슬프게도 지금까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간식 중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간단한 간식을 자주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간식을 주실 때 나는 "저는 비건이라서 이건 먹을 수 없어요"라고 거절하곤 했다. 그리고 비건(추정)이며, 소포장 된, 나름 저렴한 가격대의 간식을 추천해 드렸다. 간식을 받을 다른 친구들까지 고려해 주로 메이커 간식을 추천해 드리는데 (쌀과자, 젤리스트로우, 로투스 등…), 몇몇 선생님들은 이게 비건인지 몰랐다며 구매해 볼 만하다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그리고 다음 간식부터는 내 의견을 반영한 간식을 나누어주시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비건 간식을 알뜰살뜰 홍보하기도 한다. "이거 비건이야, 그래서 나도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거 보이면 많이 먹어ㅋㅋㅋ" 매일 논비건 음식들이 넘쳐나는 학교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환경과 동물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힘든 학교생활을 버틸 힘을 얻는다.

45페이지: [비건으로 나를 소개할 때마다 난 '처음'이라는 무게를 느낀다. 매년 비건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고 1년을 함께하는 과정은 이 무게를 느끼면서도 거기에 짓눌려 버리지 않게 노력하는 과정인 듯하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비건을 지향하게 되며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내가 비건인 것을 어떻게 밝힐지 말이다.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을 친구들은 굉장히 다른 차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첫 만남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신념이고, 비건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마음에 결국 늘 알리는 쪽을 택했다. 친구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그 이상을 함께 지내는 만큼, 나의 많은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비건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고, 담고 싶은 글은 많지만, 분량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책은 비건을 고민하고, 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잘 담아낸 책이다. 두 키워드 중 하나만 관심 있어도, 다른 키워드에 대해 많은 점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생님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생들과 비거니즘과 관련된 교육이 새롭게 느껴졌다. 환경과 관련된 교육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요즘 추세인 만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읽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토크 콘서트의 연장선에서 비건 교사 선생님들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아 몹시 만족했다. 매년 초에 비건교사나는냥 동료를 모집한다고 들었다. 내년에는 나도 이 멋진 단체에 들어가길 희망하며, 서평을 여기서 마친다.

#학교에비거니즘을 #비건교사나는냥 #휴머니스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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