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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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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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
그래픽노블 『커튼 뒤에서』는 이 시기 어린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혼란과 고통을 그려 보여준다. 유태인 엄마와 비유태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야엘에게 세상은 비밀을 잔뜩 숨기고 있는 커튼처럼 알 수 없는 곳이다. 외가 식구들이 잔뜩 모인 야엘의 여덟 살 생일 파티에서 아빠는 ‘고이goy’라고 불리는데 ‘비유태인’을 가리키는 단어에 어째서 조롱이 담긴 것처럼 느껴질까? 아빠의 부모님은 왜 야엘과 여동생 에밀리를 만나주지 않는 걸까. 커튼 뒤에서 아빠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금발 여성은 누구일까? 그리고 여성에게 좀 더 많은 정치적 권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강인한 엄마는 왜 병에 걸려서는 그렇게 금방 죽어 버렸을까?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이고, 1937년부터 1942년까지 5년 사이의 시간을 보여준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금발 여성과 재혼을 하고, 심통이 난 어린 자매가 순진한 새엄마를 골려주는 등 평범한 듯 유별난 듯 일상이 이어지는 동안 세계정세는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1939년 9월 전쟁이 시작되자, 야엘의 아빠도 치과의사 가운 대신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떠난다. 전쟁이 본격화되며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새엄마가 바느질거리를 붙잡고 돈벌이에 나서기도 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빠는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전쟁터나 후방이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는 상황에서 불평거리도 아니다. 이제 전쟁은 일상이 되었다. 폭격이 이어진 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사람들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사이렌이 울리면 야엘의 가족은 이웃들과 함께 지하 대피소로 몸을 피한다. 이웃들과 함께 공포에 질려 있다가 조용히 노래를 하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 야엘에게 진짜 평화와 안식은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작가정보
199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극작가, 어린이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밀라노의 IED(유럽디자인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학사를, 앙굴렘의 EESI(유럽고등이미지학교)에서 만화로 석사 학위를 마쳤다. 『커튼 뒤에서』는 2022년 출간한 첫 책으로, 어린아이 눈에 비친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파리에서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공부했다. 시각 이미지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모양새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예술과 역사에 관한 번역과 집필, 강연과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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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 3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대부분 커튼 뒤에서 시작되고, 커튼 뒤에서 끝났다.
p 48
“조금 길을 잃었지만 정말 똑똑한 사람이기도 하지.”
나탈리 고모의 의견이었다.
아빠는 뉘른베르크 법이 지성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고모에게 고함쳤다.
“더 이상 유태인들은 ‘아리안’ 독일인들과 결혼도 못 하게 하고, 투표할 권리를 빼앗고! 상점과 공원의 입장도 금지하고! 의사나 약사,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학교도 못 다니게 하는 것이! 그저 안타깝게도 근시안적 사고로 ‘방향을 잃은’ 천재의 생각이라고?”
p 78
걱정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보통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넘겨주면, 우리에게는 그것이 남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걱정은 아무리 나누어도 우리에게서 없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 뒤로 이어진 몇 달은 길고도 비참했다.
p 82~83
그 후 며칠 동안 두 번의 공습 경보가 울렸다. 첫 번째는 가짜 경보였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소피! 소피! 소피!”
누군지 모르겠지만… 소피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틀거리던 우리는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죽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p 114
독일이 점령한 북부 프랑스에서는 수천 명의 유태인 가족들이 체포되었다. 대부분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P 127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갑자기 답이 떠올랐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에는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간단한데… 다시 태어난다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출판사 서평
숨죽이고 두려움에 떨며 커튼 뒤에 서 있는 시간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내려 주소서
언제나 역사는 지독한 ‘스포’가 될 수밖에 없다. 1942년 프랑스 남부에 비시 정부가 수립되자 갑자기 유태인은 공공의 적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공격받는다. 전쟁은 모든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지만 누군가는 특별히 더 고통받는다. 노란별을 달고 기차에 올라 떠나간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독일 유태인과 프랑스에 살던 유태인 난민들이 처했던 절체절명의 위기가 야엘과 에밀리에게도 찾아온다. 유태인 엄마는 이미 죽고 없는데, 외가 친척들도 다 외국으로 떠나 버렸는데, 유대교 행사에 그렇게 열심히 참여한 적도 없는데, 그저 어린아이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런 혼란 가운데에서도 열세 살이 된 야엘에게는 초경이 찾아온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가능성,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는 표지. 하지만 야엘이 무사히 자라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늘에서 폭격이 쏟아져 내리고 죄없는 사람들이 줄줄이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무도한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를 지닐까.
언제 어디서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감추는 것이 많다. 엄청난 비극 앞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사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지 않다. 어른들이 은밀히 비밀을 나누는 동안, 어린이들은 이것저것 주워 들은 정보들을 모아 나름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어른보다 좀더 진실 앞에 가까이 다다가기도 한다. 비시 경찰을 피해 커튼 뒤에 숨어 있던 야엘이 죽음의 의미에 대해 통찰하는 장면에서처럼 말이다.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야엘은 어쩌면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엄마를 저세상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시에 죽고 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얼굴들도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생이 다시 한번 시작될 수 있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비탄과 고통이 아예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커튼이 확 젖혀진다. 이야기는 끝. 경찰에게 발각된 야엘과 에밀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알 수 없다. 멀고먼 시공간에서 야엘의 이야기를 들은 우리에게 이 결말은 비극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록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희망이 담긴 조그만 그림이 하나 나온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의 어느 한순간, 기적이 일어났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슬픔과 고통을 책으로 읽을 때 느끼는 무거움을 안은 채. 지금도 세계 이곳저곳에서는 전쟁이 한창이고, 그곳에는 또다른 야엘과 에밀리가 커튼 뒤에 숨어 떨고 있을 것이다. 두 손을 모아 평화의 기적을 바라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
기본정보
ISBN | 9791193801000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4월 10일 | ||
쪽수 | 140쪽 | ||
크기 |
227 * 295
* 18
mm
/ 92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Derrière le rideau/del Giudice S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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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한창 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파리를 점령한 때다. 프랑스에 살던 많은 유태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다. 야엘은 비유태인 아빠와 유태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외가에서는 사위를, 친가에서는 손주들을 무시하며 은근한 차별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정확히 이야기해주지 않는 어른들. 아이들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 정도만 알아차렸다. 그리고 엄마가 죽고, 새엄마가 생기며 평범한 재혼 가정의 일상이 펼쳐지는 듯했으나 세계정세는 혼란에 빠진다. 아빠가 차출되어 전쟁터로 끌려가고, 전쟁은 폭격과 대피소로 피하는 일상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전쟁 역시 고통스럽고 혼란하다.
다 읽고 보니 살짝 어두웠던 분위기는 전채적으로 국방색의 톤으로 맞춰진 그림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그려내서 더욱더 아프고 아렸던 그래픽 노블, 커튼 뒤에서.
SNS에서 스친 한 장의 사진!
주제나 내용은 확인하지도 않았어요.
표지의 그림만으로 시선을 잡아끌고 마음을 앗아버리더라고요.
그리곤 책이 도착하고 포장을 풀기 전에 살짝 놀랐어요.
A4 사이즈보다 큰 크기와 두께감 그리고 무게감에 당황했어요.
아~ 그림책이 아닌 140쪽의 800g이 넘는 그래픽노블이네요.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치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 후 반민주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헌법으로 개정했어요.
프랑스인이 고통을 받았고, 그중에서도 프랑스에 살던 유태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어요.
희생된 7만 명 이상의 유태인 가운데에는 어린이 11,000여 명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 혼란과 고통의 시기를 <커튼 뒤에서>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이 이야기의 무대이고, 1937년부터 1942년까지 5년 사이의 시간을 보여주지요.
주인공 두 소녀는 비유태인 아빠와 유태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지요.
전쟁이 시작되고 일상은 너무 달라져 버렸지요.
치과 의사였던 아빠도 전쟁터로 불려갔다 돌아왔을 때는 한 쪽 다리를 절게 되고,
먹거리는 부족해지고, 새엄마 바느질거리로 돈을 벌지요.
두 소녀에게는 더 잔혹하게 쫓아다니는 무언가가 있어요.
유태인 엄마는 이미 죽고 없고, 외가 친척들도 외국으로 다 떠나 버렸고,
유대교 행사에 열심히 참여한 적도 없는 그저 어린아이들뿐이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되지요.
경찰에게 쫓기며 커튼 뒤로 숨었던 두 소녀.
"유태인은 씨를 말려야 해!"
"그냥 아이들일 뿐이에요!"
이 마지막 장면은 공포였을까? 안도였을까?
야엘과 에밀리가 커튼 뒤에 숨어 떨고 있는 마지막 장면.
결말 없이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조금 더 책장을 넘겨 부록 뒷부분까지 확인하고 나면 작은 그림에서 결말을 확인할 수 있지요.
아이들끼리의 장난, 성장, 부모와의 대화, 조부모와의 관계, 주변 지인들의 모습들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만 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같은 것 같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아이의 시선에서 초점이 맞춰지는지는 이유는
주인공이 소녀이기보다는 중간중간 에피들에서 소녀의 행동과 생각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전쟁이 일어났지만 아이의 일상 에피들 순수한 시선에서 '나도 그랬었지'로 더 공감돼요.
감정 몰입을 했던 주인공이 겪는 전쟁 속 에피들이라 더 아픈 것 같아요.
어른들의 시선에서 아이는 아이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려 하지요. 순수한 시선이기에게 어른과 다른 해석이나 생각이 가능한 것 같아요.
전쟁 속에서 아픔과 고통을 처음 맞닥뜨리고 무서움을 견디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네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페이지마다 장면에 오래 머물며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되네요.
그래픽노블은 분할 장면이 많은데 펼쳐진 한 장의 페이지 속에서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보면서 감정들이 독자에게 흘러들어오는 것도 신기해요.
주인공 소녀의 좌측 눈썹 위의 점 또한 인물의 특징이겠지만 참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선 하나의 방향만으로도 인물의 표정이 다양해지는 것이 놀라워요.
두 소녀가 자주 나오니 귀여운 모습일 것 같지만 차분함과 생생함이 더 크네요.
아마도 그림체와 색감이 주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진짜 궁금해지네요.
커튼 사이로 얼굴을 내민 그림책의 주인공 야엘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서 살아가는 어린 유대인 소녀다.
1937년 8살이 된 야엘이 13살이 되는 1942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세력을 확장하던 히틀러가 결국 1939년에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던 시기.
작품 속에서 1935년에 나치가 제정한 유대인 차별법인 뉘른베르크법, 1939년의 전쟁 발발과 마지노선 작전의 실패, 파리 함락과 프랑스 남부 비시 정부의 수립, 그리고 시작되는 프랑스 비시 정부의 유대인 탄압 상황, 1942년 격화되는 전쟁 속에 프랑스 남부 마저 나체에게 장악당하면서 거세지는 유대인 탄압이 배경으로 그려진다.
유대인 소녀가 살아가기엔 굉장히 힘든 시기... 어른들이 열띤 토론을 나누는 정치 이야기는 야엘에게는 어렵기만 하고, 전쟁으로 인한 각박한 변화들과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야엘이 이해하기에 너무 버겁다. 그런 격변속에서도 가족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몸의 변화들에 적응해가는 사춘기 소녀가 애틋하고 귀엽고 짠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탄압은 주로 독일과 폴란드 상황을 중심으로 주목됐었는데, 이 책은 비시 정권 하의 프랑스 국적 유대인 보여준다는 면에서 특별한 사례다.
처음엔 내용이 가볍고 유치할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많이 여운이 남을 듯한? 사실 어린 왕자같은 어른이 동화였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이국적인 그림체가 전쟁의 잔잔한 우울감과 프랑스 시골의 따뜻함을 함께 잘 담아서 너무 좋다. 그러면서도 배경이 되는 사건 그림들이 실제 사진들을 토대로 그려진 점도 흥미있다. 그래서 작가님도 찾아보게 됐는데 이탈리아의 굉장히 젊고 밝은 신예 작가님.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예쁘고 따뜻한 그림체에, 잔인한 장면 없이 무거운 내용은 간접적으로 전달되다보니, 자녀들이나 학생들 교육용으로 택해도 괜찮을 듯 하다.
소재나 내용이 "안네의 일기"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데, 안네의 일기는 다소 분량이 많고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 책이 그런면에서 괜찮은 대안이 될수도..
사람들은 숨기고 싶은 것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 눈을 질끈 감고 천 한 장 너머로 숨어들면, 혹은 그 너머에서 숨죽이고 있게 하면, 영원히, 아무도 모를 수 있을 것처럼.
기실 '커튼'이라는 것은 얼마나 연약하고 모순적인가. 바깥과 안을 가르고, 보여도 좋은 것과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을 나눈다. "숨긴다"는 의미에서, 그 안팎의 구분은 순전히 자의적이고 너무도 유동적인 것이 된다. 바람에 날리는 천자락처럼.
차마 떨리는 손을 잡아줄 수도 없았던 공포 앞에서 그 모순은 극적으로 드러난다.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 더이상 밀려나고 숨을 곳도 없는데. 바깥과 안을 가르는 경계가 무너지고 최후의 '안'마저도 '밖'이 될 때, 손짓 한 번에 젖혀질 그 연약한 경계는 일상에서의 무게를 단숨에 상실한다.
이렇게 본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커튼이 갖는 의미를 여러 가지로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했듯 최후의 경계, 마지막 남은 연약한 보호. 혹은, 그 너머의 존재를 알 수 없게 하는 우리의 편견.
보이지 않는 것은 무섭다. 알지 못하는 것, 실체를 마주한 적 없는 것은 너무도 쉽게 혐오와 거부의 대상이 된다. 커튼 너머의 아이들은 그렇게 "해충", "유태놈"들이 된다. '있을 것으로 상상되는 존재'에게는 항거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자리는 '이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그러나 커튼 너머를 들여다보면, 눈을 가리는 것을, 먼지를, 사람이 만들어낸 짜임 띠위를 걷어내면, 그곳에는 그저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p.83 “소피! 소피! 소피!” 누군지 모르겠지만… 소피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틀거리던 우리는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죽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기존에 알려진 2차세계대전 중 유대인의 피해는 주로 독일과 폴란드에 집중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수치, 비시 프랑스를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시민의 자유, 권리의 평등 따위는 저버린 역사, 유대인 혐오와 학살 조장, 적극적인 부역의 주체였던, 나라 아닌 나라.
본문에서는 점차 조여오는 독일의 압박과 유대인 박해에 냉담해져가는 프랑스 사회의 면모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나, 현실은 훨씬 참담했다. 예상 밖의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아니. 너무도 전형적이었기 때문에. 그 때 그 시기, 그 일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내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점이 있다면 모른 척 감춰졌다는 것뿐이다. 유야무야 넘겨졌을 뿐이다. 그들 스스로 "가장 심하지는"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우리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땐 다 그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p.48 아빠는 뉘른베르크 법이 지성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고모에게 고함쳤다. “더 이상 유태인들은 ‘아리안’ 독일인들과 결혼도 못 하게 하고, 투표할 권리를 빼앗고! 상점과 공원의 입장도 금지하고! 의사나 약사,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학교도 못 다니게 하는 것이! 그저 안타깝게도 근시안적 사고로 ‘방향을 잃은’ 천재의 생각이라고?”
말 그대로 이전까지의 세계를 뒤흔들어놓은, 사람이 쓰레기처럼, 먼지처럼 흩어져버릴 수 있다는 걸 무너지는 세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이 망각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전쟁 이후, 그리고 다시 이후의 세대가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는 또다시 전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학살과 파괴의 역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꼴로 반복되고 있다. 파괴되었던 이들이, 환난을 알지 못하는 이들과 더불어 또다른 피해자를 낳는다.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극히 제한된다. 동시에 무서울만큼 정직하게 꿰뚫어본다.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 이성의 실패라고 불리었던 참극이 반복되는 지금, 어른이 읽어야 할 이야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린이의 세계를 부수는 어른들, 우리 모두가.
p.127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갑자기 답이 떠올랐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에는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간단한데… 다시 태어난다면,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도서제공: 바람북스
🌼 명작을 만나다.
📌 불운의 시대를 살아간 소녀의 일상으로 본 홀로코스트
📌 마지막 장면 커튼이 열릴 때 숨이 멎는 듯했다.
📌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소녀와 가족들이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대부분 커튼 뒤에서 시작되고, 커튼 뒤에서 끝났다.
- 엄마의 장례식장 커튼 뒤에서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었다.
📚 '아주 똑똑한 사람? 지난 전쟁이 시시했나 보지? 지금 우리는 또다시 모두를 전쟁통에 빠뜨릴 수 있는 극단주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라고!
-모든 전쟁은 몇몇 위정자들에 의해 시작되고 그 피해는 오롯이 일반 시민들의 몫이 된다. 이 세상에 애국애족자가 없다면 전쟁은 없을지도 모른다.
📚 게다가, 누가 알겠는가? 진짜 내가 원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지, 시간에 쫓겨 아무거나 말하지 않으려면 답을 미리 잘 생각해두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소녀의 불안감이 잘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다. 답을 미리 잘 생각해 두어야 한다니 가슴이 아프다.
📚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죽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학살이 시작되며 소녀는 불안을 넘어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 단란한 가정의 일상이 전쟁이라는 사건으로 얼마나 처참히 깨지는 것인지, 잘못된 민족주의가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이 얼마나 가학적인지를 소녀의 독백으로 잘 그려낸 그림책 커튼 뒤에서.
📌 초등 고학년 이상의 모든 이에게 강추합니다.
✅️ 이 글은 BARAMBOOKS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커튼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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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주도하고 그 협력자들이 동참하여 벌인 유대인에 대한 대학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유대인 민간인과 포로들은 가스실, 총살, 강제 노동, 계획된 영양실조, 생체실험 등의 방법을 통해 조직적으로 살해. 이로 인해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어 당시 유럽 내 약 900만 명의 유대인 중 3분의 2가 사망.
제 2차 세계대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전쟁 속에 자행되었던 홀로코스트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는 역사다. 그렇기에 결코 잊어선 안되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바로 전운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할 무렵인 1937년부터 전쟁 중인 1942년까지의 5년이다. 평범했던 한 가정이 전쟁에 휘말리며 겪게되는 혼돈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픽노블로, 평화로웠던 일상에 배고픔과 공포가 당연하게 끼어들게 된 아이들의 삶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자연스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두 자매가 포함된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있다. 야엘과 에밀리 자매는 엄마가 유태인, 아빠가 비유태인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매는 자신들을 만나주지 않는 아빠의 부모님과 아빠를 ‘비유태인’을 가리키는 ‘고이’라 부르며 조롱하는 듯한 엄마의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 눈엔 어른들의 잣대가 이상해 보일 뿐이다. 가족간에 문제가 조금 있었을 뿐, 이때만해도 평화로웠던 시기였다.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 그런 엄마 몰래 아빠와 만나고 있는 금발의 여자.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재혼. 아이들은 순식간에 바뀐 삶에 적응해나가기 바빴다. 그래도 다행인건 새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엄마의 자리를 새로 차지한 여자어른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자매의 마음을 안다는듯 새엄마는 자매의 짓궂은 장난에도 조용히 웃음 지으며 받아줄 뿐이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얼마 후, 전쟁이 터졌다. 치과의사였던 아빠는 의사가운을 벗고 군복을 입어야 했고, 그 때문에 가족의 재정상황은 악화되었다. 아빠를 전쟁터에 빼앗겨야 했던 아이들은 배고픔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그래도 기다림 끝에 자매의 아빠는 비록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전쟁보다 더한 공포와 위협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아빠가 돌아오고 얼마 뒤, 거대한 위협이 가족을 찾아온다.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을 아이들. 하지만 전쟁은 아이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유태인을 향한 칼날은 아이들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히틀러의 만행. 그때 벌어진 참상을 누가 이해할까. 그런데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는 전쟁이 벌어지면 안되는 이유로 세계 모두에 각인된게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전쟁통에 벌어지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 아닌가. 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전쟁이 사라진, 그래서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다시는 세계대전과 같은 끔찍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