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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 장원재 저자(글)
북앤피플 · 2024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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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성리학 기반으로 출범한 조선은 정신승리로 500년을 버티다 망했고
무인 정권 30년 반짝 빛을 발하다 1992년 다시 조선으로 돌아갔다.
‘돌돌성’ 600년의 역사를 12개의 키워드로 읽어보자.
조선은 참 구질구질하게 망했다. 뜬금없이 이름을 바꾸더니 외교권을 상실하고(1905년) 군대를 해산한 끝에(1907년) 마지막으로 사법권을 내주면서(1909년) 지리멸렬한 최후를 맞았다. 차례로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갔기에 공식적인 망국인 1910년 8월에 특별히 분개하는 조선인은 없었다. 열흘쯤 지나 황현이 아편을 들이붓고 자결했지만 아시다시피 이 분은 비분강개로 돌아가신 게 아니다. 벼슬을 하지 않아 사직을 위해 죽어야 할 의리는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대부의 나라인데 망국의 날에 죽는 선비 하나 없으면 좀 민망하고 ‘쪽’ 팔리다는 이유로 ‘쿨’하게 가신 거다(그래서 이 분을 좋아한다).
그럼 오백 년 사대부의 나라 조선 선비들은 죄다 쓰레기였을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나라는 망했지만 이들에게는 철학과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리학이다.
성리학은 송나라 주희가 조국이 야만인들에게 짓밟히는 현실을 ‘정신적’으로 이겨내기 위해 고안했다. 비록 힘은 약하나 도덕과 정통성은 자기들에게 있는 까닭에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저들은 필히 멸망할 것이라는 ‘정신승리’를 개발한 것이다. 이게 고려 말에 한반도에 들어왔다. 몽골에게 매 맞고 슬펐던 사대부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조선에서 성리학은 제대로 역할을 한다. 수십 년 간격으로 왜나라와 여진족에게 국토가 털렸지만 이 또한 하늘의 뜻이 아니며 언젠가는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극강의 정신력으로 이를 참아낸 것이다. 놀라운 것은 망국에도 불구하고 성리학은 살아남았고 지금도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희한한 경구다(유사품으로는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 않겠다’가 있다). 그런데 정말 역사를 기억하기만 하면 미래가 있는 것일까.
역사를 기억‘만’ 하라는 이 경구는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바꿔야 한다. “복수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 복수가 물리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당장 하지는 않아도 언제든 실행할 힘이 있어야 한다. 복수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절대’ 없다.
조선의 망국과는 달리,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성취와 성공의 역사다. 하지만 일부 극소수 국민은 이러한 성취를 깎아내린다. 그 원인이랄까 근본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대한민국 역사를 ‘더 그레이티스트 스토리 에버 톨드(The Greatest Story Ever Told)’라고 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스토리를 쓴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더 그레이티스트 스토리 에버 톨드’의 바탕에는 ‘더 그레이티스트 제너레이션’이 있다. 한국 현대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대와 지도자가 써 내려간 인류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다.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으면 위대한 사람의 위대한 행동과 위대한 리더십이 반드시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후대의 의무다.
‘가장 감동적’이라는 말 속에는 좌절도 있고 실패도 있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또 쓰러지고 하는 드라마틱한 기복(起伏)이 있다. 그런데 툭 떨어졌을 때, 말하자면 우리가 아주 바닥을 기고 있을 때 거기에만 딱 초점을 맞추면 ‘더 그레이티스트 스토리’가 아니라 가장 비참한 이야기가 된다. 다시 일어났다면, 다시 일어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우리가 실패한 것, 부끄러운 것,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반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파트를 둘로 나눴는데 조선 부분은 남정욱, 대한민국 부분은 장원재가 썼다.
위선론적 명분론과 무조건적 평화론을 주장하며, ‘나는 옳고 너희는 틀렸다’며 언제나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주창(主唱)하는 분들의 무책임성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 책을 낸다. 개인적 이익과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민주, 인권, 평화를 앞세우는 분이 혹시 계시다면, 이 책 꼭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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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남정욱

방송 드라마 작가, 영화 기획자, 출판사 주간 등 문화 관련 영역에서 30년을 일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한국 경제신문 등에 그 시간만큼 글을 썼으며 숭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 《결혼》, 《불평사회 작별기》 등 3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글) 장원재

장원재

고려대 졸업, 런던대학교 로열할러웨이 칼리지에서 비교연극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을 역임했다. 현재 배나TV, 생생현대사 대표, 충남아산 프로축구단 부대표.
《증언 연극사》, 《속을 알면 더 재미있는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올림픽의 숨은 이야기》,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등을 출간했다.

목차

  • 프롤로그

    [1부 불멸의 왕국]

    키워드 하나. 왕조 세우기
    키워드 둘. 세종
    키워드 셋. 전란시대 1, 2
    키워드 넷. 당쟁
    키워드 다섯. 송시열
    키워드 여섯. 구한말 조선의 실력

    [2부 기적의 나라]

    키워드 일곱. 대한민국 건국
    키워드 여덟. 전란시대 3
    키워드 워드 아홉. 경제개발-The Greast Story Ever Told
    키워드 열. 무인정권 시대(武人政權時代)
    키워드 열하나. 또 다른 조선, 북한
    키워드 열둘. 스포츠 코리아

    에필로그
    참고도서

책 속으로

정도전은 이방원의 쿠데타로 초라하고 비굴하게 죽는다. 그러나 그의 후예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기어이 정도전의 이상을 실현한다. 당연한 일이다. 군주는 물리적인 개체수로도 일방적인 열세지만 사대부는 계속 충원되며 그중에서도 기량이 뛰어난 자들이 조정을 점령하고 쉼 없이 군주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를 통틀어 왕권이 강했던 시기는 태종과 세조 그리고 숙종과 군주는 아니지만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대원군 이하응 때가 전부다. 조선사를 군주의 이어달리기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리학과 사대부의 나라가 조선이라는 나라의 실체인 것이다. -p.21~22

대청황제공덕비는 1963년 1월 21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맞은 기록이지만 교훈으로 삼자, 뭐 이런 이유였겠다. 의문이 생긴다. 그럼 중앙청은 왜 날려버린 건데? 딴 데로 옮겨서 보전해도 되지 않았나? 근대 대표 건축물이라는 측면에서 함부로 허물 수 있는 만만한 건축물로 아니고 6·25전쟁 당시 9·28 서울 수복 후 태극기를 달며 조국의 소중함을 되새긴 역사적인 건물인데? 중국에게 맞은 것은 교훈이라 사적(史蹟)이고 일본에게 맞은 것은 치욕이라 적폐인가? 하여간 일관성이 없다. 일재 잔재 청산, 민족정기 세우기라는 명분으로 중앙청 폭파를 지시한 김영삼도 참 대단한 인물이고. -p.71

조선왕조실록도 어쨌거나 책이다. 모든 책에는 주인공이 있다. 그럼 조선왕조실록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을 주인공의 기준으로 할 때 조선왕조실록의 주인공은 단연 송시열이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무려 3천 번 가까이 언급된다. 원문에 2,559회, 국역에 2,847회다(한글 성명 입력의 경우). 중요한 건 살아생전이 아닌 죽어서도 이름이 9백 회 가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서인, 노론의 영수였다지만 일개 선비이자 신료가 사후 220년이 지난 고종과 순종실록에도 나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딱 하나다. 송시열, 그가 바로 조선이었기 때문이다. 송시열은 조선 성리학이 육화된 인물이었으며 그를 빼고는 조선 후기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조 때 태어나 4명의 임금을 섬기고 1689년 83세의 나이로 사망한 송시열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p.87

임진, 병자 전쟁을 거치면서 조선의 신분질서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왕은 왕답지 않았고 사대부는 사대부스럽지 못했던 처신이 불러온 결과였다. 여기에 농업 기술의 발달과 상공업의 발전이 가세하면서 위기는 심화된다. 부유한 평민과 가난한 양반은 굳건했던 사농공상의 질서에 들어온 빨간불이었다. 이때 조선 성리학이 이 신분질서를 사수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매달린 게 예학(禮學)이다. 예학, 어렵게 말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말하자면 삼강오륜의 재확립이라 봐도 별로 틀리지 않겠다. -p.94

우리는 향후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안다. 전지적(全知的) 후대인의 시점에서 앞선 이들의 행적을 평가하는 것은 후대에 태어난 자들의 오만이다. 앞 장에 이어 다시 복거일의 글을 인용한다.
“이승만이 한 일도 위대하지만, 하지 않은 일도 위대하다. 무엇보다도, 이승만은 북한에 항복하지 않았다. 침공한 북한군은 막강하고 우리는 싸울 힘이 없었다. 어차피 지는 전쟁이라면, 빨리 항복해서 피해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실은 항복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6월 25일 밤이었다. 미국의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패전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항복 대신 결전을 택했다. 정보가 부족하고 서로 엇갈리는 정보가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그는 원칙을 지켰고, 위기를 관리했고, UN군의 참전을 이끌어내 대한민국을 살렸다.” -p.136

좌파 상업단체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택적 선별력’이 있다는 점도 분석 사항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나쁜 점과 북한의 가장 좋은 점을 억지로 골라내어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데는 이들만큼 전문성을 갖춘 집단이 없다. 대한민국은 잘못을 지적하면 돈을 내는 사람이 있고, 북한은 아무리 잘못을 지적해 봐야 돈을 내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생각은 좌파처럼 생활은 우파처럼(thinking left living right)’ 영위하는 사람들과 주체사상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포로가 된 자들은 어떤 경우든 북한 인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p.179

할리우드에는 좌파가 많고 메이저리그에는 우파가 많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왜? 예술과 스포츠가 갖는 속성 때문이다. 이 둘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 쌍생아다. 둘 다,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활동이지만, 현대 사회의 주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재능이 뛰어난 개인이 부와 명예를 독점하는 승자독식구조(winner take all)라는 점도 같다. 궁극적으로는 대중들이 판관 역할을 수행하는 ‘대중 의사 결정 시장’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뛰어난 개인’이라는 것도, 바로 아랫단계의 재능과 비교하면 아주 미세한 차이를 보일 뿐이지만, 이 ‘아주 미세한 차이’에 거액을 지불하는 고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예술과 스포츠는 서로 닮았다. 하지만 승자가 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이 둘을 좌우로 가른다. -p.231~232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7871650
발행(출시)일자 2024년 03월 20일
쪽수 268쪽
크기
141 * 210 * 18 mm / 45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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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과연 성군인가 라는 관점에서 볼 때, 광화문에 있는 세종의 동상과 만원짜리 지폐에 있는 세종 초상을 유지하는게 만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현 시점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건 E.H.카 라는 덜떨어진 자나 하는 짓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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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입니다.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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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민국 6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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