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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 북한 2023
이지명 , 김유경 , 김정애 , 도명학 , 위명금 저자(글) · 방민호 해설
예옥 · 2024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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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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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명, 김유경, 김정애, 도명학 네 명의 탈북 소설가들의 단편작과 탈북 시인 위영금의 시 10편을 묶어 2023년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의 전망을 읽어내는 작품집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지명

이지명

북한에서도 작가로 활동했으며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후 소설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 망명펜’ 등에서 활동하면서 다수의 장·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포 플라워』(2014), 『두 형제 이야기』(2021) 등의 장편소설, 「복귀」 「안개」 「오순의 엄마」 「인간향기」 「금덩이 이야기」 등 이십여 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장편소설 『삶은 어디에』가 2009년 1월 KBS 한민족방송 31부작 라디오 드라마로, 단편소설 「금덩이 이야기」가 2017년 3월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저자(글) 김유경

북한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 남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 때문에 실명과 과거 행적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지만, 작가로서의 의무를 포기할 수 없어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장편소설로 『청춘 연가』 『인간 모독소』, 창작집으로 『푸른 낙엽』
이 있다. 『인간 모독소』는 Le camp de l’humiliation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 번역 출판되었다.

저자(글) 김정애

1968년 함북 청진 출생.
2014년 한국소설 제41회 등단. 2014년 북한인권문학상 수상. 2019년 시월간 제24회 등단. 장편소설 「북극성」, 장편연재소설 「둥지」, 단편소설집 『서기골 로반』 (공저).

저자(글) 도명학

도명학

1965년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출생.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창작과 수료.
전 조선작가동맹 시인, 반체제 활동 혐의로 국가안전보위부 3년 투옥, 2006년 출옥 후 탈북 및 국내 입국.
한국소설가협회 월간지 『한국소설』로 등단.
대표작 『잔혹한 선물』(소설집, 2018우수문학나눔도서 선정작),
시 「곱사등이들의 나라」 「외눈도 합격」 「철창너머에」 「안기부소행」 등이 있고, 공동소설집 『국경을 넘은 그림자』 『금덩이 이야기』 『꼬리없는 소』 『단군릉 이야기』 『원산에서 철원까지』 『해주인력시장』 『한중대표소설집』에 참여.

저자(글) 위명금

1968년 함경남도 고원군 출생.
2020년 시집 『두만강 시간』, 2022년 혜산 문학상 아시아의 시선상
2023년 에세이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때가 있다』

해설 방민호

대표작으로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등이 있다.

목차

  • 소설
    어떤 죽음 - 이지명 -7-

    하얀 별똥별 - 김유경 -35-

    가위손 - 김정애 -71-

    함흥역에서 - 도명학 -89-


    어버버 외 9편 - 위영금 -117

    작품해설
    탈북문학에 비친 북한과 한국 - 방민호 -131-

책 속으로

-이 글을 누가 읽을 때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나는 곧 사람을 죽일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내가 왜 체포될 수밖에 없는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제대될 때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잡혀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세상에 설 자리도 살아갈 자격도 상실한 참으로 재수 빠진 놈이다. 형처럼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가 짐승처럼 살기는 싫다. 내 앞을 막는 자는 무조건 죽인다. 그렇게 사람까지 죽이고 나면 나는 죽어서도 저주받을 살인마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후회도 없다. 내 소중한 삶을 농락당하고 더는 내 생을 연장할 필요가 없는 시점에서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든 이 세상을 저주할 뿐이다. 다만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냐는 물음에 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남길 결심을 했다.
나는 대체 누군가부터 쓰고 싶다. (이지명 - 어떤 죽음, 10~11쪽)



그해, 우리는 새집으로 이사했다. 정부에서 보장해 준 임대아파트에서 25평 분양 아파트로, 아버지 명의로 된 집으로 이사 갔다. 삼 분의 일은 은행 돈이라고 했다. 어찌 됐든 서울에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가 생긴 것은 기분이 좋았다. 임대아파트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내 방도 퍽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는 나를 가구점으로 데리고 가셔서 마음에 드는 침대와 책걸상을 고르라고 하셨다. 내가 선택한 침대가 들어오던 날,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던지며 나는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한껏 웃음을 보냈다.
“너무 좋아요, 아빠!”
한 달 후, 엄마의 제삿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아버지는 한국에 와서 매해 엄마 제사를 지냈다. 제삿날마다 나는 돌볼 사람 없어 잡초가 무성할 엄마의 무덤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매번 묵묵히 제상을 차리셨다. 제상은 전문 가게에 주문하신 것 같았다. 엄마가 생전에 구경 못 해본 음식이 가득 차려진 제상을 보면서 나는 허무함을 느꼈다. 아버지는 기계적으로 절을 하시고, 제상을 물리고 음식을 조금 드신 다음 조용히 밖으로 나가시곤 하셨다. 그때도 불만스러웠다. 제상 앞에서나마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왜 못한단 말인가. 아버지는 얼음처럼 냉랭한 심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김유경-하얀 별똥별, 54~55쪽)




“남조선 사람이야.”
그는 미화에게 못 본 척 하라며 눈짓했다.
“뭐? 남조선 사람?”
달래의 말에 경실은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헐거운 차림에도 남자의 앙상하고 구부정한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다. 남한사람이 달래네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니…….
“의거 입북자래. 제 발로 왔다나?”
달래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들렸다. 미화가 다시 돌아보았으나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자유의 땅을 버린 이유가 궁금했다.
“어떻게 왔대? 가족은?”
“언젠가 조난당한 남조선 어선을 구조했다는 보도가 있었지? 그 배에 탄 사람인데 자진해서 남았대. 일부는 공화국의 귀순공작에 맞서 싸우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갔는데 저 사람은 남았지. 선전에 넘어갔지. 그런데 남은 사람들을 다 따로 배치해서 서로의 안부도 모르고 살고 있대. 후회할 거야.”(김정애-가위손, 77~78쪽)


함흥역은 살벌하다. 타지방 사람은 자칫하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는 곳이 함흥역이다. 낮이고 밤이고 굶주린 승냥이 같은 도둑들이 이 사람 저 사람 훑어보며 먹잇감을 찾는다. 살아있는 것조차 기적인 사회에 어딘들 도둑이 없겠는가만 함흥역은 험악해도 너무 험악했다. 도둑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날강도 판이다. 그나마 도둑은 훔치다 들키면 뺑소니라도 치니까 양심은 있는 셈이다. 강도는 문자 그대로 강제로 뺏는 짓인데, 함흥역이 그 판이다. 타지에서 온줄 알면 무작정 다가가 돈이든 물건이든 내놓으란다. 좀 도와주세요, 하는 태도가 아니라 좋게 말할 때 안들으면 죽을 줄 알라는 협박이다. 심지어 내놓으란 말조차 없이 다짜고짜 남의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낸다. 무슨 짓이냐고 막으면 오히려 제 편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댄다. (도명학-함흥역에서, 91쪽)



착한 당신

사슴 같은 눈을 가진 당신 착한 눈으로 두만강을 건넜
다지요 조준하고 있는 총구에도 물새처럼 날아서 강을 건
넜다고요 새털 같은 몸 건사할 곳 없어 낯선 곳에 버려졌
구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메콩강 건너 두 아이를 이끌고 기어이 대한민국에 왔네
요 꼬깃꼬깃 잔돈 모아 늦은 나이 대학 공부 시작한 당신
착한 웃음 지어 보일 때 정말 행복한 것 같아 속아 넘어갑
니다 하지만 웃음 뒤 그늘이 보여요 북쪽에 두고 온 가족
이 있거든요

정말로 착한 당신 언제까지 착할 건가요

(위영금-착한 당신 전문, 122쪽)

출판사 서평

필자는 또한 탈북작가의 문학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를 두고 활발하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연구방법과 방향에 대해 몇 가지 고민을 진척시킬 수 있었다.
그 하나는 탈북문학의 개념 범주와 성격을 둘러싼 것이다. 탈북문학은 반체제문학이요, 저항문학이요, 디아스포라 문학의 의미망 속에서 고찰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고찰은 탈북문학의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를 검토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과거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연방을 경험한 작가들의 비판적 문학이 세계문학사의 가장 중요한 성취들로 기억되고 있음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복잡한 내부 정치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북한 사회의 실정에 관한 비판적 언급은 금기시되어 있지만, 문학이 이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세계문학사의 맥락, 전통에 비추어 실천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비지성적이다. 한국문학 장은 지금 비지성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문학은 지금 한국문학의 세계적 동시대성의 한 시금석이라 할 만하다.
다른 하나는 탈북문학의 리얼리티, 곧 문학적 성취 여부에 관한 것이다. 북한에서 탈북 현상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전반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동구권 사회주의의 와해 과정과 맞물려 있다. 탈북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고, 탈북문학 작가들은 대체로 이 시기 이후에 중국을 경유하여 한국에 들어왔다. 때문에 이들의 직접적 북한사회 경험은 1990년대까지에 머무른다. 그러나 그 후 북한사회는 표면적으로는 닫힌 사회지만 이면에서는 상당히 열렸고, 북한 거주민들과 탈북자들 사이에 이러저러한 연락망이 구축되어들 있다. 때문에 탈북작가들의 소설 역시 단순히 과거형은 아니다. 그들은 현재 진행형의 북한 사회 사정에 관심이 깊고 이러한 소재, 주제로 소설이 옮아가고 있다. 요컨대, 탈북작가들의 문학은 그 리얼리티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탈북문학은 변화하는 북한 사회의 현재적 상황을 심층적으로 고찰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매개 역할을 한다. 지난 십여 년 이상 사회학계는 한국문학들, 특히 소설을 동시대 한국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나 사회사적 맥락에서의 현대화 과정에 대한 분석을 가능케 해주는 직간접적 근거들로 활용해 왔다. 여기에는 하나의 방법론적 난점이 가로놓여 있다. 즉, 작가들의 작품은 사회 현상에 대한 단순한 재현이라기보다 그 주관적인 표상화 과정의 산물인 것이다. 이 문제는 쉽게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사회 내부에서 산출되는 작품들은 북한 사회의 ‘진실한’ 재현이 아니라 북한 정권 담당층의 주관적 표상화 의도에 의해 변형, 왜곡된 구성물이다. 이 점에서 이 사회에 비판적 거리를 둔 탈북작가들의 문학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밝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적 진실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는데 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방민호 - 작품 해설 중)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3241839
발행(출시)일자 2024년 01월 29일
쪽수 160쪽
크기
148 * 215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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