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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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책이 좋아지는 미스터리 힐링 소설”
현재와 과거가 마주 보며 손을 잡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등 일상에 특별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만드는 나토리 사와코가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로 돌아왔다. 소설은 우연히 발견한 책에 얽힌 암호를 풀다 마주한 뜻밖의 사건에 얽힌 과거와 현재를 그려낸 이야기다. 작가는 체육 대회를 앞둔 고3 모모세가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을 미스터리하면서도 놀라운 반전을 담아 풀어냈다.
노아고등학교 배구 선수인 모모세는 부상으로 은퇴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고 배구부를 관둔다. 학교는 체육 대회의 하이라이트 ‘토요일의 댄스’ 연습을 하느라 한창 분주하다. 체육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모모세는 친구의 부탁으로 도서실에서 책 정리를 돕는다. 그러다 누군가 10년 전에 빌려 간 기록이 마지막인 책 『하늘을 나는 교실』을 발견한다. 책장 사이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토요일의 댄스’를 없애자는 쪽지가 있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메시지를 남겼는지 궁금해진 모모세는 수수께기를 풀기로 한다.
소설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비밀과 현재의 학교를 오가며 진실에 다가선다. 작가는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그대로 묻어두지 않고 따뜻한 추억 혹은 쓰라린 상처를 현재로 끌고 와 인물의 시선에서 푼다. 작품은 등장인물이 처한 다양한 처지를 조명하고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전통의 공존’이 가능한지 모색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하면서도 위태로운 이야기와 놀라운 반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하늘을 나는 교실』이 알려주는 ‘힌트’가 전해지길 바라본다.
이 책의 총서 (80)
작가정보
나토리 사와코 名取佐和子
일상의 소소한 소재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흥미롭게 전개하는 작가다. 일본 고베시에서 태어나 메이지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게임 ‘99의 눈물’에 수록된 단편소설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2010년 『파출소의 밤』으로 등단했다. 국내에는 제5회 동일본철도서점 대상을 받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가 소개되었다. 그밖에 『어서 와 1만 번』 『너의 졸업식』 『셰어하우스 수탉 풍향계』 『에노시마 고양이 집사 식당』 『금요일 서점』 『온종일 나무나무』 『도나카이 심부름센터』 등이 있다. ‘나토리 나즈나’라는 필명으로 쓴 다수의 동화와 라이트 노벨이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했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동경대학교에서 9년간 연구원 과정을 거친 뒤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꾸준히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현재는 출판 번역 에이전시 유엔제이에서 도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월요일의 책
화요일의 컴퓨터
수요일의 소장 도서 검색
목요일의 햄버거
금요일의 화이트보드
토요일의 댄스
일요일의 도서관
책 속으로
내친김에 서류 넣는 수납장 밑도 들어 올리자, 책 한 권이 풀썩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틈에 끼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황급히 그 책을 집어 들고 표지를 봤다.
『하늘을 나는 교실』이라는 책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읽은 적은 없지만. 실뜨기 실을 둥글게 뭉친 곳에 눈, 코, 입을 그려 넣은 듯한 표지의 삽화가 산뜻하고 귀여웠다. 캐스트너라는 작가의 이름으로 보아 외국 작품인 것 같았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뒤집어서 뒤표지를 확인했다. 예상한 대로 오른쪽 밑에 바코드 라벨이 붙어 있었다. 노아고의 소장 도서였다.
-p.27
나는 사쿠타로가 들고 있는 책을 가리키며, “책 빌릴게요.”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대출 기간인 2주 동안 이 책은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아, 가능하면 체육 대회가 끝나는 한 주 안에 반납하고 싶긴 하지만.”
도서관 안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밖에서는 여전히 흥분된 목소리들이 떠들썩하게 울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세 사람 사이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사쿠타로였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p.35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목을 입력했다. ‘검색’이라고 표시된 버튼에 마우스를 가져다 댔다. 뒤에서 사쿠타로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숨을 멈추고 클릭했다. 기도할 시간도 없이 화면이 쓱 바뀌었다. 이윽고 녹색 배경이 나타났다.
“해냈다. 엑스트라 스테이지야.”
기뻐할 사이도 없었다. 첫 두 줄이 눈에 들어온 순간 모든 생각이 멈췄다.
방주는 필요 없어.
다 큰 개구쟁이들아, 토댄을 부숴 버려!
-p.106
“안 돼. 절대 안 돼. 그건 전통을 망치는 거잖아. 노아고 토댄은 말이야, 학교가 창립되자마자 제1회 체육 대회에서 바로 첫선을 보인 종목이라고. 당시 학생회장이 ‘새로운 학교의 상징이 될 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며 체실을 조직했어. 그 체실과 학생회가 힘을 합쳐 단체 경기라고 불릴 만한 종목을 만들어 낸 거잖아. 그렇게 학생들이 주가 되어 만든 규칙을, 역대 체실이 40년 이상 지켜 온 규칙을, 어기는 게 말이…….”
에모리는 격하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상관없어, 라며 혼잣말하더니 다시 학생회장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평소 자신감 넘치던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p.151
에모리의 눈에 이슬이 맺힌 듯 보였지만, 너무 어두워서 확실하지는 않았다. 잠시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다가, “아무튼.”이라며 머리카락을 손으로 튕겼다.
“모모세, 그 반납된 10년 전 책의 수수께끼를 반드시 풀어 줘.”
“좀…….”
“네가 사쿠타로를 끌어들였다며?”
“그, 그건 뭐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끝까지 풀어 줘. 반드시.”
거듭 당부한 에모리는 역 쪽으로 뛰어가 버렸다.
-p.234
출판사 서평
“이게 암호라면 풀어 보고 싶다.”
쪽지를 펼친 순간,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군가 10년 전 대출한 책이 발견된다면 어떻게 할까? 소설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은 우연히 찾은 책으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주고받으며 섬세하게 진행된다. 모모세가 재미로 시작한 암호 풀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도치 않게 어두운 이면을 건드린다. 작품은 다른 이의 상처를 살필 줄 아는 방법을 말해 주기도 한다.
청소년은 학교에서 하루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 모모세는 생활의 일부였던 배구부를 관두고 이제는 큰 키가 쓸모없다고까지 느낀다. 거기다 노아고등학교 최대 행사인 ‘체육 대회’조차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졸업을 앞둔 시기인 만큼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그러던 중 발견한 수수께끼 암호는 갑갑한 일상에 균열을 준다.
내 키는 확실히 보통 남학생보다도 크다. 178센티미터라 사람들 눈에 잘 띄다 보니 학교나 복잡한 길에서 기꺼이 이정표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초등학교 때부터 살다시피 한 배구 코트를 벗어나면 큰 키가 도움이 된 적은 없다.
-p.14
처음 봤을 때 ‘혹시 암호?’ 하는 마음에 피가 끓어올랐던 건 조금 전 사쿠타로와 셜록 홈스 얘기를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는 몰라도 ‘토댄을 부숴 버려’라는 다소 난폭하면서도 직설적인 말이 토댄은 물론 체육 대회에 전혀 참가할 수 없는 나의 울분을 풀어 주었다. 주눅 들기만 했던 마음에 뜨거운 불을 지핀 것이었다.
-p.29
문득 사사노 씨와 관련된 일에 대해 완강히 모른다고 일관했던 가즈미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이미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이부키 씨가 물었다.
“모모세, 이래도 수수께끼를 풀 건가?”
-p.120
모모세는 당차면서도 솔직한 인물이다. 독자 시점에서 봐도 주인공의 솔직담백한 모습에 마음 가기도 한다. 거기에 자신의 상황을 정면 돌파하며 청소년 시기의 지닌 활력과 도전을 마음껏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색다른 미스터리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우리만의 암호
학교 축제를 앞두고 펼쳐지는 가슴 뛰는 이야기
소설은 총 7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됐다. 〈월요일의 책〉부터 〈일요일의 도서관〉까지 독자는 모모세와 일주일 동안 학교생활을 함께 한다. 수수께끼의 시작 『하늘을 나는 교실』 발견은 출발부터 의문으로 뒤덮여 있다. 책은 십 년 전 대출됐으며 동일한 소장 도서가 서재에 꽂혀 있다. ‘신착 도서를 신청할 때 실수했겠지.’라는 말로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하늘을 나는 교실』 책장 사이 쪽지가 있었다.
방주는 필요 없어.
다 큰 개구쟁이들아 토댄을 부숴 버려!
개구쟁이란 말에 귀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뒤에 오는 부숴 버려! 까지 읽는다면 다소 직설적인 메시지라는 걸 알 수 있다. ‘부수다’, ‘깨다’, ‘파괴하다’ 등 무언가 있는 상태에서 없는 상태로 만들기 위한 외침은 선명하기만 하다. 모모세와 함께하는 또 다른 인물인 도서 위원 사쿠타로는 체육 대회엔 관심 없고, 도서 위원 활동에만 열심이다. 그래서 암호에 대해 처음엔 시큰둥한 듯하다가 모모세의 다짐에 반응한다. 둘은 암호의 메시지를 뒤쫓아 과거를 들여다본다.
『하늘을 나는 교실』은 ‘사사노 고’라는 이름의 도서 위원 선배가 대출한 책이었다. 하지만 사사노 고는 책을 빌리고 이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10년이나 지난 시점에 책을 누가 가져다 둔 걸까. 쪽지를 쓴 것도 사사노 고일까? 평소 도서관은 장기 휴무 전 대청소를 했으며 서재의 빈자리가 보였다면 도서 위원이 신경 썼을 것이다. 마침 체육 대회를 앞둔 순간 책이 숨겨져 있었다는 건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놨을 가능성도 있다. ‘토요일의 댄스’를 콕 집어 말한 것도 수상하게 느껴진다. 모두 함께 준비하고 기다려오는 행사인 만큼 쪽지의 메시지는 날카롭기만 하다. 과연 체육 대회 ‘토요일의 댄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모모세와 사쿠타로가 찾아 헤매는 『하늘을 나는 교실』의 수수께끼의 힌트는 무엇일까.
부수고 깨야 할까? 지키고 유지해야 할까?
개인의 자유와 오랜 전통의 공존을 모색하다!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인 개인의 자유와 전통의 공존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과거는 과거로만 끝나지 않는다. 현재에서 과거를 기준 삼아 말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현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작가 나토리 사와코는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묻어두지 않는다. 따뜻한 추억 혹은 쓰라린 상처도 현재로 끌고 와 인물의 시선에서 푼다. 그런 점에서 전통이란 낡고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양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고유한 것에도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반에서 정한 의상을 입고 싶지 않다는 의견. 이게 ‘이상한 주장’이야?”
“당연하지. 그건 주장이 아니라 제멋대로인 거야. 한 명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끝도 없잖아.”
에모리의 답변은 빨랐다.
“그 제멋대로인 이유에 대해서는 안 물어볼 거야?”
“물어볼 필요도 없지. 단 한 명의 사정으로 오랜 전통을 뒤엎겠다니, 이건 너무 심한 횡포지.”
에모리는 정의라는 불꽃으로 눈동자를 불태우며 딱 잘라 말했다. 사쿠타로는 검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p.152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에 노출되어 있다. 막상 알면 불합리하다는 걸 알지만 손을 들고 말하길 주저한다. 소수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춰야 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거 아닐까. 소설은 이야기 내부 본질적인 메시지까지 독자를 수수께끼의 세계로 안내한다.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은 십 대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 그들의 시점을 또렷하면서도 단단한 서사를 보여준다. 또한 인물의 내면 갈등에 이야기 전반을 가로지르는 중심 사건은 이야기의 틈을 보이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순간 우리는 인물들과 함께 암호를 풀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해답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줄거리
노아고등학교는 체육 대회를 앞두고 모두가 분주하다. 우연히 도서당번을 맡게 된 모모세는 도서관 수납장 밑에서 『하늘을 나는 교실』을 발견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이 책은 10년 전 누군가 대출한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거기에 책장 사이에 체육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토요일의 댄스’ 내용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쪽지 하나가 발견된다. 모모세는 쪽지의 문구가 암호처럼 느껴져 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과연 모모세는 암호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83949639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3월 15일 | ||
쪽수 | 288쪽 | ||
크기 |
140 * 215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청소년 걸작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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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모두 함께 하는 세상이 되기를..
“학교라는 큰 그릇 안에는 마치 잡탕인것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것들이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여러막으로 나뉘어 있다. 이막은 투명해서 시야가 밝고 막안의 소리도 서로 잘들린다. 하지만 이동은 쉽지 않다.같은 막 안에 들어기는 자들은 취미 동아리 혹은 외모와 같은기준으로 선별된다.막 으로 인해 일상생활에는 가벼운 압력이 작용하기도 한다.압력은 서로 견제 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스스로를자제시키기도 한다“(책중)
이문장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몸이나 마음에 여러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자기 마음대로 살아갈수있는 것이 인류의 진보라는 거잖아 그니까 장애인의 장애는 그들 자신의 특징이 아니라 주변사회나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걸 나타내는거야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난 그 장애를 없앨 생각이야“(책중)
아이들이라 생각 가능한 용기…변화 할수있다는 도전.. 응원한다…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은 책의 목차부터가 흥미로웠다. 요일 별로 주제를 잡고 스토리가 이어진다. 월요일의 책, 화요일의 컴퓨터, 수요일의 소장 도서 검색, 목요일의 햄버거, 금요일의 화이트보드, 토요일의 댄스, 일요일의 도서관으로 요일마다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흥미롭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 만난 학교와 청소년의 이야기 속엔 작은 사회가 담겨있다. 미스테리하면서도 참신한 이야기 소재가 참 인상 깊고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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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창문으로 배가 떠 있는 바다가 보였다. 근처의 건물이나 나무가 시야를 가리지 않은 덕에 넓게 펼쳐진 은빛 파노라마를 볼 수 있었다. 이내 숨이 멋는 듯했다. 거의 2년 반이나 다닌 고등학교에 이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얇은 천을 두른 듯 뽀얗고 아련한 빛이 머무르는 바닥으로 에어컨 소리가 빨려 들어갔다. 이 방은 어쩜 이리도 고요하고 시원한걸까. 학교 북쪽 4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흘린 땀이 금세 말라 버렸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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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사노씨’란 사람, 혹시 사사노 고 씨를 말한 거였어?”
“아는 사람이야?”
“토사 붕괴로 숨진 우리 학교 선배잖아.”
“......유명한 사건이었구나.”
내가 놀라자, 에모리는 내가 어떻게 사사노 씨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잠시 망설인 나는 도서관에 어떤 책을 반납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10년 전 사고와 그 피해자인 사사노 고 씨에 관해 알게 된 내막을 간략히 털어놨다. 그리고 사사노 씨가 도서 위원었다는 건 말했지만, 다른 도서 위원들에 관한 이야기나 또 그들이 기획했던 것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거 사쿠라타로도 아는 얘기야?”
“물론 알지. 내가 책을 반납한 사람 찾으려고 이 일에 끌여들였거든.”
“하지만 누가 반납한 건지는 아직 모른다고?”
“응. 사사노 씨의 고교 시절 친구들에게도 확인했는데 모두 아니더라. 이상하지?”
에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쿠타로가 변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p.232
-
“뭐가 문제였는지 지금도 잘 몰라. 애들이 날 때리거나 발로 차기도 했고, 어떨 땐 사물함이랑 책가방 속 물건도 사라지곤 했어. 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 비웃거나, 선생님께 나에 관한 온갖 고자질을 하거나.......”
“심하다. 그건 심각한 왕따잖아?”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말은 가벼워서 싫어.”
그리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린 채 웃어 보였다.
“초 1, 2학년이 할 만한 장난은 뻔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악의란 건 그 행동의 크고 작음이라든지, 심각하고 덜 심각함과 같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있냐?‘ 혹은 ’없냐‘의 문제인 거야. 악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 시절의 나는 무척 힘들었어.” 에모리는 유일하게 그 왕따에 가담하지 않은 초2 때의 반 친구라고 했다. “에모리는 타고난 정의감으로 늘 나를 감싸줬어. 언변도 지금만큼 좋아서 곁에 있으면 무척 든든했지. 한심하게도 에모리의 등 뒤에 숨어서 울기만 한 적도 꽤 많아. 그때 에모리가 나보다 컸기에 나를 지켜주는 늠름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의지했던 거야.” p.276
-
“그러면 또 만날 수 있잖아.”
사쿠타로는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가 발그스레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내 얼굴도 분명 못지않게 붉을 테니까. 뺨이 뜨거워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럼...... 또 도서관에서, 잘 부탁해.”
“응. 도서관에서.”
우리는 비석 앞에서 어색하게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왠지 월요일의 도서관이 무척 기대된다. p.287
-
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들이 소중하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를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책 속의 소재와 문장, 대사들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했다. 책 속에 삶이 있다는 말이 참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학교에서 운동경기를 할 때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한 ‘배려’로
편안한 자리에서 쉴 수 있도록 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과연 그 사람에게도 그게 배려였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어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배려’가 아니라 ‘함께’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은
그걸 일깨워준 건 책이었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는
‘ 모두를 위한 제안 ’을 합니다.
그 제안은 모두의 마음을 동요시키죠.
몸이 불편한 개인의 상황이 아닌
환경을 바꾸면 함께하기가 가능해집니다.
“몸이나 마음에 여러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자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류의 진보라는 거잖아.
그니까 장애인의 '장애'는 그들 자신의 특징이 아니라
주변 사회나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걸 나타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난 그 장애를 없애 나갈 생각이야.”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 p.225
“나도 모르게 책이 좋아지는
미스터리 힐링 소설”
책표지에 적혀있는 글처럼
책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좋았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
읽어갈수록 더 좋았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
모든 책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미래인 책은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지난 번 #아이를 빌려드립니다 라는 책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세대와 인구절벽 세대가 울컥하는 포인트가 각각일 것이다. 그래서 독후 활동하기 좋은 책들이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이어주는 책들이다.
이 책에서 나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에 대한 시도에 주목하고 싶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처럼 위에서부터 깨는 방법과 책에서처럼 아래에 위치한 소수자가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다수자들은 모모세처럼 잘 모른다. 기존의 것이 더 편하므로.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단체생활을 한다. 다니마치 선생님과 에모리의 의견은 당연하다. 학교 행사에 내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전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 온 많은 학생들의 노력을 물거품을 만들어선 안된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침묵한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나라군처럼 특별한 생각이 있는 사람, 모모세처럼 급작스러운 일이 생긴 사람. 가도다처럼 날 때부터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수자들처럼 축제에 참여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모모세처럼 다수자들 속에 있다가 소수자가 된 아이들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전통을 바꿀수는 없을까. 방주를 깰수 없을까. 처음 만들어질 때는 학교 규칙이 너무 엄격해서 체육대회 하루만이라도 자유를 맛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바램이 전부였다.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의 일은 모두 잊힌 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고 있다. 이제 나라군 같은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생회장과 가즈미 선생님의 도움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 졸업생인 미이케, 다이라, 이부키가 확신을 주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일. 이것이 아래로부터의 변화이이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하늘을 나는 교실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아닐까한다.
이 모든 일은 십 년 전 쪽지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이미 십 년 전부터 방주를 깨고 싶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학창 시절에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곳은 역시 도서관이다. 어떤 이들의 도피처도 되는 곳. 우연히 도서관 책 속에서 발견한 쪽지와 그 내용을 파헤치는 아이들 이야기는 젊은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십 년 전 도서위원이었던 다섯 명의 비밀에 다가가는 모모세. 사쿠타로의 비밀. 살인없는 추리소설이다.
도서관이라는 방주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그들은 '부술 수 없다면 우리들의 방주를 만들면 돼. 도서관의 방주에 모두를 태우고 살아가자!' 라 덧붙이며 마치 노아의 방주라는 심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제 33기 도서위원에는 가논의 담임교사인 군지 가즈미, 사고로 사망한 사사노 고, 노아 고등학교의 자랑인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미이케 마키오 등이 있다.
이 글에서 다 큰 개구쟁이들의 의미하는 방주와 토댄을 부수자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토댄을 부수자고 하였을까? 도서관에서는 일어나는 힐링 미스터리 소설인 《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모여 하나의 시너지를 내는 과정을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