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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내 인생의 문장들
장석주 저자(글)
인물과사상사 · 2024년 03월 08일
10.0
10점 중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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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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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넓고 깊은 인생의 문장들
“나는 문장들을 오래 씹고 목구멍으로 삼킨다”
우리가 읽는 책은 문장들로 이루어진다. 그 문장들은 저마다 느낌과 사유로 꽉 찬 고갱이들이다. 좋은 문장은 표현의 독창성, 함축성, 의미의 함량, 문장 형식의 간결함, 심장 박동 같은 리듬감뿐만 아니라 세상의 새로운 발견과 발명, 혁신의 계기를 품어야 한다. 이 좋은 문장들을 책을 읽는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문장들에는 앎과 지혜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통찰하는 깊은 생각과 가치가 담겨 있다. 그래서 좋은 문장들은 죽비처럼 읽는 사람을 깨운다.
장석주 시인은 책을 읽을 때 불안에서 해방되면서 자신과 세계가 하나로 결합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책이 자신을 빨아들이는 그 찰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급기야 자신은 책에게 삼킴을 당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은 책에게 살과 피와 시간을 바쳤다. 교실, 카페, 화장실, 기차 안, 비행기 안, 풀밭, 무덤가, 바닷가, 휴양지, 영안실, 도서관, 여관, 여행지 같은 세상의 모든 장소에서 새벽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 속에서 시인은 순수한 몰입과 기쁨을 느꼈다.
장석주 시인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즐거워한다.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독창적인 문장,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한 문장, 세상의 구태의연함을 무찌르는 문장, 자신을 전율하게 만든 문장, 심신을 고요로 물들이는 문장이다. 시인은 이 문장들에 반한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씨앗이 발아해서 땅거죽을 밀고 나오는 새싹 같이 우연히 망각의 덮개를 뚫고 나오는 문장들을 사랑한다. 문장들은 피의 분출이고 체험이며,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에 일던 파동을 전한다.
장석주 시인의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은 66편의 문장을 소개한다. 이 책은 시인의 망각에서 꺼낸 문장들, 권태와 느른함에 빠져 있던 심장에 화살처럼 박힌 문장들, 두개골을 빠갤 듯 울림이 컸던 문장들을 모았다. 이 문장들은 생의 경이와 기쁨을 맛보게 해준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이 내면 형질을 바꾸고, 비루함의 바닥에서 시인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문장이나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세상의 문장들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말한다. 장석주 시인은 오늘도 문장들을 오래 씹고 목구멍으로 삼킨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석주

장석주

전업 작가. 1979년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다.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등을 거쳐 1993년 이후 전업 작가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한다. 현재는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산다. 산책과 고전음악, 동네 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일상의 인문학』,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나를 살리는 글쓰기』, 『동물원과 유토피아』, 『이상과 모던뽀이들』, 『은유의 힘』, 『마흔의 서재』,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등 저서 100여 종을 펴냈다.

목차

  • 책머리에 ㆍ 5

    가장 단순한 것을 배우라 ㆍ 12
    당신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았는가? ㆍ 16
    이토록 미친, 슬픈, 가엾은 사랑 ㆍ 22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다린다 ㆍ 26
    편도나무여, 내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ㆍ 34
    짐승은 침묵과 도약으로 채워져 있다 ㆍ 42
    은유는 시의 숨결이다 ㆍ 48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산책 ㆍ 52
    우리는 자기 안에 국경을 갖고 산다 ㆍ 56
    일요일에는 게으름을 피우며 느리게 살자 ㆍ 60

    네가 누구냐를 아느냐보다 누가 너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 ㆍ 64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이다 ㆍ 68
    바다는 처음의 자유다 ㆍ 74
    나는 왜 당신의 하얀 팔을 사랑했던가? ㆍ 80
    고양이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ㆍ 84
    진짜 위험한 것은 산다는 것 ㆍ 88
    아버지가 마시는 술의 반은 눈물이다 ㆍ 94
    바다는 영원히 출렁인다 ㆍ 100
    얼굴은 간신히 도피한 사람이다 ㆍ 106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것이다 ㆍ 110

    내가 산골로 가는 것은 ㆍ 116
    사랑은 여름 내내 잡초처럼 웃자란다 ㆍ 122
    예술에 대한 탐색의 열정 ㆍ 128
    시간은 장소마다 다르게 흐른다 ㆍ 132
    밥벌이를 직업으로 삼지 마라 ㆍ 138
    맥주 첫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 ㆍ 142
    피아노를 치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 ㆍ 148
    우리가 키스를 한다는 것은 ㆍ 152
    기후 위기는 만인의 위기다 ㆍ 156
    우연이라는 날개를 달고 붕붕거리는 인생아! ㆍ 162

    혁명을 하려거든 웃고 즐기며 하라 ㆍ 166
    댄디는 꺼져가는 별처럼 사라졌다 ㆍ 170
    우리 모두는 탐욕스런 사냥꾼 ㆍ 174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ㆍ 178
    전쟁은 인류가 흩뿌린 피를 먹고 자란다 ㆍ 182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ㆍ 186
    피로는 존재의 과다함에서 나타난다 ㆍ 192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몽타주적 글쓰기 ㆍ 198
    우리는 출퇴근하는 인류다 ㆍ 204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ㆍ 210

    돌은 왜 책상 위에서 흐느끼는가? ㆍ 216
    우리는 강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ㆍ 222
    고향은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준다 ㆍ 226
    독서는 탐식이자 무용한 기쁨의 도취다 ㆍ 232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ㆍ 238
    내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전부다 ㆍ 244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ㆍ 250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면 ㆍ 256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ㆍ 260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 ㆍ 266

    그 많던 문학소녀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ㆍ 272
    실패란 성공의 유예일 뿐이다 ㆍ 278
    사물은 자아의 윤곽을 바꾼다 ㆍ 284
    다방의 오후 2시, 혹은 카페에서 보낸 시간들 ㆍ 288
    세계는 분해와 분해에 저항하는 세계로 나뉘어 있다 ㆍ 294
    사람은 두 번 죽는다 ㆍ 298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다 ㆍ 302
    자연은 숨은 조화 속에 있다 ㆍ 306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ㆍ 310
    예술가란 아름다움에 갇힌 종신수 ㆍ 316

    휴식은 행복의 중심이다 ㆍ 322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을 허하라 ㆍ 328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ㆍ 332
    군중은 강력한 전염성을 갖는다 ㆍ 336
    인류 역사는 폭력의 역사다 ㆍ 340
    책은 부적이자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다 ㆍ 344

책 속으로

사랑의 일 중 태반은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림에 대한 무한 투자. 기다림은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가지 않고 한자리에 묶어놓는다. 어린 시절, 시장에 따라간 내게 어머니는 이렇게 명령한다. 어디 가지 마!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그때 기다림이 내 존재를 삼켜버리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찍이 기다림이 현전에 대한 무자비한 구속이라는 사실을, 기다림이 만드는 욕망함의 패임으로 내 현전이 일그러질 것임을 벼락 같이 깨달았던 것이다. 이 하염없는 존재 퍼주기는 결국 자기 고갈에 이른다. 더는 기다릴 힘이 없을 때 그들은 망부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에게는 더이상 기다릴 힘이 없다. 만약 그 힘이 있다면 그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그는 이전보다 기다릴 힘을 덜 갖고 있다. 기다림이 기다릴 힘을 마모시키는 것이다. 기다림은 마모되지 않는 것이다. 기다림은 마모되지 않는 마모이다.”(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다린다」(본문 30~32쪽)

피로는 외과적 증상이 아니라 정신신경과적 증상이고, 그것의 가능태는 더 작게 존재-하기, 웅크리기, 소금기둥-되기다. 그런 탓에 피로한 자는 사회와 담을 쌓고 소통하기를 그친다. 그들은 자꾸 제 존재를 세계의 저 바깥쪽으로 밀고 나간다.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단편소설 「구토」에서 주인공 로캉탱이 그런 존재다. 로캉탱은 항구 도시에서 한 귀족의 전기를 쓰는 일에 몰두한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일기 쓰기, 사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카페·도서관·박물관 따위에서 어슬렁대기가 일상의 전부다. ‘구토’는 이 세계에 가득 차 있는 속물들의 진부함에 대한 생리적 거부다. 속물의 진부함을 견디는 데서 생겨난 피로의 징후다. 마침내 로캉탱은 그 속물들의 세계와 결별한다. “나는 돌아다봤다. 작은 그림의 성당 속의 한없이 고운 백합이여, 안녕, 우리의 자존심이여, 우리의 존재 이유여, 안녕, ‘더러운 새끼들’이여 안녕.”(장 폴 사르트르, 「구토」) 「바다는 영원히 출렁인다」(본문 101~102쪽)

들레름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 일상의 조각들, 작은 행복의 편린들, 정말 작아서 금세 잊히는 찰나를 포착한다. 그는 목구멍으로 넘기는 맥주 첫 모금의 “무한을 향해서 열리는, 믿을 수 없는 기쁨의 느낌”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맥주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찰나 최고의 기쁨에 도달하고 그 뒤로는 쾌감이 반감된다. 두 번째 잔부터 맥주는 이미 그 비범함을 잃어버린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미지근한 행복감 속에서 금세 우울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추억의 창고에 들어 있는 멜랑콜리를, 우리가 겪은 기쁨과 슬픔을 끄집어내 반추하도록 부추긴다. 지하실에서 달콤한 향내를 뿜어내며 덧없이 시드는 사과들, 새벽 거리에서 먹는 크루아상, 무심코 지나쳐버린 어린 시절의 가을, 황금빛 맥주 한 모금의 행복, 느긋하게 보낸 일요일 저녁에 마음을 파고드는 불안을 일깨운다. 「맥주 첫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본문 143~144쪽)

피로한 자는 소금기둥으로 변신한다. 그 존재의 경화! 피로는 솟구쳐 오르다가 추락함이고, 잘-있음의 방기이며 흩어짐이다. 솟구쳐 오름이 영혼의 만개라면, 추락과 흩어짐은 존재-갱신의 그침이다. 그것은 좌절과 분할에서 겪는 최소화된 삶이다. 피로한 자는 하나의 중심에서 이탈해 1,000개로 분산한다. 피로는 분산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피로를 극복하려는 자는 피로와 싸우지 않아야 한다. 어린아이들은 자연 자체인데, 어린아이들은 과도함을 추구하지 않음으로 낭비가 없고 그 결과로 피로의 외연도 생기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은 논리와 이성에 매이거나 규모를 키우려는 욕망도 품지 않는다. 그들은 작게 존재하며, 항상 뿌리로 돌아간다. 그들은 피로와 싸우지 않고 그것을 타고 나간다. 바람이 물결을 타듯이. 새가 걷고, 뛰고, 날듯이! 「피로는 존재의 과다함에서 나타난다」(본문 197쪽)

독서와 관련된 명구 중에서 최고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남긴 문장이다. 이보다 더 강렬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카프카가 1904년 1월, 지인에게 보낸 편지 중에 나온 문장이다. 활짝 펼친 책을 잘 살펴보면 그것은 두 날개를 펼친 새와 같다. 누군가 읽고 있는 책은 양 날개를 펼친 채 공중을 나는 새다. 새들은 공중을 난다. 독서란 정신의 저공비행, 몰입의 현기증 속에서 하는 상상의 비행이다. 책에서 눈을 떼지 말고 그 문면을 따라가라! 그러면 책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독서는 항해이고, 여행이며, 모험이다. 책은 먼저 독서의 고독 속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러나 한 번은 살고 싶은 미지의 세계, 현실 저 너머 가상의 은신처 로 데려간다! 「독서는 탐식이자 무용한 기쁨의 도취다」(본문 236~237쪽)

인간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방은 우리의 현존을 회임하고 양육하는 자궁이고, 아직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자아가 출현하는 무대다! 방의 공간성은 시간의 소여 속에서 의미화할 수 있다. 시간은 이내 그 의미들을 휘발시킨다. 방들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아주 희미한 반(反)-시간성으로만 겨우 반짝거릴 수 있는 것이다. “수수께끼 같은 이 방들을, 방의 벽들에 남아 있는 흔적들, 소리를 죽인 속삭임들, 억제된 감정들, 음모들, 밀도 있는 풍부한 삶과 삼상의 숲속 오솔길들”(미셸 페로, 『방의 역사』)이다. 영구적인 방은 없다. 방은 미래에서 와서 빠르게 과거로 흘러간다. 삶이 그렇듯이 과거의 방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삼켜지고, 이윽고 사라지는 것에 속한다. 방들은 삶을 분할하고, 그 분할은 삶의 계기적 시간의 나눔이다. 시간은 공간에 제 흔적들을 새긴다. 공간은 시간의 흔적들이 새겨지는 명판이다.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을 허하라」(본문 330쪽)

출판사 서평

나를 빚은 문장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가장 단순한 것을 배워라! 자기의 시대가 도래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고 말한다. 모름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것, 생각과 실천에 거침이 없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배움이다. 그래서 배움의 길에 나선 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물어야 하며, 배움에는 늦음도 없고 끝도 없다. 배움의 궁극은 인격의 완성이다. 배움 앞에서 망설이지 말고 여러 일에 앞서 배움을 시작하라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움에 힘쓰라고 주문한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본질적으로 예민하고 관능적인 걷기는 감각적 습관의 변화이고, 길을 걸으면서 의미와 가치의 지표들을 끝없이 깨닫고 쇄신한다는 확신이다”고 말한다. 걷기는 삶을 돌아보고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 행위다. 걷기는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놓는 가장 느리고 고즈넉한 방식이다. 산책자들은 거리의 역사와 기억을 채집하고, 신기한 것, 놀라움, 황홀한 사건들, 삶의 기쁨과 의미들을 얻는다. 그래서 장석주 시인은 “나는 산책자”라고 말한다. 걷기는 세계를 온몸으로 맞는 관능으로 초대하는 것이고, 눈의 활동만을 부추기지 않고 온몸으로 세계를 끌어안도록 이끈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유교에서 지혜와 삶의 지침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지금 여기 삶 속에서 작동하는 오래된 지혜이고 규범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우리의 삶과 의식, 도덕관념 속에 스미어 동화된 채 우리 마음의 DNA로 작동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도는 사람이 따라야 할 궁극의 길이다. 교양의 원동력은 ‘읽는다’는 행위에서 산출된다. 읽는 것은 배움의 기초적인 행위다. 인간은 ‘읽는’ 행위를 통해 의미의 존재로 나아가고, 자신을 세계에 매인 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사유의 존재로 자신을 발명한다. 이것은 앎의 추구와 실천, 즉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 삶을 빚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문장들에 바치는 오마주

미시마 유키오는 “진짜 위험한 것은 산다는 것, 바로 그거야.……이렇게 위험한 일은 어디에도 없어. 존재 자체에는 불안한 것이 없는데 산다는 것이 그것을 만들어내는 거지”라고 말한다. 인간은 불안을 먹이 삼아 실존을 이어가는 존재다. 애초에 인간 실존은 불안과 고독을 내포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불멸의 진리다. 우리가 지상에 와서 제 생을 마치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가슴을 주고, 아름다움과 추를 가려서 보는 눈과 심미적 이성을 준 이 생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는가? 당신이 웃을 때 누군가는 흐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제 우리 모두는 사냥꾼이다. 또는 사냥꾼이 되리라는 말을 들으며, 사냥꾼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거나 강요당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결과로 파시즘, 광신주의, 인종주의, 테러리즘 따위로 소동을 빚는 세계를 마주한 채 죽이거나 죽거나 하는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강요당한다. 한겨울 노숙자들은 거리에서 동사하고, 제 나라를 떠난 난민들은 바다를 떠돌다가 배가 뒤집혀 익사하고,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다가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거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에 이른다.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끔찍하고 비정한 사회가 지옥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스티븐 핑커는 “명예, 영광, 이데올로기에 덜 고무되고 부르주아적 삶의 쾌락에 더 유혹되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덜 살해된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와 폭력의 역사는 하나로 겹쳐진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례없이 끔찍한 폭력을 겪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천만 명의 무구한 생명을 잃었다. 인간의 폭력성은 타고 난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환경의 영향 탓인가? 과연 인류의 문명화 과정은 폭력성의 순화와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데 기여했을까? 인간은 기이하고 모순되며 괴물스럽고, 동시에 천진한 품성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존재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9067411
발행(출시)일자 2024년 03월 08일
쪽수 348쪽
크기
146 * 210 * 27 mm / 671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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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서재도 좋았는데
이책도 넘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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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의 촛불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좋은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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