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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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태터솔과 롭 디샐의 역작!
사치와 계급 또는 문화의 상징이었던 시대를 지나 리셉션 자리를 빛내던 술에서, 이젠 한국에서도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 되었다.
인류학자인 이언 태터솔과 분자생물학자인 롭 디샐은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로 같이 일하며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들은 물리학, 화학, 분자유전학, 체계생물학, 진화론, 고생물학, 신경생물학, 생태학, 고고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망라하며 나눈 대화의 결과를 여러 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한울엠플러스(주)에서는 The Natural History of Beer(2019)를 『맥주의 역사』(김종구ㆍ조영환 옮김, 2022)로 번역해 먼저 국내에 소개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책은 The Natural History of Wine(2015)을 번역한 『와인의 역사』이다.
핵폭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주민을 대피시킬 곳을 조사하다가 발견한 아르메니아의 아레니-1 유적은 발효된 포도 음료에 대한 인류의 열망을 보여준다. 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작가정보
(Ian Tattersall)
영국 태생의 미국 고인류학자로서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명예 큐레이터이다. 마다가스카르, 예멘, 수리남, 베트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영장류학 및 고생물학 관련 현장 작업을 해왔으며, 1998년 Becoming Human으로 미국인류학협회의 ‘윌리엄 화이트 하우얼스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Masters of the Planet(2013), A Natural History of Wine(2015), A Natural History of Beer(2019), Understanding Human Evolution(2022), Distilled: A Natural History of Spirits(2022) 외 다수가 있다. 국내에는 『거울 속의 원숭이(The Monkey in the Mirror)』(2006), 『인간되기』(2010), 『맥주의 역사』(공저, 2022)가 번역·출간되었다.
(Rob DeSalle)
분자생물학자로서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이며 리처드 길더 대학원 교수이다. 분자계통분류학, 미생물의 진화, 유전체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The Brain: Big Bangs, Behaviors, and Beliefs(2012), A Natural History of Wine(2015), A Natural History of Beer(2019), Distilled: A Natural History of Spirits(2022) 외 다수가 있다. 국내에는 『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Welcome to the Microbiome)』(공저, 2018), 『맥주의 역사』(공저, 2022)가 번역·출간되었다.
목차
- 1. 와인의 뿌리: 와인과 사람
2. 우리는 왜 와인을 마시는가
3. 와인은 별 부스러기다: 포도와 화학반응
4. 포도와 포도나무: 아이덴티티에 관한 주제
5. 와인 효모: 와인과 미생물
6. 상호작용: 포도밭과 양조장의 생태학
7. 미국에서 온 질병: 와인 산업을 거의 파멸시켰던 벌레
8. 테루아의 힘: 와인과 땅
9. 와인과 오감
10. 자발적 광기: 와인의 심리학적 효과
11. 와인과 기술
12. 프랑켄 포도나무와 기후변화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로마인들은 빈 와인병 속에 유황 초를 넣고 태우면 식초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와인에 이산화황을 방부제로 첨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와인은 오래 보존이 가능한 상품이 되었고, 품질에 따라 세금이 매겨졌다. 세금을 와인으로 내는 경우도 흔했다. 로마의 관리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얻은 와인으로 인맥을 공고히 하거나, 제국의 변방을 위협하는 야만인에게 로비했다. 예를 들자면, 로마는 갈리아에도 다량의 와인을 보냈다. 기원전 500년에 에트루리아인이 와인을 소개한 이후에, 갈리아에서도 품질 낮은 와인이 생산되었다. 로마에서 수입한 와인은 론강 하구의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서 켈트 상인은 와인을 암포라에서 나무통으로 옮겨 강 상류로 운송하고, 와인을 꿀이나 목재와 교환했다. 여기서 와인을 나무통에 보관하는 새로운 전통이 시작되었다. _1장 『와인의 뿌리」, 29쪽
「금주법」은 좋은 뜻으로 시작한 반주류 정책이 실패한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미국의 「금주법」 말고도 유사한 시도는 많았다. 20세기만 해도 주류 판매는 러시아, 페로제도, 스칸디나비아의 몇몇 지역, 헝가리 등 기독교 중심 국가에서 금지되었다. 금지되는 이유는 항상 같았다. 주류는 분명 삶의 질을 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끔찍한 남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술은 인류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문명과 야만을 동시에 보여주고, 인간 안에 있는 최악이나 최선의 모습도 드러낸다. 술이 이런 상반된 영향을 끼치는, 즉 인간이라는 복잡하고 양면적인 종족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와인과 술에 대해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의 갈등 어린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_1장 「와인의 뿌리」, 36쪽
결국 효모가 만들 수 있는 에탄올은 시작할 때 포도즙액에 있는 당분의 양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일단 포도즙액의 당분이 모두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면, 효모는 굶기 시작해 성장을 멈추고 서서히 죽어간다. 당분이 남아 있어도 이러한 일이 생긴다. 효모가 만든 에탄올이 15퍼센트에 도달해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효모는 에탄올을 더는 만들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 없어진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 와인의 알코올 비율이 9~15퍼센트인 이유다. 그래서 발효를 마친 후에는 바닥에 죽어가는 효모 침전물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_3장 「와인은 별 부스러기다」, 75쪽
사람은 좋게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언제나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경험했던 모든 부분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와인을 포함해 어떤 알코올이라도 절제하는 것이 좋다. 과음에서 비롯되는 일시적인 영향을 피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알코올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찬양하듯이, 인류의 삶에서 특별한 역할을 해왔던 와인은 과거부터 문명의 상징이었고, 우리의 세상살이 경험을 향상시켰다. 간단히 말해서 와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권고 외에는 다른 대안도 제시할 수 없다. 적당하게 마시자. _10장 「자발적 광기」, 263쪽
수집가는 가능하면 오래된 최고급 클라레나 필록세라 이전의 값비싼 와인을 점점 더 요구했다. 1960년대가 되면서 이런 와인에 대한 욕구는 엄청나게 커졌고, 경매 가격은 치솟았다. 그러나 이런 와인은 전성기를 충분히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처음에는 아무리 맛이 강하고 탄닌이 풍부한 와인이더라도, 그리고 병 숙성 동안에 얼마나 훌륭하게 진화했더라도, 결국 와인은 오래되면 변질되기 때문이다. 영원한 와인은 없다. 최고급 와인은 원래부터 꼭 마셔서 없어지는 운명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최고급 와인 가격이 치솟을수록 사기 세계에서 수익성은 높아지고 발각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래서 보통의 다른 사기 사건에 비교해, 와인 사기는 눈에 띄는 일부만 드러났다. _11장 「와인과 기술」, 281쪽
출판사 서평
인류학자와 분자생물학자가
와인을 놓고 나누는
그 색다른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레니-1의 장례 의식에서 그리스도교의 종교 의례로
아레니-1의 양조장은 공동묘지 안에 위치하고 있어 장례 의례에 발효된 음료가 사용되었음을 알려주는 첫 사례가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와인이 영적인 상징이자 사치와 계급의 상징이었다. 삼각주 지역에서는 이미 와인 제조가 표준화되었고, 이집트인들은 와인을 분류하는 체계도 만들었다. 부유한 사람이 죽으면 미라가 되기 전에 모두 와인으로 몸을 닦고, 묘지에 훌륭한 와인과 함께 묻히는 것이 당연했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해 지중해 질서의 새로운 주인이 된 로마제국에서는 포도 재배뿐 아니라 증식, 거름, 관개, 가지치기, 포도 착즙, 숙성까지 정리한 와인 재배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카르타고인 마고의 문헌을 참고해 카토 디 엘더가 작성한 이 자료는 현전하는 최초의 라틴 문헌으로 알려진다.
취할 때까지 마시는 그리스와 로마 문화는 디오니소스 숭배와 연관된다. 로마제국과 그리스에서 와인은 문명의 상징이었고, 사회적ㆍ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산물이었다. 로마제국이 만든 해로와 육로를 통해 와인은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스도교 역시 와인에 대해 너그러웠다. 노아가 방주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일이 포도나무를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 후 와인은 ‘물화된 예수의 피’로서 성찬식을 상징하는 음료가 되었고, 로마제국과 중세를 시간적으로 잇는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발효의 시작인 원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포도밭의 변화까지
나무 위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은 자연적으로 발효된 에탄올 향기에 이끌렸고, 높이 매달린 가장 달콤하고 농익은 열매를 찾아 헤맸을 것이다. 역사에 남아 있는 모든 고대 문명에서는 당분 즙을 알코올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저자들은 이 발효라는 화학반응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원자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을 시작한다. 눈으로, 코로, 입으로 그리고 대화로 즐기는 와인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액체지만, 우리의 오감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대단히 복잡한 혼합물이다. 게다가 와인 생산은 과학을 통하지 않고는 숙달에 이르기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색, 향, 맛, 알코올 함량을 결정하는 화학물질과 효소의 상호작용, 포도의 겉과 속, 발효조에 서식하는 여러 미생물의 상호작용, 주변 환경을 비롯해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의 결과가 와인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인류가 술을 마시는 이유, 19세기 말부터 퍼지기 시작해 와인 산업을 파멸에 이르게 했던 필록세라, 포도나무를 둘러싼 환경의 총체 테루아, 알코올 중독의 유전학, 테루아를 결정하는 기후의 중요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포도밭의 미래까지, 저자들은 앞서 열거한 수많은 학문을 넘나들며 상세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와인 산업의 감추고 싶은 이면: 사기 행각
“이 책을 읽거나 와인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어야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술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감추고 싶은 이면도 보이기 때문이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오래된 병에서 떼어낸 인기 많은 라벨을 옮겨 붙여 오래된 와인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위조 행위는 지금뿐 아니라 고대 이래 성행했다. 플리니 디 엘더는 가짜 와인이 넘쳐난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로마제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팔레르노 와인 대부분은 진품이 아니었다. 시인 초서는 스페인 제품을 구매할 때 특히 주의하라고 와인 구매자에게 경고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파리에서 체류할 때 클라레를 좋아했는데, 포도밭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알게 된 뒤로는 와인 상인들의 속임수를 믿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150만 병의 피해를 낸 사기 사건은, 증발로 양의 손실이 반드시 있어야 할 라보에 루아 와인의 양이 줄지 않아 실시한 감사로 밝혀졌다. 1980년대에 일어난 로덴스톡 사기 사건은 아직까지도 와인 감정이나 법상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 상태이다. 1985년에는 디에틸렌 글리콜이라는 부동액을 와인에 섞어 오스트리아의 와인 수출 산업이 붕괴될 뻔하기도 했다. 그 이듬해 이탈리아에서는 값싼 와인에 메탄올을 섞어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저자들은 와인에 장난을 쳐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런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최고급 와인 가격이 치솟을수록 사기 세계에서 수익성은 높아지고 발각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까지 말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82366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2월 15일 |
쪽수 | 344쪽 |
크기 |
153 * 224
* 22
mm
/ 63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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