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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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귀신을 만드는 게임 개발자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어느 신입 사원의 게임 회사 취업기를 다루며 시작된다. 그는 취업하자마자 호러 게임의 귀신 캐릭터 설정을 ‘맛깔나게’ 만드는 일을 맡는다. 여느 신입 사원이 그렇듯, 그가 할 줄 아는 일은 많지 않음에도 말이다. 게임이 출시되기까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업무와 안하무인 상사들 그리고 개발실에 나타난 귀신들까지.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은 직장인의 ‘현실 업무일지’와 SF적 상상력이 적절히 혼합되어 색다른 장르소설을 원한 독자라면 누구든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작품이다.
이 책의 총서 (8)
작가정보
작가의 말
구직 중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급히 필요한 개발실이 있다면 언제든지 kqman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저의 일천한 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력 기술서(게임업계)]
1. N사 L프로젝트 스토리텔링 팀 11개월(계약직)
2. W사 L프로젝트 콘텐츠기획팀 15개월(정규직)
최종 연봉-4XXX
희망 연봉-내규에 따름
목차
- Tutorial
Project G
DLC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중견 게임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넣고 2주 만에 인사 팀으로부터 함께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곳의 잡플래닛 리뷰 점수가 2.5점을 넘지 않는 데다 결과를 기다리는 곳이 아직 다섯 곳 넘게 남았지만 나는 제안에 응했다. 나에게 연락이 올 회사가 더 없을 것이라는 짐작도 있었고, 언제까지나 소설 쓴답시고 부모님 재산을 축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_15쪽
엄마는 내 등 뒤에 달라붙은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뭐니?”
“내가 디자인한 귀신이야.”
내 대답을 듣고 아빠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너 게임 회사 다니지 않니?”
“맞아, 얘도 게임 속에 나올 애야.” _35쪽
하지만 캄캄한 사무실에서 마주친 상대는 그 자부심을 손쉽게 부술 정도로 커다랬다. 족히 2미터도 될 법한 키였는데, 개발실의 모든 팀원을 알고 있던 PM 팀장의 기억 속에 그렇게나 큰 팀원은 없었다. 그런 고로 이 작자의 정체는 두 가지로 축소됐다. 무단침입자이거나 아니면 개발실에 소문이 퍼진 예의 그 귀신이거나. 어느 쪽이든 전혀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_60쪽
“제가 다룰 다음 주제는 ‘굿’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취재진들은 코지마 히데오의 첫 마디를 듣고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는 ‘굿’이라곤 영어 단어인 ‘Good’밖에 없으니까. 때문에 이런 멍청한 질문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확히 뭐가 좋다는 겁니까?” _85쪽
나는 넋이 나간 귀신처럼 취해버린 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러면 하나만 물어볼게요. 대호 씨는 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귀신 같아요.”
내가 답하자마자 팀장은 시선을 잠깐 흩뜨리더니 그대로 테이블에다 고개를 처박았다. 팀장이 내 대답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그를 집으로 보내야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_106쪽
경찰의 조사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게임 캐릭터에겐 공소권이 없으니까요. 아직까지는.”
형사의 말을 들으니 먼젓번 브라기가 실종됐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경찰들은 조사를 대충대충 했고, 결국 브라기를 찾은 건 나였다.
“그러면 게임 캐릭터가 살인을 저지르면요?”
“삭제하면 되죠. 따지고 보면 그게 사형 아닙니까?” _125~126쪽
“그 아저씨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다른 직원들은요?”
“저희랑 다를 바가 없겠죠.”
“귀신같은 존재가 됐군요. 저번에 무당이 그러던데. 귀신은 자신이 귀신이 된 줄 모르고 배회한대요.”
“본부장처럼요?”
팀장은 씁쓸한 커피를 마신 다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끝맺었다.
“아니요, 우리처럼.” _145쪽
면접을 본 지 정확히 10분이 지났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내일부터 출근하시죠.”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감사합니다.” _155쪽
출판사 서평
게임 회사 n개월 차 신입 사원
소설가 대호 씨의 일일
문창과를 나온 소설가 지망생은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많은 직업군이 있겠지만 주인공 대호는 한 중견 게임 회사의 시나리오 팀으로 흘러 들어간다. 회사는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귀신들을 무찌르는 게임 〈Project G〉를 만드는데, 대호의 업무는 그 귀신들의 설정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맛깔나게. 소설을 쓰려 했던 대호는 이제 귀신들의 설정을 쓰며 기괴한 게임업계에 점점 깊숙이 발을 담그게 된다. 입사 후 대호가 한 첫 질문에 대한 본부장의 답은 다음과 같다.
“〈Project G〉의 G가 무슨 뜻인지 여쭤도 될까요?”
“되고 말고. 그 G는 굿에서 따왔네, 굿.”
“Good이요?”
“아니, 영어 말고. 무당이 하는 굿.” (20쪽)
귀신과 굿과 게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단어처럼 대호의 업무는 어지럽게 돌아간다. 출근 첫날부터 야근은 물론이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귀신과 대화하거나 사무실에 무당이 찾아오는 해괴한 광경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이상함을 감지할 새도 없이 바삐 돌아가는 개발실에서, 게임 캐릭터가 아닌 진짜 귀신이 나타난대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겁을 먹고 퇴사하거나, 게임처럼 때려잡거나, 그것도 아니면 무당을 불러 굿을 하면 그만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대호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견디며 오늘도 내일도 귀신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대호는 “살면서 귀신 한 번쯤 봐야 성공할 수 있”다는 본부장의 말처럼 언젠가 다가올 대운을 기다리며 오늘도 차곡차곡 긁은 복권을 쌓을 뿐이다.
대호의 두 번째 질문과 그에 대한 본부장의 답은 다음과 같다.
“야근수당 있나요?”
“우리 포괄이야.” (21쪽)
취업, 가상현실 그리고 귀신
보이지 않는 공포로 직조하는 리얼리즘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을 읽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신입 시절을 겪은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작품 곳곳에 있다. 아무리 귀신을 밥 먹듯 마주치더라도 야근과 정리해고가 주는 공포를 상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이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영역을 서슴없이 넘나드는 탓에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게 되고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회사원은 누구나 잘리죠.”
“그렇더라고요.”
그때는 어쩐지 팀장의 목소리에서 무덤덤이 아니라 쓸쓸함이 느껴졌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142쪽)
취업과 가상현실과 귀신은 모두 눈앞에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삶과 매우 가까울 수도 있는 무언가이기도 하다. 덕분에 독자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작품에 녹아 있는 공포와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 작품은 실재하지는 않는 무언가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등장인물들을 통해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망령은 게임 캐릭터였고 어떤 망령은 게임 개발자였으며 또 어떤 망령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파악이 안 되는 자들이었다. 망령들은 회사에서 회사로, 또다시 회사에서 회사로 발을 움직였다.” (155쪽)
대호는 게임 속 귀신들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 귀신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망령처럼 테크노밸리 이곳저곳을 배회하게 되는 것인가.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은 이렇듯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공포를 무덤덤하게 끌고 와 선보인다. 게임 속 귀신과 게임 밖 대호가, 소설 속 대호와 소설 밖 우리로 연결되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기를 바란다. 작품의 리얼리즘이 주는 현실적 공포를 안고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403950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1월 30일 | ||
쪽수 | 168쪽 | ||
크기 |
117 * 184
* 15
mm
/ 28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네온사인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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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회사와 무당, 귀신들이라는 신박한 주제들의 조화로운 이야기.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이라고 해서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신들린 •••"인 줄 알았지만 정말로 귀신이 들려버린 게임 개발자들의 일상이 신박했다.
짧지만 소설 속에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독백이 웃음을 준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문체와 얇은 장편소설로 틈날 때 읽으면 후루룩 읽히는 책이었다.
주인공은 게임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이후 출시될 호러 게임의 귀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을 맡게 된다. 신입이기에 뭔가를 거창하게 할 수 있을리 만무한 가운데 어딘가 모르게 이 회사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곧이어 알게 된다.
귀신을 만드는 회사(정확히는 귀신 캐릭터를 만드는)에 진짜 귀신이 나타난 것이다. 흔히 게임개발 회사라고 하면 IT업계 중 하나로 테크노밸리 속 기업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런 곳에 귀신이자 망령이 배회한다고 한다면 그 기묘한 괴리감에서 오히려 어떤 귀신들이 나타날까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호가 IT 업계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창과 출신의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것. 그런 대호가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 팀에 배정되고 가상 현실 속에서 귀신들을 제거하는 <Project G>라는 게임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게임 속에 등장하는 귀신들을 설정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Project G>의 G가 무당이 하는 굿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그 괴리감만큼이나 기묘한 회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어찌보면 왠지 한편으로는 또 어울릴것 같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 속에서는 귀신이 두렵거나 공포스럽다는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귀신이라는 기이한 현상, 오컬트 내지는 미스터리 장르를 지극히 현실감있는 무대 속으로 데려와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작가의 저력이 놀랍도록 돋보이는 작품이라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귀신과 게임회사.
게임의 설정을 위해 만든 귀신이 실제로 나타나고, 더해 직장동료 혹은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빗자루를 사용해 귀신을 물치기도 하고, 부적을 사거나 굿을 하기도 한다.
귀신이 있어도 야근은 계속되며, 출장을 가더라도 수당은 나오지 않는다.
또 세차례 크런치를 겪으면서는 인원의 반이 정리해고를 당하게 된다.
무서운 것은 귀신일까? 회사생활일까?
특별한 장르의 소설이었다.
SF미들급 호러소설이랄까?
.
.
.
줄거리를 요약해보았지만, 약간의 스포도 있다.
꼭 책을 먼저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Project G
소설을 썼고,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주인공 대호는 중견 게임 회사에 입사하게된다.
회사에서 만들 게임은 VR 게임이었다.
대호의 업무는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요소의 설정, 특히 몬스터를 ‘맛깔나게’만드는 것이었다.
VR게임은 <Project G>라 불렸고, 이G는 굿! Good이 아닌 무당이 하는 굿을 의미한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마스터 버전 출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 및 주말 근무를 포함한 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 체계에 들어가는 크런치 모드 기간!
<Project G>의 설정은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이 팀의 TO는 한때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렸던 팀장과 대호 둘뿐 이고 팀장이 대호를 뽑은 이유는 등단 경력이 있었기 때분이다.
주인공이 무당이며, 도시 하나 정도 되는 크기의 오픈 월드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괴롭히는 귀신들을 권총이나 칼로 때려 잡는 것이 <Project G>의 세계관이다.
대호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원화의 밑바탕이 될 설정을 짜는 것이다.
개발자 귀신을 설정하고 사무라이 귀신을 설정한 후 게임 내에서 실제로 그 사무라이 귀신을 마주한 대호에게 팀장은 설정이 업로드된 캐릭터와 진득하게 대화하며 비어있는 나머지 설정을 채우라고 한다.
이후 야근을 하고 집에 온 대호의 등뒤에 붙어있는 사무라이 귀신.
어느날 부터 소리 없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귀신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다음 날, 회사에 무당이 나타난다.
귀신에 창조의 혼이 들어가는 소설, 영화, 음악, 게임에는 그 귀신들이 진짜가 되어 나타난다고 말하는 무당.
업무상 재해 방지라는 이유로 부적을 두 장 구매해서 게임 내 아이템 콘센트로 사용하는 본부장이다.
그러던 중 2033 도쿄 게임쇼에서 게임업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코지마 히데오가 일흔의 나이에 신작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주제는 ‘굿’.
졸지에 세계적인 게임 디렉터와 같은 소재로 승부하게 된 본부장은 공개일을 앞당긴다.
또 무당을 불러 살을 쏘는 굿을 하며 이는 또 게임 내 이벤트 연출 참고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제작비가 대단했던 <Project G>와 또 이를 담당한 대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컴퓨터와 숫자를 더 믿을 것 같은 개발자가 부적을 믿고 무당을 믿는다. 심지어 게임을 위해 만들어 낸 건 귀신이다. 개발자들은 게임 캐릭터로 쓰일 귀신을 만들어내고 귀신들은 그들과 의사소통하고 끝내 작별 인사까지 고한다.
게임에 신이 들렸고, 개발자들은 그걸 헤엄치다 풀어낼 거란 나의 진부한 예상 스토리는 완전히 빗나간 소설이었다. 자꾸만 내 추측을 날려버리는 글이었다.
작가가 작품 내내 무엇이 귀신이고 누가 진짜 귀신인가?라는 질문을 내게 던지는 기분이었다. 제목에서 예상되는 근본적인 내용을 깨는 스토리가 신선했다. 무엇보다 숫자를 더 믿을 것 같은 게임회사와 개발자들 그리고 귀신의 만남이라니 과학과 비과학 극과 극에 놓여있는 것들의 신선한 조합이었다
귀신과 사람은 당연히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우리가 아무리 살아 숨 쉰다 한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면 그건 또 귀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귀신과 비슷한 존재인 걸까?'라는 의문이 들게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의 귀신은 사람처럼 걱정하고, 사람보다 더 사람다울 때가 있다. 오히려 책 끝부분에서 본부장이 더 귀신같이 느껴졌다. 사람과 귀신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고 구분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만도 않았다. 귀신이었던 사무라이와 브라기가 더 친근했고 그저 무당만 믿는 본부장이 한 맺힌 귀신같아 보였다.
무엇보다 작가의 말에서 '여긴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고, 돈도 잘 벌겠지. 출근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테이크아웃한 콜드 브루를 한 모금 들이켜고 있노라면 언제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라는 문장이 괜히 마음에 콕 받혔다. 내가 없어도 멀쩡할 것만 같은 야박하고도 정상적인 세상이 꽤 자주 우리를 살아있는 귀신으로 만드나 싶었다.
가볍게 읽은 책인데 읽고나니 어쩐지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지금 사람의 형태를 가진 망령인지 사람다운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게임속 이야기인지...
개발자들이 만난 귀신 이야기인지...
읽으며 혼동이 왔다.
요즘 게임 개발자들은 한번 뜨면 돈방석에 앉을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게임을 함께 한다고 하니...
게임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개발자들은 귀신을 게임 속 캐릭터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실제 개발 도중 귀신을 본 사람들이 있어 문제가 되었고
귀신을 쫓기위해 굿을 벌였다.
개발자들이 만드는 게임의 이름이 <Project G>
G 가 무당이 하는 굿에서 따온 글자이다.
국적 불문의 귀신을 캐릭터로 만들며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
그들이 본 귀신.
결국 귀신을 쫓아준 무당만 돈을 챙긴 꼴이니...
현실과 게임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의 이야기.
요즘 대세라는 책인데...
나에게 좀 어렵게 느껴졌다.
결론이 나지 않은 결론.
끝인줄 모르게 끝나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귀신이 들어간 게임이라 신들린 게임인가 ?
제목에 스포가 있었다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소설을 쓰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가 덜컥 중견 게임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 대호. 곧바로 출시까지 1년도 안 남긴 <Project G>라는 가상현실 게임 제작에 투입된다. <Project G>는 주인공이 무당이고, 오픈월드(가상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탐험할 수 있는 게임 유형)를 돌아다니며 온갖 귀신을 때려잡는 VR 게임이다. 소설을 쓰다가 게임 회사에 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온갖 귀신들의 설정을 짜는 거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귀신들을 만들어내고 있던 중,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사무라이 귀신 캐릭터에 설정을 업로드한 후 일주일 정도 동거동락 하게 된다. 아니,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고?!
점점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가 싶더니, 진짜 귀신까지 등판한다. 그덕에 무당을 불러 500만원짜리 부적을 쓰고 2천만원짜리 굿판도 벌였다. 심지어 다른 게임 회사 캐릭터가 어찌어찌 이 회사 개발실까지 넘어와 청소부 여사님에게 걸려 두들겨 맞기도 한다. 이 게임.. 정말 괜찮은 거야?! 이게 대체 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었던 것 같다.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상현실 속 게임판이나 우리 현실이나 잘 짜여진 설정 속에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많이 닮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호러 게임 속 덜 각성한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귀신,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르는 채로 길을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누가 알겠나.
네온사인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은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이다. 새로운(neon) 장르로 보내는 다양한 신호(sign)라는 기획 취지에 적합한 색다른 소설이다.
작가 본인의 이력 때문에 생긴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설정과 분위기가 다분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왠지 게임 회사 분위기가 딱! 이럴 것만 같다. @.@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은 B급 감성을 물씬 풍기는 SF 호러물로, 게임회사 신입사원의 눈물겨운 취업 체험담이 펼쳐진다.
소설 시작부터 '취업'은 했지만 이 업계에 대한 지식·정보가 전무후무한 신입사원 대호 씨를 따라 회사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시기는 2033년으로, 귀신을 때려잡는 가상현실 게임 <Project G> 출시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 투입되어 수많은 귀신 캐릭터 설정을 하게 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 실로 생경하고 독창적인지라 김쿠만 작가의 상상력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챗지피티, 안드로이드, 3D 프린터, 메모리칩, 대화, 커밋. 읽어본 자만이 향유할 수 있다. 이 혁혁한 기술로 '귀신'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게임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이렇게 섬세하고도 지난한 수고를 들여야 한다니…
본부장에서 시작해서 본부장이 마무리하는, 제멋대로 기분대로 승인·번복을 되풀이하는 게임 개발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귀신' 보다 '본부장'이 더 징글징글, 부글부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글 전반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B급 감성과 유머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상황을 찰지게 살린다. 감각적인 소설을 빠르고 가볍게 전하고자 하는 '네온사인'답다.
잘 풀리지 않는 회사 상황과 귀신의 출몰 등 여러 사건들을 같이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대호 씨와 함께 비명을 질러야 할 것만 같은 기묘하고도 기이한 이야기였다. SF 소설 판에서도 짠 내 나는 회사 생활을 극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여러모로 감정을 자극하였다. 테크노밸리에서 부유하는 귀신과 망령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잊고 있었던 B급 감성을 끄집어내 그 재미를 일깨워준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탄식 끝에 체념하는 듯한 대호 씨의 마지막 말이 신랄하다.
"망령은 더 이상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만약 눈앞에 망령이 보인다면, 그 망령은 귀신일까? 게임 캐릭터일까? 게임 개발자일까?
어깨를 토닥이며 "내일은 더 괜찮을 거야." 힘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