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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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중심부의 축소판, 환승역을 조명하다
환승역은 ‘지역 간, 직업 간의 이동성(Mobility)’과 ‘거점지역에 대한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럼으로써 환승역은 사회공간적 불균등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환승역의 의미는 더 깊어지고, 다양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 총론 중에서
환승역은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환승역만이 지니는 독특한 물질·기호·사회 시스템을 통해 구성된다. 환승역은 많은 사람이 온·오프라인으로 상호작용하는 이동의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 소비의 장소이며, 대도시 중심부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때 기존도시의 장소들은 어떤 면에서는 환승역을 닮아 가기도 한다.
이 책의 총서 (10)
작가정보
목차
- 총론 - 환승역 시공간의 다층성 | 이지훈
부산역 - 부산역의 심상지리 | 이순욱
서면역 - 부산의 트렌드 세터 | 김종희
연산역 - 그 길의 시작과 끝 | 지숙희
수영역 - 골목과 라이프스타일로 갈아타실 분들은 | 박진명
벡스코역 - 첨단 도시 센텀시티로 가는 길 | 신지은
사상역 - 아우름과 어울림의 장소 | 전성욱
구포역 - 낙동강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실어 나르는 추억의 플랫폼 | 신미영
대저역 - 한국 ‘근대의 통로’, 대저에서도 마주하다 | 오광수
기장역 - 사람을 생각하는 바닷가 속 깊은 역 | 동길산
부산의 지역사와 환승 | 김한근
책 속으로
p.51 부산역은 바깥의 이질적인 것들이 유입되는 통로이자 내부의 것들이 더 넓은 세상과 대면하는 관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광장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광장이란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곳을 뜻한다. 광장에서는 삶의 다양한 양태들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목소리들이 자유롭게 울려 퍼진다.
p.72 서면은, 서면을 넘어서 존재한다. 다시 말해 부산의 서면이 아니라 전국구 서면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고,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곳이다. 때로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드러낸 상처에 새살을 채우기도 한다. 사람의 이야기가 활어처럼 꿈틀거리는 문화 예술의 환승역 서면은, 그런 까닭으로 부산문화의 원형으로 중심성에 지위를 얻게 된다. 그 원형으로부터 쪼개져 나온 역동성이 beyond 서면을 열어갈 것이다.
p.84 오방맛길은 단기적으로는 상권회복을 통한 오방상권의 부활과 내외부 환경개선, 점표별 매출 증가와 지역상권 자생력 강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지역 가치 상승을 통한 지역경제 교두보확보, 상권공동체 확보 및 운영 확대를 꿈꾼다. 더 넓게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연제구 경제 랜드마크 구축, 상인 스스로 상권을 발전시키는 지속적 커뮤니티 확보와 청년이 모여드는 상권 조성을 하고자 한다.
p.105 수영구에서의 골목은 ‘~리단길’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핫한 골목이 생성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정 골목에 엄청나게 많은 가게가 생겨나기보다는 수영구 전역의 골목을 걷는 동안에 다양한 가게를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수영역이라는 환승역에서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골목을 구경하면서 광안리나 수영강까지도 걸어볼 만하다. 그 골목 사이사이 공방도 만나고, 시장도 만나고, 빵집도 만나고, 책방이나 갤러리도 만나고, 9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소일거리 하는 전파상도 만날 수 있다. 너무 핫하지는 않아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도 보이는 골목이다.
p.124 인간이 사는 도시는 생명이 없는 상자도 아니고, 기하학적 공간도, 질서정연한 기계도 아니다. 인간 역시 규격화되거나 질서와 규칙에 딱 맞지 않는, 다양한 모습으로 비틀린 존재이다. 이런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도시에 열린 체계가 필요하다. 이것은 계획에 따라 단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 소통, 협상, 이해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체계와 질서를 만들어 내고 또 수정하거나 폐기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극한의 환승역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고 나온 후 마주하게 되는 센텀시티가 역사와 미래지향적 첨단 기술, 매력적인 문화예술과 일상, 인간적 품격과 윤리가 서로 잘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p.145 오래전부터 사상은 옛것과 새것이, 여기 사람들과 저기서 온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환승역과 터미널이 있는 곳, 그렇게 유동의 인구들이 서로의 정체를 따지지 않고 섞일 수 있는 곳, 그것이 환대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사상은 차별하지 않는 곳이다.
p.167 두 곳의 구포역(기차역과 도시철도역)은 지역발전의 교두보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한편으로 구포지역을 강으로부터, 외부 도시로부터 단절시키기도 했다. 도시 발전에 꼭 필요한 도로, 철도, 지하철 등과 같은 도시 건축물이 오히려 구포의 경제·교통·문화의 요충지로서 기능을 잃게 하고 고립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구포는 고립과 단절을 뛰어넘어 외부와 연결하고자 ‘이음’이란 구호 아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p.185 가장 큰 블랙홀은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강서의 ‘동북아 물류 플랫폼 시티’ 개발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의 밑그림에 포함된 지역은 서낙동강 일대인 강서구 죽동동과 화전동 일원. 지금 다루고 있는 도시철도 대저역과 그다지 멀지도 않다. 도심과 풍경이 사뭇 다른, 환승역 대저역 주변 도농 복합지역의 미래는 빌딩 숲과 같은 콘크리트 도시가 될 수 있다. 도시화 된다는 데 반대할 의도는 전혀 없다. 이 역시 지역사회의 발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성과 장소성을 제대로 뒷받침할 이야기 자원은 미래세대에 온전하게 넘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p.207 내 기억의 기장역과 지금의 기장역은 확연히 다르다. 기억의 기장역은 세모고 지금의 기장역은 네모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한 옛날 세모 지붕 기장역은 철거되고, 훨씬 옆쪽으로 네모반듯한 건물이 섰다. 세모든 네모든 한 모 차인데 뭐 어떠랴 싶다. 내 서른하나 혹은 서른둘의 기억이 스민 세모와 오늘 여기서 어제 저기로 가는 접점에 놓인 네모.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해가 지날수록 각은 늘어날 것이다. 세모에서 네모로 됐듯 여섯모, 여덟모, 열여섯모, 마침내 동글동글 둥글어졌으면 좋겠다.
p.219 1876년 체결된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항이 근대 개항되면서 일본의 화물선과 우편선 등이 부산항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이들 화물선과 우편선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은 부산항에서 다른 선박을 이용하거나 혹은 노새나 말을 타고 서울 등지로 떠나곤 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경부선 철도공사는 마침내 1904년 11월 10일 완공되어 이듬해인 1905년 1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해 9월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항을 오가는 관부연락선이 취항하면서, 관부연락선과 연계한 철도는 비록 서로 다른 대중교통이지만 이종 교통수단 간 환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출판사 서평
▶ 부산의 다채로운 9개 환승역을 통해
지역사와 지역주민의 삶, 지역 정체성을 들여다보다
환승역은 무분별한 도시 확장·개발보다 내실 있는 도시 경쟁력 향상,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공간의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환승역의 의미를 공항, 항구 등과 연계되는 ‘대외적인’ 측면과 함께 지역주민의 삶이라는 ‘대내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승역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기 위해선 지역주민의 삶에 배어 있는 ‘공동 기억’, ‘공동 주관성’, ‘공통 감각’을 살펴보는 문화·예술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11명의 시선을 모았다. 이 책에 담긴 다채로운 시각은 부산의 환승역에 관한 공동 작업의 첫걸음으로서 의의가 깊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총론에서는 물리적인 공간 이동을 넘은, 다층적인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관점에서 환승역에 접근한다. 이후 부산역부터 시작하여 서면역, 연산역, 수영역, 벡스코역, 사상역, 구포역, 대저역, 기장역까지 부산의 다채로운 9개 환승역을 지역사와 지역주민의 삶, 지역 정체성 등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끝으로 근대 부산을 배경으로 하여, 철도와 과부연락선의 등장 이후 시작된 환승의 역사를 전한다.
▶ 부산의 시장, 점포, 만화, 마을버스, 다방,
해녀, 마을, 부산항사람들, 음식, 그리고 환승역까지
부산 문화의 속살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문화재단 사람·기술·문화 총서 시리즈’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부산다움’에 대한 가치를 발굴하고 문화로 소통하기 위해 〈부산문화재단 사람·기술·문화 총서 시리즈〉를 2015년도부터 발간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 및 지역출판사와 협업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에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찾아내고 발굴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부산 문화의 속살을 기록해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2015년, 제1권 『사람을 품다, 이야기를 담다 - 부산의 시장』 출간을 시작으로, 제2권 『세월을 머금다, 솜씨를 담다 - 부산의 점포』, 제3권 『생각을 그리다, 문화가 되다 - 부산의 만화』, 제4권 『까꼬막을 오르다 이바구를 만나다 - 부산의 마을버스』, 제5권 『추억을 마시다 공간에 스며들다 - 부산의 다방』, 제6권 『자연을 건지다 삶을 보듬다 - 부산의 해녀』, 제7권 『기억을 품다 흔적을 더듬다 - 부산의 마을』, 제8권 『부산항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 부산항사람들』, 제9권 『부산을 담다 팔도를 품다 - 부산의 음식』까지 매년 한 권씩 출간한 바 있다. 2023년에 선보이는 제10권 『경계를 넘다 사람을 잇다 - 부산의 환승역』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부산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448743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20일 | ||
쪽수 | 240쪽 | ||
크기 |
144 * 210
* 22
mm
/ 52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부산문화재단 사람·기술·문화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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