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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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휴식이 나를 자연스레 여기까지 이끌었다. 언젠가는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좀 더 ‘달콤한 휴식’을 상상하며 살아왔다. 내 생활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모든 초점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그 과정에서 불안과 초조, 분노는 어느새 평화와 여유로 바뀌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때론 비탈길을 오르기도 했고,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평탄한 길도 있었지만, 막다른 길에서 방황을 하기도 했다. 그 지난한 족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이제는 웬만한 일은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욕심도 성냄도 벗어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라”는 구절이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았다.
심심해서 하나씩 적어본 글들이 100여 편 가량 모아졌다. 나의 열혈 팬인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잘 썼다”며 칭찬을 하기에 어깨가 들썩였다. 재미있다고 더 쓰라며 자꾸 재촉을 하기도 했다. 그냥 소일거리로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쓰다 보니 옛 추억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 속에서 용서와 감사와 사랑의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됐다.
넋두리 같은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평생 나의 동반자로 함께 해준 아내의 "잘 썼어요. 좋아요. 감동 먹었어요"라는 얘기를 더 듣고 싶어서다. 거기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사랑과 연민의 씨앗을 틔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목차
- 프롤로그
〈제1부〉 가족 울타리
1장 아버지와 국화
울 밑 노란 병아리
한 발의 실수
가여운 코스모스
잉꼬 한 쌍이 가져다 준 행복
웅변대회 변천사
나비부인
추석 전야
국향을 방안에 가두었다
2장 사랑의 협주곡
침대에서 내려오다
큰 형님과의 이별
큰 형님을 보내고
뺑소니 운전자로 몰린 아내
십 년쯤은 더 살아야지?
하늘나라 울타리
양구이 사랑
마눌님은 바쁘다
선택은 ‘아내 맘’
결혼 41주년
둘이라서 정말 좋다
원래 하루가 이렇게 길었던가?
‘교통약자역’을 지나다
3장 생사의 경계에서
주저앉고 싶은 공포
신체 부품 중 한 개가 고장 났다
절망 속에서 싹트는 희망
3호차 8C 8B
1년 후 '두 번째 수술'
'세 번째 수술' 물러설 곳이 없다
신문사절
지금까진 좋았다
시간 낭비는 '유죄'
칼날 위에 서서 맞는 태풍
연명치료 포기
3학년으로 진학했다
최후의 글
혼자가 아니었으니
3년간 고난의 행군 ‘합격’
막걸리 한 병
쓸모가 점점 사라진다
기적을 기다리며
3학년 졸업과 사골국물
4장 아인이에 대한 그리움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정은 깊어지고
아인이와 공감주제가 생겼다
기차역 ‘1분 10초’
너무 행복한 5시간
내 생애 최고의 생일
이별이 아쉬워 시무룩하다
〈제2부〉 인생 순례길
1장 꽃보다 아름다운
인형처럼 예쁜 레바논 약사
멋있게 사는 친구
주식 일장춘몽
Shoot me with bullet
참 행복한 2박3일
보고 싶은 얼굴
은퇴를 선언하고
비 사이로 막 쳐
비거리는 포기 못해
4일 연속 로또 당첨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우님들
박인비와 함께 날린 샷
2장 오늘도 걷는다
폭설 속 '도솔산 조난기'
'아말교 신도'와 점심을 먹다
춘양목 기둥 '봉화고택'에서
샹그릴라를 찾아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말
6박 7일 가을 구름여행
설악산 운해
해맑은 히말라야 소녀들
대장정의 첫발을 딛다
꽃잎이 떨어지니 꽃길이 되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독일마을이 옛 기억을 소환하다
남도의 정과 이별
소의 운명
남파랑길 종착점에서
동해안 해파랑길 750km
고난의 시간도 사랑한다
칠순여행
잠자리처럼 가벼운 마음
생명이 꿈틀거리는 '뻘평선'
효녀 심청의 눈물
3장 오래된 미래
또 한 해를 보내며
아이들은 모두 예쁘다
일본의 선술집
휴일 아침엔 게을러지고 싶다
노래방이 그리워지는 계절
세월아 쫌 천천히 가자
설날 아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휴대폰의 하루 일과
듣는 것이 더 좋다
연탄재라도 차 보고 싶다
보내고 맞이함이 새털 같다
유달산의 추억
4장 삶의 단상들
가식 없는 가르침
주정차 수난
인과응보
가을소리에 가슴이 철렁
낙엽들에게도 꿈이 있다
화들짝 놀란 내 모습
낙엽장례식
잉꼬는 죽은 모습도 우아했다
평생 고생한 오른팔을 위하여
다음 생애를 '찜' 당하다
분노의 쇼핑
옹고집들의 뒷모습
에필로그
책 속으로
새벽에 내린 빗물이 국화 꽃에 묻어 향기를 마당 가득 채우고 있다. 심술스런 바람이 향기를 멀리 끌고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꺾은 줄기라도 방안에 가두기로 했다. 혹시 아버지 영혼이 우리집에 오시면 소파에 편히 앉으셔서, 아들이 성의 없이 키운 국화향기 맡으시며 잘 못키웠다고 야단이라도 치시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버지, 이젠 무슨 말씀을 하셔도 무섭지 않아요. 이제 저도 늙었으니까요."
-본문 중에서
둘이 아니었으면 혼자서는 성공 못했을 거야
핀잔 주고 받은 것도 다 용서하자
둘이라서 너무 좋다
점점 더 서로를 필요로 할 것임이 틀림 없다
당신은 내 어깨를
나는 자기의 무릎을 빌려 기대며
꽃길을 만들어 가자
알 수 없고 험난할 것 같은 저 세상이라도
둘이라면 두렵지 않으리
우리가 연주하는 사랑의 협주곡은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퍼질 거야.
-본문 ‘둘이라서 정말 좋다’ 중
구마모토의 아소산 주변 골프장 리조트에 아내와 둘이서 갔다. 마침 달 밝은 보름밤에 발코니에 나와 바라보는 순간, 내 눈이 안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았다 뜨면 가운데는 까맣게 보이다 조금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암이란 녀석과 싸우는 동안 눈이 이렇게 되었다는 걸 모르고 지났다. 아마도 암의 충격 속에서 눈도 충격을 받은 듯하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니 두 번째쯤의 문제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 점점 안 보인다는 절망 속에서도 최악의 상태는 면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 싹트고 있음에 감사하다.
-본문 중에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짧은 일생을 마친 꽃잎들이 미련 없이 몸을 내던지며, 누군가에게 마지막 위로를 주고 사라지는 처연함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진다.
진달래꽃에 눈이 호강을 한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오면 진달래 빛깔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대단히 어려운 산행이었으나, 민들레와 제비꽃들까지도 합세하여 환영과 위로를 해준 덕분에 그나마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마무리 무렵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산벚나무를 흔들어 놓았다. 벚꽃잎이 무리를 지어 날리며 길 바닥에 핑크빛 물을 들여 놓는다.
"아하. 꽃잎이 떨어지니 꽃길이 되네."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어쩌다 휴식’은 칠순의 나이에 처음 글을 써 본 초보 작가 우천용의 인생이 담긴 에세이다. 칠십 세를 앞두고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인한 고통과 그로 인한 시력상실은 그로 하여금 펜을 들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족 밴드에 심심풀이로 올리다가 반응이 좋아 거의 날마다 글을 올렸다. 지체할수록 앞이 안 보인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을 쓰면서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100여 편이 넘는 산문 속에는 어린 시절 꿈과 가족이야기, 아내에 대한 사랑과 손녀에 대한 애틋함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특히 3년간 투병생활을 하면서 겪은 불안과 고통, 그리고 그것을 이겨냈을 때의 환희는 같이 막걸리 잔을 부딪히고 싶게 만든다.
특히 국내외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애틋한 정을 나누는 모습과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단상들은 작가가 걷기 여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써 내려간 수필은 ‘진솔한 기교’로 독자로 하여금 감탄사를 쏟아내게 할 만하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874469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10일 |
쪽수 | 384쪽 |
크기 |
153 * 224
* 29
mm
/ 82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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