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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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서울신문 > 2024년 1월 1주 선정
‘시간’의 본질을 논하는 시간
책은 1부(과거, 현재, 미래)와 2부(지금)로 나뉜다. 1부에서는 시간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인식과 과학자가 지닌 인식 사이의 간극을 파고들고, 2부에서는 무량 광대한 세계에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금 이 순간을 촘촘하게 검토한다. 넷은 ‘시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였지만, 한목소리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 각자의 고유한 ‘시간’을 들려준다. 독자는 《살아 보니, 시간》 한 권 안에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오묘한 체험을 한다. 때로는 숫자, 때로는 기억, 때로는 경험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모든 것을 살펴 본다.
작가정보

도서 평론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책과 관련한 일을 하다 서평 전문 잡지 〈출판저널〉 편집장을 끝으로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글쓰기 강연을 업으로 삼고 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죽도록 책만 읽는》,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고전 한 책 깊이 읽기》 등의 책을 썼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서울 삼청동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어 작가와 과학자 그리고 독자들을 잇는 문화 행사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의 과학책방》, 《지구인의 우주공부》 등의 책을 썼다.

펭귄 각종과학관장.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거쳐 현재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달력과 권력》, 《공생 멸종 진화》, 《과학자와 떠나는 마다가스카르 여행》,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등의 책을 썼다.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양자물리학을 연구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다정한 물리학자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의 양자 공부》, 《떨림과 울림》, 《뉴턴의 아틀리에》(공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등의 책을 썼다.
목차
- 여는 글|시간의 의미, 환갑의 의미_김상욱
1부 과거, 현재, 미래
2부 지금
닫는 글|시간 여행_이명현
기획의 변|강양구가 바라본 삼이(三李)
책 속으로
숫자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1은 1이고, 2는 그냥 1이 두 개 모인 거다. ‘1+1=2’에 심오한 의미는 없다. 2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자, 2의 정의定義이기도 하다. 정의는 이름을 주는 것이다. 내 이름은 ‘김상욱’이다. 여기에 어떤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를 처음 보는 사람도 내 얼굴을 보고 이름을 알 수 있으리라. 원래 정의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_7쪽, 여는 글
이권우: 새로운 경험의 유무에 따른 차이도 있겠어요. 어렸을 때는 모든 일이 새로웠고 또 기억에 또렷이 남았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한 번 경험해 봤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그걸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잖아요. 이렇게 기억을 띄엄띄엄하니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요?
_24쪽, 1부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말〉
김상욱: 언제나 그렇지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간단치 않아요. ‘시간이란 무엇인가?’처럼 본질을 따지는 질문은 물리학의 질문은 아니에요. 물리학은 현상을 놓고서 기술하는 학문이지요. 물리학의 질문은 질량을 잴 수 있는가? 더 중요하게는 예측 가능한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이작 뉴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도 시간을 정의한 적이 없어요. 사실 뉴턴 이후의 물리학자 누구도 ‘시간이 무엇인가?’를 놓고서 답한 적이 없어요. 뉴턴 이후로 ‘시간’은 물리학자에게 ‘숫자’입니다.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물리적 실체로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멋진 말을 사용할 수도 있겠네요.
_27~28쪽, 1부 〈대체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정모: 이런 기후 변화로 대멸종이 가속할 때 과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 가운데 시간을 정의해 보려고 시도했던 유일한 종입니다. 우리 기준으로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을 생명의 시간으로 해석했죠. 그런데 시간을 고민하는 인간이 사라지면, 과연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_53쪽, 1부 〈영원히 시간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명현: 실제로 근대 초기에 철도가 미친 영향이 사회 전반에 엄청났을 것 같아요. 근대 소설을 읽으면 기차가 아주 많이 등장해요.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있죠. 그 남겨진 사람은 근대에 올라타지 못해 좌절하고 고립된 이들로 묘사가 됩니다. 철도와 기차가 근대의 상징이었던 셈이에요.
_64~65쪽, 1부 〈모든 곳의 시곗바늘이 일치하기까지〉
이권우: 김상욱 선생님께서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과학이 인간의 삶으로 들어올 때 비판적인 성찰은 불가피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과학기술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둘 때, 그걸 제대로 비판하고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인문학, 사회과학이 해야 할 일이고요.
_93쪽, 2부 〈과학이 인간의 삶으로 들어올 때〉
이정모: 우리는 어차피 근대의 시간관 안에서 살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근대인으로서 지금의 세상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도 우리의 한계로 서 받아들여야죠. 여전히 근대의 시간관에서 사는데도 우리가 그 고민을 멈추는 게 문제죠.
_107쪽, 2부 〈지금 다시, 신화의 시간〉
이명현: 방금 김상욱 선생님께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셨는데요. 지금까지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건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죠. 마치 역사의 종착점이 있는 것처럼 목적을 정해서, 그것을 향해서 달리는 것. 그런 역사의 종착점 따위는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 걸음도 아니고 반걸음 정도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 또 자기가 생각하는 그 반걸음 정도의 미래가 최선이라고 우기지 않고 서로 토론하고 견줘 보는 일이죠. 나아가 지금까지 인류의 행복에 긍정적이었던 가치, 제도,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가고요.
_113~114쪽, 2부 〈우리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김상욱: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덧붙이자면, 뉴턴 방식과 해밀턴 방식은 의식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접근과도 연결이 됩니다.
보통의 컴퓨터는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36년에 제안한 ‘튜링 머신’에서 기원해요. 튜링 머신이 바로 뉴턴 방식입니다. 이 순간의 비트(정보)가 다음 비트(정보)를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의 뇌나 혹은 그것을 흉내 낸 AI는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많은 경로를 살펴본 다음에 최적의 경로를 찾아요. 해밀턴 방식이죠.
이렇게 뉴턴의 방식과 해밀턴 방식이 우주에 모두 존재해요. 흥미롭게도 해밀턴 방식은 마치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우리가 목적 없는 우주에서 종종 목적을 찾아내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인간이 목적에 집착하다 보니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_124~125쪽, 2부 〈미래의 작품을 베낄 수 있는 일의 가능성〉
밤하늘은 어쩌면 별들의, 은하들의 화석들로 가득한지도 모르겠다. 가끔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온통 과거의 흔적으로 가득한 밤하늘을 볼 때면 나는 ‘시간’을 만끽한다.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숱한 천체들이 한순간 내 눈에 맺히고 뇌에 전달되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현실이야말로 시간을 실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_133쪽, 닫는 글
출판사 서평
‘과학’과 ‘책’으로
하나 된 못 말리는 세 친구와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만났다
‘시간’은 가깝다. 친숙하다. 명확하다. 삶이자 일상이다. 그런데 물리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아주 달라진다.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은 시간을 정의하지 않았고(물리학자 김상욱에 따르면, 이는 “정말 탁월한 결정”이다),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물리학자도 ‘시간이 무엇인가’를 놓고서 답한 적이 없다. 그들에게 시간은 숫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과거-현재-미래는 환상이다. 그들이 바라보기에는 “시간이 흐른다”는 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표현이란다. 독자는 문득 혼란스럽다. 그래서 항변하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아, 대관절 시간이란 무어길래!
여기, 과학과 세상과 그 모든 가능성을 둘러싸고 끝내주게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이는 책이 출간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간단치가 않다. 그렇기에 이들이 뭉쳤다. 지난 20년간 꾸준히 ‘과학’과 ‘독서’로 교류하며 지식의 대중화에 몰입해 온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펭귄 각종과학관장 이정모, 도서 평론가 이권우, 이렇게 삼인방과 이들의 여정에 감응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한데 모여 시간의 요모조모를 논한다. 지구에서 우주까지, 시간에 대한 숱한 오해와 세상을 말하는 다양한 이론 사이를 종횡무진 누빈다. 우주의 시간, 인간의 시간, 생명의 시간, 노동의 시간, 문학의 시간 그리고 바로 지금에 집중하는 금싸라기 같은 대화가 숨 가쁘게 오고 간다.
과거-현재-미래는 없다!?
지금은 가짜 노동의 시대!?
여는 글 〈시간의 의미, 환갑의 의미〉에서 김상욱은 말한다. “시간의 본질에 대한 물리학의 답은 ‘모른다’(단호)이다.” 그는 일전에도 개인 SNS에 ‘시간’을 두고 “악마의 주제”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동갑내기 세 친구인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의 ‘공동 환갑’을 기념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대담 주제인 ‘시간’과 자연스레 이어지는바, 김상욱은 “이 이벤트는 본질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찬물을 끼얹는다. 그러나 곧이어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프로젝트의 불씨를 활활 살리는데, 과연 인류의 영원하고도 오랜 테마인 ‘시간의 본질’을 둘러싼 심도 깊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대담의 서막이 이와 함께 오른다.
책은 1부(과거, 현재, 미래)와 2부(지금)로 나뉜다. 1부에서는 시간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과 과학자가 지닌 인식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우리는 ‘기억’ 때문에 과거-현재-미래의 흐름이 있다고 생각(착각)하지만 사실상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김상욱의 말(39쪽)과 함께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말〉,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5억 4,200만 년 전 지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주기율표와 진화〉, 〈모든 곳의 시곗바늘이 일치하기까지〉 등의 소주제가 독자를 향해 달려든다. 2부에서는 무량 광대한 세계에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순간을 촘촘하게 검토한다. 〈가짜 노동의 시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도 아름답다〉, 〈과학이 인간의 삶으로 들어올 때〉, 〈우리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등의 소주제를 오가며 우리가 지금 답해야 할 고민과 최선의 문제를 돌아본다.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갈 사람들에게 건네는
뜨끈한 말과 말
닫는 글 〈시간 여행〉에서 이명현은 말한다. “우리는 각기 다른 시간대를 여행하는 시간 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들 넷은 ‘시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였지만, 한목소리로 말하지는 않는다. 이권우는 이권우의, 이명현은 이명현의, 이정모는 이정모의, 김상욱은 김상욱의 고유한 ‘시간’을 들려준다. 독자는 《살아 보니, 시간》 한 권 안에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오묘한 체험을 한다. 때로는 숫자, 때로는 기억, 때로는 경험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모든 것을 살핀다.
20년 이상 이들이 나누어 온 특별한 우정은 지면 곳곳을 뭉근하게 감싼다. 지난 시간에 열중하는 만큼 앞으로의 시간에도 애정과 염려를 담은 마음을 조심스레 보탠다. 그 덕분에 그간 우리 시대에 부재했던 ‘어른’의 뜨끈하고도 상냥한 오지랖을 건져 올리는 새삼스러운 경험과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한마디만 하고 싶어요. 살아 보니, 과거에 연연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일이 없더라고요. 아픔과 상처, 아쉬움과 머뭇거림, 이 모든 걸 잊고서 지금, 오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이권우의 말이다. 시간에 장사 없고, 돌고 돌아 결국은 ‘지금’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166383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2월 20일 |
쪽수 | 152쪽 |
크기 |
131 * 188
* 18
mm
/ 32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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