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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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어떤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이나 습관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볼거리와 먹거리를 연결하여 장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그런 편이다. 가령 지금 사는 곳은 북한산의 풍경과 재래시장에 있는 식당 청년밥상문간이 먼저 떠오르고 고향인 경기도 연천은 군청 바로 뒤 가로수가 있는 녹음 짙은 길과 두부 요리의 노포 식당이, 포항의 인근 도시인 경주는 능의 아름다운 곡선과 황남빵이 먼저 생각난다. 유학 시절을 보낸 파리는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보다 작은 미술관들과 오래된 블랑제리로 연결된다. 조각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손때 묻은 연장들과 허름한 아틀리에가 친근하게 남아 있는 앙투안 부르델 미술관과 집 앞 빵 가게가 나에게는 파리이다. 오래된 단추가게, 구두와 액세서리 상점, 가구점, 골동품 파는 작은 가게들 사이에 있는 빵 가게에서 방금 나온 따뜻한 바게트를 들고 집으로 가던 기억과 함께 예술가의 자취가 담긴 미술관들이 이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포항에 대해 말하자면 포항은 단연코 죽도시장과 공공미술작품들을 들 수 있다. 황해도 해안가 출신인 부친의 식문화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수산물이 익숙한 나에게 죽도시장은 가히 먹거리 파라다이스이다. 고품질 가성비의 엄청난 회센터를 필두로 천 개가 넘는 상점에서 사시사철 거래되는 각종 농수산물과 먹자골목의 죽도시장은 언제나 행복하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예술작품이 넘치는 포항의 거리이다. 닫힌 전시 공간이 아닌 열린 공공의 장소에서 어렵지 않게 볼만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포항은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렇듯 나에게 포항은 행복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포항의 거리는 책이 넉넉한 서재와 같다. 흥해읍 포항KTX역부터 호미곶면 해맞이 광장까지 포항의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공공미술작품을 감상해보니 마치 장서가를 넘어서 하나하나 책을 꺼내 읽는 독서가가 된 것 같이 마음이 넉넉해지고 행복해진다. 포항에는 참 별미도 많고 특별나게 아름다운 작품도 많다.
이 책의 총서 (9)
작가정보
목차
- 머리말
흥해읍의 포항KTX역
김병철 [ 도약 ] 28
김택기 [ 바이올린 연주자 ] 36
문 신 [ 하늘을 나는 꽃 ] 42
환여동의 포항시립미술관과 환호공원
문 신 [ 개미 ] 50
이웅배 [ 공동체 ] 58
오의석 [ 사랑으로 ] 68
김상균 [ 풍경-기억의 방 Pohang 2012 ] 76
강대영 [ 자화상(Self-portrait) ] 84
이상길 [ Contact 내 마음의 전파 망원경 ] 92
박은생 [ 돌맹이-울림 ] 93
우무길 [ 숙원(宿願) ] 100
하이케무터, 울리히겐츠 [ 스페이스 워크 ] 108
임영희 [ 프롤로그-포에틱 2(Prologue-Poem II) ] 116
황성준 [ 침묵의 시간 세우기 ] 122
영일대해수욕장
김성복 [ 신화-2013 ] 132
이원석 [ 오늘도 ] 140
포항 5경 : 포스코 야경 152
동빈내항과 중앙동의 정화냉장과 포은중앙도서관
신내연삼용추(新内延三龍湫) 162
김 석 [ 가방 던지는 사람 ] 172
포항운하
최 일 [ 정지된 말 ] 181
변대용 [ 너는 나다. 나는 너다 ] 188
대이동의 철길숲
이용덕 [ 포스코 포항제철소, 만남 2017 ] 196
포항 이성민 [ Cumulus ] 204
서울 이성민 [ 깃털-곤(騉) ] 210
제철동의 파크1538 포스코 홍보관
론 아라드 [ Infiniturn ] 218
오천읍의 오천예술로
안재홍 [ 나를 본다 ] 226
모준석 [ 그 빛 아래 ] 227
호미곶면의 해맞이 광장
김승국 [ 상생의 손 ] 238
상상의 손과 작은 손들 242
마치며
출판사 서평
포항학 총서를 발간하며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이 포항학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의미 있는 사업의 성과를 이루게 되어 기쁜 마음이 앞섭니다. 융합문명연구원은 현대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융합 연구를 위해 설립되어 그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은 연구원이 현실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연구원이 소속된 우리나라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이 그동안 지역 사회와 맺어온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대학과 도시는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적지 않은 대학들이 대학의 설립과 더불어 형성된 도시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도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시민들의 사랑과 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적지 않습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미국의 프린스턴과 버클리, 하버드, MIT,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와 프라이부르크 대학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대학들은 도시와 일종의 공동운명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을 계기로 포스텍과 포항시도 이와 같이 상생 발전하는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을 성취하기 위해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는 열린 자세를 견지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지역학이라는 분과 학문의 틀에 갇히지 않고자 합니다. 필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전문 학자에 국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항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해 온 지역학적인 노력들 또한 폭넓게 끌어안고자 합니다. 둘째로 주제의 선정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갖추고자 합니다. 포항 시민과 우리나라 국민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확충하는 것이라면 학문적인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셋째로 지역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포항이 고립된 도시가 아님은 물론이요 포항의 발전에 국내외 각 지역과의 교류가 긴요한 만큼, 포항시 안팎에 걸치는 다양한 필자의 다채로운 시각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는 데 있어서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가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연구, 사회와 학문의 전당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로 포항학 총서를 채움으로써, 포항의 시민은 물론이요 포항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읽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을 믿고 기대하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원장 박상준
기본정보
ISBN | 9791198226129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0월 20일 | ||
쪽수 | 248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45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융합문명연구원 포항학 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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