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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 랑희 , 슬기 , 이호연 , 타리(나영정) , 희정 저자(글) · 치명타 일러스트 · 전주희 해제
한겨레출판사 · 2023년 10월 30일
10.0
10점 중 10점
(8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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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표 끊는 아줌마들”, 온정주의 노동정책의 가면을 벗기다

톨게이트 지붕 위, 도로공사 본사 로비, 청와대 앞 아스팔트 바닥을 거쳐
한국 사회가 감춰온 불안정노동의 실체 앞에 당도하기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그 이후,
계속된 기만과 차별에 맞서 투쟁의 시공간을 이어간
톨게이트 노동자 12인의 목소리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 계속되는 간접고용 등 노동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불안정노동 문제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국에서 가장 넓은 25차로 톨게이트 지붕(캐노피) 위로 오른 노동자들이 있다. ‘정규직’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온 기만적인 노동정책의 실제를 간파하고 이를 거부한 투쟁가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세상에 알린 이 상징적인 사건은 2020년에 소위 ‘인국공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1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일터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싸우고 있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의 경과를 톺아보고 그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상징적인 투쟁의 주인공들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구술기록 형태로 묶어낸 기획이다. 톨게이트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한부모 가정, 장애여성,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노동 이전의 삶, 노동 현장의 경험, 투쟁의 순간, 복귀 이후의 일터까지 수십 년에 걸친 노동과 투쟁의 경로를 상세히 쏟아낸다. 덕분에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 투쟁의 복잡한 맥락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다. 지금껏 이들의 투쟁은 “로또취업”, “공정공평이 무너진다”라는 왜곡된 ‘공정’, ‘능력주의’ 담론을 앞세운 날 선 비난을 받아왔고, 노동자를 숫자로 셈하고 성과만을 내세우는 정치 진영의 싸움으로 쉽게 오해받았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이 시끄럽고 과격한 갈등 속 누락되어 있던 ‘투쟁 당사자의 목소리’와 ‘노동정책의 실제’를 효과적으로 복원해 낸다.

이 책의 저자인 ‘톨게이트여성노동자 구술기록팀’(기선, 랑희, 슬기, 이호연, 타리, 희정, 치명타)은 성, 장애, 이주, 노동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활동가들로 구성되었다. 구술자의 말 속 생략된 사건이나, 제도적 문제에 관한 정보를 보충하는 글을 구술기록 앞뒤로 수록해 투쟁의 내용과 경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투쟁의 풍경을 선명한 빛깔로 그려낸 치명타 작가의 그림은 당시 투쟁 현장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가고, 한국 노동시장의 맥락에서 구술자의 말들을 정리한 전주희 작가의 해제는 현재 한국 사회 불안정노동의 현황과 그 속에서 이들의 투쟁이 갖는 의의를 통찰력 있게 펼쳐 보인다. 최현숙 작가의 추천사처럼,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와 노동에 위계를 설정하는 ‘능력주의’의 시각으로만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이 사회에, 이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은 앞으로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기선

반차별, 노동의 권리, 기억과 애도에 관한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싸우는 이들의 다양한 정체성이 보편적 권리로 이어지는 열쇠 말이 되는 순간을 따라다닌다.

저자(글) 랑희

집회를 기록하고 집회의 권리를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항의 시공간을 만드는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저자(글) 슬기

이주, 분단,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듣고 기록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자(글) 이호연

청소년 인권, 빈곤, 보살핌과 돌봄노동 그리고 재난참사에 대해 기록하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그런 자립은 없다》, 《나는 숨지 않는다》 등이 있다.

일러스트 치명타

미술 작가. 사회 시스템이 그어놓은 선에 부합하지 않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이들에게 관심이 있다. 현장과 밀접한 온도를 지닌 예술 활동을 지향한다.

해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연구 및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등을 동료와 함께 썼다.

목차

  • 추천의 글
    ‘출구는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 최현숙
    들어가는 글 | 기선

    1장 우리는 업그레이드 된 ‘아줌마’ ---- 구술, 서순분·서범주 | 글, 슬기
    안전하지 않은 일터를 바꿔가는 자매의 기록
    outro. ‘아줌마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 감춰진 여성노동의 현실

    2장 우리가 왜 못 싸울 거라고 생각하나요? ---- 구술, 이진희 | 글, 희정
    남편 없는 여자들이 아닌 ‘잘 싸우는 여자들’
    outro. ‘부재’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가 아닌 노동을 지켜줄 법과 제도

    3장 제대로 된 ‘나의 일’을 위해 ---- 구술, 정은자 | 글, 랑희
    경력단절과 해고 이후 내 삶을 찾는 싸움
    outro. 톨게이트엔 왜 여성노동자가 많을까?

    4장 “겁 없는 여자들” ---- 구술, 이은자 | 글, 희정
    투쟁의 현장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싸우기
    outro. 차별을 조장하는 일터일수록 성희롱 피해는 더 많이 발생한다

    5장 장애인을 위한 제도에 장애인이 없다 ---- 구술, 강미진 | 글, 타리
    장애인 고용장려금 정책이 만든 연쇄적 고용 불안
    outro. 모래사장에서 찾은 바늘 지키기

    6장 고분고분한 복지카드가 될 수는 없죠 ---- 구술, 박정숙(가명) | 글, 타리
    장애를 가진 임금노동자로서 투쟁으로 그리는 미래
    outro. 가족들이 다 알지 못하는 시간

    7장 북에서 온 나도 직고를 선택했는데 ---- 구술, 이명심(가명) | 글, 슬기
    북한이탈주민, 교체 인력, 이방인으로서 투쟁하고 연대하기
    outro. 북한이탈주민 고용지원금이 고려하지 못한 것

    8장 17년, 길지도 지겹지도 않았어요 ---- 구술, 백해정 | 글, 이호연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정년퇴직까지 멈추지 않은 투쟁
    outro. 취약한 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계

    9장 토 다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 구술, 최교일(가명) | 글, 이호연
    자부심과 소외감 사이에서, 젊은 노동자가 바라본 톨게이트 노동
    outro. 단지 삶의 가능성을 열고 싶은 간절한 마음

    10장 우리의 투쟁이 부당한가요? ---- 구술, 김경남 | 글, 랑희
    고공농성 최후의 3인, 투쟁의 경험이 준 확신과 용기
    outro 톨게이트 노동 정규직화를 바라보는 부당한 시선들

    11장 누구 하나 남기고 간다고요? 어림도 없지 ---- 구술, 도명화 | 글, 기선
    한국도로공사 역사 첫 파업, 투쟁과 자리의 무게
    outro. 대체 가능한 존재에서 존엄과 평등의 구체적 얼굴로

추천사

  • 부당한 힘에 맞서 한 사람이 저항을 시작할 때, 그 저항은 시간과 생사와 한계와 성패를 넘어 항구적인 인간 선언이다. 취약함을 노리는 비열한 자들의 모욕과 보복에 맞서 “우리들의 취약함”을 연결해 저항할 때, 그 투쟁은 항구적으로 혁명적이다.
    톨게이트에서 밥을 벌던 여자들이, 새벽을 열며 지붕 위로 올라갔다. 미쳤다. 독한 년. 겁 없는 여자들. 원룸에서 나를 마주함. 이혼보다 급한 투쟁. 피부에 착착 감기는 연대. 누구 하나 떼어놓고 가지 않겠다. 가오 빠지지 않게. 배신은 죽어도 싫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모든 게 새롭다. 아, 그 희열… 그 여자들의 말이다.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출구는 여전히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책 속으로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기, ‘불온한’ 사람들이 떼 지어 자신들의 ‘소유’도 아닌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교통 혼잡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감히’ 길거리의 자동차 경적보다 큰 소음을 내며 ‘말하고 있다’. “삶은 끝없는 ‘경쟁’이란 ‘절대 진리’를 어기며 타인의 기회를 뺏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 13쪽

우리 집이 큰집이라 가족들이 다 우리 집으로 와요. 나는 못 간다고 전화했더니 난리가 난 거야. 이혼을 하니 어쩌니 막 이래. 그래서 내가 딱 잘라 이야기했어. 이혼하겠다. 그런데 나 바쁘다. 그러니까 바쁜 거 해놓고 하자. 이게 순서가 있잖아. 이혼이 급한 게 아니고, 투쟁이 급한 거거든. - 37쪽

어떻게 보면은 우리를 업그레이드시켰어. 우리는 투쟁이라는 거 생각도 못 한 일인데. 그냥 전라도에서, 강원도에서, 어디에서, 그 영업소밖에 모르고 그렇게 살다가 해고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모여서, 같이 힘을 내서 간 거예요. (…) 이제 밑바닥에 자신감이 깔려 있어. 해야 되는 건 해야 되는 거야. 같이 가는 거지. 이렇게 담대해지더라고. - 44쪽

어떤 분이 발언할 때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인력 시장이라고. 알고 보면 이게 사람 장사잖아요. 아웃소싱 회사에서 오는 사람을 소개해 주고 거기서 수수료 떼먹는 거잖아요. 양아치예요. 정말 양아치. 기업들은 이걸 너무 좋아라 하잖아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떠넘길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하죠. 그걸 나라에서 용인하는 거죠. (…) 그런 세상에서 우리 아들딸이 커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정말 소름 돋고 끔찍해요. - 70쪽

원직복직이 아니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국민이 봤을 땐 ‘그거라도 감사하게 생각해’ 이래요. ‘예전에는 너희들 좋게 봤는데 욕심이 너무 과하구나.’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우리 오빠가 어디에 있냐고 물어봐서 부안지사에서 근무 열심히 하고 있다니까 “그래, 이왕 그렇게 됐으니까 열심히 해라. 근데 아닌 건 알지?” 이러더라고요. 아, 우리 오빠같이 바라보는 시선이 많겠구나. (…) “정규직 되더라도 그런 방법은 아니지.” 자기들끼리 그렇게 얘기해요. (…) 우리만 옳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 111쪽

수납원 일이 우리 때의 ‘아줌마’들이 와서 일하기에 좋게끔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 거의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들, 그 연령대 엄마들이 일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거든요. 애들 밤에 재워놓고 일을 하는 거죠. 3교대는 일찍 끝나면 집에 일 좀 챙기다가 또 저녁 챙겨 먹일 수 있고. 야간일 때는 우리가 10시까지 출근하니까 집안일을 좀 해놓고 나갈 수 있고. 주부들이 집안일하고 겸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아줌마’들이 좀 더 많지 않나. 그런데 왠지 씁쓸하네. - 137쪽

사장들은 장애인을 악용했잖아요. 장애인을 고용하는 건 상생이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자기네 돈벌이 수단으로 봐온 거지. 내가 너희를 고용해 준 것만으로 너흰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마음, 너네 오갈 데도 없는데 누가 고용할 줄 알아 그런 마음. 그리고 이제 고용장려금 기간이 끝나면 다른 영업소랑 교환하는 거예요, 사람을. 미국에나 있던 노예제도 같았죠. - 164쪽

제가 생각하기에 끝까지 투쟁했던 1,500명은 깨어 있는 사람, 볼 줄 아는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은 돈을 떠나서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사람들 같아요. 이 사람들은 장애인이든 아니든 인간적인 대우를 안 해줬기 때문에 싸운 거고. 우리가 정규직이 되었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다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간적인 삶을 정말 살고 싶었던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져요. 억울함을 알았던 사람들. 그 억울한 삶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 - 171쪽

“우리가 옳다.” 우리가 옳았으니까. 틀렸으면, 부끄러운 행동이었으면 못 하죠. 길바닥에서 자는 게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었으면.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어요. 불합리한 대우와 환경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으니까. - 180쪽

점점 제가 전사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 전에는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는지 진짜 몰랐거든요. 내가 그 입장에 서니까 이게 당연한 거구나 느꼈어요. 우리가 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고 노동자는 계속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는 거죠. 내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싸움을 그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거 같아요. - 289쪽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우리 투쟁에 대한 얘기를 저렇게 약한 사람들도 모여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하는 거예요. (…) 우리가 약해? (…)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제일 무서운 사람 아닌가요? - 378쪽

출판사 서평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출구는 여전히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 최현숙(구술생애사 작가, 소설가) 강력 추천 ★

“기혼자 가능” “아줌마들에게 좋은 일자리” “고용지원금”
능력주의 노동시장의 민낯, 취약함의 노동은 우연하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앞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반응은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 만한 노동’이라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말이다. 이 말은 노동정책의 부작용과 노동시장의 온갖 불평등을 노동자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고 구조의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시험도 치지 않고 감히”,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는 공격적인 비난들 역시 능력주의에 근거를 둔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기에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선택한 노동이기에 숨죽이며 자신 앞에 펼쳐진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총 11장에 걸쳐 기록된 톨게이트 투쟁 노동자의 이야기는 이들이 톨게이트 노동에 어떻게 당도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한다. “광고지 보고 들어갔는데 ‘기혼자 가능’ 이렇게 쓰여”(25쪽) 있어서, 하나센터에서 “고용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사장들이 북한이탈주민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225쪽)는 말을 듣고, “도로공사 사장들이 주민센터 연결해서 복지카드 있는 사람들만 찾아다”(195쪽)니기 때문에, 3교대여서 아줌마들이 “집안일하고 겸해서 할 수 있는 일”(138쪽)이기 때문에 이들은 톨게이트 영업소에 발을 들인다. 이들의 증언 속에서 ‘고용지원금’, ‘3교대 업무’ 등의 덫을 놓고 취약성을 지닌 노동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정부와 기업의 잔인한 공모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우연히’, ‘자연스레’ 톨게이트 노동을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노동자들의 취약성을 기민하게 알아보고 이용하고자 하는 노동시장에 의해 필연적으로 생산되고 유지된다. 전주희의 해제에 따르면 이들은 노동자의 취약성을 담보로, 인질로 잡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는 일을 열심히 수행하면 수행할수록 취약한 존재가 된다.”(393쪽) 사장은 ‘애인’을 만들어 노동자를 감시하고, 피복비, 식비 등 각종 비용을 횡령하고, 부당한 대우를 일삼고, 당일에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희롱과 갑질로 버무려진 일의 세계를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견뎌냈다. 노동자들이 현재의 노동에 이르게 된 경로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추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글이 투쟁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옮기는 방식으로 쓰인 덕분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능력이 없어서’ 지금의 노동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촘촘한 자본주의의 공모관계 속에서 불안정한 노동에 당도하게 되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능력주의적 사고가 가진 문제를 직시하고, 이들의 투쟁이 지닌 정당성과 의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에 관한 올바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라는 ‘온정주의’와 ‘자회사’라는 편법
그 가면을 벗긴 “표 끊는 아줌마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난 2017년 5월 12일 파견·용역노동과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87.4%나 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393쪽) 취임 4년 차가 되던 2021년, 정부는 이 비정규직 전환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역대 정부에서 이뤄진 정규직 전환 규모로는 최대였다(19만 2,689명, 2020년 6월 기준).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규정한 ‘정규직화’가 갖는 의미이다. 정부는 기업이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정규직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 세운 것처럼, 다른 공공기관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회사라는 편법을 이용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실현하고 있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적 사고 아래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허울만 좋게 세워진 정책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이 아닌 ‘직접고용’을 주장했고, 이로 인해 1,500명의 노동자가 집단해고 되었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톨게이트 지붕 위, 도로공사 본사 로비, 청와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구술기록의 대부분은 정부와 도로공사가 제시한 ‘자회사’라는 선택지를 의심하고, 투쟁을 결심하고,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도 연대의 힘으로 버텨온 투쟁의 풍경들을 묘사하는 데 할애된다.
인사도 없던 지사장이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자회사를 가면 임금을 올려주겠다 약속하는 것을 들으며 “뭔가 있구나, 의심을 하게 되고”(35쪽), “정규직 되면 풀 뽑고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229쪽)는 협박에도 직접고용을 택한다. “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는 도로공사의 행태를 참을 수 없어”(87쪽) 본사를 점거하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고 노동자는 계속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까”(289쪽)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발 디딘 곳의 불평등과 차별을 강인한 의지로 바꾸어 나가는 이들의 말은, 그 어떤 언론보도와 전문가의 말보다도 더 정확하게 우리 사회 노동정책이 지닌 문제와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직접고용과 복귀 이후 내 일을 찾는 투쟁
락스를 풀고, 풀을 뽑고, 졸음쉼터를 청소하면서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은 성공했는가? 결국 도로공사는 해고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기존의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화장실 청소, 졸음쉼터에 떨어진 담배꽁초 줍기, 풀 뽑기 등이었다. 이는 “다른 직무로의 전환이 아니라, 일종의 모욕이자 보복의 결과였다.”(390쪽) 복귀한 노동자들은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무력감과, “사무직들이 우리를 벌레 보듯이”(321쪽) 하는 것 같다는 소외감 속에서 방황했고, “남의 일자리를 빼앗아서”(112쪽) 꿰차고 있다는 사실에도 미안해했다. 자신들이 정년퇴직을 하면 그 자리에 노동자를 뽑지 않겠다는, 그들의 일을 “곧 사라질 일자리”로 취급하는 도로공사의 태도에도 상처받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환경에 안주하거나,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포기하고 떠나지 않고, 투쟁의 시공간을 이어가고자 했던 이들의 결심이다. 노동자들은 오르지 않는 임금이나 여전히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자신과 후대의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맡을 수 있는 업무를 찾아내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기계화로 요금수납 업무가 곧 대체될 테니 그들의 고용이 “혈세 낭비”라는 주장에는, 기계의 오차를 보정하고 그것의 안내를 맡는 노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한다.
구술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를 그저 보호해야 할 존재로 여기고 선의를 베풀 듯 일자리를 제공했던, 그래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면 “감히”라는 목소리로 이들을 배척했던 한국 노동시장의 불합리함을 깨닫게 된다. 더 나은 노동환경으로의 도약과,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는 온정주의에 기반한 시혜적 태도나,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고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능력주의적 사고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일을 지키고자 노동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한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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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0405958
발행(출시)일자 2023년 10월 30일
쪽수 408쪽
크기
133 * 210 * 28 mm / 61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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