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작은 역사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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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보완과 두 개의 방언이 추가된 개정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전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의 방언 이야기
2023년 봄에 깔끄막에서 샤쓰개, 머사니에서 마랑구까지 45개의 방언을 담은 본책을 출간했다. 여름이 지나고 이 가을에 개정판을 낸다. 개정판에서는 미처 초판에 싣지 못해 아쉬웠던 ‘불술기’와 ‘슴둥’을 추가했다. 같은 겨레의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북한의 방언 이야기를 좀 더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다. 남북한은 물론 중앙아시이아의 고려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방언까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다. 한 지역의 방언 연구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요즘, 전국 방언 연구자는 정말 드물다. 저자는 연구하는 틈틈이 초판을 읽고 또 읽으며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더 소개하면 좋을 방언은 무엇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이번 개정판이다.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더 채우고, 예문도 수정하며 우리 겨레의 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방언의 전문성 못지않게 저자의 문학성 풍부한 글맛과 말맛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방언으로 보는 우리말의 미학과 가치를 흠씬 느낄 수 있다.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 꾸레미, 퍼들개, 싸박싸박, 강낭수수, 가슬 등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 이런 아름다운 우리말 방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표준어는 하나의 구심점이 있다면 방언은 지역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한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분화하면서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더욱이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우리 민족이 연해주,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면서 언어의 섬처럼 고립된 채 살아남은 방언들은 애환이 느껴진다. 순수한 우리말의 정서가 느껴지는 방언은 소중한 우리 겨레의 작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사라져가는 방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목차
- ㆍ 머리말
첫째마당 겨레의 작은 역사
깔끄막 | 가파르게 비탈진 곳
마우재 | 러시아 사람
툴렁이 | 감자
꾸레미 | 부리망
떡쉬움이 | 효모균
꾀복쟁이 친구 | 아랫도리를 벗고 같이 놀아도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의 나이일 때 만난 친구
섬닷허다 | 먹은 음식이 시원찮아 배가 부르지 않고 부족하다, 비나 눈이 올 것처럼 흐리고 선득하다
손잡이뜨락또르 | 경운기
꺼꿉서다 | 꼿꼿이 선 채 윗몸을 허리 아래로 굽히는 동작
탯자리 | 자기가 태어난 곳
갱갈할매숟가락 | 키조개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 | 일식과 월식
다신어매젖줄개 | 민들레
간풀다 | 하는 짓이 부잡하고 아주 짓궂다
와가리 | 말매미
오여손잽이 | 왼손잡이
머구리 | 개구리
장싸귀 | 뚝배기
퍼들개 | 미꾸라지
두루바리 | 호랑이
꾹돈 | 남몰래 건네는 돈
마랑 | 은근히 불어오는 5월의 남풍
톰발리 | 빨리
여들하다 | 똘똘하다
샤쓰개 | 미치광이
불술기 | 기차
둘째마당 간직해야 할 소중한 유산
머사니 | 거시기
쪼로로기 | 지퍼
싸박싸박 | 눈 쌓인 길을 사박사박 천천히 걷는 모양
강낭수수 | 옥수수
마씸 | ‘-요’를 뜻하는 어미
슴둥 | ‘-습니까?’를 뜻하는 조사
가슬 | 가을
쇠꼽새 | 비행기
포리 | 파리
무두태 | 머리 없이 몸통만 말린 명태
조코배기 | 아무렇게나 막 신는 짚신
토끼치기 | 자치기
모드락바람 | 회오리바람
새파우 | 새우
쉐우리 | 부추
올랫길 |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
고쿠락 | 아궁이
항가치 | 암컷 방아깨비
디렝이 | 지렁이
ᄏᆞᆨ박 | 바가지
마랑구 | 기름
ㆍ 방언 찾아보기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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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의 방언 부문 책임자인 이길재 박사가 방언의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하는, 주옥같이 귀한 45편의 글을 묶어 방언어휘론을 펴냈다. 토박이말 단어 하나를 두고도 이리도 풍성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찾아내어 고향의 어버이, 이웃 어르신과 동무들에게서 들었던 고향말의 정취를 은은하게 풀어냈다. 필자의 글 힘에 놀라고 감사하며 오랜만에 역사문화방언론이라 평할 수 있는 귀한 연구서를 만나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방언학자나 방언을 연구하려는 방언학도, 방언을 활용해 글 쓰는 문인, 그리고 고향말을 수필처럼 읽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방언을 단순히 표준어의 반의어로 취급해 홀대해 왔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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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은 표준어와 맞서거나 쫓겨난 말이 아니다. 표준어의 바탕이 된 말의 뿌리요 역사요 문화이다. 방언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 사전 형식으로 나오거나 자료 모음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방언의 가치와 빛깔을 보여 주지 못했는데, 이 책은 방언의 말다움의 향기를 도담스럽게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책으로 우리 삶의 무늬를 그려 낼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으로
‘깔끄막’은 ‘가파르게 비탈진 곳’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말은 필자에겐 더없이 친숙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써 오던 말이기 때문이다. ‘깔끄막’은 ‘가풀막’의 방언형이고, 표준어 ‘가풀막’은 ‘가팔막’이 변한 말이다. ‘가팔막’은 ‘가파르-’가 줄어든 ‘가팔’과 ‘그렇게 된 곳’이라는 뜻을 더하고 명사를 만드는 접사 ‘-막’이 결합된 말이다. -14쪽
‘탯자리’는 ‘탯줄을 묻은 자리, 곧 자기가 태어난 곳’을 뜻하는 말이다. 탯자리는 ‘자란 곳’을 뜻하는 ‘쌈터’와 함께 주로 전라도 지역에서 쓰인다. 탯자리와 쌈터는 누가 뭐래도 전라도 사람의 정서를 옴스레기(고스란히) 담아내는 전라도 탯말이다. -76쪽
말은 한번 사라지면 되살리기가 어렵다. ‘시나브로’를 다시 살려 쓰는 데 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방언은 비록 표준어로 대접은 못 받지만 우리의 정서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아주 소중한 그릇이다. -99쪽
‘머구리’는 개구리를 뜻하는 말로 문헌 자료에는 개구리보다 더 일찍 나타난다. 머구리는 1463년에 간행된 《법화경언해》에 처음 등장하고, 개구리는 1576년에 간행된 《신증유합》에 처음 등장한다. 표준어가 된 개구리와 다르게 머구리는 방언으로 남게 되었다. -120쪽
‘두루바리’는 평안북도의 낭림산 심마니들이 ‘호랑이’를 말하는 은어이다. ‘도루바리, 도루바이, 도리바리’라고도 한다. ‘두루바리’는 호랑이가 발이 빨라 수백 리를 두루 돌아다닐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설이 맞다면 ‘두루바리’는 ‘두루’와 ‘발, ’그리고 명사를 만드는 ‘-이’가 결합된 말이다. -154쪽
‘거시기’와 ‘머사니’라는 말에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어떤 상황을 공유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슨 정보든 주고받을 수 있다. ‘거시기’와 ‘머시기’가 갖는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219쪽
‘항가치’는 방아깨비의 암컷을 뜻하는 충남 방언으로 ‘항’과 ‘가치’가 결합된 말이다. ‘항’은 ‘크다’의 옛말 ‘하-’와 ‘-ㄴ’이 결합된 ‘한’이 변화한 말이다. ‘가치’는 ‘나무토막이나 담배 등과 같이 일정한 길이로 가늘게 낸 도막의 낱개’를 뜻하는 ‘개비’의 방언으로 보인다. 방아깨비의 암컷을 머릿속에서 그려 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쉽게 연상이 된다. -333쪽
출판사 서평
겨레의 지혜와 아픔, 애환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 방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작은 기록
우리말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 있다. 함경도 지방에서 쓰는 방언인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를 보자.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는 《조선민답집》(유진태, 1932)에 실린 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까막나라는 해와 달이 없어서 밤이고 낮이고 늘 깜깜했다. 그래서 까막나라의 왕은 해와 달이 모두 있는 이웃 나라가 샘나고 부러웠다. 어느 날 까막나라의 왕은 불개에게 해와 달을 물어오라고 명했다. 불개는 왕의 명을 받들어 해를 가져오려고 해를 덥석 물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뱉어 버렸다.(일식이 일어난 것이다.) 불개는 다시 달을 가져오려고 달을 덥석 물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차가워서 뱉어 버렸다.(월식이 일어난 것이다.)
러시아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마우재’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나라가 힘을 잃어 살던 고향을 떠나 만주 벌판과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던 상처로 얼룩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말이다. 아직도 그곳에는 역사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민족이 있다. 경운기를 뜻하는 ‘손잡이뜨락또르’에서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이 방언은 중국의 조선족 언어사회에서 주로 쓰이며 ‘손잡이’와 ‘뜨락또르’가 결합된 말이다. ‘뜨락또르’는 러시아어 ‘трáкторный’의 북한식 표기로 트랙터를 뜻한다. 고유어와 러시아어를 결합해 중국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간 우리 겨레의 지혜가 느껴진다.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방언들, 그만큼 풍부한 우리의 역사 문화, 삶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방언들 중에서 훌륭한 방언들은 그 지역을 넘어 표준어로 살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소중한 겨레말 방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길에 작은 기록이 되고자 저자는 지난 몇 개월 내내 방언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또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업을 계속했다.
방언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자
지역문화를 가장 잘 읽어 낼 수 있는 핵심, 화합의 도구
어느 곳이나 각 지역이 갖는 특징이 있다. 바닷가 마을과 농촌 마을의 특징이 서로 다르고, 도심과 외곽 지역의 특징이 다르다. 그 지역의 기후나 교통 요건, 문화 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지역만의 특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언이다. 방언에는 표준어에 미처 담지 못한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가 담겨 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이 쓰는 ‘떡쉬움이’에서는 그 지역의 특성을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어 온 유목 생활의 전통으로 말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음식과 발효시킨 유제품을 주로 먹지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떡(빵)’이다. ‘빵’과 ‘발효’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이후에 쓰이기 시작했으므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어휘 체계에는 없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빵’과 ‘발효하다’를 그들의 언어로 구현하고자 그와 가장 유사한 의미를 갖는 ‘떡’과 ‘쉬우다’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떡쉬움이’는 카자흐스탄의 유목 생활의 특성을 볼 수 있으면서 우리의 언어로 구현하려는 고려인들의 지혜까지 느껴지는 귀중한 방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책에서 소개하는 ‘올개돌개길이’, ‘차물그릇이’, ‘소비돈이’와 같은 고려말을 보면 고려말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말에서는 명사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접사 ‘-이’를 자주 덧붙인다. 이역만리에서 우리의 겨레붙이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온 우리의 소중한 언어 유산인 것이다.
방언을 쓰는 사람은 투박한 사람이라거나 시골 사람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자신의 좁은 식견을 드러내는 행동일지 모른다. 그 지역의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방언은 서로를 아는 화합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가 촌스럽거나 투박하다고 생각하는 방언은 사실 우리의 정서를 가장 적절하게 담아내는 그릇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며 지역문화를 가장 잘 읽어 낼 수 있는 핵심이다. 이를 지키려는 수고로움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기차를 부르는 불술기부터 ‘빨리’의 뜻을 가진
북한 방언 톰발리까지, 겨레말 찾아 담기
이 책에서는 남북한, 중국, 중앙아시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겨레의 방언 47개를 담고 있다. 그 47개의 방언을 중심으로 연관되는 다른 지역의 방언, 조합 방식이나 뜻이 비슷한 방언도 소개해 책에 담긴 방언의 수는 1,000개가 넘는다. 지금은 많이 쓰지 않는 말들이라 낯설 수도 있지만, 방언의 의미와 그 말이 만들어진 배경을 읽다 보면 친숙해질 것이다. 그 방언이 쓰이는 문학 작품 속의 문장도 담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같은 뜻의 방언이 지역마다 어떻게 불리는지 정리해 그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각 방언에 얽힌 저자의 어릴 적 동네에서의 추억과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있다. 꾀복쟁이 친구들과 뛰놀던 그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방언의 말맛을 흠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방언을 그저 하위 언어체계로만 보고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방언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뛰어난 표현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 주는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표준어의 그늘에 가려 사라지는 우리말이 너무나 많다. ‘간푸쟁이’, ‘불술기’, ‘톰발리’라는 방언 하나하나가 사라지는 일은 단순히 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우리의 정서와 감정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 겨레의 역사가 잊히는 것이며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문화가 없는 사회는 뿌리가 없는 것과 같으며, 문화는 한순간에 쌓을 수 없는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전해오는 그 사회의 가장 강력한 저력이다. 우리 문화의 저력을 보존하고 살리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270042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0월 10일 | ||
쪽수 | 392쪽 | ||
크기 |
146 * 205
* 28
mm
/ 73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우리말글문화 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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